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양자역학과 동양철학 그리고 인간
김환규 지음 / 하움출판사 / 2026년 5월
평점 :
현대 과학과 고전 철학의 원리를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낸 '인문
교양서'
양자역학과 동양철학, 듣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고 나와는 상관없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단어들이었다. 50대에 접어들며
인생의 무게와 인간관계의 복잡함 속에서 길을 잃을 때가 많았지만, 과학과 철학 책은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양자역학과 동양철학 그리고 인간>은
첨단 과학과 고대 철학의 만남이라는 생소한 조합을 통해, 오히려 내 삶을 차분히 되돌아보게 만드는 뜻밖의
스승이 되어주었다.
책은 양자역학, 동양철학, 인간의 관계를 한데 묶어, 우리가 살아갈 올바른 길을 제시하는 하나의
아름다운 삼각관계로 풀어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 세계를 다루는 최신 과학과 수천 년을 이어온 동양의
오랜 지혜가 만나, 궁극적으로 '인간이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거대한 질문에 답하는 구조다.
이 삼각관계를 이어주는 첫 번째 축은 상관론이다. 그동안 나는 세상을 내가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는 단순한 인과 관계로만 바라보며 살아왔다. 하지만 양자역학이 밝혀낸 미시 세계의 원리는 우주의 모든 요소가 독립되지 않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양자역학의 상관론적 사유는 만물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보는 동양철학의
세계관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핵심 문장을 읽을 때 비로소 가슴이 탁 트였다. 내가 겪어온 삶의 수많은 희로애락이 결코 나 혼자만의 원인으로 일어난 외로운 사건들이 아니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물리학 용어인 양자 얽힘이라는 개념 역시 내 낡은 인간관계를 흔들어
깨웠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빛보다 빠르게 서로 소통하는 입자들의 이야기는, 서먹해진 자식이나 소원해진 친구의 얼굴을 떠올리게 했다. 문득 "멀리 떨어진 입자들이 소통하는 양자 얽힘 현상은 내가 존재하기 위해 언제나 타인이 필요한 대대법적(待對法的) 원리를 증명한다."는
구절이 마음에 깊이 번졌다. 젊은 날에는 내가 잘나서 혼자 서 있는 줄 알았는데, 돌이켜보니 주변의 수많은 '너'가
있었기에 지금의 '나'가 존재할 수 있었다는 당연한 진리를
뒤늦게 과학의 언어로 배운 셈이다.
결국 과학과 철학이 인간을 향해 뻗어 나가 완성되는 이 삼각관계의
종착지는 타인, 그리고 사회와 끈끈하게 결속하는 연대(連帶)이자, 나아가 지구적 인간으로의 성장이다. 나이가 들수록 내 가족, 내 재산이라는 좁은 울타리에 갇히기 쉬운데, 저자는 우리가 홀로 분리된 존재가 아님을 깨닫고 이웃과 환경 전체로 책임을 나누며 상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독립적인 '존재론적 나'에서
벗어나 타인과 환경에 공존하는 '지구적 인간'으로 확장할
때 사회적 분열과 번민을 치유할 수 있다."는 문장은 나의 이기심과 편협함을 되돌아보게 만들며, 진정한 연대의 가치를 가슴에 새겨주었다.
양자역학의 복잡한 수식은 전혀 모르고 주역이나 장자의 깊은 뜻은
다 이해하지 못해도 좋았다. 빽빽한 이론 대신 양자역학이 증명하고 동양철학이 설명하는 우주의 진리를
통해 상처받은 인간관계를 회복하고 세상과 연대하는 따뜻한 인생 지침을 얻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며
마음이 조급해지거나 세상의 불협화음에 지친 동년배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과학과 철학, 그리고 인간이 맺고 있는 경이로운 연결고리 앞에서 내 마음의 번민도 한결 가벼워지는 위로를 경험할 것이다.
이 리뷰는 리앤프리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