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가만히 앉아서 죽기만을 기다리겠는가 - 고전부적
이방원 지음 / 흑막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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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회사 로비에 들어설 때마다 나는 보이지 않는 '좋은 사람의 가면'을 고쳐 쓴다. 상사의 무리한 부탁에는 거절 대신 어색한 미소를 짓고, 동료의 무책임한 업무 떠넘기기 앞에서도 평판이 두려워 군말 없이 업무를 인수한다. 갈등을 피하기 위해 선택한 타협과 명분은 늘 그럴듯해 보였지만, 퇴근길 지친 내 모습은 그저 남의 일에 시간을 바치며 서서히 마모되어 가는 '조직의 구성원'일 뿐이었다. [1]

<고전부적 : 어찌 가만히 앉아서 죽기만을 기다리겠는가>는 내 화두인 가면에 균열을 내기에 충분했다. 이 책은 고려말 조선초의 거대한 혼란 속에서 가만히 앉아 운명에 순응하기보다, 스스로 판을 설계하고 과감히 움직여 시대를 뒤흔든 태종 이방원의 삶과 철학을 담고 있다.

그가 변방의 거친 무인 가문 출신이었음에도, 집안의 한계를 깨부수고 스스로 학문에 매진하여 형제 중 유일하게 문과 급제를 달성했다는 사실이다. 칼만 휘두를 줄 알았던 거친 가문에서 홀로 붓을 쥐고 중앙 조정의 판도를 읽어내며 철저하게 실력을 증명해 낸 그의 과거 급제 사건은, 조직의 환경이나 핑계 뒤에 숨어 성장의 기회를 포기하던 내 안일함을 거세게 흔들었다. 이방원은 단순히 칼을 잘 쓰는 혁명가가 아니라, 시대가 요구하는 생존 지형을 완벽히 파악하고 주도권을 쥔 인물이었던 것이다.

송곳 같은 문장을 말한다. ‘칼은 휘두를 때만 칼이다. 휘두르지 않는 칼은 그저 쇠붙이일 뿐이다.’ 그동안 내가 조직에서 웅크리고 있던 이유는 착해서가 아니라, 행동하지 않는 나약함을 숨기기 위한 핑계였음을 뼈아프게 깨닫는다. 직장에서 좋은 사람이라는 평판을 얻기 위해 전전긍긍하던 태도는 명분이라는 껍데기에 갇혀 정작 내 안의 칼을 쇠붙이로 썩히고 있던 것과 다름없었다.

이방원의 행적을 관통하는 핵심은 명분보다 철저한 실행과 실리였다. 그는 정몽주 제거와 왕자의 난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결코 망설이지 않았다. 만약 그가 세상의 비난이 두려워 타협하거나 착한 군자로 남으려 했다면 조선의 기틀을 세운 과감한 결단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철저한 현실주의자인 그의 행보는 내게 진짜 리더십이란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순간에 과감히 움직여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힘이라는 것을 가르쳐 준다.

이제 나는 이 지독한 좋은 사람의 가면을 벗고자 한다. 착한 구성원으로 타인에게 끌려다니는 것을 그만두고 내 삶의 주도권을 쥐기로 결심했다. 무인 가문의 이방원이 스스로 붓을 들어 관습을 깨고 길을 열었듯, 나 역시 부당한 요구에는 단호히 거절의 칼을 휘두르고 회사에서 진짜 내 커리어를 쌓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설 것이다. 위기의 순간에 핑계를 대며 도망치지 않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스스로 판을 짜고 바꾸는 주도적인 삶을 되찾아 다시 시작하려 한다.

군주의 일대기를 해설하는 영웅담에 머무르지 않고, 거대한 조직 속에서 맹목적으로 살며 진짜 나를 잃어버린 직장인들에게 던지는 경고이다. 착한 직장인이라는 허영과 가면을 벗어 던지고, 주도권을 쥔 단단한 내면을 만들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_

이 리뷰는 리뷰의숲 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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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신 신 게임
마야 유타카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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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 유타카의 <안녕 신>은 시작과 동시에 범인의 정체를 폭로하는 완벽한 ‘역추리물’의 형식을 취한다. 단서들을 모아 범인을 좁혀가는 일반적인 추리 소설 구조와 달리, 이 작품은 ‘스즈키가(신) 지목한 인물이 무조건 범인’이라는 절대적 명제를 바닥에 깔고 시작한다. 이 정답에서부 역방향으로 단서를 짜 맞추고 알리바이를 깨부수는 역추리 구조는 독자에게 기존 장르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신선하고 강력한 논리적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특히 이 작품은 일본 추리 소설을 처음 접하는 초심자인 나에게 역추리 장르 특유의 쾌감을 가장 짜릿하게 느낀 첫 소설이다. 범인을 미리 알고 시작하기 때문에 추리 소설이 낯선 독자도 용의자들의 거짓말에 휘둘리거나 길을 잃지 않고 서사의 흐름을 완벽하게 따라갈 수 있다. 순수하고 호기심 많은 '소년탐정단(구온초 탐정단)' 아이들이 발로 뛰며 범인의 완벽한 알리바이와 속임수를 하나씩 벗겨내는 과정은 빠르게 전개되며, '추리 소설의 전개도 이렇게 뒤집을 수 있구나' 하는 감탄과 함께 흥미진진하게 몰입할 수 있었다.
 '과연 스즈키가 지목한 신탁이 진짜 진실인가, 그가 정말 신이 맞기는 한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지속적을 깔린다. 스즈키의 예언은 언제나 빈틈없이 맞아떨어지지만, 작가는 스즈키가 초자연적인 신인지 혹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천재적 가해자인지 명확한 해답을 주지 않는다. '신이 맞다'는 전제 하에 어떻게든 증거를 수집해 신탁을 증명해 내야 하는 소년 탐정단의 맹목적인 추리 과정은 독자에게 기묘한 불확실성을 던지며 몰입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그러나 이 역추리가 주는 진정한 묘미는 논리적 재미 뒤에 숨겨진 잔혹함에 있다. '신' 스즈키는 범인의 이름만 툭 던져줄 뿐, 범행을 막아주지도 그 이유를 설명해 주지도 않는다. 전지전능하지만 지극히 냉소적인 신탁에 휘둘리는 주체는 역설적이게도 순진무구한 소년탐정단 아이들이다.
'범인들과 소년탐정단의 긴밀한 관계성'은 긴장감과 전율을 불러온다.  스즈키가 신탁으로 지목하는 범인들은 탐정단과 아무 상관 없는 외부인이 아니다. 존경하던 담임 선생님, 매일 웃으며 마주치던 다정한 이웃, 탐정단원의 부모, 심지어 탐정단 내부의 멤버가 직접 범인으로 지목되고 폭로된다.
이 때문에 아이들은 매 사건마다 지독한 도덕적 딜레마와 심리적 갈등에 직면한다. "우리 엄마가?", "내 친구가 그럴 리 없어"라는 믿음이 처참히 조각나는 순간, 아이들은 가혹한 선택의 기로에 선다. '스즈키의 말이 틀렸기를' 바라는 마음과 '신탁의 증거를 찾아내야 한다'는 탐정단으로서의 의무감이 정면으로  충돌한다. 가장 가까운 지인의 범죄를 내 손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고통스러운 고민은 소년탐정단을 정신적으로 소진시키며 내부에 갈등을 불러온다.  결국 이들의 역추리는 단순한 진실 찾기가 아니라, 자신의 소중한 세계와 인간관계를 자기 손으로 파괴하고 유대를 해체하는 비극적이 된다.
옴니버스 형식의 촘촘한 이야기의 그물 속에 인간의 악마적 속성과 이기심을 정교하게 녹여낸다. 소년탐정단의 역추리가 마침내 종착지에 도달해 가장 가까운 이들의 범행 수법을 증명해 내는 순간, 독자가 마주하는 것은 통쾌함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두려움과 관계의 처참한 붕괴감이다. 
오랫동안 가시지 않는 불온한 여운과 서늘한 뒷맛, 지적 유희는 작가와 장르에 빠져들게 한다. 

이 리뷰는 몽실북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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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이 이루어지는 작은 호텔 - 나도 몰랐던 마음속 소망을 끄집어내 현실로 바꾸는 곳
안자나 길 지음, 강영옥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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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2학년,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삼형제라지만, 이 커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50대 가장의 어깨는 하루도 가벼울 날이 없다. 학업, 사춘기, 그리고 다가올 미래의 뒷바라지까지. 반복되는 청구와 직장의 무거운 책임감 속에서 내 삶은 어느덧 나를 잃어버린 채 매일 어둡고 긴 터널 속을 헤매는 듯 막막했다. 가족이라는 가장 소중한 울타리를 지키기 위해 청춘을 바쳐왔지만, 문득 돌아보니 정작 내 손에 남은 것은 지친 몸과 기억 속에 희미해진 꿈과 소원뿐이었다. <소원이 이루어지는 작은 호텔>은 삶의 무게에 짓눌려 진짜 소망이 무엇인지조차 잊어버린 50대 아빠인 나에게 건네는 구원의 손길이었다.

주인공은 일상의 스트레스와 반복되는 불운에 지쳐 도망치듯 호숫가의 신비로운 호텔로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만난 주인 시타는 삶에 우연은 없고 모든 일에는 의미가 있다는 온화한 미소와 함께 주인공의 내면을 꿰뚫어 본다. 주인공이 요가와 명상, 그리고 시타가 건네는 쪽지 속 문장들을 통해 일곱 가지 법칙을 배워가는 줄거리는 고스란히 이 시대 가장들의 삶에 적용된다. 삼형제의 미래를 걱정하느라 정작 내 마음은 신경 쓰지 못했던 날들이 기억 속에 떠올랐다.

가장 큰 충격은 마음의 자석이라는 개념이었다. ‘우리가 초점을 맞추는 대상은 언제나 늘어나기 마련이다라는 문장은 뼈를 때리는 각성을 주었다. 나는 그동안 삼형제를 키우며부족함교육비 걱정’, 그리고미래에 대한 불안에만 초점을 맞추며 살지 않았던가. 내 마음이 부정적인 에너지를 끌어당기는 자석 역할을 하고 있었음을 비로소 깨달았다. 이제는 세 아이의 아빠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내 안의 주파수를 바꿔야 할 때였다.

시타가 제시하는 내 안의 주파수를 바꾸는 방법은 생각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이었다. 그것은 늘 결핍과 불안에 맞춰져 있던 내 마음의 채널을 기쁨과 풍요의 진동으로 돌려놓는 일이다. 이를 위해 책이 제시하는 시각화와 확언의 실천법을 내 삶에 대입해 보았다. 미래에 이루어질 소망이 아니라 이미 지금 이 순간 이루어진 현실처럼 느끼고 행동하라는 가르침에 따라, 매일 아침 "우리 가족은 이미 안전하고 풍요롭다"는 긍정적인 현재형 문장을 소리 내어 말하기 시작했다. 나아가 삼형제와 함께 환하게 웃으며 여행하는 모습을 모아 나만의 '소원 콜라주'를 머릿속으로 그리고, 그것이 이루어졌을 때의 안도감과 감사의 정서를 온몸의 감각으로 5분간 깊이 느껴보았다. 특히 매일 밤 잠들기 전 불안한 생각 대신 행복한 장면을 떠올리며 베개를 베는 베개 트릭은 잠재의식의 주파수까지 바꾸어놓는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이렇게 주파수를 조정하자 가장이라는 무게에 짓눌려 굳어있던 가슴이 조금씩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십 년간 습관이 된 불안을 떨치기란 쉽지 않다. 그때 책은 신뢰와 내려놓기를 처방한다. “원하는 목적지를 기차에 입력했다면, 기차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의심 없이 믿어야 한다는 문장처럼, 나 역시 내 삶과 아이들의 잠재력을 온전히 믿고 집착을 내려놓아야 함을 배웠다. 사춘기를 지나며 저마다의 세상을 만들어가는 삼형제를 내 뜻대로 통제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그들이 스스로의 속도로 자라나도록 '그냥 그렇게 두는 것(Let them)'. 나를 힘들게 하는 직장의 인간관계나 밀려오는 불안을 억누르기보다 그저 흘러가게 두는 것(Let them). 그것이 책에서 말한 진정한 신뢰이자 내려놓기 였다. 불안과 집착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진짜 기적이 들어올 공간이 생긴다는 말은, 늘 긴장 속에 살아가던 50대 가장의 어깨를 부드럽게 다독여주었다. 이제 나는 일상의 동시성이 보내는 긍정적인 신호들을 포착하며, 가장으로서의 걸어갈 새로운 발걸음을 준비하려 한다.

나는 경이로운 반전을 깨닫는다. 소원이 이루어지는 작은 호텔은 멀리 있는 호숫가가 아니라, 바로 고요함을 되찾은 내 마음속에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현실에서 도망치는 물리적인 여행은 필요치 않았다. 내 안의 주파수를 바꾸고 불안을 내려놓는 순간, 거실 소파도, 지친 퇴근길의 버스 안도 나만의 신비로운 호텔이 될 수 있었다. 잃어버린 내 안의 진짜 소원을 찾고, 그것을 현실로 이루어내어 내 소중한 삼형제에게 더 단단하고 행복한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여정은 이미 내 안에서 시작되었다. 외부의 환경을 바꾸려 애쓰기보다 내 마음의 채널을 기쁨에 맞추며, 나는 오늘 밤 내 잠재의식 속 작은 호텔의 문을 조용히 열어본다.

이 리뷰는 리앤프리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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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제로데시벨 - The Last Zero Decibel
최설도 지음 / 잉크한방울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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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제로데시벨>250mm라는 바닥 두께를 사이에 둔 서울 광진구의 한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숨 막히는 심리전을 감각적으로 담아낸다. 타인의 사생활을 도청하는 은밀하고도 뒤틀린 취미를 가진 408호의 사운드 엔지니어 이준태와, 그의 아래층 308호에 새로 이사 온 정체불명의 남자 박재현이라는 두 개의 중심축의 이야기는 강렬하게 전개된다. 천장과 바닥을 공유하는 이 기묘한 이웃 관계는, 어느 날 밤 준태의 고성능 청진기 너머로 잔혹한 살인의 징후를 담은 비명과 기괴한 소음이 들리면서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이 소설이 보여주는 스릴의 본질은 잔혹한 범죄 묘사보다, 인물의 숨 막히는 심리전과 도덕적 갈등에 있다. 이러한 감각적인 연출은 소리를 통해 범죄를 추적하던 드라마<보이스>의 장르적 쾌감과 매우 닮아 있다. 드라마 <보이스>에서 주인공들이 미세한 소리를 추적해 피해자를 구출하는 '정의의 무기'로 소리를 사용했다면, <마지막 제로데시벨>은 그 구조를 완벽히 뒤집는다. 이 작품에서 소리는 범죄를 해결하는 열쇠가 아니라, 주인공을 옭아매고 파멸시키는 '공포의 덫'이자 역방향의 칼날로 작용한다.

작가는 범죄를들었으나자신의 불법 도청 사실이 탄로 날까 봐 침묵할 수밖에 없는 준태의 심리적 딜레마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정의의 편에서 소리를 쫓던 <보이스>의 영웅들과 달리, 준태는 생존의 기로에서 망설인다 아랫집 남자 재현에게 약점을 잡힌다. 재현은 준태의 도청을 이미 간파한 채 역으로 이용해 그를 공범의 덫에 완벽히 가두고, 조작된 소리를 흘려보내는 청각적 가스라이팅으로 준태를 꼭두각시처럼 지배한다. 찰나의 침묵이 준태를 목격자에서 공범으로 타락시키는 과정은 드라마 속 빌런들이 선사했던 정신적 압박 그 이상을 경험하게 한다. ‘소리를 숨기려는 자소리를 들으려는 자의 대립은 그 자체로 거대한 심리적 감옥을 형성하고, 그 안에 무한한 공포의 상상을 불어넣는다.

아파트라는 일상적 공간을 너머 인천 북항 8부두라는 거대하고 열린 공간으로 이야기의 무대가 확장되고, 스케일도 커진다. 준태가 소리의 감옥에 갇혀 완전히 무너져 내릴 때, 인천 북항의 컨테이너 408호라는 최후의 전장으로 인물들을 몰고 간다. 공간의 강력한 대칭성, 소리로 타인의 사생활을 지배하던 '능동적 관음'의 장소인 아파트 408호는, 완전한 침묵의 물리적 감옥인 컨테이너 408호로 완벽하게 치환된다. 두 공간은 주인공 준태가 자신이 만든 소리의 감옥에 갇혀 파국을 맞이하게 된다는 작가의 치밀한 복선이자 인과응보의 상징이다. 공간의 확장은 곧 인물들의 숨겨진 욕망과 파멸의 확장이기도 하다., 한 번 잡으면 결코 놓을 수 없는 강렬한 마스터피스다.

제로 데시벨의 공포? 소리의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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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릴 때마다 나는 도스토옙스키를 읽었다 - 희망이 사치일 때 우리는 무엇으로 버티는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 닻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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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들은 인생을 무거운 십자가를 짊어지거나 거대한 고통의 바다를 가로지르는 거라고 말하지만, 사실 삶은 그저 매일 주어지는 다채로운 선물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큰 스트레스 없이 잔잔한 호수처럼 살아가는 나와 같은 이들에게 도스토옙스키의 무거운 고뇌는 다소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책 속에서 묘사된 그의 사형대 위 5분이라는 실화는, 삶을 대하는 우리의 시야를 한층 더 넓혀준다. 죽음이라는 절대적인 한계 직전에서 그가 던진 남은 시간을 어떻게 영원처럼 사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매일 똑같이 흘러가는 일상을 완전히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인생을 큰 스트레스 없이 살아가는 이들에게, 순간의 밀도를 높이는 것. 흘러가는 시간을 그저 흘려보내지 않고, 지금 마주한 풍경과 대화, 사소한 감정들에 온전히 몰입할 때 영원이라는 가치가 그 순간에 담기게 된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다 보면 타인의 시선에 갇히거나 스스로 만들어낸 기준에 얽매여 마음이 무거워질 때가 있다. 저자는 이를 '병든 가면'이라 부르며, 진정한 자유를 위해서는 나를 억누르는 인정 욕구로부터의 가면을 벗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내 감정을 억지로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것, 그것이 책이 말하는 진짜 정면 돌파의 의미다. 무언가를 극복하기 위해 격렬하게 투쟁하는 것만이 정면 돌파는 아니다. 나에게 찾아오는 슬픔이나 기쁨, 실패와 성공을 모두 삶의 자연스러운 조각들로 태연하게 받아들이는 태도야 말로 스트레스 없이 인생을 이토록 다채롭게 즐기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이다.

때로는 세상의 흐름이 거칠어 보여 희망이 사치일 때 우리는 무엇으로 버티는가라는 고독한 질문이 마음 한구석을 스칠 때도 있다. 그러나 책을 덮으며 깨닫는 것은, 거창한 희망이나 대단한 구원이 없어도 우리는 이미 충분히 단단하다는 사실이다. 거창한 낙관에 기대지 않고, 그저 오늘 하루의 소박한 약속을 지키며 나의 자리를 지키는 실존적 버팀은 인생을 무겁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내면의 단단한 중심을 잡아주어, 외부의 어떤 바람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평온함을 선물한다.

이 책은 고통을 찬양하거나 불행을 이겨내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진짜 삶이 시작된다는 대문호의 오랜 독백을 통해, 우리에게 닥치는 모든 상황을 피하지 않고 담담하게 마주할 수 있는 마음에 자리를 내어줄 뿐이다. 인생이라는 파도를 원망하기보다 그 파도를 타며 유유히 나아가는 법을 아는 사람에게, 이 책은 삶의 매 순간을 더욱 밀도 높고 아름답게 누릴 수 있도록 돕는 다정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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