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옆 인문학 책상 위 교양 21
박홍순 지음 / 서해문집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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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독특한 성격의 인문학서다. <미술관 옆 인문학> 이라는 제목의 책. 약력에 따르면 저자인 박홍순은 민주화 운동에 몸담아 온 사람이다. 그래서일까, 그림을 통해 사회적, 정치적 해석을 해나가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예를 들어 <진리가 여성을 자유롭게 하리라>라는 글에서는 프랑스의 화가 Jean-Baptiste-Camille Corot(1796~1875)가 그린 <책 읽는 여인>에 대해 해설을 하고 난 후 Simone de Beauvoir의 <제 2의 성>을 소개하면서 여성이 자아를 발견해 가는 방법으로 독서의 힘을 강조하는 식이다. 모든 페이지가 동일한 형식으로 서술되어 있는데, 그러니까 이 책을 읽는 것은 동서양의 명화와 함께 관련 인문학의 명저까지 접해 볼 수 있는 일석이조의 지적 경험을 하는 것이다. 요즘들어 명화를 전혀 다른 시각에서 해석하고 관련이 적은 분야와의 통합을 지향하는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것은 그림이 단순히 화가의 상상력의 산물이 아니라 그림이 반영하고 있는 당대 현실에 대한 사회학적  

인식에 까지 넓어진 결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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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음악 산책 생각나무 ART 19
박혜원 지음 / 생각의나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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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음악 산책>은 서양회화 중에서도 음악을 소재로 한 그림만을 모아 해설한 책이다. 음악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려면 화가는 회화적 정교함뿐만 아니라 음악에 대한 해박한 지식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책에 등장하는 화가들은 이러한 면에서 현대화가보다 훨씬 멀리 나가 있다. 특히 놀라운 그림은 15세기 Flandre 지역에서 활동했던 Hubert & Jan Van Eyck 형제의 <양에 대한 경배>에 묘사된 노래하는 천사들의 얼굴 모습이다. 중세 다성음악(polyphony)의 4음성과 정확히 일치하는 천사들의 표정을 보노라면, 그 치밀한 표현력에 감탄하게 되고 천상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착각에 빠진다. 음악과 그림의 만남은 예술적 경험의 극치에 도달한 쾌락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그동안 꽤 많은 미술 관련서를 읽어 왔지만, 음악과 관련된 명화만을 따로 다룬 책은 이번이 처음인데, 간결하고도 정감어린 해설은 새삼 어떤 대상에 대한 적확한 해석이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데 얼마나 간절한 것인지 깨닫게 해주었다. 저자에게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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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중고서점에 들러 <그리스 미술>과 <로마 미술> 2권의 책을 구입했다. 왜 자꾸 책을 사는 걸까? 이미 가지고 있는 책도 많고 아직 읽지 못한 책도 산더미 같은데. 아무리 책 욕심을 줄이려 해도, 이미 어떤 주제의 책을 1~2권 읽은 상태라 해도, 우선은 사두는 습관 때문일까? 나중에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당위성? 이유가 무엇이든, 책이란 것도 일단 수납의 한계점에 도달하는 순간 공간과의 사투가 벌어진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조그만 아파트에서 아랑곳하지 않고 갈수록 더 늘어나고 있는 책책책... 그나마 다른 물건과는 달리 지성에 도움을 주고 삶과 죽음도 극복할 수 있도록 영감도 주며 현명한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는 것만으로는 책이 쌓여가는 현실에 변명이 될 수 없다. 게다가 내가 죽으면 이 책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중고서점에서 가끔 목격하곤 하는 서글픈 사건이 있는데, 사망한 사람의 서재에서 쏟아져 나온 유품으로써의 책들이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경우다. 아마 유족들이 고인을 빨리 잊고 싶어서, 또는 고인의 생전 그 책들 때문에 금전적, 공간적 문제로 인해 골치 아팠던 기억으로 서둘러 처분했음이 명백한데, 고인의 손때가 묻고 밑줄이 그어져 있거나 여백에 적혀 있는 독서중의 단상들을 보노라면, 내 책들의 말년이 보이는 듯하다. 해서 나는 그렇게 한꺼번에 매물로 나온 책들은 절대 사지 않는다. 그 책들 주인의 꿈과 희망이 그의 죽음과 함께 한낱 종이뭉치로 전락했다는 그 물질성의 잔인함 앞에서, 나는 정신이 아득해 진다. 나는 한 번도 책을 물건이라고 여겨본 적이 없다. 돈주고 구매한다는 면에서는 책도 틀림없이 상품이지만, 정약용 선생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라는 책이 과연 8000원(내가 이 책을 구매했을 당시의 가격) 가치밖에 없는 인쇄 뭉치에 불과할까? 그 책속에 담겨 있는 선생의 삶과 지성과 애민사상을 어떻게 돈으로 환산할 수 있단 말인가? 따라서 내가 한 권 한 권의 책에 부여하는 '의미'는 단순한 물질성을 뛰어 넘어 신성성을 가진 神格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고등학생인 아들 녀석에게 다짐을 받았다. 아버지의 책들을 잘 보관하고 최소한 3대까지는 대물림하라고. 아들 녀석이 그러마고 약속해 주었다. 그런데 며느리가 좋아 할까? 집도 좁은데 책이 무슨 소용이냐고 아들과 갈등을 겪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다. 하긴 내가 지금까지 내 책들 한 권 한 권에 부여했던 정신적 가치들을 나 아닌 그 누가 알아 줄 것인가? 부지런히 읽고 내 뇌에 흔적을 남기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 그래야 내가 죽을 때 최소한 <장자>의 한 구절 정도는 외우며 삶을 마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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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마가 사랑한 화가 들라크루아 - 별난 화가에게 바치는 별난 그림에세이
카트린 뫼리스 글.그림, 김용채 옮김 / 세미콜론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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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부터 Eugene Delacroix(1793~1863)의 그림들을 좋아했지만, <뒤마가 사랑한 화가 들라크루아>라는 책을 읽고 나서 더 좋아하게 되었다. 100 페이지가 조금 넘는 책이고 카트린 뫼리스라는 이름의 젊은 여성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가 익살스럽게 모사한 Delacroix의 명작들 덕분에 유쾌하게 읽을 수 있었다. 생전에 비평가들로부터 갖은 모략과 몰이해에 시달린 Delacroix이지만, 끝까지 자신만의 화풍을 버리지 않았고 오늘날엔 루벤스나 고야, 벨라스케스 계열의 화가로 추앙받고 있다. 편의상 구분은 하고 있지만, 사실 그는 어느 누구의 화풍과도 다르다. 천재성이란 결국 독창성과 같은 것처럼, 그의 그림은 그의 그림인 것이다. 전례가 없다는 것, 동시대의 그 어떤 흐름과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는 것, 그러니까 시대를 앞서 간다는 것은 사상 이전에 가치의 문제이다. 이글거리는 색채와 격렬한 화면 구성, 고집스럽게 추구했던 개성이 그 어떤 화가의 그림보다 명백하게 드러나는 그의 그림을 본다는 것은, 눈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최대치의 황홀이다.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오늘도 나는 들라크루와의 화집을 뒤적이며 시각적 에로티시즘에 빠져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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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에 꽂힌 책
헨리 페트로스키 지음, 정영목 옮김 / 지호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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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 읽었던 또 한 권의 책에 관한 책은 미국 듀크 대학교의 토목공학 교수인 헨리 페트로스키가 쓴 <서재에 꽂힌 책>이다. 제목 그대로 책꽂이와 책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데, 누가 이런 주제로 글을 쓰고 그 글을 읽을까 싶지만 세상에는 별난 사람들도 있는 법이다. 나 역시 책을 사랑하고 서재를 꾸미는데 공을 들이는 사람이라 이 책을 읽지 않을 이유가 없다. 별로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다. 읽는 도중 책의 여백에 내 생각도 적어나가면서. 이 책을 읽고 나서 알게 된 사실. 책등에 제목과 저자명, 출판사명 등을 달고서 그 부분이 바깥을 보도록 하는 데 1200년이 걸렸고, 책꽂이가 벽을 자신만의 공간으로 확보하는데 1000년이 걸렸다는 것. 인간은 익숙해진 것을 여간해서는 바꾸려 하지 않는다. 그것이 삶과 직결된 것일수록 더욱 그렇다. 하물며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이지 않은 책이야 말해 무엇 하리! 그럼에도 안락함을 깨고 불편을 개선하면서 인식을 바꾸고자 노력하는 소수도 있게 마련이다. 당연하다고 여기며 더 이상의 발전을 추구하지 않는 것은 죽음과 다름없다. 인간이 책을 발명하고 그 책을 담기 위한 궁리를 거듭해온 역사 자체가 정신적 발달의 증거가 아닐까 싶다. 이 책 말미에 저자가 책 정리법을 실어 놓았는데 이 것 또한 유용하게 참고할 만하다. 수고스럽지만 그대로 옮겨 보면 1. 저자의 성 순서에 따라 2. 제목 순서에 따라 3. 주제에 따라 4. 크기 순서에 따라 5. 수평으로 눕혀서 6. 색깔에 따라 7. 하드백과 페이퍼백을 별도로 8. 출판사에 따라 9. 읽은 책과 읽지 않은 책의 구분 10. 생긴 순서에 따라 11. 출판된 날짜순으로 12. 페이지 수에 따라 13. 듀이의 십진법에 따라 14. 의회 도서관 시스템에 따라 15. ISBN(국제표준도서번호)에 따라 16. 가격에 따라 17. 새 책과 헌 책을 구분하여 18. 즐겨 읽는 정도에 따라 19. 감정적 가치에 따라 20. 출처에 따라 21. 훨씬 더 신비한 배열 기준에 따라 22. 찬장 서재에 대하여 23. 책가위에 대하여 24. 두 정신의 결혼에 대하여 등 모두 24가지에 이른다. 나는 주로 3번 주제에 따라 책을 구분하는 편인데(그래서 분류해 보았더니, 내가 좋아하는 주제가 대략 20여개 쯤 된다. 그러니까 내 서재와 거실에는 그 20여개 주제에 해당하는 책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때로는 좋아하는 작가나 저자의 책들을 한 곳에 모아 두기도 한다(예를 들어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들은 삼중당문고판부터 동서문화사판. 그리고 열린책들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판본들이 한 책꽂이에 가지런히 꽂혀 있다). 어떤 방법을 선호하든 자신만의 배열법은 가지고 있으리라. 이렇게 책들을 배열하고 다시 꽂는 행동도 나에게는 책을 사랑하는 하나의 방법인 셈이다. 참고로 24번은 일전에 소개한 앤 패디먼이 결혼 후에 자신의 책과 남편의 책을 섞는 과정에서 부딪쳤던 에피소드와 관련이 있다. 관련 부분을 읽어 보면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입가에 웃음이 피어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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