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기 정말 싫어 이야기 보물창고 8
울프 스타르크 지음, 이유진 옮김, 마티 레프 그림 / 보물창고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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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첫날 학교를 가야 하는데 그게 걱정인 아이(울프)의 이야기다. 학교 가기가 두려운 것이다. 선생님이 무엇을 질문 했는데 말을 못할까봐 그것도 두렵고 걱정되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아이에게 무슨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아빠랑 함께 학교 길을 산책하며 길을 익혀놓기도 한다. 하지만 학교 가는 것에 대한 걱정스러움을 떨치지 못한다. 선생님이 질문할 것을 예상하여 아빠에게 질문을 해보라고 해놓고는 답을 말하지 못한다. 아빠는 전화를 발명한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 평소에 알고 있던 사람의 이름인데 긴장한 탓인지 대답을 못한다. 아이는 더욱 걱정이 된다. 하지만 아빠는 괜찮다고 위로한다.

드디어 학교 가는 시간. 엄마는 진짜 신입생보다 더 기분이 들떠서 옷을 몇 번씩 바꿔 입고 거울 앞에 서성거렸다. 설렘으로 들떠있어야 할 진짜 주인공은 마지못해 집을 나선다. 학교 가는 것이 긴장과 초조함의 연속이었다. 드디어 학교에 갔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저절로 그 순간 두 손이 귀로 가서 꼭 막았다.

선생님이 주인공 앞에 다가왔다. 기적처럼 떠오른 단어. 아이는 큰소리로 대답을 하였다. 어제 아빠가 질문했던 전화를 발명한 사람의 이름이었다. 그런데 엄마가 핸드백을 쥐어짤 것처럼 움켜쥔 채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무엇이 잘못 된 것인가? 사실 선생님은 학생 본인의 이름을 물어본 거였다. 이 장면은 너무 웃겼지만 아이가 얼마나 긴장하고 있었는지를 알게 해주는 부분이었다.

선생님은 유머와 재치가 있었다. 아이가 당황하지 않게 “우리 반에 전화를 발명한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는 똑똑한 학생”이라고 칭찬해준 것이다. 울프는 기분이 좋아졌다. 그 사이 아이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던 안개 같은 막막함이 자연스럽게 해소가 된 것이다. 내일도 학교에 갈 것 같다고 말하는 아이의 말은 밝고 긍정적이다.

콧수염이 나는 걸 지켜보겠다는 좀 엉뚱한 면도 있는, 아이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는 재밌는 책이다. 학교가기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주면 공감을 얻어 도움이 될 것 같다. 더불어 아이들의 마음을 읽고 대처할 줄 아는 어른들의 역할이 중요함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 2007,무지개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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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의 불빛 (양장)
셸 실버스타인 글.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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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락방의 불빛’을 읽고

다락방, 하면 떠오르는 것이 온갖 종류의 잡동사니들이 모여 있는 아늑하고 재미난 것들의 놀이터, 그래서 둥지 같은 느낌이 있고, 싱글싱글 장난기 머금은 웃음이 묻어나는 곳 같은 인상도 있다. 실제로 다락방에는 별것들이 많은 곳이다. 그 속에서 밤새도록 잠을 안자고 꿈을 그리거나 별빛을 세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즐거운 상상에 웃음이 날 것만 같다.

이 책의 표지그림을 보았더니 상상력의 극치를 보는 것 같다. 사람 얼굴이 있고 그 얼굴 위 머리에 지붕이 있는 다락방을 연상하게 하는 그림이 있기 때문이다. 진짜 즐거운 상상이다. 사람 머리 위에 다락방이라니....누군가 밖에서 불 켜진 창가의 그 다락방을 들여다볼 것인데 그러한 밖(세상)을 다락방 안에서도 밤이 새도록 바라보고 있을 거란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이 책을 들여다보고 깜짝 놀랐다. 전에 내가 알던 시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형건 시인님의 시집 ‘거인들이 사는 나라’로 향기를 좀 맡긴 했지만) 그냥 생각 없이 책장을 넘기다가 가슴에 쿵 하고 무언가로 얻어맞곤 하였다. 그동안 접해온 동요 동시를 생각하고 읽어서 그런지 더욱더 당황스러웠다. 황당함이라고나 할까. 기존에 생각했던 동시들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얌전하고 교훈이 있고 감동이 있고 따뜻한 무언가가 가슴에 전해져야 비로소 아, 시답다, 라고 느꼈던 것이 요즘 읽은 동시들이다. 그런데  이 책의 시들은 그런 통상적인 이미지를 바로 깼다.

착하고 바르고 뭔가 뭉클 마음에 전해지는 게 있어야 좋은 시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 않은 시들도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착하지 않은 시도 있다는 것이다. 나쁜 마음도 시가 될 수 있다는 데 놀랐다. 어쩌면 그것도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데 의의가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더더욱 놀랍다.

또 아이들이 보는 시는 꼭 정서적으로 전해지는 뭔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때, 이 책의 시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무섭고 끔찍하고 놀라운 것들도 소재가 되어 시가 되는 것이다. 아름다움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 정서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소재들일 수도 있는데 시가 된다. 예쁘고 귀엽고 깜찍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주로 추구해온 우리나라 동시를 보면 참 많이 비교가 된다. 그래서 분명 색다른 묘미가 있다. 시가 꼭 아름답고 예쁠 필요는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시들은 재미있다. 생각지 못한 소재의 다양함도 그러하거니와 곳곳에 번득이는 시인의 눈이 도사리고 있어서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끌어내곤 하는데 더욱더 놀라게 한다. 동화나 소설에도 반전이 있듯이 이 시들도 곳곳에 반전이 숨어있어서 웃음을 자아낸다. 어쩌면 말놀이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한다. 우리언어로 볼 때는 분명 말로 장난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속에는 재치가 있다.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무언가가 숨어있게 마련이다. 앞뒤 재가면서 퍼즐 맞추기처럼 따져가며 읽어야 할 때가 있다.

아마도 이 책을 지은 시인은 사물을 그냥 보지 않는 것이 매력인 것 같다. 평범하게 보아도 되는 것을 그냥 바라보지 않고 비껴서 보거나 옆으로 보거나 뒤로 보거나 다른 각도에서 보는 것을 즐겨했던 것 같다. 이른바 낯설게 보기를 잘한 것 같다. 누구나 보는 방향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뒤집어보기를 즐겨했던 것 같다. 매번 생각지 못한 시들이 톡톡 튀어나오는 걸 보면 시인의 마음은 항상 그렇게 톡톡 살아 있었다는 얘기다.

이 책을 읽을 때마다 순서대로 읽을 필요도 없다. 아무데나 펼쳐서 읽고 싶은 데 읽어도 매번 웃음이나오곤 하는데 그만큼 시들이 발랄하고 재미있고 유머스럽기 때문이다. 우리의 평범한 사고를 깨는 시들인 것이다. 새로운 발상의 시들, 편협한 마음을 부수는 시다. 고정관념을  벗어나게 하는 시다. 상상력과 아이디어가 풍부한 시들이다. 이런 시들의 장점을 살려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워낙에 시들이 기발하니까. 좋은 글쓰기의 본보기가 될 것 같다.

시를 예를 들어 일일이 거론 하고 싶지만 시들이 너무 많다보니 생략하기로 한다. 참, 그림 또한 대단하였는데, 시를 읽을 때 꼭 보아야 더욱 재미있게 감상할 수가 있었다. 대단한 시인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분명 예사롭지 않은 분이다. 시를 하나 적어본다. 인상 깊었던 시다. 웃지 마시길.
시가 이토록 멋있고 유쾌해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다. 책 44쪽 그림을 꼭 보아야 한다. 그래야 실감이 난다. 뱀이 온몸으로 말하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 골칫거리 >
                      쉘 실버스타인

뱀을 못 본 체하려는 건 아니야
하지만 이럴 땐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7미터나 되는 비단 구렁이가 이렇게 말하는데.......
I love you


                
< 2007,무지개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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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햄스터 이야기 보물창고 1
플로랑스 데마쥐르 지음, 이효숙 옮김, 베르나데트 퐁스 그림 / 보물창고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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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기자기한 그림이 한결 돋보이는 재미있는 동화책이다. 책을 유독 좋아하는 햄스터가 있다. 그 햄스터의 이름은 샤를 엠마뉘엘. 어느 책방 높은 선반에 숨어서 책읽기를 즐겼다. 요즘말로 말하면 책에 빠져서 사는 햄스터다. 그리고 책을 읽을 때는 습관처럼 하는 말도 있다. “시간이 됐나요? 물음표!” 이 말을 외치면서 자기가 얼마나 책을 잘 읽는지 뽐내기도 한다. 이 말을 들은 다른 햄스터들은 책은 뭐하려고 읽느냐며 다들 놀린다.


사실 다른 햄스터들은 샤를 엠마뉘엘이 사는 선반 밑에 산다. 그곳에는 만화책만 있는데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책에 구멍을 내고 갉아대고 장난치고 노는 도구에 불과하다. 오히려 물음표를 놀려주려고 일부러 더 그런 장난을 치곤 한다. 물음표는 그렇다고 책만 읽는 것은 아니다. 다른 햄스터들과 놀고도 싶어 한다. 그런데 다른 햄스터들은 그런 물음표에게 책이나 읽으며 놀면 되겠다며 비웃는다.


친구가 없음을 깨닫고 눈물을 흘리는 물음표. 결국 물음표는 모든 책을 친구 삼기로 한다. 조용한 시골에 가서 책이나 읽으며 지내기로 한 것이다. 밤에 몰래 좋은 책들을 골라 수레에 싣고 들판으로 이사를 갔다. 그곳에서 책으로 궁전을 만들었다. 그리고 벽 천장 마루를 읽었다. 좋은 친구들과 둘러싸여 지내게 된 것이다. 물음표는 책과 함께 사는 것이 좋았다. 그런데!


책방 주인은 책이 다 없어진 걸 알고 범인 잡기에 나선다. 우선 구멍 나고 갉은 자국만 있는 만화책을 보고 햄스터를 지목하긴 하였다. 화가 난 주인은 여기저기 무서운 잼 통을 수천 개나 갖다 놓는다. 혹시 손님들이 손을 댈까봐 메모를 해놓지만. 잼 냄새를 맡고 먹고 싶어진 햄스터들은 책방주인이 잼장사를 시작한 거라며 생각을 하는데, 아무래도 뭔가 이상한 조짐을 느껴, 글자를 잘 아는 물음표를 찾아가서 도움을 청한다. 사실 햄스터들은 물음표가 책을 읽을 때, 책은 읽어서 무엇에다 쓰냐고 놀리고 흉을 봤지만  정작 글을 읽을 줄 아는 햄스터는 없었던 것이다.


물음표를 찾아간 햄스터들은 표딱지에 뭐라고 씌어있는지 가르쳐 달라고 했다. 햄스터를 위한 독약. 기겁을 한 햄스터들은 물음표가 사는 곳으로 도망을 갔다. 그곳에서 물음표가 읽어준 글을 듣고 감동한 햄스터들은 모두 갑자기 책을 읽고 싶어져 책방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똑똑한 햄스터들이라 읽는 것도 빠르다. 책방으로 돌아온 햄스터들은 책방 주인에게 사실대로 물음표 얘기를 한다. 그랬더니 책장주인은 즉시 물음표를 찾아 갔고, 물음표의 궁전을 본 책방 주인은 감동하여 책을 한 상자나 선물을 한다.


다시 정리를 하면,        

첫째 물음표는 왕따였다. 다른 햄스터들처럼 책이나 구멍 내고 갉아대고 놀이나 즐기는 그런 햄스터가 아니었다. 평범하지 않고 튀었다. 혼자서 숨어 책을 읽었으니 말이다. 다들 아무 쓸모가 없는 글을 왜 배우냐고 비웃기까지 하는데도 아랑곳 하지 않고 물음표는 책을 읽는다. 하지만 자기의 소신을 지키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물음표. 남들이 뭐라고 하든 굴하지 않고 자기의 주장대로 행동을 한다. 만약 나약했다면 자기랑 놀아주지 않아 외롭고 쓸쓸해서, 소외감을 느끼고 다른 햄스터들과 어울리느라 책은 아마 멀리 하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둘째 오히려 책을 친구 삼기로 한다. 그만큼 책을 좋아한 것이다. 책읽기를 즐겨 하였다. 스스로 책 읽는 것을 남들에게 자랑스레 여길 만큼 좋아했다. “시간이 됐나요? 물음표!”이렇게 외치는 것은 책을 읽을 때의 어떤 기쁨이 밖으로 표출 된 것이라고 보여 진다. 누군가에게 그 마음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자기가 글을 얼마나 잘 읽는지 뿌듯해 하며 대견해 하는 것이다. 책으로 궁전을 지을 만큼 좋은 것이다. 잠을 자기 전에도 벽 천정 바닥의 글을 읽고 감동을 받고 꿈도 꾼다고 하니 얼마나 좋으면 그럴까, 짐작이 간다.


셋째 새바람이다. 조나단의 갈매기가 생각난다. 홀로 높이 멀리 날고 싶어서 다른 갈매기들과 멀어졌던 이야기. 하지만 나중에는 어떻게 되는가. 책을 읽을 줄 아는 물음표는 나중에 동료 햄스터들에게 인정을 받고 신뢰를 얻는다. 분명 비웃고 손가락질 하던 동료들이 다들 따라와 도움을 청하고 마음을 바꾸는 걸 보면 대단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글을 읽고 나더니 생긴 변화. 햄스터계의 새바람이 분 것이다. 독서열풍. 독서가 햄스터계를 변화시켰다.


넷째 아니 책방주인의 마음까지 감동을 시켰다. 책을 훔쳐간 범인을 찾으려고 얼마나 혈안?이 되어 있었던가. 무서운 약을 가지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지 않았던가. 그랬는데, 앞으로는 책을 읽겠다는 햄스터들의 애교 있는 다짐을 듣고 책방에서 사는 걸 허락을 한다. 더구나 범인이 책으로 궁전을 짓고 책 속에 빠져 지내는 걸 보고는, 감동을 하여 책 도둑이라는 사실도 잊은 채, 용서를 할 것도 말 것도 없이 오히려 책을 더 선물하고야 마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다. 그러고 보면 책방주인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임에 들림이 없는 것이다. 마음이 통하면 무엇을 못할까.


다섯째 책을 읽으면 좋다는 얘기는 다 안다. 여기 이 햄스터들만 보아도 알 수가 있는 것이다. 조용한  곳에서 한적하게 책에 둘러 싸여, 읽고 싶은 책 마음껏 골라 읽으며 지내는 물음표는 얼마나 행복할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마음을 이해하고도 남을 것이다. 나도 한번 그 물음표네 집에 놀러가 봤으면 좋겠다. 아마도 멋있어서 감동 먹을 거 같다! 세찬 비바람을 막으려고 겹겹이 쌓아놓은 책들이 방패막이가 되어 물음표의 마음을 단단히 무장시켜놓았으리라.

<2007,무지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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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와 도깨비 이야기 보물창고 3
이상 지음, 신재명 그림 / 보물창고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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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와 도깨비’를 읽고 -이상 지음.


게으른 한 총각이 있다. 하지만 그에게는 땅을 팔아 산 황소가 있다. 그 황소를 끌고 나무를 해서 장에 내다 팔며 지내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산길에서 도깨비를 만난다. 그 도깨비는 또래 도깨비들과 동네로 놀러 나왔다가 사냥개에 물려 꼬리를 잘렸는데 그 때문에 재주도 못 부리고 집에도 못가고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때 마침 지나가는 총각을 보고 간절히 살려달라고 애원을 하게 되었다.


이를 본 총각. 가만히 생각을 하다 도깨비를 돕기로 한다. 그것은 도깨비가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아파 굶어죽을 위기에 처한 도깨비가 불쌍하기도 했지만, 도깨비를 살려만 주면 황소에게 열 배로 강한 힘을 갖게 해준다고 한 것이다. 그래서 허락을 했다. 도깨비는 두 달 간을 황소의 뱃속에 있기로 하였다. 도깨비는 간단하게 황소 입속으로 뛰어 들어 간다. 펄쩍! 나올 때도 과연 그렇게 쉬울까?


황소는 힘이 장사가 되었다. 일도 열배로 하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 다들 부러워했다. 하지만 총각은 웃으며 입을 다물고 귀여운 황소와 지냈다. 두 달이 되었다. 나올 때가 된 도깨비가 황소 목에 걸려 못나오고 있었다. 황소도 도깨비도 살이 찐 것이다. 황소가 하품을 하도록 해주면 힘이 백배나 세게 해주겠다고 하였다. 하지만 누구에게 물어보아도 하품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었다. 거의 낙담을 한 총각은 먹는 것도 잊고 황소만 쳐다보다가 그만 하품을 하게 되었다. 그랬는데 황소도 따라 하품을 하는 것이 아닌가. 호호.


이 글은 종합적으로 보면,

첫째 총각은 마음씨가 좋다. 그렇게 귀하게 여기는 황소가 잘못될 수도 있는데 용기를 내어 도깨비를 돕는 것을 보면 불쌍한 것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성품을 가졌다. 도깨비가 말처럼 황소의 힘을 세게 해줄지 말지도 모르는데 총각은 그대로 믿는다. 순박한 총각이다. 더군다나 황소의 뱃속에 들어가 있겠다니, 뱃속이라는 데는 들어가면 바로 소화되는 데가 아니던가. 그런데도 총각은 의심을 하지 않는다.  


둘째 도깨비는 꼬리가 잘려서 집에도 못가고 재주도 못 부린다더니 아닌 것 같다. 황소의 힘을 세게 하고 황소 입으로 거뜬히 들어가는가 하면 황소 뱃속에서도 두 달이나 살다 나왔다. 그건 재주 부리는 게 아니고 무어란 말인가. 그러고 보면 도깨비는 총각이 착하다는 걸 알고 시험을 한 것은 아닐까 싶다. 게으르지만 마음씨 착한 총각에게 복을 주려고 일부러 나타난 것 같다. 


셋째 가끔가다 나오는 사투리?가 재밌다. 지은이가 이상이라고 했다. 오래전에 씌어진 글인데도 읽는 데는 아무런 장해가 없다. 오히려 가끔씩 나오는 사투리들이 구수해서 읽는 재미를 더하는 것 같다. 도깨비마저 사투리로 말하는 장면은 진짜 웃음이 나왔다.


넷째 재미와 교훈과 감동을 겸하고 있다. 갑자기 도깨비를 만난 것도 그렇고 꼬리가 잘렸다고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것도 그렇고, 황소 배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하는 것도 엉뚱하고, 우습고, 황당하다. 소가 힘이 세어 막 일을 하는 장면이 재밌고, 그런 황소를 이쁘게 여기는 총각의 모습에서는 잔잔한 감동까지 있다. 또 황소가 뚱뚱해져 어떻게 될까봐 걱정하는 마음과 황소가 도깨비 때문에 죽을까봐 전전긍긍 하는 모습들이 은은한 감동을 준다. 맨 마지막에 소가 하품을 따라하는 장면은 어이없으면서도 진짜 웃을 수밖에 없다. 역시 남을 돕는 것은 잘하는 일이라고 결론을 내는 총각의 생각은 일리가 있는 것이다.

 

아이다운 발상의 일들이 동화를 더 빛나게 하는 것 같다. 잘 읽었다!  (참, 그림도 세련되어 한몫을 한다!)

 

< 2007, 무지개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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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자꾸 시계가 많아지네 I LOVE 그림책
팻 허친스 글.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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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도 제목을 미리 들어서 그런가, 막상 읽으려고 보니 집에 있는 책인지 아닌지 오락가락 하게 되었다. 읽어본 책처럼 친근감이 들어서 그런 것 같다. 매체 탓.

그림이 참 정교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긴, 그러고 보니 시계라는 물건은 일초일분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그림도 정교하지 않을 수 없겠구나 싶어지는 게 이해가 갔다. 제목과 그림이 맞아떨어진다, 라고 할까. 그랬다.

내용도 참 재미있다. 시계 하나를 다락에다 걸어놨는데 잘 맞는지, 시간을 알기 위해 또 하나를 침실에, 거실에, 부엌에, 걸어놓는다는 얘기다. 시계를 볼 때마다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몇 시 인지 잘 몰라 시계를 자꾸 구입했다는 것이고, 그러다가 시계 고치는 사람을 불렀는데 그 때조차 또 하나의 시계를 얻는다는 얘기다.

시계를 잘 볼 줄 모르는 사람이 등장하여 자꾸만 시계를 사다가 나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일부러 그런 소재를 써서 재미있게 유머 있는 그림책을 만든 것도 같다. 이 쪽 방에서 시계를 보고 다른 방으로 옮겨가서 시계를 보면 시간은 당연히 같을 수가 없다. 시간은 항상 변하고 고정되어 있지 않으니까.

만약에 그 상황에서 시계들이 같은 시간을 가리키고 있다면 분명 그 시계는 죽은 시계다. 그런데 같지 않기 때문에 시계가 살아 있는 것이고 잘 가고 있는 것이다. 시간을 볼 줄 몰라 한참 배우는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혀주면 좀 더 재미있는 시계 놀이가 될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이 책에는 벽시계와 사발시계(?)가 나온다. 벽시계야 들어 옮기기가 어렵지만 사발시계는 그렇지 않다. 우리가 쓰는 시간이 이미 정해진 자리에 놓인 시계와 같다면 사발시계는 시간을 우리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여유로움을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시간에 얽매이지 말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바라볼 때 사물을 더욱 잘 보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너무 정확한 걸 원하다가 정말 봐야 할 것을 못 보는 경우가 그 예일 것이다.

하지만 등장하는 인물을 통해 작가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을 것이다. 방송 개그프로를 볼 때 우리는 웃는다. 못난 사람들의 표정과 행동을 보며 마음껏 웃을 때가 있다. 무언의 메시지가 있는 것이다. 이 책도 바로 그런 점을 원할 것이다. 시계 볼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혹은 시간에 얽매인(집착) 사람들에게.  

이 그림책에 나오는 주인공은 할머니 같다. 그래서 자세히 얼굴을 들여다봤더니 할아버지 냄새도 나긴 난다. 아무튼 시계가 집안 곳곳에 있으니 시간이 참 넉넉할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론 시간 가는 것이 참 금쪽같을 거란 생각도 든다. 우리에게 귀한 것 중의 하나가 시간이 아니던가. 시계는 여럿 있으니 그만두고라도 시간은 남아돌 때, 비축해 두고 싶다. 할 수 있으면 아주 많이~! 부족할 때 야금야금 먹어치우게!  

<2007,무지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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