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시 에디션 D(desire) 2
제임스 발라드 지음, 김미정 옮김 / 그책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을 때 가독성에 있어 힘겨운 게 사실이다. 나중에 왜 그랬을까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친숙하지 않은 감성에 대한 낯설음일까? 아니면 번역의 문제일까? 확실한 것은 책에 담겨있는 감성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영화 <크래시>는 칸영화제 수상 당시 외설과 선정성을 화두로 논란이 되었던 작품이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본 그 당시에는 19금 빨간비디오를 몰래 숨어서 보는 어린학생의 입장이었다. 그래서 영화를 다시한번 보게되었다. 물론 소설 <LA컨피덴셜>이 영화화되고, 전설적 작가 제임스 엘로이가 인터뷰할 때 “세상에는 <LA컨피덴셜>이 두 작품있다. 제임스 엘로이 버전과 가이 피어스 버전!”이라고 할 만큼 각색 자체가 새로운 작품화 된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소설과 영화 안에 담겨 있는 감성은 그대로였다.

 

등장인물의 궁극적인 목표를 성적 자극과 극한의 쾌락 추구다. 이들은 자동차와 자동차사고를 통해 성적욕망을 충족한다. 하지만 이 부분은 영화에서 사운드효과가 가미될 때 보다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논리가 아니라 감정적인 문제이기 때문이고, 워낙 친숙하기 힘든 감성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책에 담겨있는 감성은 본능적이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이란 먹고 자고 싸고 성관계하는 게 본능적이라면 말이다.

 

책 속의 감성은 둘째치고, 부러웠던 것은 이러한 문제작을 받아들이는 문단의 반응이다. 우리나라는 외설의 논란에 대해 덮어두고 폄하하려는 경향이 있다. 마광수 교수가 쓴 문제작들은 모두 논란의 대상이 되었고, 이에 대한 한국 문단은 작가로서의 교수로서의 모든 명예에 린치를 가했다. 그러다보니 순수문학만이 문학의 궁극적 목표인양 되어 버렸고, 장르 문학과 스토리의 재미는 첫 번째로 꼽히는 작품이 아닌게 되어버렸다.

 

매체의 다변화로 인해 소설의 소재도 바뀌고, 문장의 호흡도 달라졌다. 하지만 아직도 변하지 않은 것은 문단의 답답한 잣대이다. 결국 책을 읽지 않는 독자들을 탓하기 전에, 문학계가 스스로 독자들과 멀어지려고 몸부림 친 것은 아닐까? ‘나이키의 경쟁상대는 닌텐도’라는 책이 있다. 어쩌면 책의 경쟁상대 역시 다른 오락이나 예술장르가 아닐까?

 

최근 마광수 교수가 새 책을 냈고, 대학로에는 선정성 강한 연극이 붐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색안경을 끼고 무조건적으로 손가락질할 것이 아니라, 그런 붐에 대해 인정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 그래서 문화컨텐츠의 질이 깊어지는 미래가 오길 기대해 본다. 그래야 노벨문학상도 나올 수 있는 국가가 되는 것은 아니냐고 되묻는 것은 지나친 나의 주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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