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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관이 도끼에 맞아 죽을 뻔했디 - 대한민국 최초 법의학자 문국진이 들려주는 사건 현장과 진실 규명
문국진 지음, 강창래 인터뷰어 / 알마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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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올해 드라마 <싸인>을 워낙 재미있게 보았던 터라, 이 책의 서평단 신청은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또 우리나라의 법의학 역사가 길지 않고, 의사가 사짜 직업의 으뜸이라 꼽히는 세상에서 법의학이라는 외로운 길을 걷고 있는 이의 증언 역시 궁금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사명감이라는 게 하릴 없어 보이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 역시 없기 때문이다.
드라마 <싸인>과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구절에서 살짝 당황하기도 했다.
"드라마 싸인을 보고 처음에는 아주 화가 나더라고. 저런 엉터리가 어디 있나 싶었던 거요..." 법의학이라는 학문과 그 분야에 대해서 본질을 제대로 보려하지 않고 그저 재미만을 추구한 것은 아닐까 하는 반성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구절에서 이 때까지 보았던 드라마 <싸인>의 주요 갈등라인에 대해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점을 알게 만들어 주었다.
"결과가 마음에 들더라고. 결국 국과수가 권력으로부터, 누구로부터도 간섭 받지 않도록 독립되어야 한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을 보고는 마음이 다 풀렸어요. 그래야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지킬 수 있는 거디요."
즉, 법의학이라는 것은 철저히 죽은 자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일이면서도 사람들의 이권개입과 권력과의 또다른 싸움이 이종결합되어 있다는 현실적인 부분이 그 핵심이었던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한국 사회에서 법의학 태동시 척박함을 보여주는 부분. 법의학교실을 시작하기 전 6년 동안 국내와 외국을 넘나들며 미국식으로 할지 일본식으로 할지 고민했던 시절들. 이 역시 권력과 사법제도 하에 포함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었다는 슬픈 태생적 아킬레스건이 안타깝기도 했다. 거기다 보수도 낮고 사회적으로 부검을 '두벌죽음'이라고 생각해 부정적인 이미지와도 싸워야 했던 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어떻게 외길을 걷는 인생에 위기가 없었을까 하는 데.. 이런 내용이 나온다.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려고 은사를 찾아갔을 때, 누구보다 제자가 법의학자가 되길 반대했던 스승이 그의 길을 지지해주고, 포기하지 말고 가던 길을 계속 가라 했다는 내용. 스승의 마음도 알겠고, 제자의 마음도 알겠는 그 구절에는 참으로 법의학자의 태두인 동시에 인간적인 냄새도 맡을 수 있었다.
알마에서 기획한 이 시리즈는 역시나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박웅현CD나 빗물연구소 소장 한무영 편처럼. 진짜에 대해 저술하고 있어, 다음 김용택 시인 편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