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전 쏘~옥 뽑는 여행책
류동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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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단돈 삼 만원을 갖고 여행을 떠나려 하면 막상 갈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는 이들이 많다. 밥 사먹고 입장료 내고 교통비 충당하려면 기본적으로 십 만원 가까이 깨져야 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게 국내 여행의 현실이다.

<본전 쏘옥 뽑는 여행책>은 저렴하면서도 볼거리 많은 여행지를 3만원, 5만원, 7만원 이런 식의 순서로 나열한다. 독자는 자신이 원하는 가격대에서 입맛에 맞게 여행지를 고를 수 있다. 책의 맨 첫 장인 삼만 원대 여행지를 펼쳐 보니 독특하게 ‘육군사관학교’를 소개한다.

주말에 제한적으로 개방한다는 육군사관학교는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하면 서울에서 쉽게 갈 수 있다. 70만 평 넓이의 엄청난 부지라서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하기에도 좋으며 관광 가이드가 있어서 다양한 군사 물품과 박물관을 둘러본다는 장점이 있다. 어른 입장료가 2000원이고 육사 내 구내식당에서 3000원 내외의 밥도 사먹을 수 있으니 하루 나들이에는 괜찮은 장소다.

배를 타고 섬으로 가는 여행 중에도 삼만 원대 나들이 코스가 있다. 드라마 <풀하우스> 촬영지로 유명한 시도와 신도는 동인천 역에서 좌석 버스를 타고 삼목 선착장에 도착, 여기서 배를 타면 10분 내에 들어갈 수 있는 섬이다. 배는 매 한 시간에 한 대씩 있고 신도와 시도는 다리가 연결되어 도보로 이동이 가능하다.

모세의 기적, 해할 현상이 일어나는 목섬도 4호선 오이도 역에서 좌석버스를 타면 갈 수 있다. 대부도 거쳐 선재대교를 지나자마자 하차하면 선재도인데 여기에서 목섬을 향해 바다 산책길이 생긴다. 모래 길을 따라 바닷길을 걷다 보면 고둥을 만나기도 하고 파도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책에서 소개하는 여행지들은 ‘국내에도 이렇게 좋은 곳이 많구나.’, ‘수도권 가까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좋은 여행지도 많네.’ 하는 생각을 절로 들게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갈 수 있는 좋은 여행지가 이렇게 많다니, 주말에 괜히 차량 정체에 시달리지 말고 간단한 차림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을 해보면 좋겠다.

책의 마지막 장은 십만 원대의 여행 코스다. 스파 빌리지를 비롯하여 온갖 펜션에 대한 소개들, 요트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장소 등 각양각색의 좋은 곳들이 소개되어 있다. 요트는 바다의 귀족 스포츠라고 하여 많은 이들이 동경하는데 여수와 통영 등에서 직접 체험하는 코스가 있다.

여러 체험 코스들 중에 직접 한번 해보고 싶은 것을 꼽으라면 화성의 어섬에서 펼쳐지고 있는 경비행기 탑승 체험이다. 단독 비행을 하기 위해서는 실기 20시간과 이론 30시간을 이수한 후 자격증 시험에 응시해야 한다. 여러 까다로운 점이 많지만, 하늘을 날고 싶다는 인간의 꿈을 그대로 실현할 수 있는 낯선 체험이기에 값어치가 있을 것이다. 단독 비행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간단한 교육을 받은 후 조종사 바로 옆에 앉아 하늘을 날아 보는 체험 비행도 있다.

간단한 트레킹 코스도 여러 곳 소개하고 있는데, 가평의 ‘연인산’은 철쭉으로 유명하다. 이 산은 일반인에게 공모해서 이름을 정한 독특한 케이스다. 백둔 계곡, 백둔리 자연 학교, 연인산 등반 코스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가평은 이외에도 다양한 계곡과 작은 산들을 품고 있어 수도권에서 접근하기 쉽다.

여행을 다니면서 입장료도 받지 않는 좋은 곳이 있으면 굉장히 기쁘다. 어른 둘에 아이 하나 데리고 가면 입장료 만 원 정도는 거뜬히 드는데 원당의 종마 목장은 입장료도 없는 좋은 나들이 터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말을 가까이서 볼 수 있고 드넓은 초원이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가족들이 한차례 신명나게 먹고 노는 여행을 하고 싶다면 각 지방의 문화 축제에 참여하는 것도 괜찮다. 전라남도 순천시의 남도 음식 문화 큰잔치는 소문난 전라도 음식을 모두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음식 잔치다. 평소에 자주 맛볼 수 없는 전라도 큰상 차림을 한 상에 받아 볼 수 있는 음식점들도 가까이 있고 축제 자체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눈과 입이 즐겁다.

가을 하늘은 높고 푸르다. 날씨도 활동하기에 적합하고 요즘처럼 여행이 구미에 당기는 계절도 없을 것이다. 힘들게 가을 단풍 본다고 교통 정체 대열에 합류하지 말고 여행 책에서 소개하는 대중교통 이용 나들이 코스를 가보는 건 어떨까? 멀리 떠나지 않더라도 우리 주변에 즐길만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나름대로 여행을 많이 다닌다고 했는데도 여행 서적을 읽다 보면 내가 안 가본 곳이 참 많다. 우리나라 구석구석 아름다운 곳이 이렇게 많다니, 새삼 감탄하게 된다. 이번 주말에는 아이를 데리고 가족 나들이를 한번 떠나야겠다. 가까이 있는 곳이더라도 거기서 산과 나무와 바위를 보며 아이는 충분히 즐거워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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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 전 꿀맛교육 - 행복한 일등으로 키우는
최연숙 지음 / 21세기북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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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서적을 읽다 보면 참 아이 키우기 힘들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대부분의 육아 서적들이 권하고 있는 방법들이 직장 엄마로서 행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아이와 충분히 놀아줄 시간도 부족하고, 아이의 취향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이른바 ‘직딩맘’들에게 육아는 참 어렵고도 먼 길임이 분명하다.




그런 엄마들에게 ‘나도 직장 다니면서 애 키웠지만 이렇게 잘 키웠소’ 라고 말하는 육아 서적의 저자들처럼 얄미운 사람도 없다. 워낙 많은 엄마들이 직장 생활을 해서일까? 최근에는 직장 다니면서 애를 똑 부러지게 키운 엄마들의 성공 사례가 참 많이 책으로 나와 있다.




책 <10살 전 꿀맛 교육>도 그런 책 중에 하나다. “2살 전부터 공부 맛 들이고 10살 전에 공부 습관을 완성하라.”는 거창한 목표 앞에서 일반적인 엄마들은 도대체 나는 뭐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세 달 후면 네 살이 되는 우리 아이는 아직 기저귀도 못 뗐는데, 이 엄마는 직장 다니면서 23개월에 아이가 글을 읽었다고 하니 그 극성스러움에 놀라게 된다.




하지만 이런 극성이 지나친 조기 교육 열풍이 아니라 자연스레 아이와 놀면서 학습하도록 유도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EBS 강사인 이범 씨는 ‘공부 맛을 아는 아이는 사교육이 필요 없다’, ‘취학 전에는 놀면서 공부 맛을 들여라’ 같은 각 장의 제목을 보고 과연 그럴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은이의 생생한 체험담을 읽다 보면 엄마의 노력에 따라 자녀를 이렇게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아이들에게는 낭랑한 목소리가 아니어도 자식사랑이 가득 배어 있는 엄마 목소리가 최고의 소리다. 교육이라는 중요한 자리에는 학교교사도 아니고 학원 강사도 아닌 엄마가 우선 자리해야 함을 나는 체험으로 알게 되었다.




엄마가 되었을 때 나는 나를 열심히 길러주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교육 방향을 잡았다. 인스턴트 교육은 배제하고 엄마의 사랑과 정성이 가득 담긴 나만의 방법으로 기를 것, 아이들과 늘 친한 관계를 유지할 것 등이 그것이다.”




아이와의 관계에 있어 무엇보다 엄마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누구나 다 알고 있으면서도 엄마 스스로 간과하기 쉬운 내용이 아닌가 싶다. 특히 직장을 다니는 엄마라면 좀 피곤하더라도 아이와 충분히 놀아주고 아이가 원하는 것들을 함께 함으로써 그들의 요구에 부응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유아부터 초등학교 3학년까지의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시기는 나무의 뿌리처럼 인성과 지능의 근간이 이루어지는 기간이므로 이후 투자할 시간과 노력을 앞당겨 투자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최고의 교육 기관은 가정이며 엄마는 최고의 교사이기에, 이 시기에 엄마가 아이에게 지속적인 교육을 시킨다면 아이는 저절로 훌륭한 나무가 된다.




저자가 실천한 사례들은 참 대단하다고 박수를 보내고 싶은 것들이 많다. 유치원 다닐 때는 이를 닦으면서 월 이름, 숫자, 요일을 영어로 말해 주고 머리를 묶는 동안 동화책을 읽어 주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24시간에서 남들이 1초에 두 걸음을 걸으면 좀 더 속도를 내어 다섯 걸음을 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의 엄마.




아이 셋을 키우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이렇게 씩씩하게 여러 일들을 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자신이 행한 모든 교육의 초점이 학교를 기준으로 했다고 역설한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온갖 행사에 관심을 갖고 아이를 참여토록 하면서 엄마 또한 교육의 끈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일기 지도마저도 엄마가 직접 하면서 아이들의 생각에 공감하고 꼬리글을 달아주거나 받침 교정을 해주는 열성. 이런 열정이 있기에 아이들도 엄마의 마음을 알고 반듯하게 자랐나 보다. 이집의 큰 아이는 별다른 사교육 없이 순전히 엄마표 교육과 학교 교육만 받고도 소위 말하는 명문대에 입학한다.




명문대에 입학하는 것이 굳이 교육의 성공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많은 엄마들이 아이의  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는 현실에서 이처럼 열성적으로 교육하는 엄마의 모습은 본받을 만하다. 아이에게 지나치게 입시 위주의 교육을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있는 그대로의 아이들을 위해 엄마가 다정한 노력을 기울여 주는 일은 모든 엄마에게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조기 영어 교육을 위해 아이를 데리고 외국으로 나가는 등 요즘 부모들의 자녀 교육을 위한 노력은 정말 눈물겨울 정도다. 하지만 그게 진정으로 내 아이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것인지는 한번쯤 돌아볼 일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휩쓸려 이 학원 저 학원으로 아이를 끌고 다니는 엄마들, 좋다는 유치원에 새벽부터 줄을 서면서 아이 교육을 위해 헌신하는 엄마들. 그렇게 공들이는 과정에서 진짜 우리 아이를 위해 무엇을 해주고 있는지 한번 반성해 보자. 저자의 말처럼, 진심으로 즐겁게 아이와 실컷 놀아주면서 이것저것 가르쳐주는 것이 좋은 학원에 데리고 가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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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0살 때 집중력이 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한다
잉그리트 비어만 지음, 백현정 옮김 / 뿌리깊은나무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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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라면 최근 ADHD라는 용어를 한 번 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라는 기다란 이름이 붙은 이 증후군은 초등학교 한 학급의 3~4명 정도의 아이들이 겪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현대 사회로 갈수록 이처럼 주의력 산만을 보이는 아이들이 증가하는 추세이고 이에 대한 해결 방법이 필요하다.

 

책 <5~10살 때 집중력이 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독일의 국가 공인 통합교육, 균형교육 교사연수원장인 저자 잉그리트 비어만이 부모와 교사들에게 가르쳐주는 집중력, 주의력 향상 교육법이다. 주변에 워낙 많은 아이들이 주의력 산만 현상을 보이는 통에 얌전하던 아이들도 덩달아 산만한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많다.

 

이 책은 이런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실제 28일짜리 프로그램을 제시하며 다양한 사례로 설명한다. 아이는 자신의 집중력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한데, 부모가 그런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친숙한 사람들과 함께 시간에 쫓기지 않고 집중력을 쌓아갈 때 더 많은 기쁨을 느낀다.

 

아이에게 집중력 있는 태도를 길러주기 위해서는 조용하고 잘 정돈된 환경이 필요하다. 조명을 알맞게 해주고 연습장, 스케치북 등은 언제나 여분을 준비하여 모자라지 않도록 한다. 컴퓨터, 텔레비전 등의 방해 요인을 없애고 휴식할 수 있는 소파나 매트리스를 마련하는 것도 좋다. 지나치게 깔끔한 것도 좋지 못하지만 산만하고 어지러운 환경은 아이의 집중력을 해치기 마련이다.

 

의사소통이 원활한 아이라면 매일 여러 번 희망적인 문장을 만들어 이야기하도록 하는 것도 좋다. 예를 들면 “나는 (선생님) 얘기를 잘 듣고 싶어서 조용히 집중하고 있어”와 같은 간단한 문장을 6번 반복해서 이야기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아이의 자율 의지를 북돋아 집중력 있는 태도 함양에 도움이 된다.

 

책에서 예로 제시하는 집중력 훈련 중에는 일반적인 아이들과 놀아줄 때 하면 도움이 될 만한 재미있는 것들이 참 많다. 엄마가 이야기를 하면 아이가 그 이야기에 맞춰 그림을 그리도록 한다든지, 아이의 등에 글씨를 쓰고 무슨 글자인지 맞추도록 하는 것 등 놀이로 활용하면서 아이와 같이 즐거운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좋겠다.

 

저자의 글 중에는 운동 부족이 집중력을 떨어뜨린다는 주장도 있다. 잘못된 자세, 두통, 의욕 상실, 건망증, 게으름, 그리고 집중력 부족 등은 운동 부족으로 인해 생기는 질병들의 대표적인 몇 가지 증상들이다. 운동을 많이 하는 아이들은 폭넓게 성장하고 발전한다. 운동을 통해 아이들은 몸의 각 기관과 뇌에 신선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산소를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춤을 통한 운동, 쉬운 요가의 연습 동작, 운동이 되는 여러 놀이들을 통해 아이들은 주의를 기울이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이 훈련 프로그램을 하면서도 아이가 원한다면 짧은 휴식 시간을 주어야 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운동 중에는 양손을 흔들며 춤을 추거나 발을 흔드는 것, 손과 발을 동시에 흔들며 춤추기 등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것도 꽤 많다. 놀이가 끝난 후에는 물을 마시고 쉬는 게 필요하다.

 

“적극적인 정신을 가지는 데 필요한 또 다른 중요한 전제 조건은 몸과 마음이 ‘평온한’ 상태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없는 상태를 말한다. 여러 문젯거리, 두려움, 걱정 등은 정신적으로 주의력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이런 말들을 통해 볼 때 사람에게 있어 ‘안정된 환경’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어른들 위주의 생활은 자칫하면 아이에게 산만한 분위기를 제공하기 쉽다. 불규칙한 생활 습관, 밤늦도록 텔레비전을 보는 것, 인스턴트 위주의 식단. 이런 것들이 우리 아이의 집중력을 망가뜨리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해 볼 일이다.

 

어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최근 들어 ADHD를 앓고 있는 아이가 급증하는 이유를 ‘식품 첨가물이 많이 든 음식물’로 꼽고 있다. 날이 갈수록 우리가 먹는 것,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에 위험한 요소가 증가한다. 이런 환경으로부터 우리 아이를 보호하고 건강한 인격체로 자라도록 돕는 일, 이게 바로 부모가 해야할 가장 큰 임무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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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에게 보내는 편지
대니얼 고틀립 지음, 이문재.김명희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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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종류의 책을 읽다 보면 ‘이 책은 참 좋아서 나중에 우리 아이가 커서 한번 읽어 보면 좋겠다.’ 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억지로 감동을 짜내거나 자신이 처한 환경을 미화하지 않고도 진한 감동을 주는 책들. 이런 책들이 존재하는 한 세상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란 믿음이 항상 마음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책 <샘에게 보내는 편지>는 우리 아이가 자라서 한번 쯤 읽어봤으면 하는 그런 책이다. 특히 20대의 화려한 시절에 이런 책을 읽으면서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을 살피고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세상에는 화려하고 밝은 순간만 있는 게 아니라 어두운 단면도 있다는 사실을 조심스레 가르쳐 주고 싶다.

30대의 한창 일할 나이에 교통사고로 전신마비 장애인이 된 저자 대니얼 고틀립. 그는 자신과의 힘겨운 싸움을 극복하고 현재 정신치료 상담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사고로 인한 어둠이 그를 덮쳤지만 스스로 이겨내는 힘을 배워간 한 남자. 그는 새로운 식구인 샘을 맞이하면서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손자에게 전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샘은 자폐아로 할아버지가 하는 이야기를 수용하는지 조차 제대로 알 수 없는 의사소통 장애를 겪고 있다. 이 예쁜 손자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잘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샘의 상황은 그렇지가 못하다. 그래도 고틀립은 이에 개의치 않고 자신이 살아오면서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부드럽게 이야기한다.

“샘, 때론 삶이라는 거센 물결에 휩쓸려 우리가 지니고 있던 각진 모서리를 잃게 되는데, 그건 좋은 일일 수도 있다.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건 멋진 일이니까. 그런데 때론 삶의 격류에 휩쓸려 우리가 타고난 지혜까지도 잃을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거센 격류라 해도 우리의 지혜를 다 휩쓸어 갈 수는 없어.”

이렇게 아이를 무릎에 놓고 이야기를 하듯 자신의 생각을 서술하는 저자의 말들에 독자는 깊이 빨려 들어간다. 그 이유는 그가 체험한 슬픔, 고뇌, 절망이 희망과 기쁨이라는 새로운 것들로 승화되어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름답게 미화된 것이 아니라 솔직한 진술로 담담히 이야기하기에 더욱 감동을 준다.

전신마비 할아버지에,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이. 이들은 일반적인 세상의 사람들과 ‘다른’ 사람들이다. 저자는 샘에게 ‘네가 남과 다르고, 나도 남과 다르다는 건 하나의 사실’일 뿐이고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사실은 고통일 수도 있고 그냥 있는 그대로의 사실일 수도 있다.

이러한 이야기와 함께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강조한다. ‘스스로 남과 다르다고 생각할수록 네가 더욱 외로워질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모든 인간은 타인과 ‘다름’을 갖고 산다. 남보다 못생겨서 다르고, 남보다 머리가 뛰어나지 못해서 다를 수 있다. 남보다 부자가 아니어서, 남보다 특별히 잘 하는 게 없어서 다른 존재로 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남과 다르다는 사실을 슬퍼하고 괴로워한다면 고통의 늪 속에서 평생 헤어날 수가 없다.

내가 어떤 길을 선택하는가는 자신이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분노와 공포로 가득차서 울분을 터트리며 인생을 보내기보다 주어진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자기 나름의 행복을 찾아 열심히 산다면 인생은 해피 무비가 될 수 있다.

저자가 소개하는 것들 중에는 흥미로운 내용도 많다. 미국의 한 대학에서는 ‘조건 없이 베푸는 사랑 연구소’를 개설했다고 한다. 이 연구소는 이타적인 사랑을 집중적으로 탐구하기 위한 연구소인데, 재미있게도 이렇게 순수한 마음으로 타인에게 사랑을 베푸는 것이 자신의 마음을 치유하는 놀라운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마음의 상처도 그렇다. 때로 마음의 상처가 더 오래가기도 하는데, 그건 마음이 그릇된 생각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이걸 해야만 마음이 풀릴 거야.’ ‘저걸 하면 상처가 가시겠지.’ ‘다른 사람이 내게 상처를 준 거야. 그들이 잘못을 바로잡지 않는데, 내 마음의 상처가 나을 리가 있어?’ 이런 생각들은 자연적인 치유과정을 방해할 뿐이다.

네가 입은 상처가 아무리 깊더라도, 그 상처가 아무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은 이미 ‘네 안에’ 있다. 상처를 아물게 하려면 고통을 알아주고 이해해주고 보살펴주면 된다. 무엇보다 가장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명약은 바로 자기 마음 안에 있다는 사실. 저자의 이런 말들은 하나하나가 독자의 가슴에 큰 울림으로 남는다. 나도 우리 아이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 주는 엄마이고 싶지만, 워낙 부족함이 많은지라 고틀립 선생의 목소리를 빌어 전해 주고 싶다.

 이 책은 아이와 엄마, 세상의 모든 상처 받은 사람들, 힘겨움에 몸을 떠는 이들을 위한 것이다. 자극적이지도 않고 화려한 미사여구도 없으며 상처와 극복 과정에 대한 미화도 없지만, 저자의 말들은 하나하나가 가슴에 남는다. 세상이 힘들다고 투정부리는 나 자신을 한 번 더 반성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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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청년 박정규의 희망여행
박정규 지음 / 나래울(한국방송출판)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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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에 200만원, 주머니에 30만원을 넣고 자전거 하나로 중국 횡단을 감행하는 건 무모한 일일까? 책 <희망 여행>의 저자 박정규 씨는 이 돈만으로 9개월 동안 몽골 여행, 종국종단, 인도여행, 미국 횡단을 마치고 돌아온다.

2006년 5월에 인천항을 떠나 2007년 2월 한국으로 귀국할 때 그의 재정은 여행의 출발 때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상태. 기업들의 후원이 아닌,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홈페이지 방문자들이 사랑의 점심값으로 도와주는 덕분에 쉽게 여행한 그는 진정한 행운아이자 멋진 자전거 여행객이다.

현재 저자는 1차 자전거 세계 일주에서 얻은 것을 좀 더 배우고 실천하기 위해 2차 여행 중에 있으며 쿠바와 남미, 북아프리카 횡단 여행을 감행하고 있다. <희망 여행>은 그의 첫 여행지였던 중국에 대한 기록이다.

“중국을 첫 여행지로 선택한 것은, 중국을 무사히 종단한다면 자전거 세계 일주를 할 수 있는 기술적, 체력적, 정신적인 부분에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중국은 변수가 많아서 힘들 거야. 아마 한 달 안에 한국으로 다시 돌아올 거야. 중국 사람들은 외부인들에게 매우 무관심하고, 돈밖에 모른다’고 한 말들이 사실이 아니란 걸 확인시켜 주고 싶은 마음과 ‘세상에는 좋은 사람이 더 많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 여행의 목적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출발해서인지 그가 가는 곳곳에는 그를 돕는 좋은 사람들과 친구들이 항상 존재한다. 힘들게 자전거로 언덕을 오르고 있으면 지나가는 트럭이 새 생수병을 던져 주어 목을 축이게 하고, 길을 가다가 우연히 만난 사람들은 자신들의 집을 숙소로 빌려 준다.

가난한 사람의 집에서 머무를 때면 미안한 마음에 마음이 무겁지만, 자신에게 침대를 양보하고 소파에 눕는 중국 친구들을 보면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손님에게 맛난 것을 대접하기 위해서 자신들은 계란 하나도 안 먹으면서 저자의 밥그릇에 커다란 계란을 두 개나 담아 주는 사람들. 중국의 시골 인심은 우리네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다.

좋은 여행이 되라면서 일주일치 점심값을 쥐어주는 사람들과 자신들의 누추한 거처를 불쑥 숙소로 내어주는 사람들 덕분에 저자의 여행은 생각보다 순조롭다. 중국인은 더럽다는 편견, 중국 사람들은 돈만 안다는 선입견으로 그들을 대하지 않는다면 그들도 자연스레 친구가 되어 선의를 베푼다.

중국어도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사람들은 저자가 한국인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호의적이다. 태극기를 달고 자전거 타는 모양이 신기한지 시골의 중국인들은 쉽게 그에게 호기심을 갖는다. 저자도 친근한 태도로 중국인들에게 다가가니 한중 양국의 수교가 저절로 이루어지는 셈이다.

우리는 여행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 걸까? 새로운 세계와 낯선 이들과의 만남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돌아보게 하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중국에서 만난 소중한 사람들을 통해 자아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어린 아이들, 나이가 많이 들었는데도 열심히 노동하는 중국인들. 이들의 모습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와 향락을 지향하는 우리네 삶을 반성하는 촉매제이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음식들을 선뜻 내주는 모습도 우리 도시 생활에서는 보기 힘든 정다운 시골 풍경이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한국인인 저자와 대화 나누기를 즐긴다. 그래서인지 낯선 사람이지만 쉽게 식사를 제공해 주고 잠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 같다.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돈을 내밀며 음식을 사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식 값을 거절한다. 자기 집에 머무르라며 손을 잡아끄는 이도 있다.

한번은 저자를 초대하는 사람의 집이 언덕 밑에 있다는 말에, 그 길을 다시 내려갔다가 거슬러 올라오기가 싫어 거절한 적이 있다. 가야할 길이 바쁘다는 핑계지만 그런 말을 둘러대고 내내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리고는 스스로 생각한다. ‘마음의 중심이 사람에게 있지 않고 목적지에, 단순히 길에 맞춰져 있음’을 반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여행은 우리에게 새로운 경험과 자극을 준다. 넓은 중국을 어떻게 자전거 하나로 여행 하냐고 묻는 이들도 있겠지만, 의외로 저자의 여행은 바람에 돛 단 듯 순풍 흘러간다. 최종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도착한 그의 여행에 독자도 동화되어 마음이 뿌듯하다.

저자의 여행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요새는 많은 이들이 자전거로 여행하는 걸 꿈꾸고 실행하는 것 같다. 비록 엉덩이가 아플 때도 있고 비오는 날 자전거 펑크로 고생할 때도 있겠지만 환경을 해치지 않는 여행은 그 자체로도 매력이 있다.

저자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한국인들이 많길 바란다. 그들이 펼쳐 놓은 꿈의 조각들은 좋은 글과 사진으로 남아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다. 비록 내가 자전거로 중국을 종단하지 못하더라도 그의 종단을 함께 기뻐할 수 있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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