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 이야기 - 청소년을 위한 화가 이야기 1
김종근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옛말에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사람은 어떤 것을 경험하고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한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것은 그가 경험한 모든 것들의 총체이다. 무엇을 경험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 방향이 결정된다.

 

음악가 집안에서 음악가가 나오고 미술가 집안에서 미술가가 나오는 것 또한 비슷한 이치이다. 한 사람이 어떤 세계를 많이 접하며 자라는가는 그의 인생에 큰 효과를 발휘한다. 우리 아이의 감성을 발달시키고 풍부하고 예민한 감수성을 길러주고 싶다면 음악, 미술 등의 감각적 세계를 많이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아주 어린 시기인 영아기부터 미술과 음악을 자주 접한 아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감각적인 재능을 갖게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술가 가정에서 미술가가 탄생하는 것은 다른 가정에 비해 그 집안의 분위기가 미적인 소재들이 풍부했기 때문일 것이다. 음악을 많이 들으며 자란 아이의 음감이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발달하는 것도 그러하다.

 

부모들 입장에서는 아이를 자주 데리고 음악회나 미술관에 가면 좋겠지만 여러 여건 상 그러지 못할 때가 많다. 이처럼 그림을 자주 보여주지 못하는 아쉬움을 갖고 있는 부모라면 명화가 담긴 그림책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 체험을 대신할 수 있다. 밖에서 얻지 못하는 그림에 대한 느낌을 집에서 책을 통해 자주 접하도록 해주면 간접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럼 영아기 아이에게 보여줄 만한 명화가 담긴 책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아기용으로 제작된 명화 감상 책도 좋지만 미래를 생각한다면 청소년을 위한 그림 해설집을 보여주는 것도 괜찮다. 이런 책들은 대체로 작가의 대표적인 작품과 간단한 해설이 담겨 있어 엄마도 공부할 겸 아이에게 보여주기에 적합하다.

 

<태교명화>라는 제목으로 그림 태교 책을 펴냈던 김종근 님이 쓴 <피카소 이야기>는 피카소의 그림을 소개하면서 간단한 설명을 덧붙인 책이다. 피카소의 일대기와 작품 설명을 모두 하자면 정말 끝도 없을 것이다. 방대한 작품 양으로 유명한 작가가 바로 피카소가 아니던가.

 

하지만 이 책은 청소년을 위한 책인 만큼 아주 간결하고 쉽게 피카소의 작품과 일생을 이야기한다. 너무 간단해서 과연 그의 작품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면 일단 책을 보라고 말하고 싶다. 짧게 이야기하면서도 그의 작품 세계를 자세히 설명하기 때문이다.

 

여기 한 사람의 화가가 태어났습니다. 그의 탄생은 미술의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이름으로 기록되었고,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그의 이름 앞에 언제나 천재화가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그의 이름은 파블로 피카소. (중략)

 

아버지는 미술학교 선생님이었는데 피카소는 말도 잘 못하는 시기에 크레용부터 달라고 할 정도로 그림을 잘 그렸어요. 여기 <맨발의 소녀>를 봐요. 14살의 어린 소년의 그림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묘사력은 소문이 났지요. 당시 이 <맨발의 소녀>는 가난했던 슬픔에 찬 모습들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 피카소는 이때 이미 스스로를 라파엘로처럼 그림을 그렸다고 자랑했어요.

 

이렇게 시작하는 피카소의 이야기는 어린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설명과 큼직한 대표작 그림으로 연결되며 책장을 장식한다. 피카소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어른들도 쉽게 읽으며 그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을 정도로 설명은 진지하다. 피카소에게 영향을 준 사건과 사람, 그로 인해 얻어진 독특한 그림 세계를 차근차근 이야기하는 점이 가장 특징적이다.

 

저자는 15년 전 파리에서 20세기 현대 미술사에 홀로 푸르른 한 거장의 특별전을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쭈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왜 이토록 피카소에 열광하는지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아이들을 위한 책이다 보니 그의 많은 작품을 다 보여 줄 수 없는 것이 안타깝지만 한편으로는 이 책이 피카소를 이해하는 데에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피카소가 절친했던 친구를 잃고 우울한 시기를 보내며 그린 그림들은 청색 시대라는 이름으로 대표된다. 이 시기에는 푸른 톤의 차갑고 어두운 색채로 어려운 빈민들, 장님, 거지, 거리의 악사 등을 많이 그렸다. 실의에 빠진 한 쌍의 연인이 그려진 그림의 제목은 <인생>으로 마치 우리의 인생이 이렇게 힘겹고 어둡다고 말하는 것 같다.

 

암울한 청년기에는 이처럼 슬픈 그림을 많이 그렸지만 입체파라고 불리던 안정기에는 자기만의 독특한 그림 세계를 구축하며 다양한 작품을 정열적으로 그린 피카소. 저자는 키파소의 그림들이 기존 화가들인 앵그르, 세잔느, 모딜리아니 등의 작품을 토대로 하였지만 그들을 뛰어넘는 창의력을 발휘했다고 말한다.

 

말년에는 전쟁과 평화를 주제로 한 그림을 많이 그렸는데 그 중에는 그 유명한 <게르니카>와 우리의 6.25를 그린 <한국인의 학살>도 있다. 책은 이처럼 우리 나라 어린이들을 위해 피카소의 작품을 설명하고 건강한 정신을 가진 아이가 되도록 유도한다.

 

도서 시장에 다양한 형태의 청소년을 위한 미술 안내 서적들이 나오고 있지만 이처럼 우리 실정에 맞고 아이들의 눈높이를 진정으로 고려하는 책은 드문 편이다. 어른의 시각으로만 그림을 설명하고 강요하려 든다면 아이들은 오히려 미술에 대한 흥미를 잃기 쉽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미술, 음악, 무용 등의 감각적 예술 세계를 설명하는 책들이 보다 많이 나오면 좋을 것이다. 아이들은 자기가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세계를 어른보다 훨씬 빨리 흡수하는 스펀지와 같다. 우리 아이들에게 맞는 좋은 예술 서적들이 그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 아기 그림책 나비잠
이미애 글, 한병호 그림 / 보림 / 199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보림 출판사에서 나온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동요에 가사를 붙인 형태이다. 친숙한 노랫가락 다음에 동물이 하는 행동과 아이가 하는 행동을 나란히 보여 주어 아이들의 흥미를 끈다.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 예쁘게 세수하기 똑같아요.

토끼는 꼼지락 꼼지락, 나는 몽그작 몽그작.

 

아이들은 엄마와 함께 책을 읽으며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노래와 구절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책에 나오는 동물들과 똑같은 행동을 하는 귀여운 아이의 그림은 자연스럽게 책을 읽는 아이들의 습관 형성에 도움을 준다. 왜냐하면 어린 아이들은 흔히 책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실제 자신의 주변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둘째로 태어난 아이들이 쉽게 언니 오빠들의 행동을 따라 하는 것처럼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등장하는 아이 및 동물의 모습과 자신을 동일시하게 된다. 세수하기, 밥 먹기, 응가하기 등의 기초적인 생활 모습을 보여 주는 귀여운 동물과 등장인물의 행동은 책을 읽는 아이에게 동화 작용을 하여 교육적인 효과가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님 뭐해요?
홍진숙 지음, 김지윤 그림 / 여우고개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어른들이 보기에는 너무도 당연한 생활 습관들이 아이에게는 귀찮은 것이 되기도 한다. 이 닦고 자라, 책 읽어라, 손 씻어라 등등의 잔소리를 늘어 놓는 어른이 되기 싫다면 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길들여 주는 것이 좋다.

 

특히 기본적인 인지 능력이 급격히 발달하는 돌 전후부터 만 3 세 이전의 아이에게는 무엇이 올바른 생활인지를 차근차근 알려 주어야 한다. 아기일 때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을 그냥 두었다가 갑자기 어린이 취급을 하면서 이것저것 가르치려 한다면 아이들은 오히려 반항하며 딴짓을 하기 쉽기 때문이다.

 

어릴 적부터 하나하나 부모가 모범을 보이면서 이 닦기, 손 씻기, 책 읽기, 세수하기 등등을 알려 주다 보면 아이는 자연스레 어른들의 생활 모습을 본받아 간다. 아주 사소하고 쉬운 일들이지만 아이에게는 모든 것이 새롭게 배워야 할 모험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항상 주의 깊게 가르쳐 주는 방식을 취하면 좋다.

 

하지만 어른들이 보여주고 가르치는 것에 한계가 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 곁에 언제나 붙어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특히나 부모가 일을 하는 경우 이런 습관의 형성은 전적으로 육아를 담당하는 분의 몫이다. 아이의 생활을 부모가 일일이 챙기기 어렵다면 책을 통해 이런 습관을 알려줘 보자.

 

시중에 나와 있는 책 중 돌 전후의 아이들에게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알려 주는 것들을 고르자면 꽤 많은 편이다. 대부분 자연스럽게 책 속 주인공이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여 주면서 책을 읽는 아이로 하여금 바른 생활을 인지하도록 유도한다.

 

 

<해님 뭐해요?>에 등장하는 의성의태어를 보면 모두 한국적인 발음을 강조하는 것들이라 매우 친근한 느낌을 준다. 해님을 보면서 ‘해님, 해님은 집에 가서 뭐해요?’ 라고 묻는 동물들. 방긋 웃는 해님은 “뽀독뽀독 세수하고 냠냠냠 밥 먹고 삭삭삭삭 이 닦고 홍알홍알 책을 읽는다”고 대답해 준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각 장마다 해님이 하는 행동을 하나씩 보여 주어 아이들에게 기초적인 생활 습관을 인지시키는 데에 도움이 된다. 세수하고 밥 먹고 이 닦고 책을 읽는 해님을 보면서 아이들은 마음 속에서 ‘아, 나와 똑같네’ 라는 생각을 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자기도 해님처럼 행동하고 싶은 욕구가 저절로 생기는 것이다.

 

아이들이 귀찮아 하는 일들을 하나하나 즐겁게 보여주기 때문에 ‘이 닦고 세수하고 밥 먹는’ 하루 일과를 기분 좋게 느낄 수 있다. 특히 마지막에 ‘코 자요’ 라고 대답하며 이불을 덮는 해님을 보고 다른 동물들은 “해님도 밤에는 잔대요. 우리도 자요. 모두모두 잘 자요.”라고 인사하며 끝을 맺는 것이 인상적이다.

 

이런 결말은 외국에서 말하는 ‘베드타임 스토리 북(Bed Time Storybook)’의 일종으로 아이들의 잠자리에서 읽어주기에 좋다. 많은 아이들은 더 놀고 싶은 마음 때문에, 아니면 어둠이 두려워서 본능적으로 잠자리에 들기를 싫어한다. 엄마가 따뜻한 목소리로 이 책을 읽어 주면서 행복한 마음이 들게 하면 더 쉽게 이불 속에 들어갈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 외에도 아이들의 긍정적인 생활 습관 형성에 도움을 주는 책들은 꽤 많다. 여기에 소개한 책은 만 1세에서 3세 미만의 아이에게 적합한 책이다. 그 이상의 연령인 아동들은 이렇게 단순한 내용의 책보다는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로 생활 습관을 익히도록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방문했습니다
장태호 지음 / 종이심장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남아프리카 공화국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뭐가 있을까? 아프리카 대륙의 최남단이라는 희망봉,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 만델라, 케이프 타운이라는 도시, 우리 나라에서 매우 먼 곳. 이 정도로만 알고 있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자세히 소개하는 책이 <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방문했습니다>다.

 

제목부터 독특한 이 책은 소개하는 지역이 매우 특이해서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책장을 넘기면 첫 장부터 아주 독특한 그림과 함께 저자의 자기 소개가 담겨 있다. 그냥, 에세이스트라는 말로 자신을 표현한 점과 여행은 떠나는 것이 아니라 향하는 것입니다.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여행에게로 떠나는 것입니다.라는 글귀가 마음을 끈다.

 

항상 떠남을 꿈꾸는 여행가인 저자가 케이프타운에 머무르면서 느낀 감상과 사진, 추억들을 잘 버무려 만든 이 책은 읽다 보면 이곳을 꼭 한 번은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저자의 문체가 케이프타운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저자가 말하는 케이프타운의 곳곳은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책 속에 살아 있다.

 

순조로운 일상을 살다 보면 문득 이게 아닌데, 식으로 영문 모를 우울 증세에 시달리는 일이 생깁니다. 순조로운 일상이란 원래 그런 것입니다. 순조롭다는 것, 안정적이라는 것, 그것은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의 또 다른 측면입니다. 다른 방식의 불행입니다. 순조로운 일상이 당신의 고개를 들게 하고 하늘을 보게 하고 여행을 떠나게 하는 일은 그래서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이렇게 순조로운 일상을 벗어나고 싶어 문득 떠난 곳, 케이프타운. 이곳은 자연적인 것과 문명적인 것이 함께 조화를 이루며 평화롭게 살고 있는 곳이다. 인종 차별의 어두운 그림자가 여전히 남아 있긴 하지만 그래도 미국이나 유럽의 어떤 나라보다 안전하고 평화롭다. 그래서 저자는 이곳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나 보다.

 

지중해성 기후와 바다와 산, 들이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풍광은 아름답기 그지 없다. 이곳에서는 바다 바람을 맞으면서 일상에서 얻은 피로와 어지러움을 씻어 내릴 수 있다. 오랜 세월의 풍화를 견뎌낸 묵직한 바위 산을 오르면서 자연과 소통하는 곳. 우리 나라처럼 험하고 복잡한 사회에 익숙한 이들은 한번쯤은 이렇게 한적한 장소를 방문해 볼 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케이프타운은 먹을 거리, 볼 거리, 생각할 거리가 모두 풍부한 곳이어서 여행하는 내내 즐거울 수 있을 것만 같다. 브라이라는 이름의 독특한 남아프리카 공화국 식의 요리, 사자나 레오파드 같은 야생 동물을 직접 볼 수 있는 통나무집 롯지, 세상에서 가장 높다는 번지점프 다리 등 책 속은 흥미진진한 것들로 가득하다.

 

케이프타운 남자들을 만나면 이렇게 물어보세요. 당신 직업이 무엇입니까? 그들은 대답할 것입니다. 밖에서는 나름대로 직업이 있지만 가정에서의 내 직업은 요리사입니다. 물론 내가 할 줄 아는 요리는 오직 브라이 밖에 없지만 말입니다. 실제로 케이프타운에서 브라이는 남자들의 요리로 인식되어 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을 위해 세 시간 전부터 불을 피우며 애틋한 사랑을 과시할 수 있는 그야말로 남자들을 위한 요리인 것입니다.

 

우리처럼 숯불 요리 식당에서 허겁지겁 씹어대는 삼겹살이 아닌 직접 세 시간이나 불을 지피며 느긋하게 구운 요리들은 얼마나 맛이 좋을까. 손쉽게 숯불 요리인 브라이를 즐기는 여유, 이 느긋한 나라의 시스템이 부럽게만 느껴진다. 바닷가를 돌아다니다가 직접 고른 참치의 뱃살을 회로 떠왔다는 얘기는 많은 미식가들로 하여금 군침을 삼키게 한다.

 

야생의 사자와 코뿔소처럼 공격성이 강한 동물들을 만나 보는 크루거 여행은 더욱 흥미진진하다. 지프를 타고 밀림을 돌아다니는 동안 만난 사자 무리와 코뿔소들은 저자의 마음을 긴장시켰다. 차에 대해서는 무심한 야생 동물들이 사람의 인기척에는 바로 반응한다는 사실도 놀랍다.

 

차에 엉덩이를 붙이고 숨을 죽인 채 가만히 있으면 야생의 동물들은 모두 제 할 일에 열중한다. 하지만 사람의 숨결을 느끼는 순간 많은 이들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 이처럼 숨막히는 여행은 아프리카에서만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지구의 많은 곳들이 순수한 자연의 모습을 잃은 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책의 마지막에서 아름다운 케이프타운의 사진들과 함께 저자가 던지는 메시지는 마음을 울린다.

 

결코 당신은 인생을

바쁘게 흘려 보내지 않을 거라고

쉼에 관해 생각하고

나눔에 관해 생각하고

자기의 먼 곳에 관해 생각하며

멋지게 살아갈게 틀림없다고

 

저자의 믿음처럼 그렇게 사는 삶을 꿈꾸어 본다. 보다 자유롭고 나눌 줄 알며 미래의 꿈을 꿀 수 있는 그런 멋진 삶을 말이다. 케이프타운이 저자에게 알려준 이 작은 속삭임은 책을 읽는 내내 내 마음을 훈훈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메시지를 마음에 담고 있는 한 이곳의 일상도 그곳의 여유로 물들어 있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이를 사랑한다면 엄격하게 키워라
존 로스몬드 지음, 이은희 옮김 / 즐거운상상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옛날 사람들은 자신이 교육받은 대로 자녀를 가르쳤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이 나타나, 과거의 육아법은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신성한 내면의 아이에게 해를 입히며, 아이의 자존감을 부정하고 문제아로 자라게 한다며 목청을 높이기 시작했다. (중략)

 

오늘날의 부모들은 세뇌 당했다. 그들은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높은 자존심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이 발칙한 개념을 둘러싼 심리학적 허구를 폭로하려고 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앞서 말했던 역설을 강조하고 싶다. 훌륭한 시민을 키워내는 것이 자녀 교육의 목적이었을 때 아이들은 훨씬 행복했다는 사실을. 책의 서문에서

 

요새 아이들을 보면 정말 버릇없다는 말이 절로 나올 때가 많다. 음식점에서 마구 뛰어다니는 아이들, 자기 뜻대로 안 되면 떼를 쓰며 부모에게 매달리는 아이들, 아이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해주려고 애쓰는 어른들. 이런 양육 방식 속에서 자란 아이들이 버릇 없이 구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닐까 싶다.

 

이런 아이들을 보면 어른들이 아이의 자존심을 높여준다고 하면서 오히려 버릇 없고 예의 없는 사람으로 자라도록 조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자란 아이들이 결코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엄격한 육아 방식을 권한다.

 

그 육아법을 보면 단호하면서도 엄한 부모의 태도가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아이를 만든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불행히도 요즘에는 자녀와 친구가 되려는 부모가 너무 많다고 한탄한다. 자녀와 너무 격이 없이 지내는 부모는 결코 자녀로부터 리더 취급을 받을 수 없다.

 

자녀가 성인이 되었을 때에는 친구 같은 부모가 필요하지만 자녀가 어릴 때에는 부모가 리더 노릇을 해야 한다. 양육의 모든 단계에는 때가 있는데 부모가 그것을 혼동하기 시작하면 아이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창 사회성과 인지력을 키워나가는 유아동기에 부모는 리더로 자리하면서 아이에게 사회적인 규범과 자율성을 키워주어야 한다.

 

강한 사랑은 아이가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약한 사랑은 아이가 부모에게 의지하게 한다. 강한 사랑은 아이에게 직접 이부자리를 깔게 한다. 약한 사랑은 아이에게 이부자리를 마련해 준다. 강한 사랑은 아이가 힘들어해도 내버려둔다. 약한 사랑은 아이가 힘들어 하면 대신 나서서 모든 일을 해준다. 강한 사랑은 응원은 하되 아이 스스로 싸우게 한다. 약한 사랑은 아이 대신 싸운다.

 

구세대라고 불릴 만한 60대 교육학자인 저자의 입장에서 볼 때, 요새 부모들은 약한 사랑으로 아이를 나약하게 만든다. 저자의 눈에 비친 신세대 부모들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이 스스로 무언가를 수행할 기회를 박탈한 채 아이의 하인 노릇을 자처하고 있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다른 사람을 존중하지 못하고 자기만 잘난 줄 아는 어른으로 자라는 건 당연한 현상이다. 안타깝게도 이렇게 자란 아이들은 대부분 사회에 나가 큰 난관에 부딪힌다. 이 세상은 늘 자기 주장을 내세우며 언성을 높이는 곳이 아니라 서로 존중하고 양보하며 어울려 살아야 할 공간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아이를 너무 과보호하는 문제를 가진 부모들에게 따끔한 충고로 일침을 가한다. 오늘날의 부모는 아이의 인생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소한 일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어른들의 대화에 아무 때나 끼어들면 안 된다와 같은 중요한 일에는 별로 에너지를 쏟지 않는다는 것.

 

그럼 아이들에게 예절을 가르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가 말하는 훌륭한 예절을 가르치는 5단계는 다음과 같다.

 

1. 계획을 세울 것: 대화에 끼어들지 않기, 화장실 사용법, 이불 깔고 개기처럼 새로운 것을 가르칠 때에는 언제나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렇나 기술을 계획성 없이 무턱대고 가르칠 수도, 성공을 기대해서도 안 된다.

2. 한 번에 한 가지 예절을 가르쳐라: 다섯 살 미만의 아이에게 한 가지 이상의 예절을 가르치기란,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힘든 일이다.

3. 그 상황이 닥치기 전에 미리 연습시켜라.

4.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에는 그 자리에서, 하지만 조용하게 주의를 주어라.

5. 예절 바른 행동을 했을 경우 그 행동에 대한 칭찬을 잊지 마라.

 

신세대 엄마가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이 책의 권장 사항은 도움이 되는 내용이 무척 많다. 아무래도 그전보다 좀더 자유분방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 아이를 키우다 보니 혹 우리 아이가 버릇 없는 애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일 것이다.

 

아이를 치마폭에 감싸 안는 잘못된 육아방식이 사회성 없고 천방지축인 사람을 만들 수도 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한번쯤 자신의 육아 방법을 곰곰이 살펴 보고 내가 우리 아이의 하인 노릇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 볼 문제인 것 같다. 물론 여기에는 나 자신의 육아 방법도 포함된다. 내 아이를 남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면 엄격하게 아이를 키워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