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한 무녀
박해로 지음 / 북오션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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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해로님은 한국 특유의 무속신앙 전통에 이색적인 상상력을 덧붙인 스타일리시한 소설을 연이어 선보이는 중이다. 첫 번째 무속 공포소설인 『살煞: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의 성공 이후 전작을 뛰어넘을 야심으로 두 번째 장편 『신을 받으라』를 완성했다. 『살-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 『신을 받으라』, 『올빼미 눈의 여자』, 『섭주』 등의 무속 호러 소설과 『전율의 환각』으로 시작되는 귀경잡록 시리즈로 그는 자신만의 공간을 계속 넓혀가는 중이다. 작품 배경은 언제나 ‘섭주’로 설정하는 그는 고집스럽게 자기 스타일에 충실한 작가이기도 하다.

 

오컬트라는 장르의 소설은 처음(?) 읽는다. 오컬트는 신비주의적이고 초상적인 현상에 대한 탐구를 하는 형이상학적인 과학이라 할 수 있다. 어둡고 끈적거리게 소름끼치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새로운 경험으로 약간의 거부감이 들 정도로 어색했지만 민규와 같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게 된다. 어느 순간엔 깊이 빠져들어 동화(同化)되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산불 속에서 몸이 타 죽음을 맞이하고 재림이라는 글자를 보게 되는 악몽을 계속 꾸는 민규. 요상한 귀신이야기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섭주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이야기. 코어힐 604호를 둘러싼 소음으로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민규는 정신과 상담도 받지만 나아지지 않는다. 동신 아파트 101101(구석지고 외진 곳)으로 이사한다. 2층엔 용하다는 무녀가 살고, 장군이 나타나고 닭피를 뿌리는 무녀, 창으로 흘러내리는 피 등을 보는 민규. 불속에 타죽고 재림이라는 글자를 보는 악몽을 꾸던 민규는 이사 후 또 다른 악몽을 꾼다. 문제를 도망치듯 피한 민규가 문제의 원인이다?

 

그의 집 왼쪽에 603호 오른쪽에 605호가 있었고, 위에 704호 아래에 504호가 있었다. 이들 네 가구는 민규가 집에 있을 때면 소음 공격을 가했다. 일반적인 생활 소음이 아니었다. 특정 상대를 공동의 표적으로 삼아 뼛속까지 침투시킨 뒤 사람의 내면을 손상시키는 흉기 같은 소음이었다. 네 집이 동시에 그랬다. 시달림을 참지 못한 민규가 집요하게 확인해 온 사실이었다. 그는 이 집에서 단 한 번도 깊은 잠에 빠져본 적이 없었다. 더 이상 신작 집필도 할 수 없었다. (p21) 이상한 소음으로 시달리는 사람들을 우리 주변에서도 티비 방송을 통해 보게 된다. 소리의 근원을 추적하고정신적인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는데 민규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를 선택했다.

 

경찰이 살던 동신아파트 101101호로 급하게 이사를 한다. 부인의 외도를 소설을 재료로 삼을 수 있는 기회라고 부추기며 가까이서 아내가 웃는 얼굴 인지만 확인해주면 된다는 공인 중계사 성휘작. 2층엔 무녀<천지 선녀>가 산다. 무녀의 주문, 천정의 구멍으로 무녀와 눈이 마주치고 뱀이 덮치는 또다른 악몽을 꾸는 민규. 민규에게만 보이는 장군이 나타난다(?) 신병(神病)??? 민규에게 귀신이 씌었나? 퇴마의식의 전개가 빠르고 리얼한 스토리텔링, 아마 카톨릭의 퇴마 의식과는 다른 사이비(似而非).

 

그 자식이 몸에 물감을 뿌리고 또라이짓으로 자신을 스토킹하는 게 아닐까? 거기서도 충분히 미친 짓을 했으니 사극 배우처럼 분장하고 희한한 짓을 해도 이상할 게 없잖아. (p82) 민규 앞에 나타나는 장군은 실재? 귀신의 현현(顯現). 위노홍 장군이었다(?)

 

신이 관여하는 일은 인과관계로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넌 이미 서약서에 사인했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견뎌!” 천지선녀가 웃어댔다. (p132)

 

이 이야기가 오컬트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된다면? , 악귀, 검은 사제 같은 명작들을 뛰어넘는 작품이 될 거라는 기대를 갖기에 충분하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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