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곳마다 마음꽃이 피었네 - 장산스님의 53일간 만행일지
장산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부산 세존사에서 강원도 낙산사까지 왕복 1300km를 걷는 도보 수행을 하며 느끼고 생각한 것을 정리한 여행기 겸 순례기이다. 더불어 여행지 별 불교 사찰과 유적지, 그리고 관련 지식을 함께 알려주며 자칫 무거워지거나 지나치게 경건해질 수 있는 내용에 흥미로움을 더한다.

 

읽는 내내 담담하게 써내려간 스님의 글을 보면서, 그 나지막한 호흡과 함께 명상에 빠지는 듯한 느낌도 들었고, 순간순간 왠지 모를 센치함에 사로 잡히기도 하였다. 그리고 조금 긴 시간을 집중하면서 읽다 보면 마치 내가 스님과 함께 동행하는 듯한 느낌도 들기도 하여, 순간순간 왠지 모를 청량감에 사로잡히는 기분 좋은 경험도 있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깊이라는 것은 경험과 비례하는 것 같다. 내가 불교서적에 젖어들게 된 건 군복무시절이었다. 뭐가 그렇게 궁금하고 헷갈리는 게 많던지... 그리고 뭐가 그렇게 불안하고 힘들기만 했던지.. 지나고 나면 별일이 아닌게 그 당시에는 참으로 별일이었다. 그랬던 나에게 불교서적은 이를 단순화 시켜주면서, 문제와 그 감정들을 직시하게 해주었다. 그랬던 경험이 지금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생경하게 떠오를 뿐만 아니라, 아마 그 당시에는 미처 파악할 수 없었던 스님의 문장과 그 속의 참 뜻이 생경하게 다가왔다.

 

근데 돌이켜 보면, 그게 꼭 불교서적이었기 때문인 아닌 것 같다. 불교라는 배타성 때문에 이 책을 접하는 걸 가로 막지 않길 바란다. 그냥 멘토가 진심으로 전해주는 조언 같은, 삶을 관통하는 인사이트를 포착한 순간순간을 문장으로 표현해 둔 것이었다. 종교라는 이유로 경건해진 것이 아니라, 힘든 시절 소중한 가르침에 눈을 뜨고, 스스로 마음을 쓸어 내린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이는 신앙이 아닌 가 아닐까? 마음 속에 겁먹고 웅크린 를 만나는 것! 이 책 역시 종교서적 이전에 수필집이고, 수필집 이전에 깨달음이라는 과정을 통한 아포리즘 아닐까?

 

이제 곧 한 해가 가고, 새로운 한 해가 온다. 그리고 한 살을 더 먹겠지만, 아직도 헷갈리는 것, 불안한 것 투성이다. 한해의 마무리를 이 책과 함께 하며 산천의 아름다움과 지난 부족한 나를 토닥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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