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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평점 :
소설가 박범신. 원로작가라 할수 있는 그는 황석영처럼 원로작가로 취급되길 원하지 않는다. 죽는날까지 현역작가로 남고 싶다는 그는 오늘도 소설쓰기에 열중하고 있을 것이다. 전업작가들이 별로 없다는 우리 나라에서 많은 히트작을 남긴, 인기작가 박범신의 이름을 안것은 사실 얼마 안되었다. 아는 작가라고는 얼핏들은 조정래 황석영 이문열밖에 없었고 아는 작가의 작품조차 한권 읽어 보지 않을만큼 독서와 담을 쌓은채 살아왔기 때문이다. 얼마전부터 독서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많이 거론되는 작가들의 이름을 알게 되었는데 박범신의 이름을 참 많이 들어 꼭 한번 접하고 싶은 작가가 되었고, 그의 신작'비즈니스'에서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물질이 사람보다 우위에 서며 모두 물질을 향해 쫓아가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행위는 더이상 속물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찾아보기 힘들정도로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다. 학문을 위한 공부보다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공부를 하는 사람이 훨씬 많을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문학작품조차 이런 당면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는듯, 앞으로 자신의 문학이 지향할 길을 암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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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식의 현실 비판적 이야기는 오늘날의 우리 '문학판'에서도 거의 실종 상태에 놓여있다. 현재진행형으로 맞닥뜨리고 있는 삶의 사회구조적 문제들을 '문학판'에서 오히려 유기시키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래도 좋은가. 우리네 삶을 몰강스럽게 옥죄는 전 세계적 '자본의 폭력성'에 대해, 문학은 여전히, 그리고 끈질기게 발언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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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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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바다 인근의 ㅁ시는 신도시가 들어선 신시가지와 버려진 도시 구시가지로 나뉘어 있다. 버려진 도시에 사는 주인공은 몸을 팔아 아들의 과외비를 벌고 있다. 자신의 아들을 사법고시에 실패한채 무기력하게 살고 있는 남편처럼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돈많은 상류층만 노린다는 도둑 '타잔'은 조선의 홍길동처럼 ㅁ시의 전설이 되어있다. 매춘상대로 만나 연민을 느끼게된 옐로우가 타잔이라는 것을 안뒤 둘은 서로를 비즈니스맨, 비즈니스우먼으로 칭한다.
노래방 도우미로 돈을 버는 주부들이 많다는 뉴스 보도처럼 실제로 주인공과 같은 여인들이 많을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만 가는 교육비는 하루종일 맞벌이를 해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졌고, 자녀만큼은 그런 현실속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다는 욕구가 그들을 어둠의 길로 접어들게 했으리라. 몸파는 행위를 천박하게만 생각했었으나 그렇게 비난만 할수 없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자본이 지배하는 세상은 우리만의 이야기가 아닌 전세계적으로 당면한 현실이다. 잘사는 나라는 말할것도 없고 가난한 나라에서도 사람을 납치해 돈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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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인생은 어떤 사람들과 어떻게 맺어지느냐에 따라서 그 향방이 뒤바뀌었고, 여자의 인생은 어떤 남자를 만나느냐 하는 데 따라 그 성패가 결판나는 세상이었다. 옛날에 비해 세계는 너무도 많이 달라졌다. 차라리 독재의 그늘에 덮여 있던 시대가 나았다고 생각한 적도 많았다. 이제 세상의 주인은 '자본'이고, 삶의 유일한 전략은 '비즈니스'다. 사랑과 결혼조차 일종의 '비즈니스'에 불과했다. 자본의 압제는 그 경계마저 불분명하니, 화염병을 들고 나간다고 해도 던질 데가 없었다. 간교하고도 잔인한 독재자인 자본의 품 안에서 사람들은 단지 실패한 자와 성공한자, 두 종류만으로 구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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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54p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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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세대는 어렵게 살아왔지만 그래도 결혼은 다들 했던것 같다. 어렵게 살아도 결혼한후 함께 고생을 하며 자식들을 키워나가셨다. (친구 부모님은 얼굴도 모르고 결혼했다고 한다. 할아버지 세대에나 가능한 이야기 인줄 알았는데) 요즘은 그때보다 분명 나아졌는데 서른이 넘어도 결혼안한 사람은 수두룩하다. 내 직장동료의 동네에는 방학동 패밀리라고 해서 노총각들이 모여 술을 마신다고 하는데 그들의 나이는 20대 후반부터 40대후반까지 다양하다고 한다. 여자들도 마찬가지로 결혼을 안하고 사는 골드미스들이 내 주위에만 해도 여러명이다.
중소기업이었던 전 직장에서 5년동안 근무하면서 열번넘는 동료들의 결혼식에 참석했는데 100% 연애결혼이다. 선봐서 결혼한 사람은 하나도 없다. 40살이 넘도록 선자리 한군데 들어온적 없다는 형님도 봤다.
스펙이 딸리기 때문이다. 요즘은 스펙이 딸리면 선자리도 들어오지 않는다. 대기업이나 일류대학, 유학, 연봉을 따져서 미달되면 선자리도 들어오지 않으니 100%자급자족할 수밖에 없다. 나도 수십명의 친척이 있는데도 32살이 되도록 선보란 말 한번 없이 자급자족해왔으나 결국엔 실패하고 말았다. 수많은 내친구들 중에서 선봐서 결혼한 놈은 유학파 군대동기밖에 없다. 70%의 친구들이 아직 미혼 상태다. 결혼정보싸이트에도 직업과 연봉부터 따지니 우린 연애결혼이나 수입결혼 아니면 답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돈보다 사랑이 중요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는 무능력자의 변명일 뿐인 것인가.
얼마전 나와 유유상종인 전전 여자친구가 미모를 무기로 좋은데에 시집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돈도 없고 빽도 없고 외모도 능력도 없는 사람은 혼자 사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결혼해도 문제다. 비정규직의 쥐고리 월급으로 아이의 양육비를 어찌 감당할 것인가? 자본주의는 신의 존재처럼 거스르기 힘든 것일지도 모르겠다. 봉건군주나 독재자의 압력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모든 사람들이 돈을 쫓아 가는 것이 정의가 되어버린 이상 거스르면 낙오자일뿐이다.
그러나 인간다움을 잊지는 말아야 할것이다. 소설의 주인공들처럼 마지노선을 넘지는 말아야 할것이다.
자본에 이용당하지 않고 이용하는 삶을 살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것인가. 소로우처럼 숲속에서 살아야 하거나 법정스님처럼 무소유로 살 인격은 되지 않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