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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진아 팬클럽 회장님 ㅣ 책읽는 가족 54
이용포 지음, 한지선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5월
평점 :
‘태진아 팬클럽 회장님’을 읽고 -이용포 동화집, 한지선 그림, 푸른책들, 2007, 8500.
이 책은 참 재미가 있으면서도 뭉클하기도 하고 짠한 무거운 마음도 함께 드는 책이다. 종합적으로 보면 온통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다른 동화책과는 많이 다른 의미를 지닌 차별이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그 동안의 동화가 아이 이야기, 부모 간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고 한다면 이 책은 본격적으로 할아버지 할머니 이야기를 다룬 동화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야기마다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등장을 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 생활이 단출해지고 핵가족화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멀리에 계셨던 것은 아니다. 항상 주위에 계신다. 그렇다면 가족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분들은 역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시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동화에 담아내는 것도 역시 작가들의 몫일진대 읽는 내내 ‘이. 용. 포.’ 작가님이 어떤 분이시더라? 하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게 하였다. 그래서 앞 표지부분을 자꾸 들여다보곤 하였다. 왜냐? 작품이 좋으면 작가의 얼굴을 자주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긴다. 그런데 웬걸, 작가의 얼굴은 없고 캐리커처만 있는지라, 아쉬웠지만 대신하는 캐리커처 또한 너무 재밌게 그려서 웃었다. 모자 쓴 분의 캐리커처는 더 재밌다. 호호( 가끔 엉뚱한 데 공을 들여 보느라 읽는 시간을 더 초과한다. )
이번 책 ‘태진아 팬클럽 회장님’에는 총 다섯 편의 동화가 실려 있다. 따로따로 일 때는 잘 몰랐지만 모아놓은 동화들을 읽어보니 작가의 이야기는 한군데 주제로 흐르고 있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이번 주는 어버이 주다. 어버이의 의미를 되새기고 주위에 계신 어르신들의 삶을 되돌아본다면 더없이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 그러는 의미에서 이 책을 한번 읽고 마음을 가다듬으며 가족들과의 마음을 소통해보는 것도 좋으리라. 주말에 어른들을 찾아뵈었지만 이 책을 겸하여 읽으니 다시금 어른들을 생각할 때 숙연해진다. 전화도 자주 넣어드려야지 하는 생각과 함께.
<태진아 팬클럽 회장님> 가수 태진아 씨가 이 책을 보셨을까 궁금해진다. 태진아란 이름이 이렇게 동화책에도 나오다니 얼마나 반가울까, 그것도 팬클럽이 등장을 하는 이야기에. 아무튼 재미있는 동화다. 가사까지 등장을 하는 걸 보면 너무 재밌다. 아줌마 너무 좋아! 하하하. (작가님도 이 노래 아시겠지.) 동화에 이런 유행가 가사가 등장하는 것은 또 처음인 것 같다. 내가 알기론. 동요도 아니고 가곡도 아니고 랩도 아닌 트로트 가사가 등장을 했다. 아이들이 유치하다고 하는 노래를 즐겨 듣고 부르고 그 가수를 따라다니는 할머니 이야기. 그것도 팬클럽회장이 되어서.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불쌍한 아이들을 위한 좋은 일을 하신다는 그런 이야기다. 아이들에게만 팬클럽이 있는 것이 아니란 사실이 새롭게 다가온다. 게다가 평생 남편을, 자식을 뒷바라지하며 사시던 할머니가 이제는 정말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으시댄다. 새로운 관점으로 보게 되는 동화다.
<버럭 할배 입속엔 악어가 산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버럭 할배는 남이 버린 것을 주워다가 고쳐 쓰고 욕하는 아이들을 혼내주며, 어른에게 장난치는 아이들의 버릇도 고쳐주는 그야말로 바른 생활할아버지시다. 하지만 아이들은 참견쟁이, 잔소리꾼이라고 여긴다. 그런 할아버지에게 혼이 난 경험이 있는 아이는 보복을 한다고 화분을 발로 깨기도 하고 틀니를 가지고 장난도 치려한다. 할아버지의 좋은 점은 안 보고 무서운 점만 부각시켜 본 아이들의 결과다. 어른들의 눈에는 그저 좋기만 한 할아버지인데 아이들에게는 아닌 것이다. 오죽하면 버럭 할아버지 입속에 악어가 산다고 믿었을까. 악어가 된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상상력을 부추기며 읽는 재미를 배가시켜 준다. 버럭 할배는 사실 아이들을 너무 좋아하는 분이셨다. 그것을 아이들이 알았으면 좋으련만.
<우리 할머니 시집간대요> 할아버지를 잃고 혼자가 된 할머니는 도시에 와 살게 되었는데, 적응을 잘 못해서 난감해 하실 때, 그 때 꽃집 할아버지를 만나 친구가 되었다. 할머니가 아팠을 때 자식들도 도움을 못 주었는데 그 때 꽃집 할아버지는 정성껏 할머니를 도왔다. 급기야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구혼을 하고 그 사실을 안 자식들은 못마땅해 하는데 결국 할머니의 외로움을 이해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러고 보면 자식도 외로움을 어쩌지는 못한다.
<개구리 이마에도 뿔이 날까?> 세 남매의 엄마가 된 후 할머니가 될 때까지 열심히 살았으나 치매에 걸리셨다. 견디다 못해 할아버지는 할머니와 함께 죽자하고 한강 다리 위로 올라갔다. 할머니는 웬 보자기를 목에 두르고 꽃핀을 꽂고 그러고 다니는 데 그 사연인즉, 그렇게 못되게 굴었던 자식 하나가 어린 시절 스카프라고 선물로 사주었던 것이다. 그걸 애지중지 간직했던 거였다. 부모란 그런 것인가 보다. 그 사실을 뒤늦게 안 자슥이 울먹이며 전화를 한다. 뒤늦게라도 엄니 마음을 알아주어 다행이었다. 아무튼 내용은 참 슬프다. 그런데도 웃을 수밖에 없는데 하도 말이 재밌어서 어쩔 수가 없다. 103쪽에 나오는 대사, “묵고 싶어? 주까?” “묵어!”
<수제비> 혼자 사는 할머니가 자식들한테서 전화가 올까봐 노심초사 전화기 곁을 떠나지 못하는 이야기다. 환청이 들릴 정도로 심각한 외로움을 앓고 계시다. 심한 건망증<치매>에 시달리고 계시다. 그런 할머니를 왜 혼자 사시게 하는지 모르겠다. 자식들도 많은데. 그런 외로운 분들이 많다는 얘기일 것이다. 할머니는 젊은 시절 그마나 다복하게 살았던, 행복했던 한 때를 떠올리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부침개를 만들기로 한다. 하지만 그것은 많은 양의 수제비가 된다. 먹어줄 사람도 없는 수제비. 눈물나는 이야기다. 엄마(어머니) 생각이 절로 나는 이야기다.
여기에 나오는 동화들을 통해서 그동안 잘 몰랐던 어른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대부분 혼자 사는 노인 분들이 많은데 가족이 있어도 외롭기는 마찬가지고, 자식들이 있어도 혼자 사는 거나 마찬가지인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 또 치매로 고생하는 가족들까지. 노인 분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외로움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우리들의 현실을. 지독한 외로움과 자식에 대한 끊임없는 짝사랑. 이 동화들은 소리 없는 연사처럼 외친다. 감추려고만 하지 말고 드러내어 알리라고 말이다. 하지만 어른들은 잘 표현하지 않는다. 외로워도 슬퍼도 참고 또 참는다. 캔디처럼 말이다. 간접적이나마 그것을 안다는 것은 중요한 것 같다. 왜냐면 알아야 가능할 것이고 만남의 길이 열릴 것이며 해결방안이 제시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 동화들은 조용하지 않다. 식구들이 많은 집에서 나는 활기찬 모습이 살아있다고나 할까. 긍정적인 면의 수다스러움이 돋보이는 글들이다. 글을 읽다가 보면 놀랄 때가 많다. 작가는 분명 남자분이신데, 너무 아줌마 대사를 잘 하신다, 또 할머니 대사는 어떻고, 여학생 대사는 얼마나 또 잘하시는가, 할아버지 입말은. 책이란 참 읽을수록 느낌도 다양하지만 작가 분의 개성이 살아 있어서 읽는 재미가 더 나는 것 같다. 특히 이 책은 읽을 때 참 많이 웃었다. 실감나게 이야기를 쓰셨기 때문이리라. 독특한 유머감각에 재미있고 감동이 있고 따스한 마음까지 녹아있는 글로 다양한 노인 분들의 삶을 다양한 모습으로 재조명한 것이라고나 할까. 아이들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책임에 틀림이 없다.
< 2007, sj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