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소년과 붉은거인
카티프 지음 / 매직하우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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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5학년 쯤, 일본만화가 정식으로 수입되기 시작했다. 그 이전엔 대부분 불법 해적판이거나 이름만 한국작가로 바꾸거나 용소야처럼 그림과 내용을 고대로 베끼는 방식이 있었다. 그때 출간된 드래곤볼1권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충격적이었다. 내용도 파격적이고 자극적이며 신선했다. 드래곤볼과 시티헌터, 북두신권등은 이질적인 느낌과 함께 새로움을 주었다. 특히 작화가 무척 마음에 들었는데, 이후로 만화를 보는 기준이 되어버렸다. 

 

 우연히 매형의 서재에서 강풀의 바보란 만화를 보게 되었다. 강풀의 만화는 작화기준으로 보는 내 기준에 맞지 않는다. 강풀 스스로도 자신은 그림을 참 못그린다고 말하고 다닌다. 하지만 그 내용이 무척 감동적이고 재미있어서 그런 기준은 이제 사라져 버렸다. 내가 좋아했던 약간은 고전적인 작화도 지금의 일본만화에선 찾아볼 수 없으니 무의미한 것이고.

 

  이 만화 녹색소년과 붉은 거인은 강풀의 만화처럼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었던 만화라고 한다. 졸라맨처럼 단순한 그림체, 어린애가 그린듯한 작화는 예전기준으론 거들떠 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의도적으로 그렇게 그렸겠지만 개인적으론 지금도 이런 단순한 작화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간결하고 눈에 쉽게 들어오며, 그 의미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녹색소년은 날 때부터 다리 한쪽이 없었다. 아버지는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녹색소년이 태어난 모습을 보고 소년을 버리고 떠났다. 여기서 녹색소년과 녹색소년의 대화는 오로지 녹색으로 그려진다.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는 소년은 놀림의 대상이다. 친구도 하나없고 괴롭힘을 당하기 일수다.

그날도 역시 아이들의 장난이 계속된 날이었다. 녀석들이 소년의 목발을 숲에다 멀리 버리고 온것이다. 하나밖에 없는 목발을 찾기 위해 절뚝거리며 숲으로 들어간 소년은 숲에서 살고 있는 붉은 거인을 만난다. 붉은 거인 역시 모습과 대화가 붉은 색으로 그려진다.

 

  거인의 모습에 놀랐지만 곧 착한 마음을 지닌것을 알게된 소년은 거인과 둘도없는 친구가 된다. 친구가 없던 서로에게 첫친구가 되어준 거인. 거인이 목발에 꽂아준 꽃이 있는 아름다운 꽃밭에서 뛰어놀고, 숲속에서 딴 과일을 먹으며 매일같이 함께 이야기 하는 사이 깊어가는 둘의 우정. 

 

  어느날 동네 아이들은 소년의 목발까지 부러트리고 만다. 소년은 힘세고 큰 거인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덩치와는 달리 무척 겁이 많은 거인은 거절한다. 소년은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 거인에게 화가나 절교를 선언하지만, 이내 다시 찾아가게 되는데, 이 때 거인은 소년의 새 목발을 준비한다. 소년에게 배운 글자 'Friend' 를 새긴채로.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못한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되고, 숲속 꽃밭의 비밀때문에 동네사람들에게 내몰리게 되는데…….

 

 

  사람들의 탐욕과 약자에 대한 소외를 잘 표현해낸 감동적인 작품이다. 순수한 소년과 거인을 그대로 보지 못하고, 더럽고 탐욕에 찬 시선으로 밖에 보지 못하는 사람들. 이야기속에 나오는 만들어낸 허구의 모델만은 아니다. 세상에도 이렇게 탐욕에 쩌들고 자신밖에 모르며 많은 이득을 갈취한 것도 모자라 국가자체를 자신과 일가의 수익모델로 만들려는 음모를 꾸미는 권력이 지금 실존하고 있지 않는가. 소년같은 사람은 거기에 억눌리거나 반발할 수 밖에 없지만 권력자는 그것을 '네가 모자라기 때문에, 능력이 없기 때문에 당하는 것이다. 억울하면 능력을 키우라' 고 말한다.

소년이나 거인처럼 소외되지 않은 보통 사람들은 그들을 외면한다. 게다가 우연히 얻은 거인의 돌 때문에 소년과 거인을 비극으로 몰아넣게 만든다. 아무것도 모른다고 항변하는 소년의 말을 그대로 보지 못하고, 소년이 혼자 이득을 독차지 하려고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 그들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바쁘게 살다보면 그럴 여유가 없을 수도 있다. 가장 못난일은 아무 죄도없고 해를끼치지 않는 그들에게 아무 생각없이 돌을 던지는 일이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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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러스트
필립 마이어 지음, 최용준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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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의 세계에서도 엄연히 서열이이 존재한다.
 

   그것은, 어른들의 세계보다 더 명확하고 확실하게 갈린다. 좀더 원시적인 방법으로. 

 

 그 정점에 서있었던 빌리 포.

풋볼 선수에 키도 크고 미남이기 까지 하다. 자연히 여자들에게 인기 만점이고 아이들이 우러러 보는 존재다.

  반면에 천재로 불리울 만큼 똑똑한 아이작 잉글리시는 작은 키에 왜소한 체격을 가진, 겁이 많은 아이다. 모범생이자 따돌림이나 괴롭힘을 당할 타입, 그 전형이랄까.

어울릴것 같지 않은 이 둘은 둘도 없는 친구다. 포는 다른 아이들이 아이작을 찝쩍거리지 못하도록 막아주고 아이작은 공부를 가르쳐 주기도 한다.

 

  보통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 작고 왜소하면서 공부만 하는 애들은 포같은 녀석에게 괴롭힘의 대상이거나 아니면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다. 내 학창시절에도 이런 법칙은 거의 틀리는 법이 없었다. 아이작도 포가 왜 자신의 친구가 되어줬는지 의문이다. 둘의 우정은 고교를 졸업하고도 계속 이어진다.

  마을을 떠나려던 아이작과 배웅해 주려던 포. 갑자기 몰아치는 비바람을 피해 들어간 폐공장에서, 예상치 못한 시비에 휘말리게 된다. 질나쁜 세명의 부랑자들과 마주치자 아이작은 자리를 피하지만, 포는 그들과 시비가 붙는다. 칼로 위협당한 포를 구한것은 돌아온 아이작이 던진 강철 베어링. 2미터가 넘는 거한을 죽이게 된 아이작.

 

 

 

  마을의 경찰 서장이자 포의 어머니 그레이스를 사랑하는 해리스는 사건 현장에서 발견한 포의 풋볼점퍼를 몰래 숨긴다. 사건현장을 다시 찾은 둘을 발견한 해리스는 포의 짓이라고 생각한다. 165의 샌님 아이작이 2미터 가까이 되는 부랑자를 죽였으리라고 누가 생각했겠는가? 의심을 받는 것은 자연 포이다. 포는 살인범으로 몰려 구속되지만, 굳게 입을 다문다. 

 

   한때는 아메리칸드림을 대표하는 부유한 도시였던 부엘은 미국 철강산업의 몰락과 함께 잊혀진 공업도시가 되었다. 젊은이들은 졸업을 하면 마을을 떠나고, 한때 받던 임금의 절반도 받지 못하는 기성세대들은 근근히 삶을 연명해 간다. 그런 환경속에서도 각 다른쪽으로 기대를 받던 아이작과 포는 기대와는 달리 마을에 눌러앉아있다. 자신에게 거는 기대가 부담스러워 대학의 스카웃 제의를 거부한 채, 직장에도 적응하지 못하는 포. 어머니와 트레일러에 살면서 방황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언제든 원할때 대학으로 갈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행에 옮기진 않는다. 다혈질에 난봉꾼인 아버지를 미워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그를 닮아가고 있고 그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아버지의 사고에 이은 어머니의 자살로 큰 충격에 휩싸인 아이작, 예일대에 합격한 누나는 마을을 떠나서 부유한집 자제와 결혼을 한 상태다. 우수한 성적임에도 불구하고 대학을 포기하고 아버지를 돌보던 아이작은 집을 떠나기로 마음먹고 포에게 작별인사를 하러 온것이다. 그리고, 사건에 휘말려 버렸다.  

 





 

 

  둘은 묘한 관계이다. 얼음이 꽁꽁언 강에 빠져 죽을뻔한 아이작을 포는 목숨을 걸고 구해준 적이 있다. 

그렇다면 포는 왜 샌님 아이작을 목숨을 걸고 구했을까? 구속당한 상황에서도 왜 입을 굳게 다무는가? 그정도로 둘의 우정은 탄탄한것인가? 친구를 위해 목숨을 바칠 정도로? 왜 포는 아이작을 위해 희생할 정도로 그와의 우정을 지키는 것일까? 똑똑하지만 작고 볼품없는, 따돌림이나 당할 찐따를 포는 왜 그토록 좋아하는 것일까?

 

   교내 스포츠 스타로 각광받는 그이지만, 공부는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콤플렉스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근방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작은, 그것을 충분할 정도로 가지고 있다. 

또한 둘은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를 자부한다. 그 자부심이 서로를 가름할만한 상대로 여져졌을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포는 아이작의 누나인 리를 사랑했다. 리의 동생인 아이작을 돌보며 리에게 잘보이고 싶은 마음이 크게 더해져있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촉망을 받았다는 점, 졸업 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며 방황하는 점, 어느정도 이런것들이 스스로의 콤플렉스로 인한 자발성을 띄고 있다는 점. 각자의 열악한 사정을 너무나 잘 알고, 젊은이들이 제각각의 길을 찾아 떠나는 마을을 각자의 이유로 지키고 있다는 점이 둘을 끈끈하게 연결시켜주는 것일테다.

 

 

  성경에 나오는 말이던가? -사람이 친구를 위해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다-

 포와 아이작은 우리나라 젊음들이 주인공들의 연배에서 흔히 보이는 신파적이고 감상적인 우정과는 다른, 그야말로 아메리칸 스타일로 쿨한 우정을 보이며 이 말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것 같다.

 

 

  하지만 단지 이 소설이 두 소년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나는 이 책에서 젊음의 방황을 읽는다. 그 방황은 젊음 특유의 방황이다.

 

  젊음은 왜 방황하는가?

젊기에 가능성이 많지만 같은 이유로 불안하니까.  

 

   몰락해 가는 시대를 바꾸는 것은 젊음이 할일이다. 기존의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가치를 그대로 가지고 가기엔 세상은 너무나 달라져 간다. 불합리하고 특정인들의 이권에만 치우쳐있다. 하지만 남아있는 마을사람들로 대변되는 기존의 사람들은 예전의 영광을 잊지 못하고 기존의 것들을 지키기를 고집하며, 그것을 젊음에게 까지 강요한다. 젊음은 새로운 것과 기존의 것 사이에 방황하고 그러기에 불안하다. 하지만 결국 새로운 길을 찾아가야만 한다.

하지만 그길은 위험하다. 그 위험은 불확실성이다. 그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은 젊음을 주춤거리게 하고 방황하게 하고, 때로는 외면하게 한다. 이때 기존의 사람들은 말한다.  '그냥 지금 이대로가 좋다. 이대로 가야만 한다' 고.

  하지만 바꿔야 한다. 기존의 것들은 우리의 것이 아니다. 기존의 것을 가진 사람들은 그것을 지켜나가려고 할것이고 그대로 나두면 우리의 것은 없다. 바꾸는 것은 젊음이 할일이고 젊음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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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그렇게 연애하는 까닭 - 사랑에 대한 낭만적 오해를 뒤엎는 애착의 심리학
아미르 레빈.레이첼 헬러 지음, 이후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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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를 좋아면서 설레는 기분. 언젠가부터 그다지 느끼질 못했다.

 요즘이야 일반적인 것이라지만 그때만 해도 조숙한 편이었던 어린시절, 초등학교 때부터 이미 이성때문에 눈물을 흘렸다. 졸업식이 끝나고 남들앞에 보이기 챙피해 참았던 눈물을 펑펑 쏟아내며 오열을 하고 아파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도 않을 일이지만 나름 심각했던지라 그 후로 몇년동안을 잊지 못하던 짝사랑은 다른 대상으로 교체 되었고,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서너번의 짝사랑만 반복했었다. 숫기가 무척 없었던지라 혼자 끙끙 앓으면서. 상대의 옆에만 서도, 아니 생각만 해도 설레던 그 감정을 너무 느껴버렸던건지 요즘은 누굴 만나도 좀처럼 그런 기분이 느껴지질 않는다.

짝사랑만 하던 스스로에게 화가났던 것일까. 고등학교를 졸업할때쯤 부턴 쉽게 이성을 만나고 헤어지며 상처를 주고 받는 일에 익숙해져가기 시작했다. 이십대 중반을 넘어서니 누굴 만나도 설레는 감정이라곤 느껴지지 않았다.

 

  난 여전히 연애에 무척 서투르다. 이십대 중반부터 지방에서 일을 하다가 오래 만나던 여자친구와 헤어지게 되니 이성을 만날 기회는 점점 줄어들었다. 가끔 만나기야 했지만 잘되는 일은 좀처럼 없었고, 가끔 잘된다 해도 오래가질 못했다. 계속해서 삐걱대는 이성관계에 난 도대체 나와 맞는 사람이 있기나 할까? 하는 생각조차 들었다.

 

 

  자신에게 딱 맞는 사람을 찾는 다는 것은 힘들다. 모르긴 해도 자신도 자신이 싫을때가 있고 이해가 안될때가 있는데 다른사람과 딱 맞게 생각하고 느낀다는 것은 복권에 맞을 확률과 비슷하지 않을까? 그렇지만 어느정도 자신과 맞는 유형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애착의 유형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상대가 떠날까봐, 마음이 변할까봐 불안해 하는 불안형, 따뜻하고 균형잡힌 친밀감을 교감할 줄 아는 안정형, 자신의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회피형. 이 책에서 말하는 세가지 유형의 대략적인 특징이다. 드물긴 하지만 불안형과 회피형을 둘 다 갖추고 있는 유형도 있다. 이 유형을 판별하는 방법은 책 속에 들어있는 질문지를 체크해보고, 자신에게 맞는 유형을 찾는 것이다. 가장 점수가 많이 나온 부분이 자신의 유형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한다. 나는 이런 테스트를 해보면 꼭 점수가 비슷하게 나오곤 하는데, 이번에도 역시 비슷했지만 약간의 차이로 불안형에 가까웠다. 책을 읽어가면서 스스로 진단하기에, 나는 불안형과 회피형을 갖춘 드문 사람이라는 것에 확신이 가기 시작했다. 내가 더 좋아할때는 불안형이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회피형이다. 

 







 

  각 유형에 맞는 대처방안은 유용하리라 생각된다. 특히 불안형의 경우엔,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지만, 상대와의 관계에 위험이 감지되면, 애착체계가 활성화된다. 상대방과의 친밀감을 회복하기 위한 체계가 작동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때 머리속은 온통 상대와의 관계에 대한 생각에 휩싸이고, 안정될때까지 안심하지 못한다.

  책을 읽노라면, 자신의 과거 경험이 비춰진다. 나 또한 좋아했던 여자친구와 싸우게 되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으며 틈날때마다 계속해서 전화를 걸거나 불안해 떨었다. 문제가 해결될때까지 혼자 화내고, 민감해하고 근거없는 상상을 해가며 여자친구의 애매한 말들을 떠올리며 해석하려고 애썼다. 그러다가 다시 관계가 좋아지면 평소의 안정된 상태(나의 경우 무신경한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전)여자친구의 유형은 회피형으로 추정된다. 애매한 말을 내뱉거나 갈등이 생기면 회피하는 말을 내뱉거나 했던 것이 그 근거로 삼을 수 있는것 같다.

 

  불안형은 회피형의 상대에게 끌리게 되어있다고 한다.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회피형이 자신을 불안하게 만들면 애착체계가 활성화 되는데, 그것을 사랑의 감정으로 착각하게 되기 때문이다.(이 부분에 상당히 동의한다!!)불안형은 안정형을 만나야 행복할 수가 있는데, 안정형에게는 그런 애착체계를 느낄 수 없고, 그것을 매력이 없는 것이라거나 끌리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매번 같은 회피형을 만나서 끌리게 되고, 같은 일들을 반복하는 것이다. 나쁜 남자에게 끌린다고 하는 여성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그 여성은 불안형일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다.

그러나 불안형은 반드시 안정형을 만날때야 비로서 편안하고 안정된 연애를 할 수가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나의 문제는 조금 더 심각한듯 하다.

왜냐하면 회피형의 성향도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남자란 상대를 많이 좋아하지 않아도 사귈 수 있는 존재이며 나 또한 마찬가지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지라도 그런 존재인것을 어쩌리.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만난 상대에게는 내가 회피형이 된다는 사실이다. 상대가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면 도망가거나 무심하게 대처한다. 그리고 자신의 공간을 본능적으로 상대로 부터 지키려고 한다.

본래 평소 성격도 좀 무심한 편인 나는 그런 연유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었던 것 같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간섭하고 지적하는 것을 무척 싫어했고 지금도 그렇다. 특히 ~이면 어떻게 해야된다는 일반적인 규범을 나에게 강요하려 할때는 더욱 심해진다.

그런 연유로 적지 않은 나이에 미혼이고 결혼 계획도 없는 것이겠지. 그렇다면 나에게 잘 맞는 상대는 내가 좋아하면서 안정형인 여성이라는 결론이 난다. 스펙도 딸리는 녀석이 참… 까다롭다. 

  

 

  얼마전 오랫만에 한 여성에게 설레는 기분을 느꼈다. 불특정 연령이 모이는 모임에 보지 못했던 타입의 여성이 나와 있었다. 첫눈에 반한것은 아니지만 수수하고 꾸미지 않은 매력이 있는 것을 보고 호감이 갔다. 이야기를 나누고 진행되는 게임도 함께하다 보니 친해졌고, 간만에 설레는 기분을 느꼈었다. 그 후로 상당히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만나기 위해 매주 주말을 할애했다. 그리고 사귀게 되었으나 얼마 못가 헤어지게 되었다. 

 

 무엇이 원인이었을까? 초반에 상대의 마음에 들기 위해 나름 보이지 않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해야할 것들도 뒷전으로 밀어둔채. 상대에게 잘하려고 노력을 기울이고 조바심을 냈다. 상대의 입장에선 별것 아닐지 모르나, 전례에 없이 이성에게 성의를 보였던 것이라.

  그런데 보기 좋게 차이고 말았다. 너무 부담을 준것이었을까. 좌절과 후회속에 어렵사리 끊었던 담배까지 피우며 고민했다. 그냥 친한 오빠 동생으로 지내자는 굴욕까지 감수한채 다시 기회를 노리려고까지 했다.  

 

  그러나 한달이 지나기도 전,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너무 쉽게 잊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했던 행동들이 느꼈던 감정들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나 사실은 오랜 공백으로 외로웠고, 누군가 그 대상을 찾고 싶었던 것이었나 보다. 지난 상처를 대신 해서 지금까지 겪지 못했던 전혀 다른 타입의 이성을 찾게 되었으나 결과는 역시나 어긋나 버린거다. 생각해 보면 징조는 충분했다. 서로 교감이 잘 되질 않았지만 애써 무시하고 문제가 없는 것처럼 행동했던 것이다.

 지금은 그런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전혀 생각조차 나질 않고 왜 그녀에게 끌렸는지 스스로 모르겠다. 그럴리는 없지만 그쪽에서 다시 만나자고 해도 싫다고 할 정도이다.

 나에게 맞는 사람이 아니었고 소통이 되질 않았으며 그걸 본능적으로 알았으면서도 억지로 밀어붙이며 꾸며낸 행동을 했던 것이니 어색하고 오래 가지 못할 수 밖에. 결국 생각 나는 사람은 -언급했던- 오래전 헤어진 정든 사람이다.

 

  수없이 고개가 절로 끄떡여지는 책이었다. 읽어본 몇권의 남녀관련서적 중 상위에 둘 수 있을것 같다.

자신에게 맞는 사람을 찾는것은 어렵고 오래걸리겠지만 앞으로의 삶을 위해 중요한 것일거다. 특히 성격이 까칠한 나같은 사람에게는. 더이상 상처를 주고 받는 일을, 그로인해 무감각해지기까지 하는 일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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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형 인간
진혁일 지음 / 보민출판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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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콤플렉스라는 말은 부정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콤플렉스를 몇가지씩 가지고 있을텐데 그것이 긍정적인 의미로 거론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나 또한 몇가지의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데, 그중 작은 하나를 소개하자면 무언가를 할때 잘못될 경우를 항상 생각하곤 하는 버릇이다. 생각치 않으려고 해도 자꾸 생각하게 되는데, 왜 이런 버릇이 생겼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일이 잘못되어 버릴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그것이 발전되어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거나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되는데, 다행하게도 생각으로만 끝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큰 문제가 된적은 없지만, 나름 괴로운 일이다.

 

  부모에 대한 콤플렉스, 미신에 가까운 어이없는 징크스까지 많은 콤플렉스를 안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것을 결과적으로 긍정적으로 활용한 사람들이 있고 그것이 큰 힘으로 작용해 인생의 성공을 이루었다는 사람들이 있다. 빌게이츠, 워런버핏, 정주영 회장등 나 알고있는 유명인들이 바로 그렇다. 가정의 불화와 부모의 학대, 억압등을 받고 자란 그들은 평생 그 문제로 골머리를 안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힘으로 활용해 큰 성공을 이루었다. 콤플렉스를 잘 활용만 한다면 어떤 힘보다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리 말처럼 간단한 일은 아닌것 같다. 그런 사람과 아닌사람의 차이. 그것은 단지 성격의 차이일까?

 

 





 

  저자는 수많은 독서를 통해 성공에 대한 연구를 했을 것이다. 동서양 철학과 심리학등 다양한 지식들을 이용하여 이 책을 썼으며 그래서인지 더욱 설득력 있으면서도 놀라운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온갖 다양하고 재미있는 유명인들의 여러 사례들이 나와서 재미를 주니 읽는 맛도 상당하다. 

 

 사람의 두뇌는 20세가 넘으면 5~10만개 정도의 세포가 죽어간다고 한다. 그래서 인지 늙으면 기억력이 떨어진다던지, 나이가 들어서 머리가 안좋아졌다던지 하는 말을 사람들은 자주 하고 있다. 하지만 평생 죽어가는 뇌세포는 전체 뇌세포의 10%로도 안된다고 하니, 잘만 활용하면 남아있는 뇌세포를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영국의 수상 윈스턴 처칠은 학창시절 항상 꼴찌에 머물렀다고 한다. 열등반에 다니던 그는 열등반에서 조차 꼴찌를 면치 못했다. 그가 원하던 사관학교 시험에 두번이나 떨어져 결국 주입식 교육으로 명성을 떨치던 예비고로 옮겨야 했다. 그곳에서도 삼수끝에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했으나, 다른 장교들의 다양한 지식에 충격을 받아 그때부터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후에는 누구나 알다시피 영국의 수상이 되었다.

 

 

 

 

  자신의 한계를 정하는 것은 자신스스로라는 생각이 든다. 무슨 일이 잘 되지 않을 때, 머리속에서는 갖가지 핑계거리들을 저절로 생각하게 된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작용이겠지만 이것이 모든 일을 망치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우리나라는 잘잘못을 따지는 경향이 심한데 다른 사람에게 특히 그 잣대가 심하다. 그러다보니 다른사람이 실수만 하면 추궁하기 바쁘고, 자신이 추궁당하면 변명하기 바쁘다. 잘못이라는 잣대는 정확한 기준이 없음에도 크고 작은일을 가리지 않고 '잘못'이라는 표현을 타인에게 너무나도 쉽게 들이댄다. 그리고 자신에 대해서는 뻔뻔스럽게 나가거나 변명으로 일관하거나다. 일류대를 나오고 성공했다는 사람조차도 마찬가지다. 자위대 기념식 참석을 해놓고 추궁을 받자 모르고 갔다고 변명하다가 들통난다거나 모르쇠로 일관한다거나 하는 정치인들을 우리는 너무나도 많이 보지 않았는가. 

   나부터도 얼마나 많은 이유들을 합리화하고 정당화하려 했는지 모르겠다. 실패에 대한 변명, 적절히 행동하지 못한것에 대한 변명, 다른 사람을 탓하는 일, 그렇다고 모두 자신의 탓이라고 하는 것도 문제지만 실수를 인정하고 자신의 처지를 똑바로 바라볼때야 비로서 그것을 딛고 앞으로 한걸음 더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학창시절 전혀 공부는 커녕 소설 한권도 제대로 읽지않던 나는 아직도 항상 핑계를 댄다. 책을 읽다가 어려운 점이 나오거나, 무엇을 하려 하는데 부족한 점이 많을 때, 기초가 없다는 이유로 쉽게 단념하고, 기초부터 다시 해야겠다는 핑계를 댄후, 너무 많은 해야할 것들에 질려서 아무것도 못하게 되지 않았던가. 알면서도 하지 않았던 것들, 힘들거나 두려워서 숨었던 것들에서 벗어나 그것들을 계기로 삼기 위해 끝없이 자신을 다독거리며 격려하고 채찍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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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총사 2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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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 모험 소설쯤으로 알고 있던 삼총사. '달타냥의 모험'이라는 만화를 시청한 것이나 어린이용 동화로 읽었지만,  워낙 어릴적 일이라 처음 읽는 것이나 다름없다. 기억 나는 것은 다르타냥과 삼총사 아토스, 아라미스, 포르토스의 이름, 즐겁게 읽었던 기억뿐이니.


 

  다르타냥과 삼총사의 모험, 대략의 줄거리- 

 

   아버지의 소개장을 받고 국왕 루이 13세의 근위대 대장 트레빌을 찾아간 다르타냥아토스, 포르토스, 아라미스와 차례로 시비가 붙게 되는데, 정의감 넘치고 용기있는 다르타냥과 함께 추기경의 친위대원들과 한바탕 소동을 겪은 뒤, 아주 친한 사이가 된다. 18세의 어린 나이에 경험이 없는 다르타냥이기에 바로 총사대에 들어가지 못하고, 에사르의 근위대에 들어가게 된다.

 

  프랑스의 재상이자 추기경인 리슐리외는 역사 속 인물로서, 탁월한 지적능력으로 프랑스를 좌지우지 하는 인물이다. 국왕 못지 않은, 아니 그 이상의 권력을 손에 쥐고 있는 그는 왕비 안도트리슈와 적대적인 관계이다. 왕과도 사이가 좋지 않지만, 무능한 왕은 리슐리외의 능력이 필요하고 서로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영국의 실세 버킹엄 공작은 자신이 가진 권력을 총동원할 정도로 안도트리슈 왕비에게 반해있다. 그의 끈질긴 구애에 왕비는 추기경에게 약점을 잡힐 것을 두려워 하면서도 마음이 끌린다. 비밀리에 찾아온 버킹엄때문에 곤란한 지경에 빠진 왕비는 그를 돌려보내려 하고, 버킹엄은 사랑의 징표를 원한다. 왕비는 왕이 생일에 선물해준 목걸이를 주고 버킹엄을 돌려보내지만, 추기경은 왕비의 주변에 밀정을 심어놓았기 때문에 이 사실을 알아차린다. 추기경은 은근히 이 사실을 왕에게 알리고, 파티를 주최할 것을 권한다. 왕은 왕비에게 목걸이를 착용한 채 파티에 참석하라고 한다.

 

  유럽의 역사를 잘 모르는 나로서는 읽기에 곤욕스러운 점이 많다. 우선 등장인물들의 발음하기 어렵고 긴 풀네임들이 그렇다. 마리에머드 로앙 몽바종이라던가 무슈 오를게앙 공작 밥티 스트스르옹등 무슨 이름들이 이렇게 길고 읽기에 어려운지. 오를게앙오게를앙이라고 읽는다든지 하게 되는데 나만의 난독증인 것인지 다른 사람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이름중에 한부분만 기억하면 되긴 하지만.

당시 프랑스 사람들은 도덕성이 지금과는 차이가 있고, 불륜이 부끄러운 것이나 죄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왕비의 측근이었던 슈브뢰즈 공작부인은 책에서 소개하는 애인만 서너명이 넘는다. 주인공 다르타냥이 사랑하게 되는 여성, 왕비의 속옷담당 시녀인 콩스탕스도 남편이 있다. 그러나 다르타냥그런것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포르토스아라미스도 마찬가지로 애인이 있으며 유부녀다. 그 시대에는 그것이 당연한 유행쯤 되었나 보다. 물론 남편이 알면 곤란한 일이 생기는 것은 마찬가지겠지만.

 



 

  다르타냥과 삼총사는 추기경의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왕비를 위기에서 구출해낸다. 추기경이 하는 일을 번번히 무산시키는 다르타냥 일행, 특히 다르타냥은 추기경에게 찍히게 된다. 추기경은 분노하지만 그를 없애진 않는다. 젊은 다르타냥의 재능을 높이 샀으며 그의 측근이 다르타냥에게 호감을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영국과의 전쟁에서 공을 세운것도 어느정도 참작이 되었을 것이다.

 

  다르타냥 최강의 적은 밀레디다. 영화에서는(보진 않았지만) 밀라 요요비치가  맡은 역할인데, 개인적으로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어떤 남자는 자신에게 굴복하게 만들수 있는 타고난 요녀로서 다르타냥조차 그녀의 매력에 빠져들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아름다운 외모에도 불구하고 무척 악독한 여성이다. 그녀로 말미암아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게 되며 갖가지 사건들을 일으킨다. 그녀의 과거는 삼총사 중의 한사람과 관계가 있는데 이것은 소설의 가장 극적인 요소이며 재미다.

 

 

  대중들이 선택한 고전이라는 문구에 걸맞은 요소들이 상당하다. 고전의 특징인 딱딱함이 거의 없고, 관념적이고 지독하게 종교적이거나 관습적인 행동들을 보이는 인물도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삼총사와 다르타냥그런것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자유분방한 인물들이라 마음에 든다.

 

 

 

  추억은 추억으로 남을때가 가장 아름다울지 모른다-

 

   언젠가부터 어린시절을 떠올리니 그시절을 함께했던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슬며시 찾아왔다. 태권브이와 메칸더 브이, 아톰이 그랬고 서유기가 그랬다.

추억을 되새기고 싶은 시기가 찾아온 것이다. 더이상 돌아갈 수 없다는, 기억하기에도 너무나 멀어졌다는 것을 알기 때문인가, 고민해야 할것들이 많은 어른의 어깨가 너무 무거워, 잠시 어린아이로 돌아가고 싶은 욕구의 표출인가.

 

  아톰이면 사죽을 못쓰던 나. 그것이 그리워 각고의 노력끝에 82년작 철완아톰 52부작을 어렵사리 구해 시청했다. 

잔뜩 기대에 부풀어 온갖 쓰잘떼기 없는 사전준비를 즐긴끝에 시청한 소감은 딱 한마디로 요약되더라.

'재미없다!!!'  

 

  결국 4화를 넘기지 못하고 포기했다.

  그래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던중 아톰 만화책 출간소식을 알게되어 20권 전집을 구매했다.

  "역시 재미없다!!!"

  내가 아톰이 아닌 학창시절 교과서를 들고 있는것같은 느낌이었다.

결국 4번이나 잠들기를 거듭한끝에 여섯권정도 읽고 수년째 방치되고 있다. 

 

  아톰만큼은 아니었지만 서유기나 드라큘라, 톰소여의 모험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어린꼬마의 감상을 뛰어넘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왜일까? 왜 그토록 재미있게 보았던 것들의 감정을 지금와서 오롯이 느낄 수 없는 것일까? 어린이용 축약본이 아닌 상세하고 풍부한, 제대로된 완역본을 읽었는데 말이다. 더이상 역자의 탓으로 돌릴 순 없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가족이나 친구와 의논할만한 문제도 아니며 전문가에게 상담할 수도 없다. 그랬다간 이상한 취급을 받을 수 있기에 급기야 혼자 문제를 제기하고 스스로 결론을 도출하기에 이르렀다. 이만하면 혼자 잘 놀고 있는건가.

 

첫째, 어린시절만큼 상상력과 감수성이 풍부하지 않다.

 

둘째, 그때의 감동이 세월과 함께 자라나 커져버렸다는 가정이다. 지난 시절을 아쉬워 하기도 하고 그리워 하기도 하는 것이 사람이다. 게다가 기억은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기억자체로 존재하지 않고 왜곡된다고 한다.

 

셋째, 경험과 현실의 차이 때문이다.

  무언가를 읽을때 어쩔 수 없이 현재 나의 현실에 비친 관점이 반영된다. 경험이 부족하고 호기심이 왕성한 어린시절에는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기대나 두려움, 환상등이 풍부하다. 시골마을 꼬마였던 때는 톰소여의 모험을 읽으며 낯선 이국땅의 미시시피 강과 동굴속을 탐험하는 톰의 모험자체를 동경하며 나도 언젠가 그런 신나는 모험을 하리라는 부푼 기대와 설렘을 가지고 읽게 된다.

  삼총사 역시 멋진 칼과 멋진 말을 타고 대장이 되어 신나게 놀고 싶다는 기대 때문에 그것이 현실가능한 일인지, 지금시대와 맞는지 아닌지 따지지 않는다. 말이 현대에는 잘 쓰지 않는 이동수단이 되었다는 것을 계산하지 않음은 물론, 다른 자질구레한 것들을 아예 염두해 두지 않은채 삼총사와 함께 뛰어놀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어른이된 지금도 일일이 그런것들을 인식하면서 읽지는 않지만, 가능한것과 힘든것의 기준을 개인 경험에 따라 알고있으며 그것을 무의식적으로 반영하게 된다. 반대로 어릴때는 경험에 따른 판단기준이 없으며 무엇을 분석하고 따지려 하지도 않으며 이런 사실 자체를 아예 신경쓰지 않으니 작품 자체를 순수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다른 관점으로 읽어보자-

 

  아쉽지만 추억의 작품을 찾을때 그때의 감동을 기대하며 스스로 실망하는 과정을 반복하지 않기로 했다. 반대로 그때는 볼 수 없었지만 지금 보이는 것들에 중점을 맞추면 실망하지 않을 것 같다. 모험자체에만 몰두하며 읽기 보다는, 시대적 배경이나 풍습, 인물들의 생활상, 섹슈얼리티(이부분에 밑줄긋고 돼지꼬리 땡)등에 관점을 두고 바라보면 색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다. 

 

  물론 원전은 아동용 동화가 아니다. 아동용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상당수의 작품들, 걸리버 여행기나 장발장도 마찬가지다. 본국의 정서나 원작자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는, 내가 잘하곤 하는 주관적인 투덜거림의 일환이다.

 

  나와는 달리 아직도 순수함을 간직한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난 추억의 재미를 고스란히 되살림과 동시에 색다른 재미를 찾아낼 수 있다면 그것이 제일일테다. 그런 능력자가 있다면 진정 부럽다고 말하고 싶다. 이런 쓸데없을지 모르는 문제의 유무를 떠나서 고전치고 상당한 몰입도를 자랑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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