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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속의 그림 - 제6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ㅣ 보름달문고 14
문영숙 지음, 윤종태 그림 / 문학동네 / 2005년 11월
평점 :
<무덤속의 그림>을 읽고
이 책은 다 읽고 싶어서 손을 놓을 수가 없는 책이었다. 나는 학교 다닐 때 국사를 제일 싫어했다. 재미없게 엮은 국사책 때문이었다. 국사가 이해하기 어려웠고 재미도 없어서 싫어했다. 그런데 역사에 대한 이야기마다 이런 식으로 풀어놓으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지루한 국사공부가 얼마나 즐거운 시간이 될까 생각을 하였다. 간결한 문장. 똑똑 떨어지는 내용들. 그러면서 앞뒤 연결이 매끄럽고 파노라마적인 내용 전개로, 한편의 영화나 드라마를 본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상상의 그림들은 너무나도 선명하게 그려놓은 묘사 때문이리라. 차분하게 이어지는 이야기 전개는 독자를 안으로 몰입시킨다. 잘 짜여진 구성. 치밀한 사건의 전개. 이야기 속의 이야기. 복잡하지 않으면서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구조. 감동을 주는 아름다운 역사동화였다. 교훈까지 아끼지 않았다. 사신도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왔지만 그렇게 사연이 얽혀 있는 사신도였는지는 몰랐다. 그렇게 아름다운 이야기로 승화시킬 줄 아는 작가분이 대단하게 여겨졌다.
장백산. 장무암, 무연, 퉁구, 스승(망혜),화첩,화필,사무랑,무사들,해동무사,고구려,선비족,설봉선인,장수,시월 동맹제,왕궁,무술대회,그림대회,화공,왕릉벽화.선왕,선비족,모용외,집사장,순장자,막리지공비추,족장,수장들,메뚜기떼,선왕제사,무두지장군,환도산성,마지막 순장자,오녀산성,화공장,공탁,연소랑,연대인,활잡이,순장제도,폐하,진인,제가회의,사신도...
책을 읽으며 나오는 단어들을 정리해 보았다. 역사적인 배경 아래 나오는 이름들은 그 시대와 사회상까지도 잘 말해주고 있다. 옷에서부터 풍습, 관습, 나라의 제도에서부터 신선에 관한 새로운 사상까지 겸비한 내용들로 꽉 차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다양한 고구려 문화를 만날 수가 있다. 요컨대 배경지식을 얻을 수 있다. 이야기가 뒤로 갈수록 영혼에 관하여 신비롭고 놀라운 장면들이 나오는데 그런 장면들은 판타지 적이다. 내세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다보니 그렇게 되는 것 같다. 또 그렇게 빠져들게 된다. 왕이 죽으면 산사람을 함께 묻었던 시대였으니 그 시대로서는 그렇게 이해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이 이야기를 통해 악을 악으로 갚지 말라는 교훈, 또 악습을 없애려는 노력의 결과 순장제도를 폐지하게 했던 것등은 오래된 관습을 초월하려는 노력으로 보였다. 충신과 간신의 갈등과 모함 속에 권선징악 같은 면이 나타난다.
주술적인 면도 보인다. 여성들은 역시 남성중심에서 밀려나 있다. 결말은 그래도 화해다. 스승의 가르침이 헛되지 않았다. 집사장으로 산 게 죄라고 생각을 하고 착하게 살려고 했던 망혜. 자식도 저버린 채 스스로의 권력과 욕망을 채우려고 했던 공비추, 기꺼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무두지, 부모의 억울한 죽음을 알고도 원수를 용서한 무연, 멋모르고 해코지만 하려고 한 공탁, 부모 대에 있었던 일을 자식들에게까지 이어지지 않게 한 점, 또 곳곳에 도교나 신선사상이 어우러져 벽화를 그리는 무연과 화공들의 이야기가 예술적으로 나타난다. 사이사이 묵화처럼 그려져 있는 그림들은 이야기를 더욱 실감나게 돕는다. 그림을 통하여 마음을 순화시키고 그림을 통하여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며 고구려의 기상과 후대의 번영도 표현하였다. 벽화에 혼을 불어넣은 작가의 글 솜씨에 또 한번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