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너라는 계절 - 한가람 에세이
한가람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8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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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온통 너라는 계절

◆지은이 한가람

◆출판사 북로그컴퍼니

◆리뷰/서평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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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수험생 시절 심야 라디오 방송을 꼭 챙겨 들었다. 밤잠이 없는 나에게는 새벽2시 라디오는 그 때까지 나에게 공부하게끔 해주는 당근이었다. 아침잠이 많은 나인 것도 알고, 전날 새벽까지 라디오를 들으면 분명 그 다음날 고생한다는 것도 알았음에도 이를 멈출 수가 없었다.


왜 그랬을까?


음악도 DJ도 사연도 내용도 다 좋았지만, 그 때 전해지는 감성과 왠지 모를 위로가 나를 포근히 감싸주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도 왠지 모르게 위로가 필요하다 싶을 때에는 심야 라디오 방송을 찾아 듣는다.

그런데 그 라디오의 작가가 쓴 책이라고 한다. 심지어 드라마페스타 <한여름의 추억> 드라마 작가가 쓴 책이라고 한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자제시키며 한장한장 읽어 나가게 되었다.


'작가의 말'에서 이미 호감을 느끼며 출발한 이 이야기는 첫사랑, 짝사랑, 뜨거운 사랑, 잊고 싶은 사랑, 추억하고 싶은 사랑 등등 다양한 사랑을 경험한 작가의 진정성 있는 고백을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끝인사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보인 자신을 인정하는 용기로 끝을 마무리해주었다. 왠지 모르게 코끝이 찡해졌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였다. 신기하게도 사랑으로 시작해 사랑으로 끝나는 책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를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으로 순환시키며, 사랑과 함께 성장한 작가 자신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하나하나 읽어나가다가 마지막 다시 봄을 읽으며 어느새 조금은 성숙해진 도 발견할 수 있었다.


고마웠다.


그 땐 그랬지.. 하는 과거에 대한 회한과 그 덕분에 성장한 지금의 나를 돌아볼 수 있었으니깐.


너무 좋은 기분, 너도 알지? 머리가 멍 귀가 찡 심장이 덜컥 덜컥 덜컥 오래된 기찻길을 지나는 것 같은 그런 기분. 지하철에 탔는데 너한테 온 전화를 받고 끊고 그다음 밀려오는 웃음을 어쩌지 못해 숨기지 못해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고 킁킁 웃는 나. 너무 좋아서 너무너무 좋아서 아침에 일어나 빳빳한 티셔츠만 봐도 자꾸 웃음이 나는데. 구름 위를 걷고, 걷고, 또 걷다가 왈칵 슬퍼지는 건 이러다 당장이라도 뚝 끝날 것만 같아서 종이 싹 접듯 주머니에서 손 쓱 빼듯 그렇게 사라져버릴 것만 같아서.”

- 덜컹덜컹 중에서


나는 분명히 자랐다고. 내게 그 사람과의 사랑이 내 인생에서 유일했던 연애도 아닌데 내 연애의 기억이나 무용담이 전부 그 사람과의 이야기 그것이 근원이라는 건 그 사람이 정말 달랐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세상엔 있잖아, 놀랍게도 발전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러니까 거의 모든 사람들은 몇 번의 연애를 하고 헤어진 뒤 이렇게 말해. “나 또 헤어졌어. 대체 뭐가 문제야?” 뭐가 문제긴. 그 연애의 유일한 공통점. 바로 나, 나 자신이 문제잖아. 그걸 오답노트처럼 꼼꼼히 생각하고 고쳐야만 우린 더 나은 연애를 할 수 있는데 보통 사람들은 자신에게서 그 문제를 찾지 않고 계속 바뀌는 상대에게서 그 문제를 찾아. 그럼 답이 없어. 변수가 너무 많으니까. 나 역시 그랬어. 나 자신의 문제는 조금도 돌아보지 않은 채 상대방에게서 문제를 찾았지. 그리고 우습게도 복수를 다짐하곤 했어. 그런데 있지. 이 사람은 아닌 거야. 이 사람이 나를 어떻게 바꿔놓았는지는 기억나지 않아.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물들어 있었으니까. 하지만 난 이 사람을 만난 이후 내 연애의 단점이나 고질병을 고쳐나가기 시작했어. 더 이상 억지로 떼를 쓰지는 않게 되었다거나 사람을 이해하는 폭이 더 넓어졌다거나 진짜 헤어질 생각이 없다면 헤어지잔 그런 말은 웬만하면 하지 않는다거나. 그렇게 나는 분명 자라게 된 거야. 나아지게 된 거야. 그래서 헤어지고 난 뒤 다음 사람에게 조금 더 어른처럼 굴 수 있었어. 물론 어른이 되었다고 좀 더 자랐다고 그다음이 완벽한 사랑은 아니었지만. 그건 그냥 운명이었다고 생각해. 그 사람이 내게 최고의 사랑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영원히 함께할 수 없다는 것. 그것 역시 전부 운명이었듯이. 기특하게도 나 이제 그런 걸 알게 되었어.”

- 감히 말할 수 있어요 중에서.


헤어진 지 얼마나 되었다고

헤벌쭉

그 사람 앞에서 웃고 있는 나

주체 못 할 만큼 심장이 뛰고 있는 내게

참 쉽다, 헤프다

욕하지 말아줘요.

- 내 마음은 이토록 이토록인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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