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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열권을 동시에 읽어라
나루케 마코토 지음, 홍성민 옮김 / 뜨인돌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나루케 마코토의 <책, 열 권을 동시에 읽어라>는 도발적인 제목을 달고 있지만, 이미 많은 독서가들이 실천하고 있었던 방법을 저자 나름의 경험과 결합한 것이다. 서머셋 모옴이나 조지 기싱 등의 작가들부터 <How to Read a Book>의 저자 모티머 제롬 아들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여러 권읽어 나가는 방법 자체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다만 실천을 하기가 어려울 따름이지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지 가능한 독서법인 셈이다. 특히 모티머 제롬 아들러가 제시하는 syntopical 독서법이 바로
나루케 마코토가 주장하는 초병렬 독서법의 효시라고 해도 과히 틀린 말은 아니다. 생각해보면 나도 꽤 오래 전부터 여러 권을 동시에 읽는 방법을 실천해왔다. 아마 대학시절(1985~1988)부터일 것으로 기억되는데, 오전엔 문학서를, 오후엔 전공서적을, 저녁엔 사회과학서를, 밤엔 철학서를, 새벽엔 예술관련서 하는 식으로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책들을 넘나들며 걸신들린 듯 읽었던 기억이 새롭다. 한 번은 학교에서 점심 시간에 건축 관련서를 읽고 있는데(참고로 내 전공은 영어영문학이다) 한 급우가 놀리듯이 "전공이나 신경쓰지 이해도 못할 건축은 무슨..." 이라며 비난 아닌 비난을 하는 것이 아닌가. 당시는 내 독서법에 확신이 없었던 때라 반론을 제기하지는 못했지만, 지금은 닥치는대로 읽었던 당시의 경험이 내 삶에 가장 큰 자산이 되었다. 물론 한 분야의 책들만 읽어도 사는 데 아무 지장은 없다. 그러나 만약 당신의 주요 독서 분야가 문학이고 다른 분야의 책은 전혀 읽지 않는다면 그만큼 삶과 경험의 폭이 좁아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야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총체적 인식은커녕, 정신적 성장에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처음엔 힘들어도 차츰 익숙해지면 어떤 분야의 책일지라도 읽어나가는데 지장이 없을 것이다. 관심 분야가 넓을수록 삶도 그만큼 넓어진다. 실천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