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 숟가락 하나 - MBC 느낌표 선정도서
현기영 지음 / 실천문학사 / 199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지상에 숟가락 하나'를 읽고  


  현기영님의 장편 소설이다. 실천문학사,8,000,374페이지,1999,3월에 초판되고 엠비씨 느낌표 책을 읽읍시다선정도서다.

현기영님은 1941년 제주출생이시다. 이 소설은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다. 어린시절 유년의 풍경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어린 시절부터 대학을 가기까지의 제주도에서의 생생한 삶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소설치고 꽤 두껍고 글시도 작고 어쩌면 지루할 지도 모르는 책인데 내용이 워낙에 실감나고 가슴아프고 또 때로는 너무 배꼽 빠지게 재밌어서 다 ᄋ읽지 않을 수가 없는 책이다. 이렇게 재미나게 묘사를 실감나게 표현한 작가도 없을 것 같다. 내가 읽은 소설들은 대부분 감동적이고 눈물이 날 정도로 감상적인 책들도 많았지만 배꼽빠지도록 혼자 미친 사람처럼 깔깔대고 웃도록 만든 소설은 진작에 없었다. 그런데 이 작가는 정말 재미있게 표현을 한다. 지저분한 이야기를 코믹하게 우스광스럽게 표현을 한다. 꼭 만화의 한 장면처럼. 아이들의 심리를 어찌그리도 잘 표현했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겪은 이야기를 쓴 거라지만 벌써 언제적 이야기인가. 나 같아도 기억이 가물가물 하여 묘사를 하려면 잘 못할 것 같다. 그런데 방금 겪은 일처럼 그렇게 생생하게 이야기를 풀어쓴 것 보면 역시 작가는 작가다라는 생각이 든다. 하나를 쓰더라도 대충쓰지 않는 철저한 프로정신, 읽는 사람이야 쉽게 읽는다지만 글을 쓴 사람은 그 글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이 준비를 했을까 느껴진다. 그리고 그렇게 생생하게 쓰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자기 자신과 싸워야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건 확실한 것 같다.

나도 이 글을 읽으면서 내 어린시절을 더듬어보고 또 저절로 기억이 나곤 했다. 그래서 언젠가는 나도 내 유년시절을 소설로 써야지 하는 욕심도 생긴다. 하지만 이렇게 잘 쓰려면 기억을 잊지 않고 보관해야 할 텐데....실감나는 이야기를 잘 써낼수 있을까 의문스럽다. 아무튼 누구나 유년은 있게 마련이고 지나온 세월 속에 이야기가 숨어 있다. 하지만 그걸 어떻게 표현해 내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작가는 그걸 끌어내기 위해 존재하는 거니까 그래서 작가니까. 나에게도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현기영님의 어린시절은 참으로 불우하다. 가난하였다. 일제시대를 이어 전쟁까지...그러나 그 와중에 겪은 4,3사태는 정말 끔찍하였다. 이 책을 읽고나서야 비로소 4.3사태가 무엇인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제주도에서도 그런 참혹한 일이 있었다니 놀랄일이다. 그렇게 떨어진 섬에서도 사람들이 무참히 죽어갔다니...어이없기도 하고. 그런 아픔을 낱낱이 보아온 어린 아이들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처참하게 죽어가는 식구들을 사람들을 보아야 하는 슬픔, 그리고 그걸 표현도 못하고 감추어야 하는 시대의 처절함.

계속되는 흉년에 먹을 것도 없이 기근에 시달려야 했던 어린시절의 소년, 나가서 집을 돌보지 않는 아버지, 어린 동생들과 할머니 어머니만 남아 연명을 위해 산 세월...그러나 작가는 가난이 무섭지 않았다고 했다. 다들 그렇게 살았으니까. 그리고 아이들은 힘들고 어려운 것들은 금방 잊어먹는 습관이 있다. 뛰어놀 대자연의 공간이 있었고 볼거리가 많았다. 자주 울던 마음 약하던 아이, 우울한 아이...그러다가 공부에 취미를 붙인 아이, 평화로운 세상이 아니었던 만큼 어린 아이는 끔찍하고 참혹한 사건들을 접하면서 마음이 자라났던 것 같다.분명 행복하고 좋은 시절은 아니었다.아이에게도 그런 시절은 나쁘다.

열병으로 한 쪽 귀가 안들리게 되었고 또 얼마동안 앓고 난 후에 소년은 말이 없어진 조용한 아이가 된다. 중학교에 장학생으로 입학해 가난한 집에 도움을 주었다. 3년 학비면제였다. 그 사이 책에 몰두하고 소설도 써서 현상모집에 입상도 했다. 중학교 때 현역군인을 마친 아버지가 돌아오셨다. 그러나 그것도 딴 살림을 차려 살다가 사업에 실패하고 돌아왔는데 계속되는 실패로 그동안 어머니가 애써 지은 집과 땅마저 다 날리고 놀음에 빠져 지내게 되자 소년은 심하게 우울증에 걸린다. 사춘기에 접어든 그에게 아버지의 그런 행동은 참을 수가 없었다. 두번이나 자살하려 했다. 대학입학을 앞두고 서울로 가기위해 자기가 마련해둔 돈을 아버지가 놀음으로 날린 것이다. 소년의 상실감, 아픔 그런 것들이 아마도 훗날 소설을 쓰게 한 기초가 된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참 읽을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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