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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의 별 ㅣ 푸른도서관 16
강숙인 지음 / 푸른책들 / 2006년 12월
평점 :
‘초원의 별’을 읽고 강숙인 글.
제목이 참 낭만적이다. 초원의 별. 그래서 그런 내용일 거라 예상을 했다. 무대가 옛날이다. 새부가 나오고 다복이 또복이 무경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들이 나온다. 이름들이 참 특이하면서도 개성이 있는 것 같다. 그렇듯이 새부와 다복이는 아주 가깝고 다정한 친구사이로 나온다. 하지만 무경이는 아니다. 라이벌이면서 경쟁관계 이면서 적대시해야할 아이로 나온다. 무경이는 자기 마을 아이들을 이끌고 새부네 동네로 와 한바탕 난동을 부렸다. 분명 무경이가 꾸민 일임을 알지만 무경이가 원하는 조건대로 다복이의 대장인 새부가 그네들에게 맞고 만다. 그일로 인해 새부와 다복이는 더욱 가까워졌고 대장노릇을 그만두게 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끼리의 알력, 특히 네편 내편 편 가르기, 패거리들과 몰려다니기 등은 여전한 것 같다.
새부는 엄마를 어려서 잃고 아버지와 살고 있다. 아버지는 새부에게 글을 가르치고 무예도 가르치는데, 역시나 요즘 교육열에 뒤지지 않는 것 같다. 주야로 교육을 강조하는 걸 보면 예나 지금이나 중요한 건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어떤 형태로든 배움은 계속된다는 것이다. 더욱 신기한 것은 본래 아이들은 어른들이 옛날 이야기를 하거나 들려주면 듣기 싫어하거나 회피하거나 안 들으려고 하는데 새부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꼭 들어야만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상황으로 몰고 가서 새부는 아버지의 과거를(신라의 역사를) 온전히 새겨듣는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나의 아버지를 생각했다. 당신의 어린시절을 우리들에게 고생담처럼 들려주시던 아버지 말이다. 그 때 좀 더 열심히 들어드릴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다시 듣고 싶어도 못 듣는 이야기가 되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새부와 새부 아버지가 나누는 대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요즘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밥상에 마주 앉아있는 시간도 없다고 한다. 다들 하는 일이 바쁘다보니까 가족끼리도 그렇게 시간을 내서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없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새부네 부자지간은 참 좋다. 비록 옛날이라는 공간을 갖고는 있지만 무릎을 맞대고 앉아 글도 배우고 옛이야기도 배우고 지혜도 배우는 그런 무릎학교였으니 말이다.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과 믿음 신뢰, 존경, 그런 것들을 일일이 가르치지 않아도 그 안에서 다 이루어 졌으리라. 아버지와 함께 할 시간이 더욱 적은 현대인의 생활을 보면, 아버지와 함께여서 좋은 점들을 찾아 실행에 옮겨도 될 모습들을 보여준다.
새부 아버지는 고려인으로 살고 있지만 실은 신라인이었다는 것을 새부에게 알려준다. 새부의 근본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그 사실을 깨닫고 흥미를 느끼는 새부. 아버지는 신라에서 살던 때를 떠올리며 그리움에 눈물 젖기도 한다. 12살의 새부가 그런 아버지를 본다. 1부까지 그렇다.
2부.
17살의 새부. 다복이와 운이와 초희에게 글 공부를 가르쳤다. 어느덧 새부의 마음에는 초희가 들어가 있고 운이의 마음에는 다복이가 들어가 있다. 새부 아버지는 새부를 불러 중요한 이야기를 한다. 어느 날 문득 내 부모님이 나더러 공주님! 하며 존칭을 써서 말을 한다면 어떨까 생각했다. 황당할 것이다. 굳이 꿈을 꾸지 않았는데 어느 날 내가 신분이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면 당황스러울 것이다. 그런데 간혹 그런 일이 있다. 신분을 위장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그 예이다. 새부는 그래야 했나보다. 새부 아버지는 새부를 불러 느닷없이 예를 갖춰 인사를 하고 공대를 한다. 너무나 혼란스러운 새부. 공부도 검도 한동안은 흔들렸다. 꿈이라는 것 공부라는 것도 사실은 앞날의 아름다운 미래를 위하여 준비해나가는 과정 속에 있는 것인데, 새부야 말로 정해진 길을 위해 가는 꼴이 된 것이다. 공부도 무술도 다 그 길을 위해 있게 되었다. 이 책에는 참으로 좋은 글귀들이 많이 나온다. 그러고 보면 요즘 우리들이 깨달아야 할 것들이 참 많다.자신의 숨겨진 과거를 알게 된 새부가 어떻게 앞날을 개척해 갈지 기대가 된다.
“그리움처럼 가슴 아픈 건 없다. (p.65)
내 것을 덜어내니 얼핏 생각하면 손해인 것 같지만 그것은 덕을 쌓는 일이다. (산 아래 못은 제 물을 덜어 산의 나무들을 키운다) (P.80)
꼭 쓸모가 있어야만 글공부를 하는 건 아니다. 난 내 마음을 닦고 사람의 바른 도리를 깨우치려고 글공부를 하는 것뿐이다.( p.84)
사람이 살다 보면 말이다. 참고 견디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때가 더러 있는 법이다. 글공부를 하고 무예수련을 해서 몸과 마음의 힘을 기르는 것도 결국 그런 힘들고 고통스러운 때 거뜬하게 어려움을 견디기 위해서인지도 모르겠구나. (P.91)“
3부.
@ 무지개,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