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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인문학 - 서울대 교수 8인의 특별한 인생수업
배철현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4월
평점 :
품절
실제로 2013년부터 서울대와 법무부가 지난해 서울 구로구 소재 교도소에서 진행한 인문학 강연을 책으로 엮은 책이다. 3년여 릴레이 기간은 종료 되었고, 이 책이 그 강의록을 담았다고 할 수 있겠다.
언뜻 교훈적인 내용으로만 이뤄졌을 것 같지만 각 분야 대표 교수 8인은 각자 블록 강의들을 통해 평생을 바쳐 탐구한 자신의 학문에서 핵심을 뽑아내 알기 쉽게 소개한다. 강연의 스펙트럼이 넓지만 결국 과거 자신을 성찰하고 스스로 변화시킬 용기를 건넨다는 공통 목표를 두고 있다.
책은 고대 이집트인이 생각한 삶에 대한 가치관과 종교의 핵심을 살펴보고 타인의 기쁨과 아픔을 공감하는 능력인 '자비'가 왜 우리 사회에 필요한지를 이야기하는 배철현 교수(종교학과)의 강연, '인도철학을 통해 보는 생각의 힘'을 주제로 인도철학에서 말하는 '행복'과 '생각'의 관계를 강연한 강성용 교수(인문학연구원), 고대 그리스 문학 '일리아스'에서 권력, 사랑, 행복을 추구한 작품 속 주인공과 나의 삶을 비교해보며 삶에서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제공하는 김헌 교수(인문학연구원) 등의 강연은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끔 한다.
또, 홍진호 교수(독어독문학과)는 '독일인에게 과거를 기억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를 주제로 나치 시절의 부끄러운 과거를 끊임없이 되새기고 기억하려는 독일인의 노력을 들여다봄으로써 자기 자신 혹은 우리 사회는 동일한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를 알려주고, 김현균 교수(서어서문학과)는 라틴아메리카인들이 서구 중심적 프리즘에서 벗어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문학과 예술을 통해 들여다보며 장재성 교수(불어불문학과)는 '로고스'와 '엑소더스'라는 두 개념으로 서양문명을 들여다보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를 모색한다. 박찬국 교수(철학과)는 '현대인이 불행한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대한 답을 에리히 프롬에서 찾으며 쾌락이나 소유로 종식되는 삶이 아닌 존재 양식의 삶을 구현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마지막으로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죽음'을 우리가 어떻게 인식해왔는지 신화 속에 담긴 삶과 죽음의 관계로 알아보는 유요한 교수(종교학과)의 강연으로 끝을 맺는다.
각기 다른 강의 내용과 주제지만 그 안에서의 연속성을 가지며 철학, 종교, 역사, 문학을 넘나들며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렇게 기획, 의도, 내용은 좋았던 반면 책의 내용을 정리하는 수준이 아닌, 감상평을 쓰기 어려웠다. 그리고 아쉬웠다. 왜 일까? 분명 각 강의를 담당한 교수님들의 내용은 진지했고, 노력의 흔적이 역력했는데 말이다.
결정적으로 말하자면 ‘울림’이 부족했던 탓이 아닐까? 높고 낮음의 인문학 보다는, 체온이 느껴지는 인문학 관련 서적이었던 걸 원했던 게 아닐까? 이 책은 지극히 교도소 수용자를 향하고 있지만, 그 안의 내용은 교수님들의 강의가 주로 담겨져 있다. 그렇다 보니 이 책을 읽는 독자로서는 교도소 수용자들의 반응과 피드백까지 양 측면을 다 알고 싶은 건데, 한 쪽 측면만을 반영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교양강좌 혹은 노인대학의 인문학 강의록 같은 구성이 ‘교도소 속 인문학’이라는 즉, 나름 인생의 한 극단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와 닿는 인문학이라는 게 어떻게 다르고 처절하게 느낄지에 대한 궁금증의 해갈에는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