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국기 소년 창비아동문고 232
유은실 지음, 정성화 그림 / 창비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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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국기 소년’을 읽고

이 책은 유은실 작가의 단편동화집이다. 한 작품 한 작품이 참 색다른 빛깔이다. 모두 9작품이 만만치 않은 비중으로 들어있다.

 

첫째 소재 면에서 볼 때 아, 이렇게도 쓸 수가 있구나 싶은 글들이 많았다. 백석의 시를 소재로 삼은 ‘내 이름은 백석’,만국기의 이름을 줄줄이 외우는 소년을 내세운 ‘만국기 소년’, 천원을 가지고 아껴 쓰는 ‘맘대로 천원’, 두 할머니들의 부침개 사건을 다룬 ‘선아의 쟁반’, 특이하게 이모부의 전화수다 문제를 소재로 삼은 ‘어떤 이모부’, 손님맞이를 위해 청소하는 이야기를 다룬 ‘손님’, 짝이었던 친구를 소재로 다룬 ‘보리방구 조수택’, 상장 받던 날에 대한 글인 ‘상장’,  엄마가 없는 날 동생과 치매인 할머니를 돌보던 일을 쓴 ‘엄마 없는 날’ 등이 그것이다. 모두 생활 속에서 얻어진 글감들 같다. 그래서 이야기가 친밀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무슨 일일까 호기심이 생기고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둘째 구성 면에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과정이 다 다르다. 대체적으로 나로 시작되는 작품이 거의 다다. 선아의 쟁반만 빼고 모두 나로 시작되는 작품이다. 그래서 읽기가 편하다. 대부분 자연스럽게 시간적인 순차에 의해 전개된 글들이지만, ‘만국기 소년’은 수업 시간에 소년이 만국기를 외우고 있는 동안 나는 그 소년의 기억( 어떻게 알게 되었나)을 떠올리는 일을 한다. 그 과정이 감칠 맛나게 읽혀진다. 전혀 느슨한 감이 없이 읽히는 힘이 있다. 잘 만들어진 플롯 탓이리라. 쉴 틈이 없다. 다른 작품들도 마찬가지다. 사건 하나를 가지고 탄탄하게 끈질기도록 엮어나간다. ‘손님’이나 ‘상장’이 그렇다. 한 가지 일을 섬세하게 역어나가는 힘이 바로 이 작가의 매력인 것 같다.  

 

셋째 작품 속에서 웃음이 묻어나온다. 백석의 시를 가지고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 하는 장면들이 재밌다. 슬프도록 국기를 외우는 소년의 모습이 그렇다. 안 쓰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쓰게 된 천원으로 산 떡볶이가 맵고 맛없지만 억지로 먹어야 했던 모습, 두 할머니의 부질없는 경쟁심 때문에 부침개가 담긴 쟁반을 들고 오르락내리락 해야 했던 선아의 모습, 습관처럼 전화해서 수다 아닌 쓸 데 없는 말을 하는 사람이 되어버린 이모부의 모습, 그리고 그 이모부를 피하는 가족들의 모습, 손님이 온다기에 청소를 하면서 신나는 상상을 하는 아이의 모습, 조수택의 모습을 묘사한 장면들, 상장이 끝내 흙탕물에 못쓰게 된 일 등. 읽다가 보면 웃지 않을 수 없는 대목들이 나온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것은 참 안된 슬픈 웃음들이다. 어른들 사이에서 배어나오는 웃음, 즉, 현실은 절대로 즐겁지 않은데 그것이 웃음처럼 흘러나오는 것이다. 우스꽝스럽게. 아마 그것도 작가의 특별한 기술인 것 같다.    


넷째 삶(생활)의 어떤 진한 애정이 느껴진다. 이야기들의 주인공들은 그렇게 행복해보이지는 않는다. 잘사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리기 보다는 어둡고 슬픈 아이들의 모습을 더 많이 그리고 있다. 그렇지만 그것을 그대로 그리지는 않았다. 작가는 그것을 섬세한 관찰로 심리묘사를 일궈냈다. 아이들의 자잘한 곳까지 세세히 들여다본 것 같은 작가의 눈은 그것을 그대로 작품 곳곳에 배치하여 동심을 표현해 냈다. 치밀하게 갈등을 그려냈고 그것을 묘사해냈다. 그러고 보니 생활 속 진심이 잘 드러난 심리묘사 위주의 단편들인 것 같다. 


다섯째 찡한 감동이 있다. 재미있지만  읽다가 보면 애잔하게 다가오는 그 무엇이 있다. 안타까워서 오는 감동도 있다. 특히, 만국기 소년에 나오는 아버지가 그랬고 그 아버지가 얻어다 준 옷을 아무것도 모른 채 입고 학교에 온 아이가 안쓰럽다. 책이 없어서 그 만국기 책만 달달 읽었을 아이를 생각하니 또 안쓰러워진다. 거기다가 선생님의 질문이란 황당할 수밖에. 조수택도 그런 아이다. 손등이 터지고 누런 내복이 보이는 그 아이, 측은한 아이. 그 아이가 건네준 신문을 기어코 난로 속에 넣을 수밖에 없었던 착한 아이였던? 여자애의 마음이란 또 무엇이란 말인가. 누구를 이해하고 누구를 위로해야 할까. 천 원 한 장도 마음 놓고 못쓰는 아이. 어린 동생이랑 애기 같은 할머니를 돌봐야 하는 아이도 가슴을 치는 뭔가가 있다.

이렇게 이야기들은 재미있지만 한 편으론 생각하게 만든다. 읽는 내내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는데, 그 이유 중의 하나는 나의 경험들이 살아나서 공감을 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작가만의 빛깔이 드러나는 동화집이다.


< 2007, s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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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키고 싶은 비밀 신나는 책읽기 5
황선미 지음, 김유대 그림 / 창비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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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키고 싶은 비밀’를 읽고 -황선미 글, 창비, 2001,8,000.122쪽.

제목이 좋아서 읽고 싶었다.

엄마는 마트에서 일을 하느라 오후부터는 집에 안 계신다. 아빠는 이가 아프시고 형 한결이는 늘 게임만 한다. 밤에도 하느라 늦잠을 자기고 한다. 그런데 엄마 아빠는 늦도록 공부하거나 태권도를 열심히 해서 그러는 줄 아신다. 이번에는 태권도 시합에서 메달을 따면 게임시디를 사 준단다. 그런 형이 은결이는 부럽다. 마음대로 컴퓨터도 못 쓰고 할 줄 아는 것이 없어서다. 얼마 전부터 은결이가 롤러브레이드 사달라고 하는데도 그것 살 돈 없다고 한다.


사실 엄마는 싱크대에 돈을 모으는 지갑이 있다는 걸 은결이는 안다. 은결이는 언젠가부터 그것에서 돈을 꺼내 군것질을 한다. 친구들에게 무엇을 사주기도 한다. 그래서 저녁에는 밥맛이 없기도 하다. 친구에게 무얼 사주기 시작하니까 계속 돈이 있는 척을 해야 하고 사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 그래서 계속 엄마 몰래 돈을 꺼내게 되었다. 이번에도 친구가 사달라는 걸 사기 위해 돈 만원을 꺼냈다. 꺼내다가 유리잔을 깨뜨려서 발을 다쳤다. 그것조차도 말을 못하고 숨겨야 한다.


은결이가 지갑에서 꺼낸 돈으로는 친구에게 원하는 대로 사준다. 그런데 그 친구 엄마가 집으로 전화를 했다. 엄마랑 통화 좀 꼭 하게 해달라고. 별일 아닌 줄 알고 까먹고 있다가 나중에 전화번호 메모한 걸 보고 엄마께 얘기했다. 그날 후로 친구는 사준 장난감을 도로 주며 자기네 엄마가 만나지 말란다고 피해 다니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냥 집으로 돌아오며 아무 내색도 못하고 있는데 발은 점점 더 심해지고 아파졌다.


마침 다음날은 형 한결이의 시합 날이었다. 은결이는 아프지만 형의 시합을 보고 병원에 가려고 하였다. 형은 이길 자신 있다고 큰 소리 치더니 첫판에 케이오를 당해서 아빠를 실망시켰다. 그것도 아주 대단하게 실망을 하여 병원을 가는 은결에게는 무관심이다. 참패를 당한 후 게임시디며 게임을 하는 것은 물론 다 금지였다. 더불어 은결이도 아빠 엄마 눈치를 보아야 했다. 잘못한 것이 있으니까 드러나면 안 되니까.

엄마는 은결이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동안 아무 내색도 없었다. 유리가 박혀서 빼냈고 집까지는 엄마가 업어야 했다. 그런데 엄마는 아무 말 없었다. 그러다가 폭발하듯 터뜨렸다. 친구엄마가 찾아왔더라고. 엄마한테 회초리를 맞았다. 엄마는 필요하면 말을 하지 왜 그랬느냐며 슬퍼했다. 사실 그 돈은 은결이가 원하는 롤러브레이드를 사려고 모으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제 물 건너갔고 병원치료비로 다 쓰게 되었노라, 고도 했다. 은결이는 엄마가 원망스러웠다. 진작 그렇게 말을 했으면 훔치지 않았을 것인데 하는 생각으로. 아빠는 드디어 잇몸수술을 하시게 되었고 은결이와 한결이는 문병을 간다.


구성도 있고 계속해서 갈등이 연이어 나온다. 처음엔 느슨하다 싶었는데 뒤로 갈수록 치밀한 감정과 대립하는 부분이 나오고 심리갈등이 잘 배치되어 있다. 아빠의 치주염, 형의 게임 중독 같은 현상, 나도 질세라 자꾸 돈을 훔치는 것, 엄마의 늦은 귀가. 낮에는 아무도 없는 집. 그런 속에서 자기도 모르게 나쁜 행동을 하게 되고 또 그런  조마조마한 마음을 작가는 잘 살려 표현하고 있다. 상황이 진짜 흐린 하늘같다. 구름이 많은. 아이다운 마음을 잘 표현하였다. 특히 아빠가 시합을 치른 사람처럼 더 흥분하고 참지 못하는 장면들은 진짜 재미있었다.


< 2007, s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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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숙의글방 2007-07-08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지개님 감사합니다. 님의 서재에 갔더니 책을 굉장히 많이 읽으시네요. 절로 감탄!!! 자주 둘러보고 참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휴일 되세요.

무지개 2007-07-09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덤속의 그림님, 다녀가셨군요.^^* 숨어서 혼자 쓰고 보려고 헀는데 다 들켜버린 것 같아요. 민망^^*
 
수선된 아이 - 제1회 올해의 작가상 수상작품집 책읽는 가족 55
김기정 외 지음, 유기훈.이영림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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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여러 편의 알찬 단편들이 들어있다. 김기정의 < 두껍선생님 >, 김민령의 < 견우랑나랑 >, 김영혜의 < 수선된 아이 >, 이용포의 < 버럭 할배 입속엔 악어가 산다 >, 정은숙의 < 빰빠라밤, 우리동네 스타탄생 >, 조영희의 < 책을 돌려주세요 >, 진은주의 < 천타의 비밀 >.

작품들이 모두 작가들을 따라 각기 다른 개성을 보여준다. 그 중에는 재미있는 상상을 담은 이야기도 많다. 의인화된 이야기, 생활 속 소외된 어두운 이야기, 발랄하고 재치 있는 이야기, 이웃들의 정이 느껴지는 명랑한 이야기, 판타지적인 이야기, 가족의 아픔을 그린 이야기 등이 나온다.


재밌는 부분들이 많았다. <두껍선생님>은 사투리를 쓰는 두꺼비가 일일 선생님이 되는 것 자체가 제일 웃겼다. 그것도 소원을 빌어서 들어주었다는 동기가 재밌었다. 한바탕 재미난 소동을 보는 것 같았다. 유쾌하고 즐거운 웃음이 넘치는 글이었다. <버럭 할배 입속엔 악어가 산다>도 재미있는 작품이다. 할아버지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고 있지만 아이들이 할아버지를 보는 생각이 너무 재있게 그려져 있다. < 빰빠라밤 우리동네 스타탄생 >도  부담 없이 즐겁게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글이다. < 책을 돌려주세요 >도 마찬가지다. 즐거운 상상이다. 

 

읽으면서 마음이 아팠던 작품들도 있다. <견우랑 나랑>은 그야말로 불우한 가정의 아이들이다. 그래서 어쩌면 둘이는 마음으로 친하다. 엄마가 집을 나간 후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를 견디며 지내는 견우는 엄마랑 살게 되지만, 나는 남아서 하루 세끼 먹는 것을 걱정을 해야 하는 처지로 친구들에게는 폭력적인 아이로 불린다. 어쩌면 그것은 현실에 대한 불만(불안) 때문이리라. 이별을 하면서 나누는 대화가 눈물겹다.


<수선된 아이>에서는 그 아픔이 더 뼈저리게 나온다. 아이들에게 당할 때마다 자기의 또 다른 모습 ( 진짜인 나, 자아 )이 썩어문드러져 간다. 그 수선된 아이는 고통스런 자신의 실체인 것이다. 겉보기에는 그래서 무척 색다른 기법으로 다가온다. 조금 무서울 정도로 섬뜩하다. 그 정도로 아이는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내성적이고 소심하고 용기가 없어서 친구 하나도 제대로 못 사귀는데, 아는 아이마저 자기를 가지고 노는 것에 분개하면서도 싫다고 말 못하는 극히 우울한 성격이다.  하지만 더는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수선된 아이가 썩어가고 있는 모습을. 방치한 자신을 찾기로 한다. 그래서 당당하게 체육복을 창밖으로 내던진다. 그때 참 속이 시원했다.

 

< 천타의 비밀 >은 아픔을 가지고 있지만 가족의 사랑으로 극복해가는 모습을 밀도 있게 그렸다.

그러고보면 작품들은 사회 다양한 모습을 드러내주고 재조명하게 하는 것 같다. 즐거운 학교란 어떤 모습인가, 외톨이가 없는 학교는 불가능한 걸까, 소외된 어른들이 없는 편안한 세상은 어때야 할까, 아이들이 밝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이란, 유행에 민감해진 현대사회의 장단점 등 생각해볼 거리들이었다. 아이들이나 노인들에게는 혼자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누군가와 함께여야 더 어울리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상황은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도 아직 어딘가는 따뜻한 구석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이 그곳을 찾아가는 길이 되줄 것이다. 마음이 서로 통하면 닿을지니.

 

 

 

모두 뛰어난 작가들의 작품들이란 점에서 한권의 책(한자리)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작가들의 또 다른 작품을 찾아 읽어 보는 것도 작가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 2007. s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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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도도군 - 2007년 제13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일공일삼 48
강정연 지음, 소윤경 그림 / 비룡소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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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도도군’을 읽고 -강정연 장편동화, 비룡소, 2007, 8500.


도도! 사람이름인줄 알았다. 그리고 또 표지를 보고는 고양인 줄 알았다. 그런데 다 틀렸다. 강아지였다. 그것도 도레미의 도자를 따서 그냥 도도라고 불리는 개. 도도는 김 기사가 있는 집의 사모님 애완견이었다. 이를테면 부잣집 마나님의 놀이 개였다. 그런데 살이 찌고 놀림을 받게 되자 김 기사 엄마네 집에 버려졌다가 다시 집으로 온다. 그런데 그 사이 도도는 자유롭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진정한 동반자를 꿈꾸게 된다.

 

 

그래서 탈출을 시도 한다. 처음에 만난 개들은 전부 버려져서 병이 들고 갈 곳 없는 배고픈 개들이었다. 도도도 하마터면 팔려갈 수 있었는데 도망을 쳤다. 그리고 만난 사람이 상자 할머니 그 할머니랑 좀 행복한 나날을 보냈는데 사고가 나서 도도는 의식을 잃었고 그 상자 할머니는 다시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있게 된 곳이 개를 보호하는 곳. 그곳에 있다가 보청견으로 발탁되어 훈련을 받고 결국 원하는 동반자 가족을 만나서 가족사진도 찍는다.


애완견으로 살아가는 삶에 회의를 느끼고 뭔가 새로운 삶을 원했던 도도. 필요하면 원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버려지는 관계에 실망을 하고 서로에게 진짜 동반자가 되어줄 사람을 찾아 나선다. 많은 개들이 그렇게 버려지고 있었고 무의미하게 죽어갔다. 그 현실을 직면한 도도군. 예쁜 옷과 맛있는 음식을 기꺼이 박차고 나갈 수 있었던 건 어디서 나오는 용기였을까. 안락한 집을 나가면 과연 잘 살 수 있을지, 앞으로 어떻게 살게 될 지 막막했을 텐데도 무작정 뛰쳐나간 건 그만큼 절실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살기 싫은 것. 더 이상 그런 현실에 안주하기 싫은 것이었다.

 

 

어딜 가나 호시탐탐 노리는 도도의 목숨. 도도를 담보로 돈 좀 벌어보려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랑으로 대해주는 사람도 있고 그리고 재능을 파악하고 쓸모 있는 삶의 길을 열어주기도 한다. 행운이 도도에게 따랐다. 그리고 도도도 그 행운을 놓치지 않았다. 새로운 가족의 일원이 된 도도. 널 만난 건 행운이야, 라는 소리를 들으며 진짜 식구가 된 도도. 그런 도도에게 앞으로도 계속 좋은 일만 있을 것 같다.



개에 불과한 보잘 것 없는 목숨이, 진정한 자아(삶)를 찾아가는 과정이 너무 리얼하게( 심리 묘사도 ) 펼쳐진다. 그러고 보면 생명이 있는 것은 모두 진지하지 않은 것이 없는 것 같다. 하찮게 대하는 것들 속에 그렇게 자기주장이 강하게, 또렷이 살아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게다가 개들도 이기적이고 계산적이며 자기만 아는 사람은 싫어한다는 사실이다. 마음으로 교류하는 진정한 이해와 사랑을 원하고 있다. 배부른 강아지로 사는 것이 다가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니 하물며 사람인 우리는 어때야 할까. 도도처럼 도도하게, 현실을 반전시키는 멋진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 2007, s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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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톨
와타야 리사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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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스톨’을 읽고 - 오타야 리사 글, 김난주 옮김, 160쪽, 8500원, 북폴리오. 2006.


청소년의 심리가 잘 드러난 성장소설이다. 이 작품은 작가가 17살 나이에 직접 쓴 글이란다. 여기에 나오는 주인공도 17살이다. 방황과 혼돈의 시기에 놓인 나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고교졸업을 앞둔 고3으로 나온다. 곧 대학에 진학도 해야 하는 나이다.  그런데 고3인 도모코는 한 달 여간  무단 결석을 한다. 그리고 자기 방의 물건을 전부 쓰레기장에 내다버린다. 자기 존재를 찾기 위함이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란 물음 앞에 죽고 싶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렇지만 죽지는 않고 그저 쓰레기장 앞에서 누워보는 것이다. 그곳에서 초등생 가즈요시가 나타난다.

 

 

 

 

가즈요시는 무의미했던 도모코에게 새로운 도전을 부여해준다. 사실 그 가즈요시는 학교도 다니고 오후에는 아르바이트로 돈을 버는 일을 한다. 채팅이라는 것이다. 성상업에 종사하는 어떤 사람의 부탁을 받고 그 사람인척 문자로 채팅만 해주면 되는 것이다. 이제 고작 12살인 가즈요시가 어른 흉내를 내며 문자를 날린다. 그걸 본 도모코는 그건 아니다라고 머리로는 생각을 하면서도 가즈요시가 함께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에 하겠다고 말을 한다. 그래서 둘은 성산업채팅에 뛰어들어 근 한달이라는 시간을 함께 보낸다.


아이가 학교를 가면 몰래 그 남자애 집으로 들어가서 오전 내내 채팅을 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소년이 돌아오면 그제서야 넘기고 집으로 온다. 왜 어른들이 그 사실을 모른다고 생각했을까. 다들 바쁜 부모들을 두고 있었다. 그래서 무관심한 줄 알았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면 어느새 눈치를 챘는데도 그냥 놔두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만 너무 대놓고 따지지 않고 몰아세우지도 않는다. 우리나라 엄마들 같으면 그런 상황에서 어땠을까. 아마 난리도 아니었을 것이다. 어린 아이가 어른 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아무렇지도 않게 돈을 벌겠다고 하고 있으니 (직접이든 문자로든 말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대성통곡을 하다못해 관리를 못한 부모로서의 죄를 탓하고 몇날며칠을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살 것이다. 그만큼 우리에게는 큰 충격일 수 있는 일인데 일본 엄마들은 감정을 극히 절제를 하는 것 같다. 아이가 물건을 전부 없앴는데도 텅 빈 방이 좋아서 빈 방에 누워 있다고 하거나(눈물은 흘리지만), 또 아들이 큰 누나와 함께 인터넷에 빠져 지내는 데도 차라리 함께 있는 것을 보니까 마음이 놓인다고 하는 새엄마나 마찬가지로 담담하다. 큰일이라도 난 듯이 떠벌리지 않고 혼내지도 않는다.


한달이 되고 소년은 큰 돈을 손에 쥔다. 그러면서 그 채팅도 종료가 되는데 그제서야 17살도 무언가 마음에 느끼는 것이 온다. 성산업에 뛰어들었던 애기엄마도 이제는 애기만 잘 돌보겠다고 한다. 다시 시작을 해도 늦지 않은 나이다.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서성이던 17살은 이제 현실로 돌아가 다시 살아볼 마음이 드는 것이다. 그것이 17살 자리인 것이다. 잠깐 동안의 반란이었지만 그 것을 통해 세상을 보게 되었다.

 

 

 

 

교복과 집의 굴레. 삶은 평범함 속에 존재 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별해야 한다고 생각을 해서 그 무엇인가를 찾아나서 보았지만  사실은 누구나 평범함 속에 살고 있다는 진리를 만나게 된다. 너무 무겁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만은 않은 책이었다. 다 버렸다고 생각을 하고 스스로 절망에 이른 순간, 소년의 말은 환한 빛과도 같았다. 인스톨. 다시 인스톨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소년은 17살을 인스톨한 셈이다.


“인스톨이 뭔데?”

“프로그램 디스켓을 사용해서 컴퓨터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것예요. 그렇지만 나는 그냥 인스톨을 한 게 아니고 인스톨을 새로  했어요. 그러니까 리세팅을 한 거죠.” ( p.55쪽 )


문장이 대체로 짧다. 복잡하지 않다. 그래서 쉽게 읽힌다. 십대가 쓴 소설이라고 생각을 하니 더욱 그들의 고민이나 갈등이 가깝게 느껴진다. 답답한 일상으로의 일탈(탈출)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밖으로 뛰쳐나가 무슨 대범한 일을 저지르겠다는 것은 꼭 아니었다. 다만 벗어나고 싶었고 추스를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다행히 일상으로 돌아온다. 현실과 이상의 팽팽한 대결 속에 이루어지는 마음의 방황이야말로 가장 큰 짐이고 무거운 숙제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더 이상 요상한 낭만을 쫓지는 않을 것 같다. 그만한데 있다가  돌아올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식상한 표현을 써서 안됐지만 분명히 그런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때로는 어른들도 참고 기다릴 줄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참견하고 끼어들어서 일을 망치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 이제는 혼자가 아니고 함께 가는 길을 택한 17살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 2007, s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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