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올로 우첼로 - 원근법을 사랑한 화가 내 손안의 미술관 7
엘케 폰 라치프스키 지음, 노성두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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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미술평론가 엘케 폰 라치프스키가 쓴 『파올로 우첼로-원근법을 사랑한 화가』를 읽고 비로소 파올로 우첼로라는 화가에 대해 확실히 알게 되었다. 이 화가의 이름을 처음 본 것은 2009년에 읽었던 나카노 미요코의『동서양 기괴 명화』라는 책에서 였고, 그 책에 실려 있는 <성 게오르기우스의 용 퇴치>라는 그림을 통해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던 터였다. 아무튼 다시 관심을 갖게 된 우첼로는 대단히 성실하고 특히 원근법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원근법에 관한 한 서양의 어느 화가보다도 독자적인 경지를 개척한 선구자였다. 그가 피렌체의 대성당에 벽화로 그린 <조반니 아쿠토>라는 용병대장의 기마상은 훗날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감탄을 연발하면서 원근법 공부를 했을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이 정도의 영향력을 가졌던 그가 왜 서양미술사에서 그다지 비중 있게 다루어지지 못했던 것일까? 아마 우첼로 특유의 성실성과 고집이 결합되어 자신을 꾸미는데 능하지 못했거나 아예 타협과는 거리가 멀었던 자존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예술가로써의 자의식이 세상과의 벽을 쌓은 것은 아니라 해도 어느 정도의 거리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그가 그린 <산로마노 기마전투>나 <숲 속의 사냥> 등의 대작들을 보면 말들의 역동적인 모습이라든가 인물들의 움직임 등이 대단히 사실적이고 운동감이 농밀하며 세부 묘사에 이르기까지 정밀한 생동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비록 책에 인쇄된 형태의 작은 크기여도 그림이 뿜어내는 아우라는 우첼로가 그림을 그리고 있던 르네상스 초기의 피렌체라는 도시의 시대적 분위기와 화가라는 인간의 개성, 화가가 세상의 외면과 인간의 내면을 바라보는 시각, 경건성과 세속성의 조화, 이성과 감성의 대립 따위의 다양한 경험들과 어우러져 대단한 광채를 뿜어내고 있다. 그림의 역사는 길고도 길고 알아야 할 화가와 명화도 많기도 많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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