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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클라시쿠스 - 클래식 멘토 7인이 전하는 클래식 대화법
김용배 외 지음 / 생각정원 / 2012년 4월
평점 :
『행복한 클라시쿠스』는 대학 강의 가는 왕복 버스 안에서 다 읽은 책이다. 차 안에서 책 읽기는 내가 가장 선호하는 독서술인데, 책에 빠져 있다가 가끔 눈을 들어 창 밖 경치를 바라보는 것도 독서를 더욱 재미있게 해주는 요소이다. 아무튼 이 책은 주로 KBS 클래식 FM에서 방송을 담당하거나 고정 패널로 출연하여 클래식 음악에 대한 이해에 도움을 주는 7인이 함께 쓴 클래식 음악 소회집이다. 7인 모두 클래식 음악을 오래도록 들어 왔고 지금도 클래식 음악에서 삶의 활력을 얻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한 가지 공통점은 절대 겸손하다는 것. 클래식 음악이 특정 계층만을 위한 고급예술이 아니라 듣고 싶고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대중성을 띈다는 것을 강조한다. 모든 글이 흥미롭지만 특히 <명연주 명음반>이라는 클래식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정만섭씨의 글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그 글에는 클래식 음악 마니아 3인의 사례가 소개되고 있는데, 오직 글렌 굴드의 음반만을 구매하고 염불도 목탁 대신에 바하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에 맞춰 했다던 어느 스님, 필자가 군대에서 말년 병장 시절 슈만의 '피아노 사중주'를 근무 중 몰래 듣다 상관인 중위에게 발각되었으나 그가 무엇을 듣는지 궁금하다며 두 남자가 이어폰 한 쪽씩을 끼고 그 음악을 들었다는 이야기, 또 필자의 연인이었던 여성이 오직 애호했다던 슈만의 '시인의 사랑'에 얽힌 가슴 아픈 이야기 등, 클래식 음악이 한 사람의 마음과 정신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그 아름다운 선율이 어떻게 한 인생을 사로잡아 고뇌의 시절에도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었는지 등을 담담하게 회고하고 있다. 내게도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이 부칠 때 활력소가 되고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는 클래식 음악이 있다. 너무도 유명해서 누구나 다 아는 베토벤의 교향곡 제 9번 '합창'이 바로 그것이다. 나는 이 음악을 들을 때마다 베토벤이 자신의 삶에서 겪을 수밖에 없었던 온갖 고뇌를 딛고 마침내 가없는 환희를 거쳐 궁극적 승리로 나아가는 장엄한 정신의 고양을 느낄 수 있다. 아, 음악을 듣고 내 마음에 떠오른 생각을 그 음악과 동등하게 표현할 수 있다면!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의 이미지와 느낌은 늘 음악 자체 보다 한참 모자라기 마련인가. 그저 마음속에 간직할밖에. 음악을 작곡하는 사람, 연주하는 사람, 듣는 사람 모두에게 내면이 평화로운 시대가 도래하기를. 더불어 평생 듣고 감동할 수 있는 클래식 음악 하나쯤은 늘 곁에 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