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을 보다 - 100년 만에 드러난 새 얼굴 다큐북 시리즈 1
황병훈 지음 / 해피스토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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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이말은 보통 나이 많으신 분들이 열정을 나타낼때 쓰는 말이다.

   [안중근을 보다]를 읽으면서 난 이말을 안중근 의사와 나의 사이에 적용하고 싶다.

 이토히로부미를 저격하고 당당하게 죽음을 맞이한 안중근 의사의 당시 나이는 '32세'

지금의 내나이와 같다.

  어떻게 불과 32세의 나이에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쳐 큰 뜻을 이뤄내시고, 일본인들에게조차 두고두고 존경받을 정도의 의연함을 보일 수 있었을까?

이분은 범상치 않은 특별한 인물이지만 난 보통사람이다. 그렇다 해도 너무 레벨이 틀리지 않은가?                     



 

 

                [결론]  내 나이는 그냥 숫자다.

 

 

 

  순국 100주년이 지난 지금 이문열 소설의 제목처럼 그는 '불멸'하다.

1879년 (나와 딱 10년차이가 난다) 9월 2일 황해도 해주의 재력가 집안에서 태어난 안의사는 태어날때 몸에 뚜렷한 점 일곱개를 타고 났다 한다. 그래서 그의 할아버지께서 안응칠이란 이름을 지어주셨다.

 




 

 그는 집한채만을 남기고 전재산을 바쳐 학교를 세웠다. 학교 이름은 삼흥학교

사흥(私興), 교육을 통해 내가 흥하면,

민흥(民興), 사람들이 흥하게 되고,

국흥(國興), 나라가 흥하게 된다

  그가 존경하던 르각 신부의 뜻을 이어받아 학교를 세우고, 운영이 어려워 지자 28에 교장에 취임하여 학교를 운영했다고 하는데 놀랍게도 그때 영어를 가르쳤다고 한다. 진보적인 교육가의 면모와 혜안이 드러나지 않는가?

의사가 국외 활동을 위해 북간도로 떠나면서 묻을 닫았다가 1966년에 재건되어 지금은 북한에서 남흥중학교로 이름을 바꿔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냥 이름을 바꾸지 말았으면…


 
  역시 훌륭한 어머니가 있었기에 안중근의사와 같은 위대한 인물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안중근의 어머니는 아들의 사형이 확정되자 수의를 보내며 안중근에게 위와같이 말했다고 한다.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어서 그랬겠는가? 정말 눈물겨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조마리아 여사는 안중근 가문과 독립운동가들에게 상징적 어머니 였으며 정신적 지주였다고 한다. 일본 순사와 헌병들은 안중근의 죽음앞에서도 의연한 태도에 깊은 감명을 받아 그를 존경하고 있었는데, 조마리아 여사를 본 순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是母是子(시모지자:그어머니에 그아들)



 



 

 참, 이책이 무슨 책인지 말 안했다.  안의사 순국 100주년 기념으로 방송된 다큐

 1편<안중국, 북위 38도>, 2편<안중근, 분단을 넘다> 2010년 3월 mbc에서 방송된 특집다큐를 만든 PD가 지은 책으로, 위인전기라기 보다 그의 행적을 사진과 함께 책으로 엮은 것이다. 글씨도 많지 않고 사진도 많아 어린이, 어른, 남녀노소 누구나 할것없이 쉽고 흥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책속에는 안의사가 남긴 격언등이 페이지 사이사이 첨가되어 있어 교육용으로 읽혀도 좋을것이라 생각된다.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것은 단순히 조선의 국권을 침탈한 선봉장을 제거 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그에게는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하면 응당 자신은 법정에 설 것이고, 법정에서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을 것이라는 선견지명이 있었다. 그렇게 되면 일본의 한국 침략의 부당성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일제 침략 속에서 점점 희미해져 가는 한민족의 정체성에 불을 지필 수 있기 때문이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이책에서 가장 감동을 준 말이다.

  뉴데일리라는 친일집단은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라고 말한바 있다. 원래 그런 집단이고 들을 가치 조차 없는 말이라 '또 헛소리하는 구나'라고 치부해 버렸다. 그런데 어느날 인터넷에서 무개념 초딩(혹은 무뇌 어른)이 남겼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 말을 발견하고는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세계의 입장에서 보면 안중근이 테러리스트인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

 

  의연한 태도에 일본인 조차 존경한 분을 이렇게 말할 수 있다니. 정신이 썩지 않고 서야 어떻게 이런말을 입에 담을 수 있을까?

  세계의 입장? 세계의 입장에서 본다고 해도 테러리스트 일수는 없다. 그리고 주제에 무슨 세계운운하는가? UN에 근무하기라도 하나? 세계화 시대라고 해서 국가의 존재를 잃는 다면 결국 세계에서 인정 받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 국제적 입장에서 보자고 하자.

 그렇다면 전쟁영웅이란 말은 성립될 수 없다.

테러리스트만이 존재 할뿐. 나폴레옹, 유비, 관우, 장비, 이순신… 모두

 

  편안 시대에 태어났다고 해서 그시대를 알지 못하고 함부러 떠들어 대다니. 묻고 싶다.

 

"당신은 당신의 뜻을 위해 목숨을 버리고 죽음 앞에서도 당당할수 있는가?"

 

 그러나 의사가 더 위대한 것은 자신의 뜻을 위해서만 목숨을 바친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난 그 게시글을 보고 무식의 정의를 깨달았다.

 

  '모르는 것이 무식한 것이 아니다. 쥐뿔도 모르면서 함부러 말하는 것이 무식한 것이요 얼빠진 것이다.'

 

 

 안중근 의사는 법정에 서서 당당하게 말했다.  

 

 나는 대한의군의 참모중장으로서 적장을 쏜것이므로 나에게 적용할 법은 일본, 청국, 한국 어느 한 나라의 법이 아니라 육전 포로에 관한 국제법이오. 왜 나를 일본법으로 처리하는 것이오?

 







(그의 격언들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잘 들어 맞는 조언들이다.)

 

  쉽고 감명깊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안의사에 대해서 반드시 알아야 할것이나,

어렵고 복잡해 접하지 못했다면 쉽게 알수 있는 이책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딱딱한 내용일꺼라고?

결코 그렇지 않다. 재미있고 감동을 주는 책이다.

다큐와 함께 보는 것도 재미를 더할 듯하다.

한마디로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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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튼
케이트 모튼 지음, 문희경 옮김 / 지니북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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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OUSE AT RIVERTON

 

 '사람의 운명은 날때부터 정해져 있는 것일까?' 

 

 정해져 있는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다. 미래를 알수 없고 순간은 한번뿐이기에 무슨일이 생기더라도 '정해져 있었던 일어날수 밖에 없는일이었다'라고 말해도 별로 할말이 없고, 개척해 나가는 것이라고 해도 맞는말 같다.

 

 성장하면서 환경에 길들여지고 그것을 순응하는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온다면, 그림자 같은 삶에서도 만족하며 살아가고 주어진 환경에서 나름대로 기쁨과 슬픔을 만끽할 것이다. 봉건시대에는 날때부터 그런 신분으로 태어날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있다. 아니 그시대에는 소수의 귀족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태어난 운명에 의해 그렇게 정해져 있었다. '그레이스 리브스'도 그런 사람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그레이스는 시대가 급변해 가는 중심에 서있다.

 

 소설의 화자 '그레이스 리브스'는 하녀로써 자신의 어머니도 하녀로 일했었던 '하트포트가의 리버튼 저택'에서 일한다. 충실한 하녀로써 세계1차대전 전후로 살아왔던 기쁨과 아픔의 순간이, 99세로 죽음을 앞둔 시기에서, 리버튼 저택에 관한 이야기가 한 여성감독에 의해 영화화 하게 된것을 계기로 선명하게 되살아 난다. 14세의 어린나이에 리버튼에 들어가 비극의 사건이 발생한후 10여년 동안 발생한 크고 작은 사건들이 이책의 주요 내용이다.

 



 

 

애버리시경의 리버튼저택은 영국의 전통적인 명문가이다. 많은 하인을 거느린 저택에서 하녀로 생활하는 그레이스.  힘든 노동속에서 성경책외엔 책을 읽는것도 허락되지 않지만,  몰래 '셜록홈즈'를 읽으며 삶의 보람을 느낀다. 몇개월이나 모은 돈으로 코난 도일의 신간 <공포의 계곡>을 심부름 가는 길에 몰래 사서 숨겨오던 그녀는, 애버리시경의 둘째아들 '프레더릭'의 딸 '해너'와 마주친다. 여자들에게, 특히 귀족의 여인들에게 일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던 시절 '해너'는 꿈을 키우며 속기를 배우고 있었다. 그레이스도 속기를 배우는줄로 착각한 해너는 둘만의 비밀이라며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며 당부한다. 해너가 오해하는줄 알고 있었으나 해너에게 실망을 주고 싶지 않았던 그레이스는 아무말도 하지 못한다. 이 작은 오해가 후에 큰 비극을 낳게될줄 알았더라면.

 

 소설은 귀족들의 뒷바라지에 일생을 바치는 하인들과 또한 신분에 얽매여 살아가는 귀족들의 생활상을 상세하게 보여준다. 리버튼 저택에 있는다는 것은, 비록 하인일지라도 울타리가 되어준다. 그시대는 밥먹고 살기에도 힘든 민중들이 수두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전쟁과 새로운 시대의 연쇄적인 소용돌이에 휩쓸리는 것은 피할수 없다. 

 

 이책의 중,후반부쯤에 애거서 크리스티가 등장한다. 시어도어 럭스턴(테디)와 다소 충동적인 결혼을 하게된 '해너'와 그녀를 따라간 그레이스는(이때쯤 '셜록홈즈'를 버리고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의 애독자가 된다) 사교계의 파티나 만찬에 참석하게 된다. 한 만찬에서 남편인 아치볼드 크리스티와 함께 참석한 애거서 크리스티는 화제가된 사건의 기사를 이야기 하는 도중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살인은 대부분 서로 사랑해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지요."

 

 전쟁에서 죽은 해너의 오빠 데이비드의 친구 로비헌터, 그리고 헤너의 아름다운 동생 애멀린. 그리고 방관자처럼 보이던 그레이스. 그들사이에서 일어나는 비극의 예고와도 같은 말이다.

 

 작가는 신분간의 갈등, 극복을 보여주기 보다는 그들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지만, 수동적이고 영향력이 없어 보이는 하녀의 악의없는 작은 행동이 나비효과를 가져 오면서 무엇을 간접적으로 말하고 있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시대에, 작고 보잘것 없는, 투명한 들러리에 장식품 같았던 인간이라도 귀족에게라도 큰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것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보여주는것이 이책이 나타내고자 하는 주제중 하나는 아니였을까? 내멋대로의, 자의적인, 작가의 의도와는 관계없는 생각일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별로 상관없다. 사실 내게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독자중 하나인 내가 어떻게 느꼈는가 하는 것이지 작가의 의도가 아니니까. 창작은 작가의 몫이요 감상은 오롯이 독자의 몫이기에.

 

 마지막 그레이스에게 보낸 헤너의 편지는 여운을 남기며 대미를 장식한다. 서로 얽혀 있는 관계속에 의도되지 않은 우연적 비극. 작가의 치밀한 구성이 돋보이는 소설이었다. 긴장되는 스릴러는 아니지만 지루하지 않았고, 갑작스럽지 않은 자연스러운 구성이 좋았다. 670여 페이지의 다소 긴 분량이고 재미있어서 눈을 떼지 못하는것은 아니지만 계속 읽어나가게끔 만들고, 고전적이지만 어렵지 않은점 또한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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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사건.사고 전담반 존 딕슨 카 시리즈 5
존 딕슨 카 지음, 임경아 옮김 / 로크미디어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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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경시청의 D-3는 마치대령과 로버츠 경위 두사람만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온갖 불가사의한 사건·사고만을 전담하는 특수한 부서라고 할수 있다. 풀수없을것만 같은 미스터리한 사건이 있을 경우 여지없이 등장하는 마치대령은 주로 사건 당사자들의 증언속에서 헛점을 발견해 미스터리한 이야기속에 숨겨진 트릭을 간파한다. 알고나면 교묘하게 꾸며진, 심령적인 요소나 불가사의한 요소들은 전혀 없는 사건들이다.
 

 짧은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책은 마치대령이 등장하는 7가지 사건과 그외의 4가지 사건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사실 개인적으론 마치대령이 등장하지 않는 4가지 사건이 더욱 재미있었다. 작은 마을에서 처음 일어난 사형집행을 다룬 합법적인 사형집행인과, 여행을 떠난 사이 자신이 죽어있었다는 것을 알게되는 살아있는 자를 위한 죽은자의 복수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4가지 단편도 마찬가지로 알고보면 미스터리하지 않은 음모였다는 것이 밝혀지게 되지만.(크리스마스, 일곱 시 십오분 이란 한가지 작품을 제외하곤)

 

약 80여년전에 발표한 작품이어서 그런지 현대 추리물에 비해 조금은 진부한 면이 몇군데 보인다. 그 진부한 부분을 이야기 하고 싶지만 이야기 하면 더욱더 진부해질까봐 생략하겠다. 또한 외국 단편에서 그렇듯이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고 생소하고 긴 이름들이라 그것이 헛갈린다는 점이 단점으로 작용한다(그것은 나의 망각과 관계된 문제이므로 다른 독자들에게는 별문제가 되지 않을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로 단편 추리 소설은 1인칭 관찰자 시점이 재미있는듯 하다.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것보다 화자를 통한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가 잘 나타나 있는 단편에 흥미를 느껴온것 같다. 그래서 4가지 단편중 하나인 살아있는 자의 복수가 가장 기억에 남는것일까? 사건의 우연성이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기억상실, 불치병류의 진부한 이야기라는 것이(불치병, 기억상실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런류의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든 사건이 드라마나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진부함을 뜻함) 아쉬운 점이긴 하지만 그래도 전개가 가장 흥미로운 작품으로 기억된다.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무척 좋아했었던 유년시절의 흥분?같은것을을 잃었다는 점이 작품들을 그렇게 흥미진진하지만은 않게 한 원인일지도 모르겠으나, 고전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인물들이나 대령의 명쾌하고 빠른 사건해결이 즐거움을 주는 것도 간과할수 없었다. 일본 추리소설에 그다지 열광하지 못하고, 홈즈나 브라운 신부가 더 정감이 가는 사람이라면 볼만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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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꿰뚫어 보려면 디테일이 답이다
나이토 요시히토 지음,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9월
절판


셜록홈즈를 무척 좋아한적이 있었다. 사람들이 놓치기 쉬운 작은 흔적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 사람을 기가 막히게 간파하는 기술은 그를 놀라운 천재로 보이게끔 했다. '나도 셜록홈즈처럼 되고싶다'란 생각을 했었지만 말처럼 쉽게 되는것이 아닌, 천재의 재능쯤으로 치부하고 있었다. 홈즈를 탄생시킨 코난도일은 실제로 사건을 해결한 적도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멘탈리스트나 라이투미를 보면 사람의 미세한 몸짓이나 표정등 작은 단서를 가지고 범인을 기가 막히게 잡아낸다. 라이투미의 주인공은 '얼굴의 심리학'으로 유명한 심리학자이자 교수인 폴 에크먼을 모델로 만든 드라마라고 한다. 읽어보진 않았지만 국내에도 출판 번역되어 있다.


사소한 것에 신경쓰지 않는 것을 마음넓은 사람의 특징인것처럼 생각하고 일부러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들을 볼수 있다. 바로 나자신이 그런부류에 속한다. 쿨한척하며 사소한 문제를 넘어가면 큰사람 처럼 보일수도 있고, 작은것에 신경쓰지 않다보니 실제의 성격도 너그러워지고 털털해 지는 것을 느낄수가 있다. 대신 문제점도 많이 발생하는데, 작은 일은 건성건성 한다거나 숲만 보고 나무를 보지 못하는 현상에 빠지게 된다. 어릴적엔 섬세한 편이었는데, 그러다 보니 소심하다는 소리를 듣게 되고, 그소리가 너무 듣기싫어 의식적으로 쿨한척 하다보니 이렇게 되버린듯하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정교함과 섬세함이 필요한 시기이다. 일에서나 대인관계에서나 모두 그렇다. 제목만 봐도 알겠지만 이책은 대인관계에서 행동이나 몸짓, 표정과 성향등으로 상대방을 간파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짧은 분량으로 60여가지의 기술을 소개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흥미를 가질 만한 내용, 특히 직장인이 써먹기에 좋을 내용들로 담겨 있어서 흥미를 자아낸다. 일본작가가 쓴 이런류의 책들이 많이 그러하듯이, 이책역시 단락들의 소제목이 흥미가 가게끔 쓰여져 있는것도 특징이다. '택배 전표로 자기애가 강한 사람을 찾는다' 던지 '속마음이 궁금하다면 다크서클을 확인하라' 같은 다소 엉뚱해 보이는 표제들은 호기심을 갖고 읽어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게다가 그리 길지 않은 단락들이라 쉽게 읽을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다른 심리학 서적에 비해 훨씬 쉽게 다가설수 있고 가볍게 읽을수 있어 좋았다. 이해가 안되서 머리를 싸맬 필요가 없도록 의도적으로 쉬운 문체를 썼고 어려운 용어를 배제했을 것이다. 이것은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하는데, 구체적인 설명이 언급되어 있지 못하다는 것이 단점일 것이다.

요즘 많이 나오는 심리학 관련 서적들은, 전공자들을 대상으로한것이 아닌 대중들을 위한 책들이 많으므로, 비교적 쉽게 쓰여있을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머리아프고 어렵다고 생각되거나, 그냥 가볍게 읽고 싶거나, 긴시간은 없고 짜투리 시간이 많이 나는 이들에게는 장점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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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다 햄버튼의 겨울 - 제15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김유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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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목만 봐서는 어떤 소설인지 전혀 알수 없었다. 사라다가 나오는것을 보니 음식이야기 같기도 하고, 햄버튼이란 말은 햄스터의 이름같아서 '사라다를 먹는 햄스터 이야기인가?' 생각했었는데 알고보니 고양이의 이름이었다. 고양이가 샐러드를 좋아하고, 좋아하는 축구선수 설기현이 울버햄튼에서 뛰고 있다는 이유를 발음하기 편하게 바꾼것이 '사라다 햄버튼'이다.

주인공K와 함께 동거하던 여자친구S가 갑작스럽게 이별을 통보하며 이유도 알려주지 않은채 자카르타로 떠난다. 방사선과에서 근무하던 주인공은 그후로 출근도 안하고 이른바 '폐인'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베란다에 도둑고양이 한마리가 침입해오고, K를 잘 따르기에 함께 생활하게 된다.



K의 아픔은 떠난 S때문만은 아니다. 병원에 근무하는 방사선사이면서도 돌아가신 어머니가 유방암에 걸린줄도 몰랐다는 죄책감, 취업이 잘된다는 이유로 방사선과를 졸업했지만 자신이 정작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고 있는, 요즘 젊은 세대들이 흔히 겪고 있는 자아의 혼란등이 그를 방황하게 했다. 그런 그에게 사라다 햄버튼의 존재는 그에게 위안이 되는것이다.

도둑고양이인줄 알았던 햄버튼이 '아메리카 쇼트헤어'라는 고급종인것을 알게 되자, 전주인이 고양이를 찾게될것을 염려 주인을 찾는다는 전단지를 고양이카페와 인터넷에 올리게 된다. 그러던중[고양이탐정]이라는 고양이 찾기 전문가를 만나게 되는데, 햄버튼과 떠나버린S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중학교때 이혼후 캐나다로 이민가서 외국여자와 재혼해 살고 있는 아버지가 업무관계로 일시 귀국하게 되어 잠시동안 함께 지내게 된다. 이혼전과 마찬가지로 가끔집에 돌아오고, 피가 섞인 친아버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K에겐 친아버지와 마찬가지의 존재감을 가지는 따뜻한 분이다.



그다지 큰 사건없이 부드럽게 전개되는 소설은 스토리와 소재도 진부한 편이다. 줄거리를 대략 이야기 하면 '고양이와 K의 만남과 헤어짐'뿐이다. 뜬근없는 정체불명의 고양이 탐정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고, K에 얽힌 가족관계의 요소가 반전을 주는것인지 아닌지 혼동될만큼 너무 쉽게 예측이 되기도 한다. 그런것을 표방하는 작품이 아니기에 그렇겠지만, 좀 진부한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그러나 지루할듯 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고 술술 전개되는 맛이 있고, 이시대의 젊은이의 아픔과 방황을 잘 표현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 미래가 불투명하고 결말이 되기까지도 별다른 진전이 없는 듯하지만, 아버지와 S, 그리고 햄버튼을 통해 한단계 성숙하는 모습도 보여진다. 청소년 성장 소설이 아닌 청년 성장소설이라고나 할까? 이시대의 젊은이라면 한번 읽어봄직 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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