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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래치북 나이트뷰 클래식 컬렉션 ㅣ 스크래치북 나이트뷰
Lago Design Inc. 지음 / 라고디자인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컬러북이후 스크레치북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러나 친숙하게 느껴졌던 것은 왜 일까요?
훌쩍 초등학교 때 학부형인 어머니께 일일 교사를 맡겼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제 어머니 차례였는데, 미대생 출신이었던 어머니 전공을 살려 크레파스를 16절지 도화지 바닥에 칠한 후 그 위에 검은색 크레파스칠로 덮은 후 칼로 모양을 파내면 그 속에 숨겨져 있던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빛깔이 드러나며 삐뚤빼뚤한 그림 형태를 아름답게 만들어 주었던 수업을 함께 했던 행복했던 기억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책이 도착하고 하다 보니 박스를 뜯어본 어머니가 더욱 기뻐하시네요. 생신은 아니었지만, 생신 선물을 드린 양 한장씩 같이 해보기 시작했습니다.
어설픈 저의 손놀림과 달리 꽤나 ‘살아 있네~’ 싶은 어머니의 손재주가 눈에 띠게 되네요. 점점 한쪽은 투박해지고, 다른 한쪽은 섬세해집니다. 마침 책에 함께 동봉되어 온 추가 펜이 있어 동시에 할 수 있어 무척 신이 난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들이 퇴근해 오면 단 30분이라도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음과 같은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무척 세밀하고 정교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강물에 비친 불빛이라든지 멀리서 보이는 작은 불빛 하나까지도 점으로 나타나 있어 야경의 진수를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기존의 스크레치 작품은 벗겨진 색채로 인해 눈길이 가는데 반해, 이 책의 컨셉이 ‘야경’이다 보니 불빛과 어둠이라는 극단적인 차이가 오히려 그 화려함을 강조하여 사실적인 느낌이 나네요.
또 종이 질이 무척 좋다는 것과 각각 종이마다 덮개가 될 수 있는 종이 겉장이 있고, 거기에 장소가 어딘지(영국, 이탈리아, 헝가리, 독일 4개국의 도시 런던, 피렌체 등)설명이 되어 있다 보니 무척 고급스럽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입니다. 더불어 스크래치 실수로 긁을 일이 줄고, 종이를 넘기는 손톱로 인해 긁을 일도 미연에 방지했다는 점에서 기획자의 지혜와 배려가 돋보이네요.
그렇게 한땀한땀 하루하루 어머니와의 공동작업을 하다 보니,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깨달음이 있습니다. 어릴적 그 시절에는 왜 어머니가 한 때는 그림의 꿈을 갖고 있었던 30대의 한 여자라는 것을 몰랐을까요? 시간이 흘러 그 때 어머니의 나이가 되고 보니, 많은 생각이 듭니다. 결국 그녀가 남긴 명작은 저라는 거.. 그녀의 인생과 이 스크래치북을 놓고 생각해 보았을 때, 단순히 '기회비용'과 '선택'이라는 용어를 빌어 설명해 보아도 채워지지 않는 묘한 감정들이 마구 생기네요.
끝으로 어머니와 함께 작업을 해보며 소소하면서도 소중한 시간을 만들게 되어 출판 관계자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