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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햄스터 ㅣ 이야기 보물창고 1
플로랑스 데마쥐르 지음, 이효숙 옮김, 베르나데트 퐁스 그림 / 보물창고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아기자기한 그림이 한결 돋보이는 재미있는 동화책이다. 책을 유독 좋아하는 햄스터가 있다. 그 햄스터의 이름은 샤를 엠마뉘엘. 어느 책방 높은 선반에 숨어서 책읽기를 즐겼다. 요즘말로 말하면 책에 빠져서 사는 햄스터다. 그리고 책을 읽을 때는 습관처럼 하는 말도 있다. “시간이 됐나요? 물음표!” 이 말을 외치면서 자기가 얼마나 책을 잘 읽는지 뽐내기도 한다. 이 말을 들은 다른 햄스터들은 책은 뭐하려고 읽느냐며 다들 놀린다.
사실 다른 햄스터들은 샤를 엠마뉘엘이 사는 선반 밑에 산다. 그곳에는 만화책만 있는데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책에 구멍을 내고 갉아대고 장난치고 노는 도구에 불과하다. 오히려 물음표를 놀려주려고 일부러 더 그런 장난을 치곤 한다. 물음표는 그렇다고 책만 읽는 것은 아니다. 다른 햄스터들과 놀고도 싶어 한다. 그런데 다른 햄스터들은 그런 물음표에게 책이나 읽으며 놀면 되겠다며 비웃는다.
친구가 없음을 깨닫고 눈물을 흘리는 물음표. 결국 물음표는 모든 책을 친구 삼기로 한다. 조용한 시골에 가서 책이나 읽으며 지내기로 한 것이다. 밤에 몰래 좋은 책들을 골라 수레에 싣고 들판으로 이사를 갔다. 그곳에서 책으로 궁전을 만들었다. 그리고 벽 천장 마루를 읽었다. 좋은 친구들과 둘러싸여 지내게 된 것이다. 물음표는 책과 함께 사는 것이 좋았다. 그런데!
책방 주인은 책이 다 없어진 걸 알고 범인 잡기에 나선다. 우선 구멍 나고 갉은 자국만 있는 만화책을 보고 햄스터를 지목하긴 하였다. 화가 난 주인은 여기저기 무서운 잼 통을 수천 개나 갖다 놓는다. 혹시 손님들이 손을 댈까봐 메모를 해놓지만. 잼 냄새를 맡고 먹고 싶어진 햄스터들은 책방주인이 잼장사를 시작한 거라며 생각을 하는데, 아무래도 뭔가 이상한 조짐을 느껴, 글자를 잘 아는 물음표를 찾아가서 도움을 청한다. 사실 햄스터들은 물음표가 책을 읽을 때, 책은 읽어서 무엇에다 쓰냐고 놀리고 흉을 봤지만 정작 글을 읽을 줄 아는 햄스터는 없었던 것이다.
물음표를 찾아간 햄스터들은 표딱지에 뭐라고 씌어있는지 가르쳐 달라고 했다. 햄스터를 위한 독약. 기겁을 한 햄스터들은 물음표가 사는 곳으로 도망을 갔다. 그곳에서 물음표가 읽어준 글을 듣고 감동한 햄스터들은 모두 갑자기 책을 읽고 싶어져 책방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똑똑한 햄스터들이라 읽는 것도 빠르다. 책방으로 돌아온 햄스터들은 책방 주인에게 사실대로 물음표 얘기를 한다. 그랬더니 책장주인은 즉시 물음표를 찾아 갔고, 물음표의 궁전을 본 책방 주인은 감동하여 책을 한 상자나 선물을 한다.
다시 정리를 하면,
첫째 물음표는 왕따였다. 다른 햄스터들처럼 책이나 구멍 내고 갉아대고 놀이나 즐기는 그런 햄스터가 아니었다. 평범하지 않고 튀었다. 혼자서 숨어 책을 읽었으니 말이다. 다들 아무 쓸모가 없는 글을 왜 배우냐고 비웃기까지 하는데도 아랑곳 하지 않고 물음표는 책을 읽는다. 하지만 자기의 소신을 지키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물음표. 남들이 뭐라고 하든 굴하지 않고 자기의 주장대로 행동을 한다. 만약 나약했다면 자기랑 놀아주지 않아 외롭고 쓸쓸해서, 소외감을 느끼고 다른 햄스터들과 어울리느라 책은 아마 멀리 하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둘째 오히려 책을 친구 삼기로 한다. 그만큼 책을 좋아한 것이다. 책읽기를 즐겨 하였다. 스스로 책 읽는 것을 남들에게 자랑스레 여길 만큼 좋아했다. “시간이 됐나요? 물음표!”이렇게 외치는 것은 책을 읽을 때의 어떤 기쁨이 밖으로 표출 된 것이라고 보여 진다. 누군가에게 그 마음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자기가 글을 얼마나 잘 읽는지 뿌듯해 하며 대견해 하는 것이다. 책으로 궁전을 지을 만큼 좋은 것이다. 잠을 자기 전에도 벽 천정 바닥의 글을 읽고 감동을 받고 꿈도 꾼다고 하니 얼마나 좋으면 그럴까, 짐작이 간다.
셋째 새바람이다. 조나단의 갈매기가 생각난다. 홀로 높이 멀리 날고 싶어서 다른 갈매기들과 멀어졌던 이야기. 하지만 나중에는 어떻게 되는가. 책을 읽을 줄 아는 물음표는 나중에 동료 햄스터들에게 인정을 받고 신뢰를 얻는다. 분명 비웃고 손가락질 하던 동료들이 다들 따라와 도움을 청하고 마음을 바꾸는 걸 보면 대단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글을 읽고 나더니 생긴 변화. 햄스터계의 새바람이 분 것이다. 독서열풍. 독서가 햄스터계를 변화시켰다.
넷째 아니 책방주인의 마음까지 감동을 시켰다. 책을 훔쳐간 범인을 찾으려고 얼마나 혈안?이 되어 있었던가. 무서운 약을 가지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지 않았던가. 그랬는데, 앞으로는 책을 읽겠다는 햄스터들의 애교 있는 다짐을 듣고 책방에서 사는 걸 허락을 한다. 더구나 범인이 책으로 궁전을 짓고 책 속에 빠져 지내는 걸 보고는, 감동을 하여 책 도둑이라는 사실도 잊은 채, 용서를 할 것도 말 것도 없이 오히려 책을 더 선물하고야 마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다. 그러고 보면 책방주인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임에 들림이 없는 것이다. 마음이 통하면 무엇을 못할까.
다섯째 책을 읽으면 좋다는 얘기는 다 안다. 여기 이 햄스터들만 보아도 알 수가 있는 것이다. 조용한 곳에서 한적하게 책에 둘러 싸여, 읽고 싶은 책 마음껏 골라 읽으며 지내는 물음표는 얼마나 행복할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마음을 이해하고도 남을 것이다. 나도 한번 그 물음표네 집에 놀러가 봤으면 좋겠다. 아마도 멋있어서 감동 먹을 거 같다! 세찬 비바람을 막으려고 겹겹이 쌓아놓은 책들이 방패막이가 되어 물음표의 마음을 단단히 무장시켜놓았으리라.
<2007,무지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