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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농담
박완서 지음 / 실천문학사 / 200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박완서의 소설<오래된 농담>을 읽고/실천문화사/8,000/2000/323/
주인공 심영빈은 의사다. 그는 국어교사인 아내(수경)와 두 딸(하나, 두나)을 두고 있다.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그리고 초등학교 동창생 현금과 내연의 관계다.
막내 동생 영묘가 재벌가의 맏아들 송경호와 결혼을 하고 두 아들을 낳고 경호가 폐병으로 죽는다.
형은 고과외로 두 형제들을 뒷바라지 하다 이민을 가서 돈을 모아 모교에 10억을 기부한다.
어머니가 형네로 가고 영빈의 아내는 두 번의 임신중절 끝에 원하는 아들을 낳는다.
부잣집 외아들이지만 병이든 송경호를 둘러싼 이야기, 가난한 치킨 집 사장이 부도를 맞아
식구들의 안녕을 위해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는 이야기,
돈의 속물성과 가부장적 이념으로 인한 뒤틀림, 죽음이나 탄생이 인간의 존엄성을 지니지 못한다는 점.
현금은 돈 때문에 결혼을 하여 일부러 아이를 낳지 않고 살다가 결국은 자유를 위해 이혼을 하고
가부장적인 제도권 밖에서 떠도는 유일한 여자다. 제도권 밖에서 이루어지는 생생한 생명력과 자유로움에 대한 기대.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으로 비유된다. -집에서 기르는 친숙한 개가 늑대처럼 낯설어 보이는 섬뜩한 시간이라는 뜻-
일탈과 순종의 경계, 문명적 제도와 야성의 사이에 그녀가 존재한다.
심영빈의 결혼생활과 일탈, 현금과의 불륜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현금은 46의 나이로 불임의 여자다.
수경은 40의 나이로 가임의 여자다.
현금은 영빈의 아이를 갖고 싶어 병원을 찾지만 늦었다.
수경은 아들을 위해 두 번의 딸을 지우고 마침내 아들을 갖는다.
몸은 살아있지만 정신이 먼저 소멸한 수경이.
열망은 살아있지만 몸이 쇠퇴한 현금이.
억눌린 제도 밖으로 나가고 싶은 열망, 제도가 완전히 복종시키지 못한 우리 안의 낯선 시간 속.
죽음의 대비- 몸의 소멸보다도 정신의 소멸을 겪게 되는 송경호의 죽음과 죽음의 한 순간에 빛나는
정신의 힘을 보여주는 치킨 박의 죽음은 수경과 현금의 대비와 동일한 구조를 이룬다.
알면서 모른 척, 넘어가 주는 것.....농담....
작가는 말을 했다. 재미있고 뼈대있는 소설이 소원이라고.
일고 보니 그렇다. 재미도 있고 뼈대도 있다.
기회가 되면 또 읽고 싶은 책, 그런데 너무 주술적인 내용이 많아 꺼려지지만...작가는 아는 것도 많아야 겠구나 싶다.
들은 이야기나 말투,,,등을 그냥 허투루 듣지 말아야겠다 싶다.
아무튼 송경호네 일가가 특이하다. 어쩜 그리 독특할까.
영묘가 그 가족의 꾐에 넘어가 늘 살림에 쪼달리고 당하는 것처럼 보여 속상했는데
마지막에 아이들과 유학을 떠나게 되어 좋았다.
철저하게 따돌리고 재산을 빼돌리려 죽음도 알리지 않았다는 게 어이가 없다.
돈만 너무 밝히는 인종들 같다. 족속이 너무 달라, 사는 방식도 다른 사람들.
쯧쯧, 정말 별종들이 많다. 우리사회는.
현금이 수경을 친구 광의 산부인과에서 알게되고 영빈을 떠나게 된 건 잘한 일이다.
도덕적 불감증에 걸려 양심도 잊고 살게 된 영빈.
뒤늦게 도덕적 양심을 찾고 고아원 아이들을 돕겠다며 이사하고 피아노를 치는 현금.
술에 취해 현금을 찾아간 영빈을 택시에 태워 집으로 돌려보낸 현금의 행동은 잘한 일이다.
새 아이가 태어났는데도 끊임없이 아내를 속이고 외도를 일삼는 영빈. 그는 과연 떳떳한가.
돈이면 다 되는 줄 아는 이기적이고 가부장적인 송경호 집안과 다를 것이 없다.
도덕적 양심을 팔고 사는 것은 마찬가지니까.
열심히 살아보려는 아내를 속이고도 모자라 미안한 줄 모르고 또 외도를 하다니.
속이고 외도하는 게 관습이 되었다니. 너도 파멸을 해야 할 순서다.
작가는 이런 이야기를 쓰면서 대리만족을 했을까 궁금하다.
읽는 순간에도 영빈과 같은 인간만 나오면 죽을 맛인데
작가는 이런 인물을 설정해 놓고 그 인물을 나중에 어떻게 끝낼까.
벌을 받아서 고통스럽게, 아니면 깨달아 개과천선을 하게? 아니면 현실로 돌아오게?
영빈은 결국 현금이의 거절로 집으로 돌아온다.
배신을 당해봐야 남자들은 정신을 차리나보다.
여자들은 제각기 사연이 다 있다. 사는 모양이 다르긴 해도 아픔은 다 비슷한 것 같다.
우선 어머니가 그렇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유복녀를 낳고 혼자 세 아이를 키웠다)
아내 수경이도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며 생각은 딴 데 가있는 남편의 마음을 잡으려고 늦둥이 아들을 낳고.
현금은 돈 때문에 결혼을 해서 사랑하지 않아 피임을 하고 이혼을 해 자유를 꿈꾸며 살다 뒤늦게 아이를 갖고 싶어하지만 때는 늦었다..
동생 영묘는 가부장적 재벌가에 들어가 복종만 하고 살아야 하는 여인이 되었고, 남편의 죽음조차 마음대로 못했다.
작가의 끊임없이 이어지는 샘물 같은 이야기. 감동도 있고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허위의식이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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