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발자국이 누군가의 이정표가 되리니 - 상하이와 하얼빈, 독립의 길 위에서 아이들을 지킨 교사들
전은경 외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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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이의 숨소리가 고르게 울려 퍼지는 깊은 밤, <나의 발자국이 누군가의 이정표가 되리니>를 읽는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상하이에서 하얼빈으로 이어지는 독립운동의 길을 따라 걸은 여덟 명의 보건교사들의 기록이다.

어느덧 장난꾸러기 삼형제의 아빠가 되고 보니, 책장을 넘기는 내내 기행문 속 학생들의 모습에 내 아이들의 얼굴이 끊임없이 겹쳐 보였다. 특히 최근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심화과정에 도전하겠다며 두꺼운 기본서를 넘기던 중2 둘째 녀석의 진지한 눈빛이 스쳐 지나갔다. 시험 합격을 넘어, 녀석이 마주하고 있을 역사의 무게가 생생하게 다가왔고, 삼형제의 아빠로서 거대한 감사함과 책임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거리를 마음껏 뛰놀고, 제 이름으로 당당하게 꿈을 꾸며, 자주 국가의 국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이 평범한 일상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다. 100년 전, 차가운 타국의 바람 속에서 오직 조국의 독립운동을 위해 자신의 청춘과 목숨을 내던지고 희생하신 선열들이 계셨기에 가능한 선물이다.

단순히 과거의 흔적을 좇는 여행에 머물지 않는다. 상하이 임시정부의 비좁은 계단을 오르고 하얼빈의 매서운 추위를 견디는 여정 속에서, 교사들은 한 손에는 응급 약품을 들고 끊임없이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살핀다. 이처럼 역사를 배우는 일과 사람을 돌보는 일의 융합이라는 핵심 문장은 내게 큰 울림을 주었다. 사춘기를 지나며 부쩍 자아가 강해진 중2 아들에게, 그리고 인생의 큰 시험을 앞둔 고1 큰애와 한창 자라나는 초5 막내에게 역사를 가르친다는 것은 시험 문제나 연도를 외우게 하는 것이 아니다. 그 속에 담긴 뜨거운 인류애와 생명의 가치를 전하는 일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행한 세심한 돌봄과 아이들과의 동행은 거친 세상이라는 무대로 나아가는 아이들의 든든한 방패막이가 되어주고자 하는 나의 마음과 본질적으로 맞닿아 있었다.

집에 돌아와 곤히 잠든 삼형제의 머리를 차례로 쓸어 넘겨본다. 1, 2, 5라는 각기 다른 시절을 지나고 있는 세 녀석은 앞으로도 저마다의 속도로 자라날 것이다. 세상은 끊임없는 경쟁과 합격이라는 기준으로 아이들을 다그치겠지만, 나는 이 책의 고백처럼 우리 아이들이 속도에 매몰되지 않고 방향을 제시해 주는 역할을 하는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소망한다. 한능검 심화 시험을 준비하는 둘째에게도 단순히 급수를 따는 결과보다, 독립운동의 길을 따라 걷는 것 같이 기억하고 가슴에 새기는 진짜 역사 공부를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오늘 내가 남긴 발자취가 훗날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니.’ 백범 김구 선생이 좌우명으로 삼았던 서산대사의 문장처럼, 이제 아빠인 내가 먼저 올바른 길을 걸어가겠다는 준엄한 다짐을 품는다. 발자국이 이정표가 된다는 것은, 결국 내 삶의 모든 궤적이 아이들이 평생 바라볼 나침반이 된다는 뜻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말보다 뒷모습을 보고 자라기에, 말로만 바르게 살라 다그치는 아빠가 아니라, 눈 덮인 거친 길을 묵묵히 먼저 걸어가며 발자국을 남겨 세 아들에게 '이 길로 오면 안전하다'고 몸소 삶으로 증명하는 아빠가 되고 싶다. 훗날 세 아들이 삶의 갈림길에서 방황할 때, 아빠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바르게 걸어왔던 그 발자국들이 따뜻한 이정표가 되어줄 수 있도록 말이다.

아이들에게 이 땅을 지켜준 선열들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않도록 잘 가르치는 것, 그리고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어 당당하게 걸어가도록 격려하는 것. 그것이 이 책이 삼형제 아빠인 나에게 남겨준 소중한 숙제이자 이정표다.

이 리뷰는 리앤프리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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