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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옛집
최범석 지음 / 마음산책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여러 가지 책을 읽다보면 뜻하지 않은 만남에 마음이 벅찰 때가 있다. 『여행자의 옛 집』이라는 책이 바로 그런 경우인데, 정말 우연이겠지만, 본문의 내용으로 판단해 보건데 저자는 나와 초등학교 동창이고, 인왕산 아래에서 서로의 존재를 모르고 살았으며, 내가 살았던 홍제동 산 1-33호의 옛 집은 터만 남았지만, 그는 아직도 그 근처에서 살고 있다는 점 등에서, 참으로 신비한 느낌을 받았다. 같은 백말 띠인 것으로 보아 인왕초등학교를 1979년에 15회로 졸업했을 것이다. 저자와 내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독신으로 중학교부터는 내내 외국에서 교육을 받았고 그렇게 세계를 떠돌다가 고국에 돌아와 정착하기 까지 자유로운 삶을 살았다는 것이고, 나는 여전히 한국이라는 아시아의 한 모퉁이를 벗어나지 못하고 현실에 메여 살고 있다는 것. 타인의 삶에서 부러움을 느낀다면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의 삶의 경험에 대한 부러움일 텐데, 그럼에도 고국에 돌아와 어린 시절부터 살던 옛 집에 다시 정착한 저자의 결정 역시 쉽지는 않았으리라. 따라서 저자의 삶이 부럽기는 하지만 누구나 그렇게 살 수는 없는 현실적 제약이 때로는 약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꿈꾸던 삶을 실천에 옮기려면 돈과 시간, 무엇보다도 자유와 고독을 양립시킬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