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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제로데시벨 - The Last Zero Decibel
최설도 지음 / 잉크한방울 / 2026년 5월
평점 :
<마지막 제로데시벨>은 250mm라는 바닥 두께를 사이에 둔 서울 광진구의 한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숨 막히는 심리전을 감각적으로 담아낸다. 타인의 사생활을 도청하는 은밀하고도 뒤틀린 취미를
가진 408호의 사운드 엔지니어 이준태와, 그의 아래층 308호에 새로 이사 온 정체불명의 남자 박재현이라는 두 개의 중심축의 이야기는 강렬하게 전개된다. 천장과 바닥을 공유하는 이 기묘한 이웃 관계는, 어느 날 밤 준태의
고성능 청진기 너머로 잔혹한 살인의 징후를 담은 비명과 기괴한 소음이 들리면서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이 소설이 보여주는 스릴의 본질은 잔혹한 범죄 묘사보다, 인물의 숨 막히는 심리전과 도덕적 갈등에 있다. 이러한 감각적인
연출은 소리를 통해 범죄를 추적하던 드라마<보이스>의
장르적 쾌감과 매우 닮아 있다. 드라마 <보이스>에서 주인공들이 미세한 소리를 추적해 피해자를 구출하는 '정의의
무기'로 소리를 사용했다면, <마지막 제로데시벨>은 그 구조를 완벽히 뒤집는다. 이 작품에서 소리는 범죄를 해결하는
열쇠가 아니라, 주인공을 옭아매고 파멸시키는 '공포의 덫'이자 역방향의 칼날로 작용한다.
작가는 범죄를 ‘들었으나’ 자신의 불법 도청 사실이 탄로 날까 봐 침묵할 수밖에 없는 준태의 심리적 딜레마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정의의 편에서 소리를 쫓던 <보이스>의 영웅들과 달리, 준태는 생존의 기로에서 망설인다 아랫집 남자
재현에게 약점을 잡힌다. 재현은 준태의 도청을 이미 간파한 채 역으로 이용해 그를 공범의 덫에 완벽히
가두고, 조작된 소리를 흘려보내는 청각적 가스라이팅으로 준태를 꼭두각시처럼 지배한다. 찰나의 침묵이 준태를 목격자에서 공범으로 타락시키는 과정은 드라마 속 빌런들이 선사했던 정신적 압박 그 이상을
경험하게 한다. ‘소리를 숨기려는 자’와 ‘소리를 들으려는 자’의 대립은 그 자체로 거대한 심리적 감옥을 형성하고, 그 안에 무한한 공포의 상상을 불어넣는다.
아파트라는 일상적 공간을 너머 인천 북항 8부두라는 거대하고 열린 공간으로 이야기의 무대가 확장되고, 스케일도
커진다. 준태가 ‘소리의 감옥’에 갇혀 완전히 무너져 내릴 때, 인천 북항의 컨테이너 408호라는 최후의 전장으로 인물들을 몰고 간다. 공간의 강력한 대칭성, 소리로 타인의 사생활을 지배하던 '능동적 관음'의 장소인 아파트 408호는, 완전한
침묵의 물리적 감옥인 컨테이너 408호로 완벽하게 치환된다. 두
공간은 주인공 준태가 자신이 만든 소리의 감옥에 갇혀 파국을 맞이하게 된다는 작가의 치밀한 복선이자 인과응보의 상징이다. 공간의 확장은 곧 인물들의 숨겨진 욕망과 파멸의 확장이기도 하다., 한
번 잡으면 결코 놓을 수 없는 강렬한 마스터피스다.
제로 데시벨의 공포? 소리의
상상력?
이 리뷰는 몽실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