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그렇게 연애하는 까닭 - 사랑에 대한 낭만적 오해를 뒤엎는 애착의 심리학
아미르 레빈.레이첼 헬러 지음, 이후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군가를 좋아면서 설레는 기분. 언젠가부터 그다지 느끼질 못했다.

 요즘이야 일반적인 것이라지만 그때만 해도 조숙한 편이었던 어린시절, 초등학교 때부터 이미 이성때문에 눈물을 흘렸다. 졸업식이 끝나고 남들앞에 보이기 챙피해 참았던 눈물을 펑펑 쏟아내며 오열을 하고 아파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도 않을 일이지만 나름 심각했던지라 그 후로 몇년동안을 잊지 못하던 짝사랑은 다른 대상으로 교체 되었고,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서너번의 짝사랑만 반복했었다. 숫기가 무척 없었던지라 혼자 끙끙 앓으면서. 상대의 옆에만 서도, 아니 생각만 해도 설레던 그 감정을 너무 느껴버렸던건지 요즘은 누굴 만나도 좀처럼 그런 기분이 느껴지질 않는다.

짝사랑만 하던 스스로에게 화가났던 것일까. 고등학교를 졸업할때쯤 부턴 쉽게 이성을 만나고 헤어지며 상처를 주고 받는 일에 익숙해져가기 시작했다. 이십대 중반을 넘어서니 누굴 만나도 설레는 감정이라곤 느껴지지 않았다.

 

  난 여전히 연애에 무척 서투르다. 이십대 중반부터 지방에서 일을 하다가 오래 만나던 여자친구와 헤어지게 되니 이성을 만날 기회는 점점 줄어들었다. 가끔 만나기야 했지만 잘되는 일은 좀처럼 없었고, 가끔 잘된다 해도 오래가질 못했다. 계속해서 삐걱대는 이성관계에 난 도대체 나와 맞는 사람이 있기나 할까? 하는 생각조차 들었다.

 

 

  자신에게 딱 맞는 사람을 찾는 다는 것은 힘들다. 모르긴 해도 자신도 자신이 싫을때가 있고 이해가 안될때가 있는데 다른사람과 딱 맞게 생각하고 느낀다는 것은 복권에 맞을 확률과 비슷하지 않을까? 그렇지만 어느정도 자신과 맞는 유형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애착의 유형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상대가 떠날까봐, 마음이 변할까봐 불안해 하는 불안형, 따뜻하고 균형잡힌 친밀감을 교감할 줄 아는 안정형, 자신의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회피형. 이 책에서 말하는 세가지 유형의 대략적인 특징이다. 드물긴 하지만 불안형과 회피형을 둘 다 갖추고 있는 유형도 있다. 이 유형을 판별하는 방법은 책 속에 들어있는 질문지를 체크해보고, 자신에게 맞는 유형을 찾는 것이다. 가장 점수가 많이 나온 부분이 자신의 유형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한다. 나는 이런 테스트를 해보면 꼭 점수가 비슷하게 나오곤 하는데, 이번에도 역시 비슷했지만 약간의 차이로 불안형에 가까웠다. 책을 읽어가면서 스스로 진단하기에, 나는 불안형과 회피형을 갖춘 드문 사람이라는 것에 확신이 가기 시작했다. 내가 더 좋아할때는 불안형이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회피형이다. 

 







 

  각 유형에 맞는 대처방안은 유용하리라 생각된다. 특히 불안형의 경우엔,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지만, 상대와의 관계에 위험이 감지되면, 애착체계가 활성화된다. 상대방과의 친밀감을 회복하기 위한 체계가 작동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때 머리속은 온통 상대와의 관계에 대한 생각에 휩싸이고, 안정될때까지 안심하지 못한다.

  책을 읽노라면, 자신의 과거 경험이 비춰진다. 나 또한 좋아했던 여자친구와 싸우게 되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으며 틈날때마다 계속해서 전화를 걸거나 불안해 떨었다. 문제가 해결될때까지 혼자 화내고, 민감해하고 근거없는 상상을 해가며 여자친구의 애매한 말들을 떠올리며 해석하려고 애썼다. 그러다가 다시 관계가 좋아지면 평소의 안정된 상태(나의 경우 무신경한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전)여자친구의 유형은 회피형으로 추정된다. 애매한 말을 내뱉거나 갈등이 생기면 회피하는 말을 내뱉거나 했던 것이 그 근거로 삼을 수 있는것 같다.

 

  불안형은 회피형의 상대에게 끌리게 되어있다고 한다.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회피형이 자신을 불안하게 만들면 애착체계가 활성화 되는데, 그것을 사랑의 감정으로 착각하게 되기 때문이다.(이 부분에 상당히 동의한다!!)불안형은 안정형을 만나야 행복할 수가 있는데, 안정형에게는 그런 애착체계를 느낄 수 없고, 그것을 매력이 없는 것이라거나 끌리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매번 같은 회피형을 만나서 끌리게 되고, 같은 일들을 반복하는 것이다. 나쁜 남자에게 끌린다고 하는 여성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그 여성은 불안형일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다.

그러나 불안형은 반드시 안정형을 만날때야 비로서 편안하고 안정된 연애를 할 수가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나의 문제는 조금 더 심각한듯 하다.

왜냐하면 회피형의 성향도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남자란 상대를 많이 좋아하지 않아도 사귈 수 있는 존재이며 나 또한 마찬가지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지라도 그런 존재인것을 어쩌리.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만난 상대에게는 내가 회피형이 된다는 사실이다. 상대가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면 도망가거나 무심하게 대처한다. 그리고 자신의 공간을 본능적으로 상대로 부터 지키려고 한다.

본래 평소 성격도 좀 무심한 편인 나는 그런 연유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었던 것 같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간섭하고 지적하는 것을 무척 싫어했고 지금도 그렇다. 특히 ~이면 어떻게 해야된다는 일반적인 규범을 나에게 강요하려 할때는 더욱 심해진다.

그런 연유로 적지 않은 나이에 미혼이고 결혼 계획도 없는 것이겠지. 그렇다면 나에게 잘 맞는 상대는 내가 좋아하면서 안정형인 여성이라는 결론이 난다. 스펙도 딸리는 녀석이 참… 까다롭다. 

  

 

  얼마전 오랫만에 한 여성에게 설레는 기분을 느꼈다. 불특정 연령이 모이는 모임에 보지 못했던 타입의 여성이 나와 있었다. 첫눈에 반한것은 아니지만 수수하고 꾸미지 않은 매력이 있는 것을 보고 호감이 갔다. 이야기를 나누고 진행되는 게임도 함께하다 보니 친해졌고, 간만에 설레는 기분을 느꼈었다. 그 후로 상당히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만나기 위해 매주 주말을 할애했다. 그리고 사귀게 되었으나 얼마 못가 헤어지게 되었다. 

 

 무엇이 원인이었을까? 초반에 상대의 마음에 들기 위해 나름 보이지 않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해야할 것들도 뒷전으로 밀어둔채. 상대에게 잘하려고 노력을 기울이고 조바심을 냈다. 상대의 입장에선 별것 아닐지 모르나, 전례에 없이 이성에게 성의를 보였던 것이라.

  그런데 보기 좋게 차이고 말았다. 너무 부담을 준것이었을까. 좌절과 후회속에 어렵사리 끊었던 담배까지 피우며 고민했다. 그냥 친한 오빠 동생으로 지내자는 굴욕까지 감수한채 다시 기회를 노리려고까지 했다.  

 

  그러나 한달이 지나기도 전,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너무 쉽게 잊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했던 행동들이 느꼈던 감정들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나 사실은 오랜 공백으로 외로웠고, 누군가 그 대상을 찾고 싶었던 것이었나 보다. 지난 상처를 대신 해서 지금까지 겪지 못했던 전혀 다른 타입의 이성을 찾게 되었으나 결과는 역시나 어긋나 버린거다. 생각해 보면 징조는 충분했다. 서로 교감이 잘 되질 않았지만 애써 무시하고 문제가 없는 것처럼 행동했던 것이다.

 지금은 그런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전혀 생각조차 나질 않고 왜 그녀에게 끌렸는지 스스로 모르겠다. 그럴리는 없지만 그쪽에서 다시 만나자고 해도 싫다고 할 정도이다.

 나에게 맞는 사람이 아니었고 소통이 되질 않았으며 그걸 본능적으로 알았으면서도 억지로 밀어붙이며 꾸며낸 행동을 했던 것이니 어색하고 오래 가지 못할 수 밖에. 결국 생각 나는 사람은 -언급했던- 오래전 헤어진 정든 사람이다.

 

  수없이 고개가 절로 끄떡여지는 책이었다. 읽어본 몇권의 남녀관련서적 중 상위에 둘 수 있을것 같다.

자신에게 맞는 사람을 찾는것은 어렵고 오래걸리겠지만 앞으로의 삶을 위해 중요한 것일거다. 특히 성격이 까칠한 나같은 사람에게는. 더이상 상처를 주고 받는 일을, 그로인해 무감각해지기까지 하는 일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