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영재들의 놀이터 굿 페어런츠 시리즈 5
강성일.이광서.이준호 지음 / 살림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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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른들은 언제부터 ‘그림’이란 것에 손 놓게 되었을까? 고등학교 미술 시간을 끝으로 붓과 물감으로부터 멀어지는 상황에서 막상 아이에게 미술 교육을 하려면 ‘대략 난감’하다. 엄마에게 크레파스를 들고 와서는 이것저것 그려 달라고 하고 자기도 나름대로 무언가를 표현하려는 딸을 보면 기특하면서도 어떤 방법으로 아이에게 도움을 줘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




<아주 특별한 영재들의 놀이터>는 이처럼 아이의 미술 활동에 고민이 생기는 부모를 위한 책이다. 이 책을 쓴 사람들은 바탕소미술교육연구소를 운영하며 아동미술에 대해 발전적 방향을 찾아가는 세 명의 미술 교육가들이 썼다. 이들이 처음 이런 방식을 시도하게 된 데에는 우리 미술 교육이 너무 입시 위주로만 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으로부터 시작한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게 쉽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교육 방식은 아이들로 하여금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기회를 박탈했다. 열 살짜리 아이에게 자기 얼굴을 관찰하여 그리라고 하면 의외로 진땀을 흘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저자들은 이런 현상들을 진단하며 많은 금기와 제약들이 우리나라의 어린이들을 억눌러 왔다고 말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자신을 표현하는 데에 두려움을 느낀다. 어릴 때부터 자기가 좋아하는 것, 자신의 느낌이나 가치에 대해 자연스럽게 표현하도록 부추기는 것은 교육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자신의 느낌이나 경험을 섬세하고 다양하게 표현하면서 자아의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자기와 세계의 소통을 열어주는 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특히 미술은 자유로운 자기표현의 측면에서 효과가 있다. 책의 저자들이 본 결과에 의하면 많은 아이들은 부모의 기대나 학교 교육의 획일성 등으로 자기표현의 기회를 제약받는다고 한다. 이런 아이들은 그림을 그려보자는 말에 아주 소극적으로 움츠러드는 등의 반응을 보인다.




“알면서 그랬든 모르고 그랬든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특정한 목적이나 결과를 강요하다 보면 아이들은 자신의 리듬을 발견할 기회가 줄어듭니다. 그럴수록 아이는 자아 존중감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렇게 상처받은 자존감을 보호하기 위해 아이들은 전략적으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신 다른 모습을 드러내게 됩니다. 그런 전략이 계속되면 점차 굳어져서 바꾸기 힘든 성격으로 변할 것입니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어떤 미술 교육을 해주면 좋을까?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커다란 전지 위에 누워 있으면 옆에 있는 친구가 몸을 따라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는 자신이 자라서 되고 싶은 사람으로 표현해 보는 것도 좋다. 이런 표현 기법을 바디트레이싱이라고 하는데 이 작업을 통해 아이들은 인체 비례에 대한 감각을 형성할 수 있다.




거울을 보면서 자기 얼굴을 그려보도록 하는 것은 자신의 생김새를 자세히 관찰하는 능력을 키워 준다. 인체 내부를 상상해 그려 넣도록 한다던가, 자신이 좋아하는 동화 속 주인공을 그려 보도록 하는 것,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 등은 상상력을 기르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아이들의 창의성을 높이고 여러 감각을 길러주는 데에는 만들기 놀이도 매우 효과가 있다. 쌓여 있는 나무 조각을 갖고 이것저것 만들어 보도록 하는 것은 공간 지각력을 기르는데 좋다. 무엇인가를 만들기 위해 나무 조각을 고르는 과정은 형상에 대한 예민한 감각을 저절로 길러 준다.




엄마와 함께 하는 ‘주변 환경’ 프로젝트도 재미있다. 우리 집과 마을 등의 주거와 도시 환경을 이해하도록 돕는 이 활동은 아이들에게 거시적인 관점을 키워 준다. 나무 블록으로 마을 을 꾸미면서 우리 집, 이웃집, 공원, 병원 등을 꾸미면서 아이들은 여러 공간이 지닌 의미와 개념을 습득할 수 있다.




지금 세 살인 우리 아이가 최근 들어 가장 좋아하는 놀이 중 하나도 바로 이 ‘공간 꾸미기’다. 여러 형태의 나무 블록을 가지고서 놀이터에 있는 미끄럼틀과 시소, 그네 등을 만들며 즐거워하는 모습은 너무도 해맑다. 아직은 소근육 감각이 부족하여 엄마 힘에 의존해 놀이터를 만들지만 좀 더 크면 자기가 이것저것 만들기 놀이를 하며 세상과 소통할 것이 기대된다.




이 책에 따르면 유년 시절에 마음에 품은 인상들은 나중에 수학이나 과학, 인문학과 같은 지적인 작업을 할 때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한다. 아무리 순수한 이론적 작업이라고 해도 그 이론의 토대가 되는 기본적인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미지 작업은 어린 시절의 강렬한 체험을 기초로 하여 본격적인 구체성을 확보해 간다.




최근 중등 교육의 양상을 보면 예체능 과목의 경시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예체능 과목의 성적을 평가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취지는 좋지만, 그 과목들은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치부하는 학생들과 부모, 교사들. 이런 현상을 보면 씁쓸하기만 하다.




과연 예체능은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무시해도 되는, 배우지 않아도 되는 과목일까? 전인적 인간상을 구현한다는 현대 교육의 목표는 온데간데없고 그저 학습만 잘하는 기계적 인간을 만들려고 하는 건 아닌지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미술 교육 또한 아이들의 풍부한 감성과 지적 능력을 키우기 위해 꼭 필요한 과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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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케이크 - 입맛 까다로운 강남 아줌마들을 사로잡은 슈크레 공선생의 달콤한 베이킹북
웅진리빙하우스 편집부 엮음 / 웅진리빙하우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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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책이 왔네요. 좀 늦게 온 것 같은데... 기다리던 책이니 만큼 마음이 부풀어 책장을 펼쳤습니다.

너무 예쁜 케이크 그림들이 잔뜩 펼쳐지는 것도 맘에 들고 초보자가 알기 쉽게 케이크 만드는 법을 설명해 주는 것도 너무 맘에 듭니다.

이 책을 보니 케이크 만드는게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전에 영국에 거주할 때에는 오븐에 빵이나 스콘 같은 걸 자주 구워 먹었었는데 그 때의 생각이 새록새록 나면서 다시 또 빵 굽기에 도전하고 싶은 의욕이 마구 생깁니다.

이 책을 신청하게 된 데에는 딸이 빵이랑 케이크 종류를 맛있게 먹는 게 계기가 되었네요. 워낙 요새는 못 믿을 음식들이 많아 밖에서 사주는 것은 되도록 안 먹이고 있는데 그래도 빵, 케이크는 아주 가끔 사주면 좋아라 하네요.

엄마가 직접 만들어 주고 싶어서 책을 신청했는데 용기가 마구 생깁니다. 여기 나온 비법으로 이것저것 만들어서 저도 먹고 남편도 주고 아이도 챙겨 주어야겠어요.

덤으로 책 마지막에 붙어 있는 청담동 케이크 전문점 케이크랑 커피 무료 쿠폰도 너무 좋습니다. 얼렁 가서 맛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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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기차 여행 - 하늘길이 열리다
천양 지음, 박승미 옮김 / 뜨인돌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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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타고 티베트 지역을 지나노라면, 나뭇잎 색들이 점점 노랗게 물들어가고 기온이 차츰 내려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해발 고도가 높아지면서 주변 경치는 천천히, 그러나 아주 뚜렷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이것은 절대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체험이다.




철길을 따라 그림 같은 풍경들이 줄지어 나타난다. 안락한 침대에 앉아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들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윽한 커피 향 사이로 따사로운 햇살이 춤추며 다가온다. 이런 편안한 느낌은 여행에서 얻는 또 다른 묘미이다.”




원시 모습 그대로 보전된 고원 생태계, 광활한 초원, 황량한 고비 사막, 얼음 같이 맑은 호수로 대표되는 나라 티베트. 비행기와 철로 등의 현대적인 교통수단이 없다면 이곳은 영원한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었을지도 모른다.




현대 문명의 이기인 비행기와 기차는 숨어 있던 고원의 나라 티베트를 지상 최고의 관광 상품으로 바꾸어 놓았다. 여행 좀 한다는 사람치고 티베트를 꼽지 않는 이가 별로 없다. 동서양 모두에게 이곳은 신비의 지역이고 동경의 대상이다.




최근 이곳에는 칭짱 열차가 개통되어 티베트의 구석구석을 모두 둘러볼 수 있는 더 많은 기회가 제공되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광은 기차 여행이 아니라면 결코 맛볼 수 없는 독특한 체험일 것이다. 기차가 눈과 태양 사이를 질주하는 가운데 수없이 변화하는 칭짱 고원의 날씨도 경험할 수 있다. 때로는 천둥과 번개 사이를 가로질러 달리는 열차 안에 앉아 있는 행운도 있다.




티베트는 불교의 발원지인 만큼 그 문화를 역력히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달라이 라마를 비롯한 수많은 승려들, 경통이라고 불리는 법전 통을 돌리는 사람들, 오체투지를 하며 고뇌를 잊고자 하는 이들. 이런 독특한 문화들이 이곳에서는 당연한 삶의 법칙이다.




티베트가 자랑하는 것은 문화적 독특함만이 아니다. 이곳에서는 자연 그 자체가 신비로운 하나의 예술이다. 하늘 길이라고 불릴 정도로 높은 지대에 자리하고 있어서 강하게 내리 쬐는 자외선, 사막과 만년설이 동시에 펼쳐지는 풍경 이런 것들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곳이 바로 티베트이다. 




그래서 많은 여행자들이 이곳을 좋아하고 강렬한 인상을 얻는가 보다. 티베트에는 오랜 옛날 지각 변동으로 인해 바다였던 곳이 융기하는 바람에 염도가 강한 소금 호수도 많이 있다. 세월이 흘러 호수가 염전이 되고 그 위에 소금으로 된 다리까지 조각할 정도니 자연의 변화란 놀랍기 그지없다.




티베트의 수도 라싸는 이 나라의 모든 특징을 함축하고 있다. 중국은 1951년 티베트 지역을 중국으로 통합하고 60년에 라싸를 지방 자치구 수도로 승인했다. 그 뒤 1982년 라싸는 중국의 24개 문화 도시 중 하나로 지정되었다. 그만큼 역사, 문화적으로 고유한 특색을 많이 가지고 있는 도시인데 세계 각지에서 티베트의 문화를 체험하러 온 사람들로 항상 북적인다.




“라싸에 다녀온 누군가를 붙잡고 왜 그곳에 갔느냐고 물으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티베트로의 여행은 자신이 평생 동안 꿈꿨던 소원이었다고 대답한다. 그러고는 라싸의 경치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감동 어린 어조로 설명해 준다. 라싸에 대한 이러한 동경은 비단 그 사람들만 갖고 있는 게 아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일단 출발’이라는 마음만으로 그 찬란하고 아름다운 태양의 도시를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닐까?”




라싸를 대표하는 상징물로는 달라이 라마가 기거하고 있으며 티베트 지방 통치 정권의 중심이 되는 부다라 궁이다. 원래 ‘부다라’는 범어를 음역한 것으로 ‘보타락; 또는 ’보타‘라고도 부르는데 관세음보살이 거하던 영지를 가리킨다고 한다. 7층이나 되는 높이를 계단으로 걸어 올라가야 도달할 수 있으며 티베트의 중대한 종교, 정치 행사는 모두 이곳에서 거행된다.




티베트에는 이곳 외에도 곳곳에 유명한 사찰들이 있다. 티베트 승려들은 ‘변경’이라는 시험 제도를 통해 자신의 수행 능력을 테스트 받는다. 이 시험의 과정은 참 흥미롭다.




사원의 모든 사람이 참여하는 자리에서 먼저 한 사람이 자신의 관점을 제기하면 또 다른 한 사람이 그 의견에 대한 반론을 피력하는 과정을 거친다. 테스트를 받기 위해 자기 논리를 펴는 사람(입종자)와 그에 대응하여 논리의 허점을 찾아내는 자들(대변자들)로 구성된 토론의 장이 펼쳐지는 것이다.




입종자가 대변자의 질문과 반론에 수준 높은 답을 제시하면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그의 승리를 축하한다. 승려들은 대중 앞에서 체면을 구기지 않기 위해 평소에도 열심히 경전을 공부하고 변경을 준비한다고 한다. 대변자의 까다로운 반론과 질문에 적절한 대답을 펼칠 수 있는 승려만이 거시 학위를 받거나 승급이 오를 수 있는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이 책을 읽고 티베트 중에서 어떤 것을 꼭 보고 싶냐’고 묻는다면 나는 ‘티베트의 모든 것, 구석구석’이라고 답하고 싶다. 그만큼 티베트는 멋진 매력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그래서 많은 여행자들에게 꿈의 공간, 신비롭고 꼭 한 번 가봐야 할 여행지로 꼽혔을지 모르겠다.




단 이곳을 방문할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이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그건 바로 ‘고산병’이다. 예민하고 병에 약한 체질의 사람에게는 가보고 싶긴 하나 두려운 곳이 티베트일 것이다. 급격한 온도 변화, 따가운 자외선의 노출, 고산병으로 인한 울렁거림과 어지러움을 극복할 자신이 있다면, 배낭을 메고 떠날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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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2 2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박훈규 오버그라운드 여행기
박훈규 지음 / 한길아트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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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런던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는 커다란 빅 벤, 스톤헨지의 독특하고 인상적인 풍경, 비틀즈, 베컴과 축구. 이 정도로 영국을 떠올리고 있다면 이 나라의 아주 일부에 국한된 이미지를 알고 있는 것이다. 마치 우리나라 하면 태권도와 김치를 떠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책 <박훈규 오버 그라운드 여행기>는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영국의 디자인과 문화, 음악 등을 소개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여러 건축과 조각들은 영국에 일 년 넘게 거주하면서도 내가 접하지 못한 것들이 꽤 많다.




그가 찾아다닌 여러 건물, 조각품들은 대부분 현대적이고 실험적인 것들이다. 그러니 ‘빅 벤’과 ‘스톤헨지’ 정도로 영국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생소하고 독특할 수밖에.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이라는 독특한 전공만큼 저자의 시각은 ‘세상과 소통하는 디자인’에 집중되어 있다.




책의 전반에 걸쳐 저자가 쫓아다니는 대표적인 작가들을 살펴보면 뱅크시, 앤터니 곰리, 윌리엄 모리스, 노먼 포스터 등이다. 이들은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그라피티, 건축, 조형 작업 등을 통해 세상에 자신들의 존재를 알렸다. 미술 관련자가 아니면 잘 알 수도 없는 작가들이지만 책을 따라 그들의 작품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런던에서 제일 먼저 저자가 조우한 작품은 뱅크시의 스텐실 그라피티다. 뉴욕이나 브룩클린 중심의 그라피티는 자기의 고유한 영역을 표시하거나 기존의 질서에 항의하는 듯 공공건물에 흠집을 낼 목적으로 그린 것이 많다. 그것들은 표현 형식의 절제도 없고 자유롭다는 느낌 외에 큰 예술적 감흥을 불러일으키진 못한다.




반면에 뱅크시의 작품은 아티스트로서의 특색이 물씬 풍기는 것들이 많다. 냉소적이고 풍자적인 형태로 도시의 모든 환경을 거대한 캔버스로 삼아 현대적인 팝아트를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코카인을 흡입하고 있는 경찰, 폭파 스위치를 힘차게 누르고 있는 원숭이 한 마리, 키스하고 있는 남성 경찰들 등 현대 사회를 조롱하는 듯 하는 주제성도 돋보인다.




저자가 찾아다니는 건물과 작품들 중에는 ‘밀레니엄 프로젝트’라는 제목으로 영국이 추진해 온 거대 공공사업도 포함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청계천 복원이나 시청 앞 잔디 광장, 광화문 프로젝트 등 공공을 위한 복지와 디자인에 최근 관심을 많이 두고 있다. 현재 영국의 밀레니엄 프로젝트는 90퍼센트 이상이 완료된 상태라고 한다.




밀레니엄 프로젝트는 새천년위원회의 주도 하에 새로운 과학센터, 시청 재건축, 시민 공동시설, 공원, 삼림지대, 교량, 극장, 환경, 교육, 예술 등의 사업을 수행하여 왔다. 이 위원회의 지원을 받기 위해선 일회성 전시든 영구적인 교량사업이든 기존의 것과는 다른 특출한 면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런던 아이(London Eye)라고 하여 템스 강변에 커다랗게 자리하고 있는 원형 기구는 우리나라 놀이동산에 있는 다람쥐 관람차를 확대해 놓은 것 같은 모양이다. 이 거대한 조형물에 대해 저자는 놀라운 기술력과 디자인의 집합체라고 칭찬한다. 남산타워처럼 흔한 이름에 비해 ‘London Eye'라는 이름조차 콘셉트가 분명하여 좋다는 것이다.




런던 아이는 밀레니엄 프로젝트 중 2000년 1월 1일 카운트다운과 함께 개장한 최초 작품이다. 밀레니엄 프로젝트가 시작되던 당시만 하더라도 주변의 고전적인 건물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이 거대한 기구에 대해 혹평하는 영국인도 많았다. 지금은 런던의 명물이 되어 관광 상품으로 한몫 하고 있지만 말이다.




현재 밀레니엄 프로젝트는 꽤 많이 진행되어 고전적 분위기의 영국도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한 형태다. 7-8년 전 내가 영국에 있을 때만 해도 전혀 볼 수 없었던 대규모 현대식 빌딩이 곳곳에 들어서 있는 걸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처럼 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오래된 것을 무조건 없애고 새로운 걸 짓는 방식은 전혀 아니다.




오래된 발전소를 현대 미술관으로 개조하여 사용한다든가(테이트 모던 갤러리), 맥주공장 주변의 시설들을 아티스트 전용 공간으로 이용하게 하는 등(브릭레인 방글라데시타운) 기존의 것을 재활용하는 데에서 영국인들은 놀라운 응용력을 보인다. 그러기에 오래된 것들과 새것이 전혀 따로 놀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풍경을 연출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느낀 것이지만 영국인들은 자신들의 문화에 대해 참으로 자부심이 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거리를 걷다가 발견한 펭귄 출판사의 광고만 해도 그렇다. 역사가 오래된 이 출판사는 책 표지 모양을 열거하고선 다음과 같은 문구로 사람들에게 자신들을 인식시킨다.




“지금까지 씌어진 책 중에서 가장 데카당스한 책(The Best Decadence Ever Written)

지금까지 씌어진 책 중에서 가장 수준 높은 책(The Best Highs Ever Written)

지금까지 씌어진 책 중에서 가장 섹시한 책(The Best Sex Ever Written)

지금까지 씌어진 책 중에서 가장 폭력적인 책(The Best Violence Ever Written)

지금까지 씌어진 책 중에서 가장 방탕한 책(The Best Debauchery Ever Written)

지금까지 씌어진 책 중에서 가장 최고의 책(The Best Book Ever Written)”




저자는 이런 자만이 어디서 오는 걸까 하는 감탄을 숨기지 못한다. 게다가 이 광고의 표현 기법 또한 독특하다. 게릴라 아티스트들의 표현 기법을 차용하여 마치 책꽂이에 책들이 죽 꽂혀 있는 것 같은 포스터를 만들어 거리에 붙여 놓는다. 언뜻 보면 광고라기보다 마치 거리 예술처럼 느껴지도록 말이다.




영국의 힘은 바로 이런 데 있다. 기존의 문화를 높이 사면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어떤 이들은 영국을 ‘변하지 않는 나라’라고 평가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영국은 변하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끊임없이 변하는 나라라고, 그 변화의 방향은 새롭고 실험적이면서 독창적인 것을 추구한다고. 변화의 결과가 긍정적인지 그렇지 못한지는 후대의 역사가가 평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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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nd 2007-07-07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읽어 보고 싶네요..영국은 어떻게서든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나라 좋은 리뷰 감사해요

2007-07-22 2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개도 고양이도 춤추는 정열의 나라, 쿠바 - 초이와 돌다리의 '색깔 있는' 여행 02
최미선 지음, 신석교 사진 / 안그라픽스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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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을 물으면 다들 여행작가라고 대답한다. 여행도 하면서 글을 써서 돈도 버니 일석이조가 아닌가. 남들은 여행 다니며 돈 쓰느라 바쁜 와중에 몇 장의 사진과 글로 경비를 충당할 수 있다는 건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쿠바>는 10여 년 동안 <여성동아>에서 여행 및 레저 담당 기자로 일하다가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여행을 업으로 삼은 최미선 씨와 그의 남편이자 전직 <동아일보> 사진기자인 신석교 씨가 엮어낸 책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여행지를 찾아라>, <대한민국 100배 즐기기> 등의 책이 히트를 치면서 그들의 여행도 국내에서 국외로 종횡무진이다.

 

부부가 만든 책이니 두 사람의 끈끈한 애정 고백과 칼로 물 베는 부부 싸움 얘기가 실릴 법도 한데 기자 출신답게 명료하고 묘사적인 문체로 쿠바의 이곳 저곳을 속속들이 파헤친다. 책의 부제를 개도 고양이도 춤추는 정열의 나라라고 붙였는데 이것은 이 나라 사람들이 워낙 춤추는 것을 좋아한 데에서 따왔다.

 

책의 맨 처음에서 소개하고 있는 곳은 쿠바의 수도 아바나(Habana)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라는 영화에 배경으로 등장하는 멋진 방파제 말레콘을 비롯하여 스페인 식민지 당시의 모습을 고스란히 품고 있어 1982년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올드 아바나 등 수도지만 볼거리가 풍부한 곳이다.

 

저자가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춤을 좋아하고 동양인을 보면 신기해 하는 매우 순수한 이들이다. 미국의 무역 폐쇄로 인해 여러 곤란을 겪는 바람에 쿠바 사람들은 대체로 가난하다. 그래서인지 외국 사람만 보면 돈을 달라는 이들이 꽤 있다고 한다. 외국인들에게 1 달러에 불과한 1 페소가 이들에게는 이삼 일 가량의 임금이라고 하니 경제적 곤란을 짐작할 만하다.

 

체 게바라와 카스트로의 혁명 이후 공산 국가가 된 이 곳은 진풍경도 참 많다. 주택 매매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일요일이면 거리 한편에서 서로 집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나와 교환을 한다. 저자는 소유의 개념이 아니라 주거의 개념으로 정착한 주택 문화를 우리의 부동산 투기와 비교하며 부러워한다.

 

쿠바 하면 많은 이들이 체 게바라를 떠올릴 것이다. 그만큼 그는 이 시대의 영웅이자 민중의 아버지다. 평범한 의과 대학생이었던 그가 혁명가가 된 계기는 핍박 받는 흑인들과 쿠바 민중들의 괴로움을 목격하고서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는 그를 기리는 많은 기념물들을 볼 수 있다.

 

광장을 사이에 두고 혁명탑 맞은편에 있는 건물이 내무성이다. 철골 구조물로 체 게바라의 얼굴을 꾸며 놓은 곳이다. 관광객들은 너도나도 건물 벽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체 게바라의 얼굴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철골로 덜렁 체 게바라 얼굴만 만들어 놓았을 뿐인데 그것이 이곳의 상징물이 되어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살아생전 쿠바 혁명에 큰 힘이 되었던 체 게바라는 죽어서도 쿠바인들의 은인이 된 셈이다.

 

쿠바의 혼란을 틈타 이곳을 냉큼 자기네 주변국으로 집어 삼키려다 실패한 미국은 그 보복으로 단절 정책을 취해 이 나라를 위기에 몰아 넣는다. 미국과의 단절은 생각보다 심각하여 기본적인 생필품을 비롯한 많은 것들이 제대로 유입되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화학 비료가 전혀 수입되지 않는 바람에 유기농업을 시작하고 결국 쿠바는 세계적인 유기농 국가로 자리매김하는 걸 보면 이 나라,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을 찾는 많은 관광객은 미국인이라고 한다. 원래 미국에서는 쿠바와의 입국과 출국을 철저히 금지한다. 그래서 관광객들은 멕시코나 캐나다를 거쳐 이곳에 찾아 온다. 쿠바는 여권 심사에서 쿠바 도장을 찍지 않는 것으로 미국 관광객을 받아들이고 있다. 흔하게 붙어 있는 부시 비하 포스터를 보면 미국인들은 어떤 심정일까 궁금하다.

 

전직 기자의 꼼꼼한 설명과 함께 각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사진들은 쿠바의 모습을 실감나게 전해 준다. 쿠바인들의 순수한 눈망울과 파괴되지 않은 자연, 그 때묻지 않은 모습에 저절로 반하게 된다. 하지만 쿠바로 가는 길이 그리 만만하지는 않다. 우리나라에서 쿠바로 가려면 직항이 없어 캐나다나 멕시코를 경유하여야 한다.

 

쿠바의 역사는 참 가슴 아프다. 콜럼버스가 이 땅을 발견하면서 이곳은 잔혹한 살해와 노예 학대의 땅이 되고 말았다. 스페인은 쿠바에 대규모 사탕수수 농장을 세우고 아프리카 흑인 노예들을 끌고 와 가혹한 노동을 시켰다. 그 이후 미국에 의해 짓밟히고 체 게바라와 카스트로의 혁명 이후 공산주의 국가가 되면서 미국 중심의 다른 나라와 단절된 채 살아왔다.

 

그래서일까? 쿠바의 문화는 어느 나라와도 견주어 볼 수 없는 독특함을 지녔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싶어 하고 궁금해 하는 것이겠지? 책으로 만나본 쿠바는 언젠가 꼭 한번은 찾아가고 싶은 색다른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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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nd 2007-07-07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쿠바영화를 한번 본적있었는데 그 영화에서는 너무 어두운 면만 부각시켜 절대 가고 싶지 않은 나라였는데..리뷰를 보니 다시 마음이 바뀌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