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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의 불빛 (양장)
셸 실버스타인 글.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다락방의 불빛’을 읽고
다락방, 하면 떠오르는 것이 온갖 종류의 잡동사니들이 모여 있는 아늑하고 재미난 것들의 놀이터, 그래서 둥지 같은 느낌이 있고, 싱글싱글 장난기 머금은 웃음이 묻어나는 곳 같은 인상도 있다. 실제로 다락방에는 별것들이 많은 곳이다. 그 속에서 밤새도록 잠을 안자고 꿈을 그리거나 별빛을 세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즐거운 상상에 웃음이 날 것만 같다.
이 책의 표지그림을 보았더니 상상력의 극치를 보는 것 같다. 사람 얼굴이 있고 그 얼굴 위 머리에 지붕이 있는 다락방을 연상하게 하는 그림이 있기 때문이다. 진짜 즐거운 상상이다. 사람 머리 위에 다락방이라니....누군가 밖에서 불 켜진 창가의 그 다락방을 들여다볼 것인데 그러한 밖(세상)을 다락방 안에서도 밤이 새도록 바라보고 있을 거란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이 책을 들여다보고 깜짝 놀랐다. 전에 내가 알던 시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형건 시인님의 시집 ‘거인들이 사는 나라’로 향기를 좀 맡긴 했지만) 그냥 생각 없이 책장을 넘기다가 가슴에 쿵 하고 무언가로 얻어맞곤 하였다. 그동안 접해온 동요 동시를 생각하고 읽어서 그런지 더욱더 당황스러웠다. 황당함이라고나 할까. 기존에 생각했던 동시들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얌전하고 교훈이 있고 감동이 있고 따뜻한 무언가가 가슴에 전해져야 비로소 아, 시답다, 라고 느꼈던 것이 요즘 읽은 동시들이다. 그런데 이 책의 시들은 그런 통상적인 이미지를 바로 깼다.
착하고 바르고 뭔가 뭉클 마음에 전해지는 게 있어야 좋은 시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 않은 시들도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착하지 않은 시도 있다는 것이다. 나쁜 마음도 시가 될 수 있다는 데 놀랐다. 어쩌면 그것도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데 의의가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더더욱 놀랍다.
또 아이들이 보는 시는 꼭 정서적으로 전해지는 뭔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때, 이 책의 시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무섭고 끔찍하고 놀라운 것들도 소재가 되어 시가 되는 것이다. 아름다움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 정서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소재들일 수도 있는데 시가 된다. 예쁘고 귀엽고 깜찍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주로 추구해온 우리나라 동시를 보면 참 많이 비교가 된다. 그래서 분명 색다른 묘미가 있다. 시가 꼭 아름답고 예쁠 필요는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시들은 재미있다. 생각지 못한 소재의 다양함도 그러하거니와 곳곳에 번득이는 시인의 눈이 도사리고 있어서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끌어내곤 하는데 더욱더 놀라게 한다. 동화나 소설에도 반전이 있듯이 이 시들도 곳곳에 반전이 숨어있어서 웃음을 자아낸다. 어쩌면 말놀이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한다. 우리언어로 볼 때는 분명 말로 장난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속에는 재치가 있다.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무언가가 숨어있게 마련이다. 앞뒤 재가면서 퍼즐 맞추기처럼 따져가며 읽어야 할 때가 있다.
아마도 이 책을 지은 시인은 사물을 그냥 보지 않는 것이 매력인 것 같다. 평범하게 보아도 되는 것을 그냥 바라보지 않고 비껴서 보거나 옆으로 보거나 뒤로 보거나 다른 각도에서 보는 것을 즐겨했던 것 같다. 이른바 낯설게 보기를 잘한 것 같다. 누구나 보는 방향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뒤집어보기를 즐겨했던 것 같다. 매번 생각지 못한 시들이 톡톡 튀어나오는 걸 보면 시인의 마음은 항상 그렇게 톡톡 살아 있었다는 얘기다.
이 책을 읽을 때마다 순서대로 읽을 필요도 없다. 아무데나 펼쳐서 읽고 싶은 데 읽어도 매번 웃음이나오곤 하는데 그만큼 시들이 발랄하고 재미있고 유머스럽기 때문이다. 우리의 평범한 사고를 깨는 시들인 것이다. 새로운 발상의 시들, 편협한 마음을 부수는 시다. 고정관념을 벗어나게 하는 시다. 상상력과 아이디어가 풍부한 시들이다. 이런 시들의 장점을 살려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워낙에 시들이 기발하니까. 좋은 글쓰기의 본보기가 될 것 같다.
시를 예를 들어 일일이 거론 하고 싶지만 시들이 너무 많다보니 생략하기로 한다. 참, 그림 또한 대단하였는데, 시를 읽을 때 꼭 보아야 더욱 재미있게 감상할 수가 있었다. 대단한 시인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분명 예사롭지 않은 분이다. 시를 하나 적어본다. 인상 깊었던 시다. 웃지 마시길.
시가 이토록 멋있고 유쾌해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다. 책 44쪽 그림을 꼭 보아야 한다. 그래야 실감이 난다. 뱀이 온몸으로 말하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 골칫거리 >
쉘 실버스타인
뱀을 못 본 체하려는 건 아니야
하지만 이럴 땐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7미터나 되는 비단 구렁이가 이렇게 말하는데.......
I love you
< 2007,무지개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