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지만 로망 찾아 떠납니다 - 좋아하는 일들로 나를 채운 나트랑 한 달 살기
김세현(클로드) 지음 / 책과나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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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머릿속은 '해야 할 일'들로 가득 찬다. 그 안에 오로지 나를 위한 일을 몇 가지가 있을까? 사회적인 관계 속에 살기 때문에 없다.’고 볼수 도 있다. 세 아들의 지치지 않는 에너지를 감당하느라 온몸의 진이 빠지고, 직장에서는 팀장으로 가정에선 가장의 무게를 짊어진 채 숨 가쁘게 달려야 하는 일상이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내 이름 석 자 대신삼형제 아빠로만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어깨로 느껴지는 책임감이라는 무게, 번아웃의 문턱 어디쯤 에서 숨을 헐떡이던 내게 <엄마지만 로망 찾아 떠납니다>는 완전히 꺼진 줄 알았던 나의 꿈을 다시 들여다보게 하고, 또 다시 타오르게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주었다. 또 저자의 경험과 경험을 통한 변화에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육아와 일에 치여 공황장애라는 마음의 병을 얻었던 저자가 베트남 나트랑으로 떠나며 시작되는 워킹맘의 번아웃 극복기, 자기 구제이야기 이다. 아이의 영어 캠프를 계기로 나트랑 한달 살기를 감행하며, 하루 하루를 무겁게 짓누르고 지치게 만든 의무 방어로서의 삶을 벗어난다. 요가, 산책, 카페 투어 같은 소소한 나만의 위시리스트로 채워 나간다.(to do listwish list)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거실에서 홀로 나트랑의 푸른 바다를 걷는 저자의 발걸음을 쫓았다. 부러움과 함께 한숨이 새어 나왔다.

해야 할 일로만 가득 찬 삶에서, 하고 싶은 일로 하루를 채우는 연습을 시작했다.’ 이 말을 읽는 순간, 나의 공허함의 원인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 역시 삼형제를 위해, 가정을 위해 완벽한 아빠가 되려고 발버둥 치며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완전히 잊고 살았다. 엄마라는 이름 뒤에 숨겨두었던 로망을 꺼내 든 저자처럼, 나 역시 아빠라는 역할 뒤에 갇힌 나의 로망을 꺼낸다.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list를 만들고 행동하는 나를 다시 마주하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나 자신을 돌보는 시간이 결코 이기적인 현실 도피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한다. 가족을 위해 나 홀로를 지우고 나를 후순위로 미루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믿었던 나의 고정관념을 부셔버렸다. 내 마음의 창고가 텅 비고 여유가 없는데 어떻게 아이들에게 진정한 사랑을 줄 수 있을까. 나를 돌보는 시간은 가족을 더 많이 깊이 사랑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충전 시간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타인을 사랑할 수 있다.

삶을 바라보는 시선의 전환과 용기를 얻었다. 당장 나트랑으로 한 달 살기를 떠날 수는 없다. ‘삶을 바꾸는 것은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내게 좋아하는 일을 기꺼이 허락하는 마음이다.’ 현실 속에서 작은 로망들을 허락하는 법을 배웠고 하나씩 해보려고 한다.(wish list 작성부터)

삼형제와 함께 또는 나 홀로 한 달 동안 낯선 곳에서 살아보는 꿈을 꾼다. ‘아빠지만 로망 찾아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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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발자국이 누군가의 이정표가 되리니 - 상하이와 하얼빈, 독립의 길 위에서 아이들을 지킨 교사들
전은경 외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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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이의 숨소리가 고르게 울려 퍼지는 깊은 밤, <나의 발자국이 누군가의 이정표가 되리니>를 읽는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상하이에서 하얼빈으로 이어지는 독립운동의 길을 따라 걸은 여덟 명의 보건교사들의 기록이다.

어느덧 장난꾸러기 삼형제의 아빠가 되고 보니, 책장을 넘기는 내내 기행문 속 학생들의 모습에 내 아이들의 얼굴이 끊임없이 겹쳐 보였다. 특히 최근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심화과정에 도전하겠다며 두꺼운 기본서를 넘기던 중2 둘째 녀석의 진지한 눈빛이 스쳐 지나갔다. 시험 합격을 넘어, 녀석이 마주하고 있을 역사의 무게가 생생하게 다가왔고, 삼형제의 아빠로서 거대한 감사함과 책임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거리를 마음껏 뛰놀고, 제 이름으로 당당하게 꿈을 꾸며, 자주 국가의 국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이 평범한 일상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다. 100년 전, 차가운 타국의 바람 속에서 오직 조국의 독립운동을 위해 자신의 청춘과 목숨을 내던지고 희생하신 선열들이 계셨기에 가능한 선물이다.

단순히 과거의 흔적을 좇는 여행에 머물지 않는다. 상하이 임시정부의 비좁은 계단을 오르고 하얼빈의 매서운 추위를 견디는 여정 속에서, 교사들은 한 손에는 응급 약품을 들고 끊임없이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살핀다. 이처럼 역사를 배우는 일과 사람을 돌보는 일의 융합이라는 핵심 문장은 내게 큰 울림을 주었다. 사춘기를 지나며 부쩍 자아가 강해진 중2 아들에게, 그리고 인생의 큰 시험을 앞둔 고1 큰애와 한창 자라나는 초5 막내에게 역사를 가르친다는 것은 시험 문제나 연도를 외우게 하는 것이 아니다. 그 속에 담긴 뜨거운 인류애와 생명의 가치를 전하는 일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행한 세심한 돌봄과 아이들과의 동행은 거친 세상이라는 무대로 나아가는 아이들의 든든한 방패막이가 되어주고자 하는 나의 마음과 본질적으로 맞닿아 있었다.

집에 돌아와 곤히 잠든 삼형제의 머리를 차례로 쓸어 넘겨본다. 1, 2, 5라는 각기 다른 시절을 지나고 있는 세 녀석은 앞으로도 저마다의 속도로 자라날 것이다. 세상은 끊임없는 경쟁과 합격이라는 기준으로 아이들을 다그치겠지만, 나는 이 책의 고백처럼 우리 아이들이 속도에 매몰되지 않고 방향을 제시해 주는 역할을 하는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소망한다. 한능검 심화 시험을 준비하는 둘째에게도 단순히 급수를 따는 결과보다, 독립운동의 길을 따라 걷는 것 같이 기억하고 가슴에 새기는 진짜 역사 공부를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오늘 내가 남긴 발자취가 훗날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니.’ 백범 김구 선생이 좌우명으로 삼았던 서산대사의 문장처럼, 이제 아빠인 내가 먼저 올바른 길을 걸어가겠다는 준엄한 다짐을 품는다. 발자국이 이정표가 된다는 것은, 결국 내 삶의 모든 궤적이 아이들이 평생 바라볼 나침반이 된다는 뜻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말보다 뒷모습을 보고 자라기에, 말로만 바르게 살라 다그치는 아빠가 아니라, 눈 덮인 거친 길을 묵묵히 먼저 걸어가며 발자국을 남겨 세 아들에게 '이 길로 오면 안전하다'고 몸소 삶으로 증명하는 아빠가 되고 싶다. 훗날 세 아들이 삶의 갈림길에서 방황할 때, 아빠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바르게 걸어왔던 그 발자국들이 따뜻한 이정표가 되어줄 수 있도록 말이다.

아이들에게 이 땅을 지켜준 선열들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않도록 잘 가르치는 것, 그리고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어 당당하게 걸어가도록 격려하는 것. 그것이 이 책이 삼형제 아빠인 나에게 남겨준 소중한 숙제이자 이정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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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동안 조금씩 어른이 되었다
라비니야 지음 / 모티브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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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싶지만 첫 문장 앞에서 늘 머뭇거리는 1인의 시선으로, <쓰는 동안 조금씩 어른이 되었다>를 펼쳐 읽었다. 언제부터인가 내 마음속에는 말로 다 뱉지 못한 감정과 상처들이 부유하고 있었다. 애써 모른 척 묻어두었던 슬픔과 외면하고 싶었던 기억들이 일상의 틈새마다 불쑥 튀어나와 나를 흔들곤 했다. 이 뒤엉킨 마음을 어떻게든 정리하고 싶어서, 나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어서 늘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을 품고 있었지만, 혼자만의 글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누가 읽어도 거창하고 완벽한 문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번번이 첫 발을 떼지 못했다.

‘글쓰기의 완벽함보다는 꾸준한 태도가 중요하며, 삶을 기록하는 것이 곧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문장은 마치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저 지금의 서툰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응원한다.

내가 왜 그토록 글을 쓰는 이유를 찾아 헤맸는지 알게 되었다. 나에게 글쓰기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내면의 아픔을 달래는 자기치유의 과정이고, 스쳐 지나가는 매일의 흔적을 붙잡아두는 기록이다. 머릿속에만 머무는 추상적인 불안과 분노를 하얀 종이 위에 솔직한 고백으로 꺼내놓는 것만으로도, 감정의 시각화를 통해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이성적인 힘이 생긴다. 결국 내가 글을 쓰고 싶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나만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무너진 삶의 중심을 스스로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함이다.

저자가 끊임없이 글쓰기를 권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일상의 틈새에서 적어 내려가는 한 줄의 문장은 단순한 글자가 아니다. 그것은 마음속 깊은 곳에 짐처럼 쌓여 있던 부정적인 감정들을 나를 성장시키는 밑거름으로 변화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다. 글을 쓰는 동안 우리는 과거의 상실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용기를 얻게 된다. 거창한 문학적 재능이나 기술이 없어도 괜찮다. 매일 조금씩 나의 언어를 성실하게 쌓아가는 태도, 그 완벽보다 꾸준함이 우리를 어른으로 성장시킨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꺼내 쓰기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안의 생각 주머니, 이야기 주머니가 바닥을 드러내는 메마름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읽기가 중요하다. 타인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타인의 시선과 지혜를 내 안으로 채워 넣는 과정이다. 좋은 글을 읽으며 내 생각의 지평을 넓히고 마음의 근육을 키워 내 글도 더 깊고 풍성해질 수 있다. 읽기는 쓰기를 위한 화수분이다.

내면을 채우는 읽기를 바탕으로, 꾸준히 오래 쓰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거창한 목표 대신 '매일 같은 시간, 책상 앞에 앉아 딱 세 줄만 적기'처럼 아주 작은 루틴부터 시작할 것이다. 글이 잘 써지는 날이든, 한 글자도 나아가지 않는 날이든 상관없이 그저 쓰는 행위 자체를 일상의 당연한 습관으로 만드는 것. 문장의 완성도에 연연하며 스스로를 검열하기보다, 서투른 문장마저도 내 성장의 기록으로 너그럽게 안아주는 것. 그것이 지치지 않고 오래도록 나만의 글 길을 걸어갈 수 있는 유일한 비밀임을 깨달았다.

나는 더 이상 글로 채워질 빈 공간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글쓰기는 나를 증명하는 과정이 아니라 나를 다독이는 가장 따뜻한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첫 문장이 투박하고 서툴지라도, 내 안을 책으로 채우고 그것을 다시 나만의 문장으로 온전히 기록하는 용기를 내본다. 매일 읽고 나의 삶을 기록해 나갈 때, 나 역시 쓰는 동안 조금씩 진짜 어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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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가만히 앉아서 죽기만을 기다리겠는가 - 고전부적
이방원 지음 / 흑막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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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회사 로비에 들어설 때마다 나는 보이지 않는 '좋은 사람의 가면'을 고쳐 쓴다. 상사의 무리한 부탁에는 거절 대신 어색한 미소를 짓고, 동료의 무책임한 업무 떠넘기기 앞에서도 평판이 두려워 군말 없이 업무를 인수한다. 갈등을 피하기 위해 선택한 타협과 명분은 늘 그럴듯해 보였지만, 퇴근길 지친 내 모습은 그저 남의 일에 시간을 바치며 서서히 마모되어 가는 '조직의 구성원'일 뿐이었다. [1]

<고전부적 : 어찌 가만히 앉아서 죽기만을 기다리겠는가>는 내 화두인 가면에 균열을 내기에 충분했다. 이 책은 고려말 조선초의 거대한 혼란 속에서 가만히 앉아 운명에 순응하기보다, 스스로 판을 설계하고 과감히 움직여 시대를 뒤흔든 태종 이방원의 삶과 철학을 담고 있다.

그가 변방의 거친 무인 가문 출신이었음에도, 집안의 한계를 깨부수고 스스로 학문에 매진하여 형제 중 유일하게 문과 급제를 달성했다는 사실이다. 칼만 휘두를 줄 알았던 거친 가문에서 홀로 붓을 쥐고 중앙 조정의 판도를 읽어내며 철저하게 실력을 증명해 낸 그의 과거 급제 사건은, 조직의 환경이나 핑계 뒤에 숨어 성장의 기회를 포기하던 내 안일함을 거세게 흔들었다. 이방원은 단순히 칼을 잘 쓰는 혁명가가 아니라, 시대가 요구하는 생존 지형을 완벽히 파악하고 주도권을 쥔 인물이었던 것이다.

송곳 같은 문장을 말한다. ‘칼은 휘두를 때만 칼이다. 휘두르지 않는 칼은 그저 쇠붙이일 뿐이다.’ 그동안 내가 조직에서 웅크리고 있던 이유는 착해서가 아니라, 행동하지 않는 나약함을 숨기기 위한 핑계였음을 뼈아프게 깨닫는다. 직장에서 좋은 사람이라는 평판을 얻기 위해 전전긍긍하던 태도는 명분이라는 껍데기에 갇혀 정작 내 안의 칼을 쇠붙이로 썩히고 있던 것과 다름없었다.

이방원의 행적을 관통하는 핵심은 명분보다 철저한 실행과 실리였다. 그는 정몽주 제거와 왕자의 난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결코 망설이지 않았다. 만약 그가 세상의 비난이 두려워 타협하거나 착한 군자로 남으려 했다면 조선의 기틀을 세운 과감한 결단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철저한 현실주의자인 그의 행보는 내게 진짜 리더십이란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순간에 과감히 움직여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힘이라는 것을 가르쳐 준다.

이제 나는 이 지독한 좋은 사람의 가면을 벗고자 한다. 착한 구성원으로 타인에게 끌려다니는 것을 그만두고 내 삶의 주도권을 쥐기로 결심했다. 무인 가문의 이방원이 스스로 붓을 들어 관습을 깨고 길을 열었듯, 나 역시 부당한 요구에는 단호히 거절의 칼을 휘두르고 회사에서 진짜 내 커리어를 쌓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설 것이다. 위기의 순간에 핑계를 대며 도망치지 않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스스로 판을 짜고 바꾸는 주도적인 삶을 되찾아 다시 시작하려 한다.

군주의 일대기를 해설하는 영웅담에 머무르지 않고, 거대한 조직 속에서 맹목적으로 살며 진짜 나를 잃어버린 직장인들에게 던지는 경고이다. 착한 직장인이라는 허영과 가면을 벗어 던지고, 주도권을 쥔 단단한 내면을 만들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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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신 신 게임
마야 유타카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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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 유타카의 <안녕 신>은 시작과 동시에 범인의 정체를 폭로하는 완벽한 ‘역추리물’의 형식을 취한다. 단서들을 모아 범인을 좁혀가는 일반적인 추리 소설 구조와 달리, 이 작품은 ‘스즈키가(신) 지목한 인물이 무조건 범인’이라는 절대적 명제를 바닥에 깔고 시작한다. 이 정답에서부 역방향으로 단서를 짜 맞추고 알리바이를 깨부수는 역추리 구조는 독자에게 기존 장르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신선하고 강력한 논리적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특히 이 작품은 일본 추리 소설을 처음 접하는 초심자인 나에게 역추리 장르 특유의 쾌감을 가장 짜릿하게 느낀 첫 소설이다. 범인을 미리 알고 시작하기 때문에 추리 소설이 낯선 독자도 용의자들의 거짓말에 휘둘리거나 길을 잃지 않고 서사의 흐름을 완벽하게 따라갈 수 있다. 순수하고 호기심 많은 '소년탐정단(구온초 탐정단)' 아이들이 발로 뛰며 범인의 완벽한 알리바이와 속임수를 하나씩 벗겨내는 과정은 빠르게 전개되며, '추리 소설의 전개도 이렇게 뒤집을 수 있구나' 하는 감탄과 함께 흥미진진하게 몰입할 수 있었다.
 '과연 스즈키가 지목한 신탁이 진짜 진실인가, 그가 정말 신이 맞기는 한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지속적을 깔린다. 스즈키의 예언은 언제나 빈틈없이 맞아떨어지지만, 작가는 스즈키가 초자연적인 신인지 혹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천재적 가해자인지 명확한 해답을 주지 않는다. '신이 맞다'는 전제 하에 어떻게든 증거를 수집해 신탁을 증명해 내야 하는 소년 탐정단의 맹목적인 추리 과정은 독자에게 기묘한 불확실성을 던지며 몰입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그러나 이 역추리가 주는 진정한 묘미는 논리적 재미 뒤에 숨겨진 잔혹함에 있다. '신' 스즈키는 범인의 이름만 툭 던져줄 뿐, 범행을 막아주지도 그 이유를 설명해 주지도 않는다. 전지전능하지만 지극히 냉소적인 신탁에 휘둘리는 주체는 역설적이게도 순진무구한 소년탐정단 아이들이다.
'범인들과 소년탐정단의 긴밀한 관계성'은 긴장감과 전율을 불러온다.  스즈키가 신탁으로 지목하는 범인들은 탐정단과 아무 상관 없는 외부인이 아니다. 존경하던 담임 선생님, 매일 웃으며 마주치던 다정한 이웃, 탐정단원의 부모, 심지어 탐정단 내부의 멤버가 직접 범인으로 지목되고 폭로된다.
이 때문에 아이들은 매 사건마다 지독한 도덕적 딜레마와 심리적 갈등에 직면한다. "우리 엄마가?", "내 친구가 그럴 리 없어"라는 믿음이 처참히 조각나는 순간, 아이들은 가혹한 선택의 기로에 선다. '스즈키의 말이 틀렸기를' 바라는 마음과 '신탁의 증거를 찾아내야 한다'는 탐정단으로서의 의무감이 정면으로  충돌한다. 가장 가까운 지인의 범죄를 내 손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고통스러운 고민은 소년탐정단을 정신적으로 소진시키며 내부에 갈등을 불러온다.  결국 이들의 역추리는 단순한 진실 찾기가 아니라, 자신의 소중한 세계와 인간관계를 자기 손으로 파괴하고 유대를 해체하는 비극적이 된다.
옴니버스 형식의 촘촘한 이야기의 그물 속에 인간의 악마적 속성과 이기심을 정교하게 녹여낸다. 소년탐정단의 역추리가 마침내 종착지에 도달해 가장 가까운 이들의 범행 수법을 증명해 내는 순간, 독자가 마주하는 것은 통쾌함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두려움과 관계의 처참한 붕괴감이다. 
오랫동안 가시지 않는 불온한 여운과 서늘한 뒷맛, 지적 유희는 작가와 장르에 빠져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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