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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모네 ㅣ Taschen 베이직 아트 (마로니에북스) 9
크리스토프 하인리히 지음, 김주원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좋아하는 화가들이 참 많은데 클로드 모네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소위 인상주의의 창시자로써 동시대인들의 몰이해와 그로 인한 빈곤, 그리고 말년의 영광에 이르기까지, 한 사람의 예술가에게 드리워질 수 있는 온갖 영욕이 모네의 삶에 응축되어 있다. 독일의 미술사가 크리스토프 하인리히의 『클로드 모네』는 이러한 모네의 삶과 화가로서의 자각, 그리고 그 결과물인 작품들에 관해 간결하고도 적확한 시각으로 풀어낸 모네에 관한 입문서다. 그림과 그에 대한 해설이 적절하게 편집되어 있어 모네에 관해 알고 싶을 때 먼저 읽어둘 만 하다. 그림의 인쇄 수준도 꽤 높으니 우선 소(小)화집으로 활용해도 좋으리라.
보통 사람들은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그림이나 귀에 익지 않은 선율로 이루어진 음악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인간은 익숙한 것에서 친숙함을 느끼게 마련인지라, 모네가 햇빛에 따라 달라지는 자연의 모습들을 순간적인 자신의 인상을 바탕으로 그려냈을 때 마치 캔버스에 형상은 아무 것도 없고 그저 물감만 덧칠 한 듯한 느낌을 받았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으리라. 하지만 그런 점에서 모네는 선구자였음을 당대의 예술가나 평론가들도 이해하지 못했으니 일반인은 오죽했으랴. 그럼에도 모네는 꾸준히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갔고 종국에는 인정을 받게 된다. 그는 그야말로 쉼 없이 그림을 그렸고 그림에 자신의 생각을 투영했으며 타인이 좋아할 만한 그림을 그리기보다 자신의 눈에 비친 자연을 자신의 인상대로 그리는 것에 전심전력을 다했다. 모네의 그림은 자세히 시간을 들여 천천히 봐야 한다. 그래야 물감을 넘어선 형태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그는 사물을 정교하게 재현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자연의 모든 것은 화가의 눈이 잡아내고 두뇌가 해석하는 한도 내에서만 캔버스에 표현되는 것이다. 모네는 화가의 역할이 재현보다는 해석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이러한 점은 20세기 들어 잭슨 폴록을 위시한 추상 표현주의자들의 큰 관심을 끌게 되었고 모네의 예술관은 그 생명을 이어가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떠오른 첫 번째 생각. "자신이 믿는 바를 끝까지 추구하라. 동시대인들의 몰이해야말로 나의 사고가 독창적이라는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