삶을 견디는 기쁨 - 힘든 시절에 벗에게 보내는 편지
헤르만 헤세 지음, 유혜자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과 싯다르타라는 소설로 알게 된 작가다. 나는 소설이 마음에 들면 작가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드는 편이라 헤르만 헤세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생겼었다. 어떤 삶을 살았길래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걸까? 어떤 경험을 했길래 이런 문장을 쓸 수 있는 걸까? 하고.


헤르만 헤세의 에세이는 두권이지만 나는 이 제목이 더 끌렸다. 삶을 견디는 기쁨이라니. '견디는'과 '기쁨'이라는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은 두 단어가 제목안에 들어가 있는다는 게 호기심을 일으켰다. 헤르만 헤세의 에세이 뿐만이 아니라 그의 시, 그림까지 한권으로 접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산꼭대기에 앉아 구름이 움직이는 모습을 관찰하고, 달이 지고 해가 뜨는 조용한 흐름을 끊임없이 감지하면서 자신의 영혼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에게, 걱정을 다 잊게 해준다는 바쿠스나 달콤한 잠을 취하게 해준다는 해시시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29p



헤르만 헤세는 반복적으로 재발하는 우울증으로 평생 고통받았다. 그는 우울증이 도진 순간을 아무런 이유없이 머리위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나쁜 시간이 있기에 좋은 시간도 있는 것이고, 이도저도 아닌 시간보다는 차라리 나쁜 일이 더 많이 생겨서 고통을 받는 것이 다음에 오는 축복의 순간을 더 큰 기쁨으로 맞이할 수 있다고 하는 부분에서는 공감하기가 어려웠다. 물론 나쁜 시간이 많은 만큼 기쁨도 크겠지만 그렇더라도 그런 삶을 원하냐 묻는다면 나는 아니라고 할 것 같으니까. 우울증과 자살충동으로 고통스러워했으면서 어떻게 이도저도 아닌 시간보다 고통을 많이 받는 게 낫다고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온전한 의지로 모든 소망을 완전히 포기한 채 기꺼운 마음으로 배의 난간에서 미끄러지며 어머니의 품으로, 신의 품으로 추락하던 그 찰나의 순간 이후부터 죽음은 그에게 더 이상 아무런 의미도 지니지 않게 되었다.

-144p



작품을 읽은 이들이 집으로도 찾아오고, 그에게 수많은 편지를 보낼 만큼 성공한 작가였음에도, 그의 내면에서는 아마도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과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두 갈래 길이 충돌하고 있었던 듯 하다. 그는 첫번째 목소리는 옳거나 혹은 그렇지 않은 모든 것을 나누어 줄 뿐이라고 했고, 두번째 목소리는 고통의 필수 불가결함을 이야기 했다고 말한다. '삶을 견디는 기쁨'에 담긴 글들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라기 보다는 그의 내면의 흐름을 적은 듯한 느낌이었다. 요컨대 정리가 잘 되어 있고 친절한 느낌은 아니지만, 생각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 같았다.


그는 고통의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것이 고통의 세계를 가장 빨리 통과할 수 있게 만드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을 고수하며, 내면의 고통과 그 결과까지도 모두 내맡겼다고 한다. 그가 말하는 예술가의 종착지는 깨달은 사람에 대해 말하는 것 같다. 그랬기에 데미안이나 싯다르타 같은 작품도 쓸 수 있었던 거겠지. 몇몇 문장은 여러번 반복해서 읽었음에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아 아쉬웠지만ㅠ 헤르만 헤세라는 한 예술가가 어떤 마음의 창으로 세상과 자신을 보며 살았는지 그의 글들을 통해 일부나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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