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맞춰 전진해 보라 - 재즈 피아니스트 진보라의 달콤상콤 성장기
진보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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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열아홉, 모델 겸 재즈 피아니스트 진보라. 그녀의 특이한 이력은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나는 ‘어떤 시건방진 아이 하나가 자기 잘난 척하는 책 하나 썼나 보다.’ 하고 선입견을 가졌다.




그래도 재즈를 위해 고등학교 진학마저 그만 두었다는 얘기에 도대체 피아노에 대한 열정이 어느 정도면 그럴까 하는 궁금증에 책을 펼쳐 들었다. 긴 생머리에 멋스런 포즈를 취하고 있는 겉표지의 사진은 그녀의 화려함을 드러내는 듯하다. 책의 다양한 화보들은 마치 패션 잡지를 보는 것처럼 모델 같은 진보라 양의 사진으로 도배되어 있다.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겸손하면서도 열정적인 태도로 재즈에 빠져 지내는 한 소박한 소녀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내가 가진 평상시의 사소한 긴장감은 무대에서 실수를 용납하지 않기 위해 존재한다. 일상의 모든 게 내 음감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숨 쉬는 지금도 내 몸 안 어딘가로 음악이 흘러간다. 내 안의 모든 기관들에 점차로 붉은 음악이 채워진다. 그것은 컵에 주스를 따르는 일처럼 단순하다.




그래서 나는 어느 것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다. 내가 이렇게 서 있으면 무조건 이 팔에 흐르는 혈관, 어딘가부터 항상 음악이 흐르고 있어 매 순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눈은 더 크게 뜨고 귀는 더 밝게 쫑긋 세운다. 겨우 열아홉 해 밖에 살아보지 않았지만 정말 하고 싶은 건 음악 밖에 없다.”




이렇게 자신이 지닌 음악에 대한 열정을 토해내는 소녀. 그녀는 일상의 다른 것들에 대해서 지극히 무관심하다. 어린 시절부터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모두 음으로 형상화하며 놀기를 즐겨했다는 것. 그녀가 듣고 보고 경험하는 모든 세상의 것들은 음악이 되어 그녀의 손가락을 타고 흐른다.




연주회에서 핸드폰을 끄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독특한 음악가. 그것도 이렇게 나이 어린 소녀에게서 폭발적인 정열과 잔잔한 고요, 깊은 슬픔과 환희를 모두 경험할 수 있다면 얼마나 감동적일까? 그녀의 음악을 평가하는 사람들은 나이에 맞지 않은 성숙한 재즈 연주에 극찬을 보낸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도 갈 길이 멀고 성숙된 음악을 하려면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길을 위해서 다른 10대들과 차별화된 길을 걷고 있는 재즈 피아니스트 진보라. 그녀는 음악적 성숙이 이루어질 때까지 미루어 놓은 일들이 많다.




주변의 음반 취입 제의도 대부분 거절하고 연습에 매진한다. 술이나 미팅 같은 유혹에 쉽게 노출될만한 휴학생인데도 그런 유혹에 절대 빠지지 않고 피아노와 함께 먹고 마시며 산다. 이러기도 쉽지 않다. 그녀의 유일한 외도라고 한다면 바로 모델 일을 하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을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 피아노 연주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자신감을 가지고 숨은 자신의 매력과 향기를 발견하여 남들 앞에 보여주는 것이 피아니스트와 모델의 공통점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 두 가지 일은 상충됨이 없이 잘 조화를 이룬다. 책의 화보에서 보이는 진보라 양의 모습은 일반적인 고등학생처럼 매우 어리고 순진해 보인다.




하지만 그녀의 음악은 그 나이를 뛰어 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비록 그녀의 연주를 직접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기회가 닿으면 한번 쯤 그녀의 연주를 들으러 가고 싶다. 즉흥 연주라는 재즈는 순간순간 연주의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한다. 같은 곡을 연주하더라도 그 때의 분위기에 따라 편곡이 달라지기 때문.




그래서 더더욱 재즈에 매료되는가 보다. 연주가는 그 순간을 포착하여 마치 놓치기 쉬운 사진 한 장을 찍듯 음악을 연주하고 감상자들은 매 순간 달라지는 연주자의 감정 변화를 느끼며 감상한다. 그러다 보면 연주가와 감상자들은 하나가 되어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를 함께 느낀다.




진보라 양이 이렇게 성장하기까지는 부모님의 영향이 참 크다. 엘튼 존이 파산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경제관념을 키워주기도 하고, 다섯 살짜리 방에 장구와 피아노, 바이올린과 같은 악기를 놓아주며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하도록 한 부모. 그들이 없었다면 아마 재즈 피아니스트 진보라도 없을 것이다.




교육가들의 말 중에 “물이 어떤 그릇에 담기느냐에 따라 원 모양이 되기도 하고 사각형이 되기도 하듯이, 인간은 어떤 환경에 놓이느냐에 따라 그 모양이 달라진다.”는 명언이 있다. 부모의 틀에 맞추어 아이를 교육하는 것은 문제가 있겠지만 아이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자라도록 도와주는 것은 바로 부모의 몫이다.




아이에게 맞는 틀이 원 모양인지 사각형인지 찾아 주는 일, 그것이야말로 부모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일 것이다. 진보라 양은 세 네 살 아주 어린 시절부터 음악이 그냥 좋았다고 한다. 길에서 들려오는 잡음들이 음악으로 들릴 정도로 말이다. 그녀의 재능을 일찍 발견하고 키워 준 부모의 기대만큼 그녀가 좋은 피아니스트로 성장하길 믿고 또 바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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