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로 세상을 울려라 - 우리시대 아름다운 얼굴 03
고정욱 지음, 박영돈 그림 / 현문미디어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어린 시절 내 책꽂이를 장식하고 있었던 책들 중에 에디슨, 링컨, 퀴리 부인 등의 외국 이름이 나열된 위인전집이 있었다. 머리가 나쁘거나 너무 가난하여 고생하다가 성공의 길에 오른 이 위인들의 이야기에 나는 얼마나 감동을 받으며 읽고 또 읽었던가.

 

지금 생각하면 먼 나라에서 이름을 날린 사람들이고 우리 정서에 잘 맞지 않는 용어와 그림,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의 성공담에 빠져 아주 열심히 이 책을 읽었던 것 같다. 혹시나 하여 지금의 어린이들도 이런 전집을 읽고 있나 살펴 보니 유명 출판사에서 잘 팔리는 위인전집들이 꽤 있다.

 

그 전집들의 특성은 대부분 20년 전 내가 어릴 때와 비슷하다. 소개하는 인물들도 에디슨, 링컨, 간디, 슈바이처 등 외국인들이 대부분이고, 기껏 우리 나라 사람이 껴 있다고 하면 장영실, 이순신 등 아주 먼 옛날의 인물들이다. 이래가지고서야 우리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인생 목표를 세워줄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퀴리 부인이나 에디슨 이야기에 감동을 받았던 나는 미래 희망이 항상 수학자과학자였다. 어른이 된 지금 나는 수학 혹은 과학과 상당히 거리가 먼 일을 하고 있는 걸 보면 이 책들이 막연한 꿈만 꾸게 해 주었지 실질적인 미래 계획에 별 도움이 되지는 못한 것 같다.

 

현문 미디어의 우리 시대 아름다운 얼굴 시리즈 중 하나인 <피아노로 세상을 울려라>는 이수미라는 피아니스트의 실화를 토대로 한 전기문 형식의 책이다. 이 시리즈는 듣지도 말하지 못하는 부모님 곁에서 밝게 자라 영화배우로 성공한 임은경, 국내 최초로 세계 인라인 스케이팅 선수권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궉채이 등 이 시대의 본받을 만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에디슨, 링컨처럼 먼 나라의 인물도 아니고 장영실, 이순신 등 과거의 위대한 인물도 아니다. 하지만 책 속에서 실존하는 한 인물의 일대기를 묘사하는 점이 다른 위인전과 유사하다.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이 책의 주인공들이 현재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어서 광고 등의 방송매체를 통해 실제 접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것.

 

<피아노로 세상을 울려라>는 피아니스트 이수미 양의 얘기를 토대로 하고 있다. 건축 자재상을 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 음악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던 수미. 그녀의 피아노 인생은 할머니를 따라 골목을 산책하다가 우연히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에 반하면서 시작되었다. 네 살의 어린 나이에 피아노를 시작했고 가정 형편도 넉넉하지 않았지만 수미는 피아노를 너무 좋아하고 재능이 있었다.

 

다행히 그녀의 재능을 알아 본 선생님과 부모님 덕에 꾸준히 실력을 쌓을 수 있었지만 행운의 여신은 그녀의 편만은 아니었나 보다. IMF를 겪으면서 집이 완전히 망하고 아빠가 구치소를 가게 되면서 피아노까지 팔리게 된다. 이런 시련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열정은 끊이지 않았다.

 

우연한 기회에 미군부대에서 연주를 하게 된 수미. 그녀의 연주에 감동을 받은 독일의 베를린 문화 단체의 사무총장은 수미에게 독일에 와서 공부할 것을 권하고 자기가 후원자가 되겠다고 제안한다. 아빠가 재기에 실패하여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그녀와 부모님은 망설이지만 결국 재능을 아깝게 여긴 이들 덕분에 수미는 혼자서 독일로 떠난다.

 

질이 나쁜 한국인 하숙집을 만나 마음 고생도 하고 부모님께서 보내 주시는 돈이 너무 적어 배가 고픈 생활도 하지만 수미 곁에는 든든한 후원자들이 많다. 피아노를 사주고 레슨을 시켜 주고 공짜로 연습실 사용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여러 사람들 덕분에 수미는 편안한 마음으로 연습할 수 있었다.

 

중학교 1학년 때 독일로 떠나 대학에 들어가는 나이가 되어서야 부모를 만날 수 있었던 수미. 그것도 그녀가 연습을 하다가 쓰러지는 바람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이렇게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꿋꿋이 음악을 놓치지 않고 했다는 사실은 매우 감동적이다.

 

38만원을 들고 14살의 나이에 독일 유학길에 오른 수미는 6년 만에 독일 연방청소년음악콩쿠르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1위를 차지한다. 그것도 이 콩쿠르가 생긴지 42년 만에 생긴 만장일치 의견이었다고 한다. 그녀의 감동적인 이야기는 한국 어린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들로 끝을 맺는다.

 

내가 이 자리에 서기까지 어느 때는 비가 내리고, 어느 때는 햇빛이 내리쬐어 무지게도 보이고 태풍이 몰아칠 때도 있었지요. 그렇지만 항상 나에게 힘이 되었던 건 가족들의 사랑과 나 자신의 사랑이었어요. 어려운 일들을 겪어 내고, 일어설 때마다 하나씩 더 배우고 느꼈답니다. 어린이 여러분! 제일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을 믿고, 사랑할 줄 아는 거예요. 그렇게 함으로써, 내가 나 자신에게 에너지를 줄 수 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거지요.

 

이처럼 현재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인물들의 얘기를 담은 전기는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감동을 준다. 이 책을 읽고 나도 수미 언니처럼 역경을 딛고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될 거야! 라고 말하는 평범한 아이들이 많으면 좋겠다. 뛰어난 인재가 꼭 뛰어난 집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꿈을 꿀 수 있는 아이가 바로 마음이 건강한 아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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