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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학? - 시장조사의 신화, 소비자에 대한 진실, 쇼핑의 심리학
필립 그레이브스 지음, 황혜숙 옮김 / 좋은책들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화두는 "과연 소비자는 의식적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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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적(意識的)
어떤 것을 인식하거나 자각하면서 일부러 하는. 또는 그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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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적이라는 뜻에는 '자각'과 '인식'이라는 말이 숨겨져 있다. 즉 머리를 사용하는 이성적인 사고로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있냐는 게 이 책의 물음이다. 이에 저자는 과감히 NO!라고 밝히고 있다.
그것은 마치 운동선수들의 징크스 에피소드처럼, 테니스를 치다가 서비스 에이스를 넣으면 꼭 그 공으로 경기를 하려 하는 등의 극단적인 미신이 곧 과거에 도움이 되었다고 여겨지는 뭔가에 매달리고 싶어하는 인간의 마음처럼 무의식적인,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점에서 소비가 이루어진다는 것이었다.
우연히 예전에 맥도날드사의 TV광고가 생각이 났다. 블라인드 모니터링을 하고, 아메리카노를 같은 컵에 따라주었더니 브랜드의 영향력과 상관없이, 값과 상관없이 맥도날드 커피가 제일 맛있더라 하는 내용이었다. 이 책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나온다. 바로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사이의 마케팅 전쟁 사례였다. 맛과 브랜드에 대한 실험이 그 주된 내용이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소비자들은 무지하며, 정작 자신이 뭘 원하는지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렇듯 이 책의 무의식적인 소비에 충실하면서도 합리적인 소비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들 생각의 사각지대를 꼬집고 있다.
이런 사례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게 아마 영화투자 분야가 아닐까 싶다. 투자사 사람들을 지켜본 결과 모기업이 대기업인 현재 우리나라의 특성인지 모르겠지만, 투자해야 하는 근거를 찾기 바쁘다. 정작 이 시대의 관객들은 이런 것들을 원하더라 라는 통계자료와 사회문화적인 트랜드를 귀납추론해서 말이다. 하지만 트랜디한 작품이 성공할 확률은 그닥 많지 않은 것 같다. 하나의 유행은 다른 유행으로, 하나의 트랜드는 다른 트랜드로 너무나도 급박하게 전환되기 때문이다.
이 책과 관련 연구결과가 현재의 모든 기획의 첫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시장분석 부분을 폐지할 거라는 생각은 절대 절대 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의 무의식적인 소비경향을 감안하기는 하지만, 기업들의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부분에 있어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다면 참 아이러니하다고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소비자들의 행동분석.. 이를 알고 싶은 것은 어쩌면 점쟁이들이 말하는 천기누설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혹은 시장) 조사를 근거로 믿지 않을 수 없는 이 시대의 다변화와 혼란스러움은 영원한 숙제로 남을 것 같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 책의 편집이다. 그 흔한 삽화나 그래프 하나 없이 주구장창 글로써만 빼곡히 채워놓은 이 책은 쉽게 질리게 한다. 어쩌면 소비자들의 무의식적인 것을 꼬집는 혜안을 보이면서도, 정작 독자들의 의식적인 것은 놓쳐버린 자가당착의 오류를 범한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