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놀이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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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너무 오래 살았다고 생각하지 않소?"
 

  어느날 문득 걸려온 전화.

정체불명의 사나이는 자신이 그토록 숨기고자 했던, 아무도 알지 못하는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다!

가족들조차 까맣게 모르는 29년전의 기억을 끄집어 내는 그는 누구일까? 

 

  최고의 작가 조정래는 첫 장면 부터 흡입력 있는, 추리물이나 스릴러 물에서나 볼수 있을 법한 미스터리한 장면으로 독자의 시선을 확 사로잡는다.

상대는 모든걸 알고 있지만, 나는 상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실체를 알수 없는 무엇이 죄여올때 두려움은 더욱 가중된다.

 

  잘나가는 태양실업 사장 황복만. 겉으로 보기엔 유능한 사업가이자 한가정의 굳건한 가장이다. 비서실을 따로 둘 정도로 큰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의 승리자인 그에게 비서는 거래처 사장이라며 전화를 연결하는데.

 

"아, 박사장님, 나 황이외다아."

"배.점.수.씨, 안녕하십니까."

 

감정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자신이 29년간 숨겨왔던 아무도 모르는 이름을 부르는 의문의 사나이. 그 이름 석자만으로 소스라치게 놀랄수 밖에 없는 황복만.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돈일까?

그동안 온갖 노력을 다해 이뤄놓은 재산의 반을 준다해도 관심이 없는 의문의 남자의 목적은 도대체 무엇일까?

 



   황복만, 아니 배점수는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상것으로 태어난 죄로 멸시와 핍박을 받아야 했던 그.

아버지는 항상 양반들에게 죽어 지낼것을 명하지만 그안에 잠재되어 있는 분노만은 삭힐 수 없다. 어느날 신씨 아이들이 어린 동생에게 못된짓을 하는 것을 목격한 그는 아이둘을 흠씬 두들겨 패지만, 신씨네 집안 하인들에게 끌려가 죽도록 얻어 맞는다. 아들이 성질에 못이겨 큰 사고를 칠것을 염려한 복만의 아버지는 그를 대장간으로 보내게 된다. 천성적으로 기운을 타고난 그는 힘들지만 그일을 잘 해나가고 있다.

어느날 찾아온 국민학교 교사 방선생은 천대받는 그도 대우받는 세상이 올거라고 말한다. 전쟁이 나고 공산군이 밀고 들어오자 그동안 억눌러 왔던 설움을 한번에 쏟아내는 그. 양반이라고 거들먹 거렸던 신씨네 일가들이 그앞에서 목숨을 구걸하지만, 그는 무엇에 홀린듯이 32명이나 되는 신씨들을 살해한다. 아버지의 애절한 경고도 귀에 들어 오지 않는다. 


 

"워째서 옛적부텀 이 시상에서 질 무서운 짐승이 사람이라고 혔간디. 짐승들 중에서 질 끔찍한 죄를 짓는 것이고 그 죄를 암시랑토 않게 속에 감추고 있기 때문인 것이여."

      169 P 中 -     

 




이념이란 것이 무엇이기에 그토록 사람을 잔인하게 만들었던가?

 국군이 밀려들고 신씨일가의 복수는 시작되었다. 미처 도망가지 못한사람들을 비롯, 배점수의 아내도 돌을맞아 죽는다.  

 

도대체 누구의 잘못인가?

작가는 어느 편도 들지 않는다. 철저하게 각 인물의 입장에서 대변하는 것이다. 태백산맥에서 친일파마저 그들의 입장에서 이야기 하고 있듯이. 소설을 읽다보면 모든 인물에게 공감이 될 정도이다. 인간이란 그런것이 아닌가? 자신이 그 입장이 되면 이해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의 입장은 잘 이해를 하지 못하는 법이다.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 역시 그렇다.

 

  우리세대는 이념을 모른다. 아버지 세대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 불씨는 남아있다. 분단의 불안한 상황이 계속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적대감은 유전되어 심한 경우 보수당을 비판해도 ’양갱이’도 아닌 빨갱이’라는 이름표가 주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북한에 쌀이라도 기부하게 되면 아예 빨갱이 인증샷을 찍는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작가 황석영은 ’손님’이라는 작품을 통해 이념 논쟁과 분단의 원인이 ’손님’ 즉 외세에 있다고 보았다. 

배점수 같은 사람은 왜 공산주의에 빠져 들게 되었을까?

 소작인등의 하류층들이 공산주의에 참여하게 된것은 이념이라기 보다 평등한 대우를 받지 못한 자신들도 평등하게 살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기 때문일 것이다.

  식민지 시대 ’조선프롤레타리아동맹’인 카프의 흐름이 주도했던 원인도 이념따위가 아니다. 파리강화회의에서 미대통령 윌슨은 민족자결주의(각 국가는 정치적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으며, 다른 민족의 간섭을 받을 수 없다는 주장)를 주장하나  1차대전 승전국의 식민지는 독립되지 않는다는 결정이 내려진다. 상당한 기대를 걸었던 조선인들은 크게 실망한다. 그런데 그이후 소련의 레닌이 아시아를 비롯해 비서구의 민족해방운동을 지지하고 후원을 해주겠다는 선언을 하게 되고, 우리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소련에 열광할 수 밖에 없었다. 알지도 못했던 사회주의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이렇듯 우리의 분단은 이념논쟁따위가 아니라 크게 보면 우리가 힘이 없기 때문에 세계의 흐름에 이리 저리 휩쓸린것 뿐이다. 빨갱이든 파랭이든 그게 다 뭐란 말인가. 그따위 것이 사람보다 우위에 서서 서로를 죽게 만들었는지 안타까운 일이다.

 

한은 후대에게 물려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기엔 한이 너무 깊다. 복수는 당사자에게만 끝나게 된다. 이것은 우리가 더이상 그런 비극을 이어가지 않아야 한다는 작가의 생각이 들어가 있는 듯하다.  모두가 피해자이고 그 피해는 대물림 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스스로 현실을 이겨낼수 없던 시대에서 이어내려온 한은 근대에서 나타났고 현대까지 이어졌지만, 앞으로는 그런 한을 풀고 화합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잊지는 말아야 할것이다. 감정은 사라져도 사실은 알고 있어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선조들은 경제발전도 물려주었지만 분단의 불안상황도 물려주었다. 그러나 원망만 한다고 바뀌는 것도 아니고 달라지는 것도 없다. 그렇다고 따로 떨어져 언제까지 원수로 지낼 수는 더더욱 없다. 당장 일어나지 않는다고 태평해 하는 것도 어리석으며 통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더더욱 어리석다.

통일에 관한 설문조사 같은것을 해보면 정말 답답하다. 많은 젊은 사람들이 통일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오히려 통일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을 정도이다. 이것은 이문제에 대해서 스스로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은 아닐런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통일이 되면 북한이 재산을 빼앗아 갈까 두려운가? 남한에도 100만원도 못버는 저소득층 사람들이나 수많은 비정규직 사람들이 있는데 수입은 적지만 도움받고 살지는 않는다. 통일이 되면 젊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업종,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업체에 취업해서 일할 수도 있고, 각자 알아서 일해서 먹고 살것이다. 북쪽에 개발을 추진하며 세금을 쓴다 해도 그것은 투자이지 재산을 빼앗는 것은 아닐것이다.

어마어마 하게 들어가는 국방비 절감이나 군대문제, 3d업종 인력문제등 사소한 문제, 자녀들에게 불안한 현실을 물려주지 않아도 된다는것등, 그 이외에도 통일의 이점은 수없이 많다. 민족의 감정을 배제하고 순전히 이득만 계산하더라도 통일은 필요한 것이다. 조중동등의 보수언론에서 떠드는대로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일것이 아니라 자신 스스로 주관을 가지고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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