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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아이를 갖는가?
크리스틴 오버롤 지음, 정명진 옮김 / 부글북스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난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고,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너무나도 머나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미 결혼할 나이라는 주위 시선들과 아이를 낳고 결혼한 커플들을 보면서 이제는 내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며,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아이가 생겨서 얻는 삶의 의미에 대해 새삼 놀라곤 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서평단에 겁 없이 신청했다.
저자는 책의 표지에 나타나 있듯, “아이를 갖는다는 것은 아이와의 관계를 창조하고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를 열고 그리하여 당신 자신을 다시 창조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아이를 갖는다는 의미를 밝히고 있다.
그리고 페미니스트적인 관점으로서 아이를 낳는 것은 여자에게 있어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리고 아이를 가질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할 때 작용하는 도덕원리를 탐구한다. 다시 말해 출산을 결정하는 선택은 생물학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윤리적인 차원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즉, 아이를 낳는 것이 여자의 의무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굉장히 폭력적인 것일 수 있으며, “왜 아이를 안 갖냐”고 묻는 질문이 실례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아이를 갖기로 선택하는 가장 훌륭한 이유는 자식과의 관계형성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여성들이 아이를 갖는 이유는 대부분 파트너를 만족시키거나 붙잡아 두기 위해, 어머니로서의 미래에 충실하기 위해, 아이를 사랑하고 아이로부터 사랑을 받기 위해, 자신의 여성다움과 성인으로서의 성숙을 확인하기 위해, 자신의 삶에서 존재론적 의미와 실현을 이루기 위해서 등의 이유가 존재한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 여성들이 아이를 갖지 않을 이유로는 대부분 결과론적이라고 말한다.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여전히 사회적 약점으로 작용하는 문화권에서 아이를 갖는 것이 여성에게 억압적인 결과를 주는 경우, 태어날 아이가 심각한 빈곤이나 억압적이거나 위험한 환경에 처하게 되거나 전쟁에 노출되거나 생명을 위협할 환경적 위험을 처하게 될 경우이라고 말이다. 어쩌면 난 지극히 남성중심적인 시각에서 출산을 바라보았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낳는다는 것을 둘러싼 수많은 이유를 알고 아연질색할 수 밖에 없었다. 상상의 영역에서 완전히 벗어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를 갖기로 한 결정은 단순히 나의 2세를 갖기로 하는 선택이기보다는 "한 아이를 키우고 또 그 아이가 장래 사회에서 최소한 한 사람의 독립적인 성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을 제대로 시키겠다는, 엄청나게 긴 세월과 많은 것이 요구되는 임무를 떠맡겠다는 결정"이라고 말한 저자의 생각, 그리고 이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전 인류적인 이야기 이며 인류의 생존에 대한 이야기라면서 거시적인 관점까지 시야를 넓혀준 이 책을 읽고 나니 왠지 조금은 어른이 되는 느낌이 든다. 왠지.. 결국은 잠시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