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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아 부처님께 물었더니 - 번뇌가 사라지는 다정한 불교 수업
마스노 슌묘 지음, 백운숙 옮김 / 21세기북스 / 2026년 6월
평점 :
나이 든 육체보다 더 비대해진 마음의 군살을 발견한다. 젊은 시절처럼 매사 열정적이지도, 그렇다고 모든 것을 초탈할 만큼
연륜이 쌓이지도 않은 50대 중반의 삶. 요즘 부쩍 늘어난
잡념과 알 수 없는 불안, 다가올 미래에 대한 조급함이 불쑥 엄습할 때가 많았다. 신체의 대사증후군처럼 내 마음 역시 과부하가 걸려, 불필요한 생각들을
제때 배출하지 못하고 내 안에 차곡차곡 쌓아 두고 있었던 것이다. 책 <생각이 많아 부처님께 물었더니>는 바로 이러한 ‘마음의 대사증후군’을 앓고 있던 나에게 찾아온 고마운 처방전이었다.
가장 먼저 가슴에 와닿은 단어는
'무심(無心)'이었다. 돌이켜보면 나의 50대는 주변의 시선과 사회적 기준, 그리고 지나온 세월에 대한 후회로 가득 차 있었다. 세상의 소음을
막아내느라 늘 잔뜩 긴장한 채 고통스러워 하는 나에게 진정한 단단함은 이를 악물고 버티는 힘이 아니라, 가치
없는 소음은 한 귀로 흘러 보내고 지금의 나로 돌아오는 여유라고 알려준다. 무심이란 마음을 비워 백치처럼
사는 것이 아니라, 나를 흔드는 외부의 자극에 의연해지는 늠름함이라는 것을 깨우친 순간, 꽉 막혀 있던 가슴이 한결 가벼워졌다.
스님은 불안과 잡념을 치유하는 법이 깊은 산속의 용맹정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일상(日常)'에 있다고 말한다. 아침에
창문을 열고 주변을 청소하는 작은 일상에 길이 있다는 문장을 읽으며 나의 하루를 되돌아보았다.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부터 확인하던 오랜 버릇을 고치기로 마음먹었다. 대신 창문을 활짝 열고 새벽의 차가운
공기를 깊이 들이마셨다.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밥을
먹을 때는 오롯이 음식의 맛에만 집중했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태도야 말로 흩어진 마음의 중심을 단단하게
잡아주는 가장 강력한 수행임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특히 매일 아침 행하는 '청소'의 힘은 큰 가르침을 주었다. 주변을 깨끗이 정리하는 물리적인 행동이
곧 엉키고 혼란스러운 내면의 번뇌를 맑게 씻어내는 가장 직관적인 수행법이었다. 집안의 구석진 먼지를
털어내고 쓸고 닦는 행위는, 내 마음속에 굳은살처럼 박여 있던 질투와 원망, 조급함의 먼지를 털어내는 과정과 닮아 있었다. 청소를 마친 뒤 개운해진
거실을 바라볼 때 느꼈던 평온함은 다름 아닌 내 마음이 맑아졌다는 증거였다.
몸의 자세가 곧 마음의 자세라는 조언을 따라 굽어 있던 허리를 꼿꼿이
펴보았다. 몸을 바로 세우니 웅크려 들었던 마음에도 신기하게 긍정적인 기운이 차올랐다. 자신이 타인에게 베푼 선행은 흐르는 물에 새기듯 금방 잊어버리라는 말씀 앞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서운함이 많아지던 내 좁은 소견이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어떤 날이든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의 마음으로 마주하면 나는 꽃을 온전히 피워낼 수 있다’는 따뜻한 위로는 삶의 역경 속에서도 언제든 ‘지금 이 순간’이라는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단단한 복원력을 선물해 주었다. 생각이
많아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다면, 마음의 군살로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면 가만히 주변의 먼지부터
털어내 보기를 권한다. 비로소 번뇌에 끌려 다니지 않고 내 삶을 온전히 살아갈 용기가 생길 것이다.
이 리뷰는 리앤프리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