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 다치바나 식 독서론, 독서술, 서재론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언숙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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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를 지금까지 세 번 읽었다. 처음 읽었던 때인 2001년 9월엔 감탄과 부러움으로 저자인 다치바나 다카시라는 일본인의 지성에 질투마저 느꼈었다. 두 번째로 읽었던 2012년엔 다치바나 다카시가 방광암에 걸린 자신의 치료 과정과 최신 암 연구 동향을 담은 <암, 생과 사의 수수께끼에 도전하다>라는 책을 읽는 과정에서 새삼 저자의 지적 호기심의 근원을 탐구하고 싶어 다시 손에 잡았던 것인데, 이 때는 나도 어느 정도 관심 분야에 대한 나름대로의 정리가 되어 있었던 터라 무조건적인 경탄보다는 냉철한 시각으로 읽을 수 있었다. 세 번째는 올해 3월 대학 강의 가는 왕복 버스 안에서 다시 한 번 읽었던 것인데, 뭐랄까, 아직도 지적인 면에서 다치바나 다카시의 그 폭넓은 호기심과 깊이를 따라갈 수는 없지만, 대학생들과 호흡하는 과정에서 그들에게 책과 독서에 대해 나 나름대로의 경험과 폭으로 이야기 할 수 있는 수준에는 이르렀다는 생각에 대해 책벌레의 의견을 내 것과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단숨에 읽었다. 결론은 많은 책을 읽는 것 자체가 내 삶의 깊이와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고 아무리 첨단 디지털 시대라 해도 진정한 지식과 지혜는 책 속에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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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레종 데트르 - 쿨한 남자 김갑수의 종횡무진 독서 오디세이
김갑수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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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김갑수는 김갑수 답게 책을 읽고 그것에 대해 글을 쓸 때도 김갑수 답게 쓰는 사람인지라, <나의 레종 데트르>라는 책도 비록 독서후의 느낌을 모은 것이지만 그대로 인간 김갑수가 실명으로 드러나는 마당이기도 하다. 김갑수의 독서 범위는 문학에서 예술, 사회비평에서 자서전(또는 전기)에 이르기까지 워낙 다양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은 책의 핵심을 집어내는 읽기 자체의 능력도 뛰어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타고난 성정이랄까 아니면 취향의 문제랄까, 지연과학에 관한 책은 한 권도 없고 그 분야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하지 않고 있다는 것. 아무튼 이 책은 제목도 특이한데, 프랑스어로 '존재의 이유'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 책에 실린 서평 아닌 서평들은 김갑수의 읽기를 통해 김갑수 식으로 해석되어 누가 읽어도 김갑수가 썼음을 단번에 알 수 있을 만큼 예전 그의 책들에서 받았던 인상들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존재의 이유'라는 책 제목처럼, 김갑수의 신경망에 들어 온 모든 책들은 그 자체로 읽어볼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따라서 도덕이나 윤리 따위의 규범들은 되도록 무시되고 책의 내용이 무엇이든 쉽게 감동받고 쉽게 분노하며 쉽게 희노애락오욕칠정을 드러내는 상황이 반복된다. 나는 이 책을 그 자체로 58년 개띠 김갑수가 인간과 사회에 던지는 그만의 독특한 사유체계의 중간 점검으로 읽었다. 아마 앞으로도 김갑수는 결코 사회적 보편 진리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고, 도덕이나 윤리에 기울지 않을 것이며, 오직 자신이 하고 싶은 데로 하면서 최대한의 즐거움을 누리다가 아쉬워하면서 눈을 감을 것이다. 그런 그가 부러워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아직도 정신적으로 자유롭지 않을 것일까? 김갑수의 책은 그것이 무엇에 관한 것이든 읽은 후에 내 육체의 구속과 내 정신의 보수성을 퍼뜩 깨닫게 해는 무엇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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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올로 우첼로 - 원근법을 사랑한 화가 내 손안의 미술관 7
엘케 폰 라치프스키 지음, 노성두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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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미술평론가 엘케 폰 라치프스키가 쓴 『파올로 우첼로-원근법을 사랑한 화가』를 읽고 비로소 파올로 우첼로라는 화가에 대해 확실히 알게 되었다. 이 화가의 이름을 처음 본 것은 2009년에 읽었던 나카노 미요코의『동서양 기괴 명화』라는 책에서 였고, 그 책에 실려 있는 <성 게오르기우스의 용 퇴치>라는 그림을 통해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던 터였다. 아무튼 다시 관심을 갖게 된 우첼로는 대단히 성실하고 특히 원근법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원근법에 관한 한 서양의 어느 화가보다도 독자적인 경지를 개척한 선구자였다. 그가 피렌체의 대성당에 벽화로 그린 <조반니 아쿠토>라는 용병대장의 기마상은 훗날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감탄을 연발하면서 원근법 공부를 했을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이 정도의 영향력을 가졌던 그가 왜 서양미술사에서 그다지 비중 있게 다루어지지 못했던 것일까? 아마 우첼로 특유의 성실성과 고집이 결합되어 자신을 꾸미는데 능하지 못했거나 아예 타협과는 거리가 멀었던 자존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예술가로써의 자의식이 세상과의 벽을 쌓은 것은 아니라 해도 어느 정도의 거리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그가 그린 <산로마노 기마전투>나 <숲 속의 사냥> 등의 대작들을 보면 말들의 역동적인 모습이라든가 인물들의 움직임 등이 대단히 사실적이고 운동감이 농밀하며 세부 묘사에 이르기까지 정밀한 생동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비록 책에 인쇄된 형태의 작은 크기여도 그림이 뿜어내는 아우라는 우첼로가 그림을 그리고 있던 르네상스 초기의 피렌체라는 도시의 시대적 분위기와 화가라는 인간의 개성, 화가가 세상의 외면과 인간의 내면을 바라보는 시각, 경건성과 세속성의 조화, 이성과 감성의 대립 따위의 다양한 경험들과 어우러져 대단한 광채를 뿜어내고 있다. 그림의 역사는 길고도 길고 알아야 할 화가와 명화도 많기도 많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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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모네 Taschen 베이직 아트 (마로니에북스) 9
크리스토프 하인리히 지음, 김주원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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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좋아하는 화가들이 참 많은데 클로드 모네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소위 인상주의의 창시자로써 동시대인들의 몰이해와 그로 인한 빈곤, 그리고 말년의 영광에 이르기까지, 한 사람의 예술가에게 드리워질 수 있는 온갖 영욕이 모네의 삶에 응축되어 있다. 독일의 미술사가 크리스토프 하인리히의 『클로드 모네』는 이러한 모네의 삶과 화가로서의 자각, 그리고 그 결과물인 작품들에 관해 간결하고도 적확한 시각으로 풀어낸 모네에 관한 입문서다. 그림과 그에 대한 해설이 적절하게 편집되어 있어 모네에 관해 알고 싶을 때 먼저 읽어둘 만 하다. 그림의 인쇄 수준도 꽤 높으니 우선 소(小)화집으로 활용해도 좋으리라.

      보통 사람들은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그림이나 귀에 익지 않은 선율로 이루어진 음악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인간은 익숙한 것에서 친숙함을 느끼게 마련인지라, 모네가 햇빛에 따라 달라지는 자연의 모습들을 순간적인 자신의 인상을 바탕으로 그려냈을 때 마치 캔버스에 형상은 아무 것도 없고 그저 물감만 덧칠 한 듯한 느낌을 받았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으리라. 하지만 그런 점에서 모네는 선구자였음을 당대의 예술가나 평론가들도 이해하지 못했으니 일반인은 오죽했으랴. 그럼에도 모네는 꾸준히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갔고 종국에는 인정을 받게 된다. 그는 그야말로 쉼 없이 그림을 그렸고 그림에 자신의 생각을 투영했으며 타인이 좋아할 만한 그림을 그리기보다 자신의 눈에 비친 자연을 자신의 인상대로 그리는 것에 전심전력을 다했다. 모네의 그림은 자세히 시간을 들여 천천히 봐야 한다. 그래야 물감을 넘어선 형태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그는 사물을 정교하게 재현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자연의 모든 것은 화가의 눈이 잡아내고 두뇌가 해석하는 한도 내에서만 캔버스에 표현되는 것이다. 모네는 화가의 역할이 재현보다는 해석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이러한 점은 20세기 들어 잭슨 폴록을 위시한 추상 표현주의자들의 큰 관심을 끌게 되었고 모네의 예술관은 그 생명을 이어가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떠오른 첫 번째 생각. "자신이 믿는 바를 끝까지 추구하라. 동시대인들의 몰이해야말로 나의 사고가 독창적이라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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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클라시쿠스 - 클래식 멘토 7인이 전하는 클래식 대화법
김용배 외 지음 / 생각정원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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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클라시쿠스』는 대학 강의 가는 왕복 버스 안에서 다 읽은 책이다. 차 안에서 책 읽기는 내가 가장 선호하는 독서술인데, 책에 빠져 있다가 가끔 눈을 들어 창 밖 경치를 바라보는 것도 독서를 더욱 재미있게 해주는 요소이다. 아무튼 이 책은 주로 KBS 클래식 FM에서 방송을 담당하거나 고정 패널로 출연하여 클래식 음악에 대한 이해에 도움을 주는 7인이 함께 쓴 클래식 음악 소회집이다. 7인 모두 클래식 음악을 오래도록 들어 왔고 지금도 클래식 음악에서 삶의 활력을 얻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한 가지 공통점은 절대 겸손하다는 것. 클래식 음악이 특정 계층만을 위한 고급예술이 아니라 듣고 싶고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대중성을 띈다는 것을 강조한다. 모든 글이 흥미롭지만 특히 <명연주 명음반>이라는 클래식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정만섭씨의 글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그 글에는 클래식 음악 마니아 3인의 사례가 소개되고 있는데, 오직 글렌 굴드의 음반만을 구매하고 염불도 목탁 대신에 바하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에 맞춰 했다던 어느 스님, 필자가 군대에서 말년 병장 시절 슈만의 '피아노 사중주'를 근무 중 몰래 듣다 상관인 중위에게 발각되었으나 그가 무엇을 듣는지 궁금하다며 두 남자가 이어폰 한 쪽씩을 끼고 그 음악을 들었다는 이야기, 또 필자의 연인이었던 여성이 오직 애호했다던 슈만의 '시인의 사랑'에 얽힌 가슴 아픈 이야기 등, 클래식 음악이 한 사람의 마음과 정신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그 아름다운 선율이 어떻게 한 인생을 사로잡아 고뇌의 시절에도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었는지 등을 담담하게 회고하고 있다. 내게도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이 부칠 때 활력소가 되고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는 클래식 음악이 있다. 너무도 유명해서 누구나 다 아는 베토벤의 교향곡 제 9번 '합창'이 바로 그것이다. 나는 이 음악을 들을 때마다 베토벤이 자신의 삶에서 겪을 수밖에 없었던 온갖 고뇌를 딛고 마침내 가없는 환희를 거쳐 궁극적 승리로 나아가는 장엄한 정신의 고양을 느낄 수 있다. 아, 음악을 듣고 내 마음에 떠오른 생각을 그 음악과 동등하게 표현할 수 있다면!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의 이미지와 느낌은 늘 음악 자체 보다 한참 모자라기 마련인가. 그저 마음속에 간직할밖에. 음악을 작곡하는 사람, 연주하는 사람, 듣는 사람 모두에게 내면이 평화로운 시대가 도래하기를. 더불어 평생 듣고 감동할 수 있는 클래식 음악 하나쯤은 늘 곁에 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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