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어딘가에 우리 집을 묻던 날 사계절 1318 문고 35
로버트 뉴튼 펙 지음, 이승숙 옮김 / 사계절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하늘 어딘가에 우리 집을 묻던 날’을 읽고


전화위복이란 말이 생각난다. 나쁜 일이 생기면 그 일을 계기로 더 좋은 일이 생기는 것. 나는 그렇게 해석을 한다. 열세 살 소년 로버트에게 닥친 일은 참으로 암담하고 어두운 일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곧 절망이라고 얘기하기엔 이르다.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키려고 애를 썼지만 어쩔 수없이 인력의 힘으로 할 수없어 집을 넘겨야 했을 때 그 심정이 오죽했으랴. 집을 떠나오던 날 집안 곳곳 쓸어내리던 손길은 잊을 수가 없다. 돌아가신 아빠의 애정이 담긴 농장과 집 그리고 가축들 다 떠나보내야 했던 것이다. 새 삶을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울지는 않았다. 새로 이사한 곳은 마음씨 좋은 분들이 있는 곳이다. 훨씬 분위기도 좋다. 새로운 곳에서 시작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이다.

  

로버트는 매사에 긍정적이다. 모든 일을 좋게 생각한다. 나쁘게 생각한 적이 없다. 절망하거나 낙담하지 않았다. 다만 기회가 온 것을 감사하게 여겼다. 그리고 최대한 열심히 일했고 또 일일이 부딪혔다. 찾아다니며 일자리를 구했고 부탁했고 현실에 나서서 도전을 했다. 열세 살 나이에. 대단한 용기고 힘이다. 체면을 차리지도, 못한다고 응석을 부리지도 않았다. 나서서 일을 해결하려 했고 직접 몸으로 움직였다. 그러면서 더욱 강해졌다. 몸만이 아니라 마음도 다부져졌다. 현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했고 직시했다. 주위 사람들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울고불고 고민하고 아파하고 갈등할 겨를 도 없었다. 그러기에는 상황이 급했고 다급했다. 로버트는 현명했다. 아버지와의 즐거웠던 일을 떠올리면서 로버트는 농사를 짓고 집안일을 돌봤다.

 

    무엇보다도 로버트는 책임감이 있는 소년이었다. 책임감은 참으로 무서웠다. 한 소년을 어른으로 성장을 시켰으니 말이다. 아빠의 부재로 인해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그 마음이 로버트를 버티게 한 것이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일어설 수 있는 버팀목이 되었던 것이다. 늙으신 엄마와 이모를 지켜야 한다는 그 삶의 무게가 로버트를 어린아이로 머물지 않게 하였다. 소년은 아빠를 생각하며 아빠가 하던 대로 땅을 사랑하고 농사를 지으려고 애썼다. 그리고 집을, 농장을, 가족을  지키려고 무척 애를 썼다. 학교에도 빠지면서 절박한 하루를 견뎌야 했다. 다른 것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아버지가 처리하던 일도 로버트는 당당하게 찾아가 처리한다. 은행일이 그것이다. 융자금을 갚겠다고 말한다. 그래서 열심히 일을 했다. 하지만 그것은 혼자 노력을 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가뭄이 심했고 나라가 전부 살기 어려운 시대였다. 가난이 극심해졌다. 융자금은커녕 집을 아예 넘기게 될 판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결단을 내린다.

 

    베키가 그나마 학교에서는 로버트를 이해해주었다. 우정과 사랑을 맛보는 로버트. 마음은 순수 그 자체였고 섬세하였다. 읽는 줄곧 작가의 빼어난 문장들이 돋보인다. 서정적이고도 시적인 표현들이 로버트의 마음을 더욱 아름답게 받쳐주고 있다. 주옥같은 문장들은 분위기를 한껏 돕는다. 더구나 로버트의 이웃들은 참 다정들 하였다. 모두가 로버트를 걱정하고 도우려 하고 다정하게 대해준다. 그런 주위 분들 때문에 로버트는 자기가 걸어갈 길을 잃지 않고 잘 걸어가는 것 같다. 어려운 상황과 처지에서 조언을 받아들이고 잘 판단하는 것도 얼마나 복된 일인가. 로버트는 모든 일을 그저 축복으로 생각한다. 마음이 그러한걸 보면 로버트는 대인관계가 좋았다. 인복이 있다. 가는 곳마다 칭찬을 하고 도우려고 하는 걸 보면 그렇다. 게다가 로버트는 스스로도 열심히지 않는가. 반드시 일어설 것이다. 돈이 많다고 분명 행복한 것은 아닌 것이다. 로버트는 언제나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을 알고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멋진 사람이다.     

 

    이야기 전체는 참 슬프기 짝이 없다. 끝내 이사를 가는 장면은 진짜 눈물이 앞을 가린다. 열심히 살려고 하는데 왜 그렇게 모진 현실은 그 마음을 몰라주는지 속상했다. 하지만 신은 또 다른 사랑을, 선물을 준비해 놓으셨을 것이다. 기회는 올 것이다. 우리나라 요즘 경제가 얼마나 어려운가. 집집마다 개인마다 사정없는 집 없다. 아마도 로버트 같은 심정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나약하여 얼마나 자주 무너지는지. 정말 코너에 몰려 어찌 할 수 없어서 얼마나 많이도 우는가. 현실을 피하려고 벼랑으로 뛰어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말이 있잖은가. 신은 감당할 만큼의 고통을 준다는. 그러나 그런 말에도 아랑 곳 없이 발등에 떨어진 아픔을 참지 못하고 포기하거나 절망하기를 반복할 때가 많다. 로버트 같지 않다. 아무래도 이 책을 읽고나서는 정신무장을 다시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나약해진 마음과 강하지 못한 마음을 두드려 세워야 겠다. 농부의 마음을 가져야 겠다. 땅에 씨앗을 뿌리는 자만이 농부가 아니라, 각자 모든 일을 하는 사람들이 다 농부라고 하지 않았던가. 뿌리고 가꾸고 거두고 또 씨 뿌리고 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 삶을 그렇게 살아야 겠다. 아무래도 옛것을 너무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열세 살 나이에 너무 많은 것을 경험하게 된 로버트.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 어려움을 겪고는 금방 다 자란 어른처럼 되어버렸다. 마음도 몸도 강해졌다 .삶이 그를 단련시킨 것이다. 그것을 이겨낸 로버트가 대견스럽고 멋지고 아름답다. 로버트에게 용기를 주신 선생님도 멋지시다. 시를 써오라고 시키고 마음을 다독여주신 분. 일자리를 제공해 주신 분들. 방을 기꺼이 내주신 분. 마음이 다 넉넉하고 따뜻하신 분들이다. 그 덕분에 로버트는 어려운 길을 잘 헤쳐 나갈 수 있었다. 문제아는 절대 안 되었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으면  나쁜 상황에서도  건강한 마음을  잃지 않는 것 같다. 지금 어렵고 힘든 처지에 놓인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마음에 힘이 될 것이다. 아무래도 세상은 더불어 가는 것이 확실하며 또 사랑도 그와 함께 있는 것이다. 삶을 열심히 살 때 감동은 배가 된다. 이 읽는 내내 마음이 참으로 뜨거워지는 시간이었다.

 

                                                                                    @ 무지개, 200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