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레종 데트르 - 쿨한 남자 김갑수의 종횡무진 독서 오디세이
김갑수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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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김갑수는 김갑수 답게 책을 읽고 그것에 대해 글을 쓸 때도 김갑수 답게 쓰는 사람인지라, <나의 레종 데트르>라는 책도 비록 독서후의 느낌을 모은 것이지만 그대로 인간 김갑수가 실명으로 드러나는 마당이기도 하다. 김갑수의 독서 범위는 문학에서 예술, 사회비평에서 자서전(또는 전기)에 이르기까지 워낙 다양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은 책의 핵심을 집어내는 읽기 자체의 능력도 뛰어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타고난 성정이랄까 아니면 취향의 문제랄까, 지연과학에 관한 책은 한 권도 없고 그 분야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하지 않고 있다는 것. 아무튼 이 책은 제목도 특이한데, 프랑스어로 '존재의 이유'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 책에 실린 서평 아닌 서평들은 김갑수의 읽기를 통해 김갑수 식으로 해석되어 누가 읽어도 김갑수가 썼음을 단번에 알 수 있을 만큼 예전 그의 책들에서 받았던 인상들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존재의 이유'라는 책 제목처럼, 김갑수의 신경망에 들어 온 모든 책들은 그 자체로 읽어볼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따라서 도덕이나 윤리 따위의 규범들은 되도록 무시되고 책의 내용이 무엇이든 쉽게 감동받고 쉽게 분노하며 쉽게 희노애락오욕칠정을 드러내는 상황이 반복된다. 나는 이 책을 그 자체로 58년 개띠 김갑수가 인간과 사회에 던지는 그만의 독특한 사유체계의 중간 점검으로 읽었다. 아마 앞으로도 김갑수는 결코 사회적 보편 진리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고, 도덕이나 윤리에 기울지 않을 것이며, 오직 자신이 하고 싶은 데로 하면서 최대한의 즐거움을 누리다가 아쉬워하면서 눈을 감을 것이다. 그런 그가 부러워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아직도 정신적으로 자유롭지 않을 것일까? 김갑수의 책은 그것이 무엇에 관한 것이든 읽은 후에 내 육체의 구속과 내 정신의 보수성을 퍼뜩 깨닫게 해는 무엇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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