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창문 - 2019 제13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편혜영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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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혜영 × 호텔 창문 19년 전, 사촌 형과 형의 친구들 사이에 끼어 놀러 간 운오는 강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바위를 디딘 덕분에 사람들에게 구출됐다. 정신을 잃었던 운오가 깨어났을 때, 자기가 디딘 건 바위가 아니라 사촌 형이었고, 그 일로 형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때부터 큰어머니는 매년 형의 제사 때가 되면 운오가 받을 때까지 연락을 하고 그가 참석하기 전까지는 제사를 시작하지 않았으며, 일 때문에 바빠 늦게 끝나면 회사 앞까지 찾아오기도 했다. 그런데 사실 사촌 형은 누군가의 돈을 빼앗고 학교에서 퇴학될 뻔하기도 한 개차반이었는데, 죽고 나서야 의로운 사람으로 입에 오르내린다.

 

김금희 × 기괴의 탄생 윤령은 존경하는 선생님이 무용과 대학원생과 바람이 나 이혼을 하고 집을 나와 사신다는 게 영 실망스럽다. 같은 학교의 연극원 교수인 선생님의 배우자와의 모습이 너무 좋아 보였던 탓인지도 모른다. 윤령은 미국에서 살다가 마흔 살이 넘어 회사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리애 씨에게 선생님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김사과 × 예술가와 그의 보헤미안 친구 수영은 대학에서 한비를 처음 만났다. 다른 학생들과 딱히 어울리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혼자는 아니었던 한비와 우연히 하루를 보내게 되면서 수영은 자신이 국문과를 온 이유를 깨닫게 된다. 시인이 되겠다는 결심으로 책을 읽고 시를 쓴 수영은 신인 시인상에 당선되기도 한다. 국문학과의 천재가 나타났다는 유명세도 잠시, 수영의 재능은 아무래도 한비의 곁에 있을 때 잠깐 스쳐간 듯하다.

 

김혜진 × 자정 무렵 "나"는 함께 사는 파트너의 고등학교 동창 유리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파트너와 함께 유리의 사무실 오픈 파티에 가게 됐는데, 마을을 발전시킬 이런저런 목적으로 설립된 컨테이너 사무실에는 마을 사람들 몇 명도 참석했다. 음식을 먹고 가볍게 술을 마시는 자리가 무르익자, 사람들 사이에서는 선을 넘을 듯 말 듯 하는 오지랖이 이어진다.

이주란 × 한 사람을 위한 마음 언니가 세상을 떠난 뒤, 지영은 조카 송이를 키우며 엄마와 살고 있다. 집에서 먼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걸어서 갈 수 있는 서점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월급은 줄었지만, 마음은 훨씬 편하다. 선배의 부모님이 30년 넘게 운영하신 서점이 좋고, 근처 파스타집의 준호 씨는 종종 책을 사러 와서 지영에게 살갑게 대한다.

 

조남주 × 여자아이는 자라서 주하 엄마는 현성 엄마에게서 아이들 학교에서 열릴 학폭위 이야기를 꺼낸다. 은비라는 아이의 다리를 현성이와 다른 남자애가 사진으로 찍었다는 건데, 그 모든 모습을 주하가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현성 엄마는 억울한 자신의 아들을 위해 주하가 증인으로 나서줬으면 한다는 목적을 말했다.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당황스러운 주하 엄마는 일단 딸에게 물어본다며 자리를 피한다.

최은미 × 보내는 이 아파트 꼭대기 층 앞동, 뒷동에 살며 동갑내기 외동딸을 키우고, 심지어는 아이들의 이름도 "윤"자로 끝나서 진아 씨와 가까워졌다. 111년 만의 폭염이 있던 여름, 진아 씨의 집에서 아이들끼리 놀게 하고 "나"는 진아 씨와 맥주를 마시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우연히 맘카페에서 진아 씨가 올린 것 같은 글을 발견한다. 나에게는 전혀 이야기하지 않았던 일들이었다.

 

 

 

문학상 수상 작품집이라 모든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가 있지는 않았다. 그래서인지 각 단편마다 서로 다른 주제와 의미, 그리고 사뭇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야기의 분위기가 가장 좋았던 작품은 이주란 작가의 <한 사람을 위한 마음>이었다. 언니를 잃고 그 딸을 대신 키우며 살아가는 지영의 삶은 많이 외로워 보였다. 연인이었던 사람과 헤어지고 혼자 지내는데, 얼마 전 결혼한 친구 P는 지영에게 결혼을 하라는 말을 했다. 가까웠다고 생각했을 P의 말에서 왠지 모를 거리감이 느껴졌다. 나도 했으니 너도 되는 대로 아무나 만나서 해, 라는 뉘앙스를 느꼈다면 내가 과하게 생각한 건가.

아마 지영은 언니를 잃은 뒤,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심리적 거리감을 어느 정도 벌려놓은 것처럼 보였다. 조카 송이와 엄마 외에는 들어오지 못하게, P도 들어오지 못하게 말이다. 하지만 어느새 지영의 마음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딱히 무언가를 한 건 아니지만 송이가 지영의 곁에 있었기 때문에 조심스레 다가오는 타인에게 마음을 열었던 것 같다.

읽다가 몇 번 피식거리며 웃게 만든 재미있는 부분도 있고, 눈물이 날뻔한 장면도 있어서 좋았다.

 

수상작인 <호텔 창문>은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망나니 사촌 형을 바위인 줄 알고 디뎌 살아난 운오의 죄는 살았다는 것일까. 그렇다면 나쁜 짓을 일삼던 사촌 형은 죽고 나서야 용감하고 정의로운 자가 됐는데, 그따위 포장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죽음이라는 건 때로 사람을 완전히 반대되는 존재로 만들기도 하는 것 같다. 정말 흉악한 범죄자가 아닌 이상 망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며 죽은 사람을 나쁘게 말하지 않는다. 설령 그 사람이 불효자에 양아치였어도 말이다. 다른 소설을 읽을 때 공감됐던 부분이 <호텔 창문>을 읽을 때에도 등장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이게 뭐라 말하기 참 어려운 얘기다.

 

인상적으로 읽은 <딸에 대하여>를 쓴 김혜진 작가의 <자정 무렵>은 이전에 읽은 소설과 비슷한 설정이 있었지만, 결말이나 느낌은 확연히 달랐다. 함께 사는 두 여자와 거의 부부나 마찬가지인 유리 커플을 안주 삼아 조언이라고 늘어놓는 낯선 이들의 오지랖이 굉장히 열받게 만들었다. 여자끼리 사는 게 뭐 어때서, 능력 좋은데 결혼을 안 할 수도 있지, 커플이 결혼을 하든지 말든지. 나이가 많다고, 사회를 더 많이 겪어본 어른이랍시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 그런 말을 늘어놓고 왜 상관을 하는지 당최 모르겠다. 사람들은 누군가를 걱정한다는 말로 포장하면서 실은 그들이 자신보다 나쁜 상황이라는 걸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만 같다.

이런 상황에도 어김없이 차별에 관한 여러 시선이 등장했다. 더욱 화가 나는 건 "나"의 파트너도 거기에 휩쓸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함께 살던 파트너조차 낯설게 느껴지는 상황에서 오는 모욕감, 그것을 당차게 끊어내는 "나"의 결단이 속 시원해서 좋았다.

 

각기 다른 짧은 이야기들 속에서 공통된 점은 타인에 대한 놀랍도록 싸늘한 시선이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물론 친구, 제자, 동료라는 이름의 사람들조차 걱정하는 척 물어뜯는 모습이 옹졸했다. 씁쓸하고 배신감이 느껴지기도 했던 시선과 말이 상처가 됐다. 그래서인지 유독 따뜻하게 끝났던 이주란 작가의 <한 사람을 위한 마음>이 기억에 남는다.

너도 얼른 누구 만나서 결혼해.
P가 말했다.
누구?
내가 되묻자,
그야 나는 모르지.
P가 말했다.
그게 아니고 결혼을 그냥 누구랑 해도 되는 거야? 이주란 <한 사람을 위한 마음> - P142

사람들은 우리 곁에 나란히 서 있다가, 한꺼번에 갑자기 몇 계단 위로 뛰어 올라가서 우두커니 우리를 내려다보고 또 갑자기 우르르 몇 계단 아래로 내려선 다음 멍하니 우리를 올려다본다. 그 바람에 우리가 서 있는 자리는 그들보다 아래였다가, 위였다가, 오르락내리락한다. 이러나저러나 우리와 나란히 서 있는 건 해본 적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고, 할 줄도 모르는 사람들 같다. 김혜진 <자정 무렵>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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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할런 코벤 지음, 이선혜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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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는 운명이라 생각한 연인 나탈리의 결혼식에 참석한다. 그녀는 예전에 만났었던 토드라는 남자와 재회해 결혼을 하기로 결정한 후 제이크에게 그 사실을 통보한 것이었다. 교회에서 결혼한 나탈리는 식이 끝나고 제이크에게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는 약속을 받아내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에게서 멀어졌다.

 

그리고 6년 후.

대학교수로 재직 중인 제이크는 학생들과의 면담을 기다리다가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뜬 부고를 우연히 보게 된다. 제이크가 잊을 수 없는 토드라는 이름과 작게 첨부된 사진 속 얼굴에서 나탈리의 남편이라는 걸 확신하고 장례식에 참석한다. 그러나 토드의 10대 중반 아들이 추도사를 읽고, 나탈리가 아닌 다른 여자가 토드의 아내 자리에 있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한다.

 

 

 

운명적 사랑이 눈앞에서 다른 남자와 결혼한 것을 보고도, 그 후로 6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나탈리를 사랑하는 제이크였다. 6년 동안이나 연락하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있었는데 장례식장에서 이상한 점을 느끼고 나탈리를 찾기 시작했다.

제이크는 그녀와 처음 만났던 예술가 휴양소에서부터 실마리를 찾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곳은 50년 전부터 개인 소유지라고 경찰이 이야기하고, 나탈리를 그에게 소개해 줬던 카페 주인은 제이크를 모르는 척했다. 그리고 나탈리와 토드가 결혼한 교회에서는 두 사람의 결혼 기록이 빠져있었다. 뭔가 수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제이크는 같은 대학 동료 교수이자 전직 FBI였던 산타에게 나탈리를 찾아달라고 부탁했지만, 6년 전부터 그녀의 흔적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증발한 나탈리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은 도무지 없을 것 같았지만, 사망한 토드에게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고 그의 집에서 나탈리의 흔적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 후로는 떨어진 과자 부스러기를 주워 먹듯 조금씩 조금씩 나탈리와 그녀가 사라진 이유에 접근할 수 있었다.

경찰은 물론 FBI 조차 찾을 수 없는 나탈리였기에 뭔가 어마어마한 비밀이 숨어있을 거라 예상할 수 있었다. 게다가 25년 전에 나탈리와 똑같이 사라져버린 그녀의 아버지도 있었기 때문에 제이크는 이상하다는 생각에 주변에서 아무리 그를 말리고, 경찰이 개입되어도 그녀를 찾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그런 와중에 예상치 못한 누군가가 숨긴 놀라운 비밀을 알게 되기도 했다.

 

소설이 내내 제이크의 입장에서만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보니, 답답할 때가 많았다.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 가깝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말 못 할 엄청난 비밀이 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조금 섭섭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일에 목숨이 달려있고 심지어는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큰일이 생길지도 몰랐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런 일은 실제 존재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많지 않겠지만, 미국 작가의 스릴러 소설을 읽다 보면 종종 등장하는 설정이라 익숙했다. 눈치가 빠른 사람이나 해외 소설을 많이 읽는 사람이라면 금방 맞힐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익숙한 설정이 약간 변형되어 있긴 했지만 말이다.

 

결말을 보니 복수가 중요한 키워드였던 것 같다.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과거의 사건과 엮여 대갚음하면서 다른 사건이 일어났다. 아무리 봐도 그 입장에서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나탈리를 향한 제이크의 사랑이 아니었으면 엄청 쓸쓸했을 테지만, 한결같은 사랑이 있었기에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다행인 결말이었다.

"이건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큰일이에요. 당신은 지금 어떤 일에 휘말렸는지 모르고 있어요. 전혀요." -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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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나도 식물이 알고 싶었어 - 정원과 화분을 가꾸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식물 이야기
안드레아스 바를라게 지음, 류동수 옮김 / 애플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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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특성

 

 

쭉정이는 껍질만 있고 속에 알맹이가 들어있지 않은 곡식이나 과일 따위의 열매를 말하는데, 생명력이 강한 씨앗이라고 해도 적절한 환경에서 보관하지 않으면 쭉정이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종자를 보관할 때는 기본적으로 항상 완전 건조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적절한 실내 온도도 필수 조건이다.

 

키가 20미터쯤 되고 수관폭이 12미터쯤 되는 100년 된 나무 한 그루는 맑은 날 하루 동안 수분을 400리터까지 증발시킨다고 한다. 나무가 수분을 증발시키면서 공기를 식혀줄 수 있기 때문에 여름철 숲속이 시원한 거란다. 그리고 미세먼지 때문에 알게 된 사실인데, 공기 정화에도 나무가 큰 효과를 발휘한다. 거의 모든 식물이 곰팡이나 박테리아, 대기 중의 유해 물질을 걸러준다. 그리고 산소도 생산해주기 때문에 사람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기만 하다. 그러니 나무를 쉽게 베지 말았으면 좋겠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는 현존하는 최장수 나무가 5066살이라는 엄청난 사실이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소나무 종류라고 한다. 나무를 잘 보존한 덕분에 아직까지 살아있다는 게 신기하다. 이런 점은 본받아야 한다.

 

빛이 충분한 곳에서 적응해 자란 식물은 잎이 작고, 그늘진 곳에서 적응한 식물은 잎이 크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빛이 부족하니까 되도록 많이 햇볕을 쬐기 위해 큰 잎사귀로 진화하고, 빛이 넉넉한 사막기후의 식물들은 잎이 작아도 괜찮다는 걸 스스로 알았다는 게 귀엽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꽃이 색깔을 바꾸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토양의 수소이온농도(pH) 지수 때문이라고 한다. 토양이 산성이 되면 수국은 푸른빛이 되고, 알칼리성이 되면 분홍색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토양에 따라 꽃 색이 바뀌는 비밀이 여기에 있었구나. 정말 신기한 식물의 세계다.

장미의 경우는 햇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어떤 꽃은 붉은색을 띠다가 푸른빛으로 변하는 까닭은 곤충들의 영향도 있다고 한다.

 

식물에게 말을 걸어주면 더 잘 자랄까, 라는 질문의 대답은 애매하긴 하지만 Yes다. 왜냐하면 사람이 말할 때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이라는 과학적 사실이 그 증거가 될 수도 있다고 한다.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도. 신기해!

 

 

 

 

 

환경이 미치는 영향

 

 

과일나무는 낮 시간 시간의 길이를 계산할 수 있다. 빛의 총량은 특정 단백질을 통해 측정되는데, 이 단백질은 빛이 작용하면 형성되고 어두울 때는 분해된다고 한다. 그래서 양이 충분하면 기온이 따뜻하다고 판단해 꽃을 벌어지게 한단다. 근데 안타깝게도 날씨가 오락가락할 때는 그 기능이 판단 착오를 일으켜 따뜻한 3월에 이르게 꽃을 피웠다고 추워지면 얼어버리기도 한다. 불쌍한 나무는 사람과 비슷하게 날씨를 가늠할 수가 없다.

 

식물은 낮 동안의 시간 변화를 빛 파장의 차이를 감지해 인식한다. 빛의 색깔이라 부르는 색 온도 "켈빈 값(K)"을 각자 알아서 측정해 낮에 활짝 피는 꽃, 오후에 활짝 피는 꽃이 다른 거라고 한다. 똑똑하기까지 하네.

 

 

식물끼리 서로 궁합이 잘 맞는 식물, 아닌 식물이 있다는 게 재미있었다. 텃밭에서 채소를 키우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이다.

 

 

 

 

 

다양한 식물들

 

 

푸른색 꽃이 드문 이유는 가루받이를 해주는 곤충들 때문이다. 사람의 시각과는 다른 곤충의 겹눈이 푸른색을 인식하지 못해 꽃들에게는 없어도 되는 색이라고 한다.

 

꽃에서 향기를 내뿜는 이유는 당연히 곤충을 끌어들이기 위해서고, 이파리에서 향기가 나는 것은 잎을 갉아먹는 벌레들을 내쫓기 위해서다. 그래서 아로마 성분이 있는 잎들, 즉 허브류는 곤충들이 싫어한다고 한다. 특히 라벤더는 곤충들이 싫어해서 옷에 좀이 슬지 않게 하는 데 특효약이란다.

 

 

 

 

 

식물과 정원의 사소한 진실

 

 

새와 동물이 먹지 않는 식물은 사막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개나리, 라일락, 수국 등이 생태적으로 메마른 식물이라서 동물들에게 아무런 의지가 되어주지 못한다고 한다. 사람의 눈에는 예쁘기만 한 꽃들인데 그런 비밀이 숨어 있는 줄은 몰랐다.

 

곰팡이는 기본적으로 죽은 식물체를 덮쳐서 분해하는데, 때로는 살아있는 식물을 덮치기도 한다. 그 이유는 엉뚱한 자리에 엉뚱한 식물이 자라고 있기 때문이란다.

 

 

 

 

 

정원에서 일어나는 일들

 

 

땅속에 사는 곤충들이 일하는 것에 대한 유익함과 정원에 비료를 주는 이유, 땅속에 사는 동물들의 방해 공작 등등 본격적으로 정원 가꾸는 기초에 대해 말하고 있는 챕터였다. 정원이 있는 사람에게 유익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식물을 보살피는 올바른 방법

 

 

커피나 차 찌꺼기는 비료 대신으로 사용해도 좋다. 토양 유기체를 끌어들여 분해 작업에 들어가 영양성분이 땅으로 빠져나오기 때문이다. 이건 아주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실제로 해본 적은 없다. 그리고 곰팡이가 필 수 있으니 적당히 말려서 써야 한다.

 

화분에서 키우기 좋은 식물에 대한 조건이 엄청나게 까다로웠다. 그냥 선인장이나 키우는 게 낫겠다 싶은 느낌이 들 정도. 그만큼 실내나 화분 등의 환경이 식물에게는 좋지 않다는 뜻이 아닌가 싶다.

 

 

 

 

 

초반엔 식물에 대해 말하다가 후반엔 본격적으로 식물 키우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었다. 아쉬운 건 우리나라처럼 아파트, 다세대 거주자보다 마당, 텃밭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독일과 우리나라의 주거 환경에 큰 차이가 있어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저자가 뽑은 82가지 질문 덕분에 식물에 대한 재미있는 사실과 몰랐던 부분에 대해 알게 되어 유익했다.

 

 

 

* 이 리뷰는 애플북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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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 3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55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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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이 러시아 국경의 강을 넘어 군대를 밀고 들어왔다.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1세는 그 소식을 한 달이나 지나서야 알게 됐다. 결국 두 국가 사이에 전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안드레이 볼콘스키는 다시 전쟁터로 향했다. 가족들에게는 모스크바를 떠나라고 연락했는데, 그 사이에 볼콘스키 노공작이 사망해 집안을 책임져야 할 사람은 마리야 공작 영애뿐이었다. 영지의 농부들이 피난을 가는 마리야를 못 가게 막는 사건이 일어났을 때, 마침 근처를 지나던 니콜라이 로스토프가 그녀를 도와주게 된다. 마리야는 그 짧은 사이에 니콜라이에게 호감이 생기고, 니콜라이 역시 마리야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낀다.

 

전쟁이 터지자, 피에르는 경험도 없으면서 무작정 전장으로 향한다. 그 와중에 피에르의 아내 엘렌은 외국의 젊은 왕자와 나이 든 고관과 가까워져 재혼을 하기 위해 피에르에게 이혼을 해줄 것을 요청하는 편지를 빈 집에 보낸다.

 

아나톨 때문에 충격을 받은 나타샤는 병이 들어 쇠약해졌으나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조금씩 기력을 되찾아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프랑스군이 밀려온다는 소식에 로스토프가 사람들도 모스크바에서 떠나려고 준비를 하다가 다친 병사들에게 마차를 내어주게 되고, 그들 중 생명이 위중한 안드레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전쟁과 평화>의 제목에 걸맞게 "전쟁"이 터졌다. 이전까지는 싸우다가 협정을 맺기도 했는데, 나폴레옹이 무작정 밀고 들어왔으니 이건 전쟁 선포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3권에서는 인물들의 변화를 보여주기보다 전쟁에 대한 묘사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래서인지 재미 면에서는 조금 아쉬웠다.

 

전쟁이 난 후에 등장한 캐릭터들은 저마다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마리야는 워낙 베풀기를 좋아했던 성품이라 크게 변했다고 느껴지진 않았고 니콜라이는 많이 등장하지 않아 잘 모르겠다. 그들 외에 안드레이, 피에르, 나타샤는 전쟁으로 인해 조금은 달라졌다.

 

냉소적이었던 안드레이는 또다시 죽음의 위기를 맞이하게 됐다. 무슨 포탄 같은 게 날아왔는지 그는 쓰러져 곧장 야전병원으로 후송되었지만, 생사를 넘나들고 있었다. 이후에 피에르는 안드레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기도 했으니 엄청 위중한 상태였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 안드레이는 삶에 대한 열망과 애정이 피어났다. 가족들에다가 어린 아들, 약혼녀였던 나타샤가 있을 때도 그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던 그가 죽음을 눈앞에 느끼고서야 삶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되었는데, 죽었는지 살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어 걱정했다.

 

딱히 뭔가를 하지 않았던 피에르가 갑자기 참전하겠다고 결심하고 준비를 하기 시작했을 때, 괜찮을까 싶었다. 1권에서부터 피에르가 뚱뚱하다는 묘사가 매번 등장했고, 먹는 거나 술 마시는 걸 좋아하는 캐릭터라 몸을 쓰는 일에는 영 젬병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냥 운동을 시작하는 것도 아니고 전쟁터에 나간다니 더욱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역시나 몸을 쓰기는커녕 기본적인 전술조차 잘 몰라서 이해하도록 주변에서 설명을 해줘야 했다. 하지만 병사들이 좋은 사람들이었는지 귀찮을 수도 있었던 피에르를 재미있어하며 챙겨줬다. 전쟁에 대해 손톱만큼도 모르는데 다치지 않은 게 용했다.

이후 다시 모스크바로 돌아온 피에르는 1권에서는 그렇게 옹호하던 나폴레옹을 암살해야겠다는 사명을 가졌다. 그 후에는 한층 인간적인 면을 보이며 사람을 구하기 위해 용감하게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등의 행동을 했다. 하지만 그 사건 때문에 피에르는 프랑스 군에게 끌려가고 만다.

 

나타샤는 바람둥이에다 거짓말쟁이인 아나톨에게 속을만큼 순진무구한 소녀였는데, 회복을 하고 난 후에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모스크바를 떠나기 위해 짐을 싸던 와중에 다친 병사들이 영지에 들어오자 그들이 쉴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줬고, 아빠가 어렵게 구한 마차 몇 십 대에 실으려고 했던 귀중품보다는 다친 병사들이 마차에 탈 수 있게 짐 따위는 두고 가도 된다며 엄마와 아빠를 설득하는 새로운 면을 보였다. 자기 외면의 아름다움을 알고 자랑스러워하던 철부지 소녀가 내적인 아름다움까지 갖춘 멋진 아가씨로 거듭났다. 피에르만큼이나 놀라운 변화라고 볼 수 있었다.

거기다 안드레이까지 다시 만나게 됐으니 나타샤에게는 좋은 일만 남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타샤를 향한 마음이 깊어진 피에르는 여러 가지로 안 좋은 상황이긴 했지만 말이다.

 

<전쟁과 평화>의 대장정은 이제 한 권만 남겨뒀다.

아나톨은 죽었다고 했는데 정말로 죽었을까 싶다. 나쁜 놈이니 벌을 받아 마땅하지만 그래도 죽는 건 좀 다른 문제니까.

나타샤와 안드레이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혼자 남은 마리야와 많이 등장하지 않은 니콜라이, 보리스 등은 또 어떤 인생을 살게 될지 궁금하다. 무엇보다 프랑스군에게 잡혀간 피에르가 걱정된다.

‘연민, 우리를 사랑하는 형제들에 대한 사랑, 우리를 미워하는 자들에 대한 사랑, 원수에 대한 사랑, 그래, 하느님이 지상에서 전파하신 사랑, 마리야 공작 영애가 내게 가르쳐 준 사랑, 내가 이해하지 못한 사랑이야. 그것이 내가 삶과 이별하기를 아쉬워한 이유였군. 그것이 내가 살아남게 되면 따라야 할 길이었구나.‘ - P502.503

자신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모든 희생을 특별한 매력으로 생각하는지 굳이 이해하려 애쓰지도 않았다. 자신이 무엇을 위해 희생하려 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희생 자체가 새로운 기쁨일 뿐이었다. - P363

"내일 우리 앞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수십억 가지의 온갖 다양한 우연이야. 적이나 우리 가운데 어느 편이 달아나고 또 앞으로 달아날 것인가, 이쪽이 죽을 것인가 저쪽이 죽을 것인가, 우연은 그런 것들로 순식간에 결정될 거야." - P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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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 히비스커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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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의 부유한 가톨릭 가정에서 태어난 캄빌리는 독실한 신자인 아버지의 뜻에 따라 살고 있다. 식전 기도를 20분씩이나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저녁엔 가족 모두 모여 기도를 하며, 일요일에는 성당에 가는 것 또한 그녀에겐 평범한 일상이다. 아버지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 듣기 좋은 말과 하느님을 섬기는 말을 하며, 학교에서도 반드시 1등을 해야 하는 강박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는 여자가 어떻게 남자 옷을 입을 수 있냐는 생각을 가진 아버지로 인해 바지 한 벌 없이 온통 치마만 있다.

그리고 그런 삶을 사는 것은 어머니와 오빠 자자 또한 마찬가지였다. 결혼했을 때부터, 태어났을 때부터 그런 아버지와 살았기 때문에 그들은 그 생활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러다 다른 지역에서 사는 아버지의 동생 이페오마 고모의 집에 며칠간 머물면서 오빠가 완전히 달라졌고, 캄빌리 또한 마음의 변화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한다.

 

 

 

독실한 가톨릭 가정에서 자랐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제약이 있을 테지만, 캄빌리의 일상은 그런 제약을 훨씬 뛰어넘어 여느 10대 소녀와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었다. 아버지 때문에 자유시간, 개인 시간 따위가 전혀 없었다. 아버지가 직접 일과표를 짜서 캄빌리와 자자에게 주고 따르라고 지시했고, 방학 때는 또 다른 일과표를 건네줬다. 심지어는 닷새 동안 고모네 집에 가는데도 꼭 지키라며 수정한 일과표를 줬을 정도니 아버지란 인간이 얼마나 숨 막히게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캄빌리는 그게 억압이라는 걸 깨닫지조차 못하고 있다는 게 충격이었다.

캄빌리는 어렸을 때부터 모든 것을 통제했을 아버지로 인해 떠오르는 대로 말하기보다는 오랫동안 생각하고 말하며 아버지가 듣고 기분이 좋아질 말만 했다. 어머니나 오빠가 한 말을 자신이 했더라면 하는 생각을 할 때도 많았다. 그러나 밖에서나 학교에서,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땐 말을 더듬을까 봐 걱정되어 아예 말을 하지 않기도 했다. 아버지의 억압의 결과가 그런 식으로 캄빌리에게 나타나고 있었다. 자유롭게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조차 몰랐다. 심지어는 이페오마 고모의 딸 아마카가 캄빌리를 보며 일부러 도발하고 비꼬는데도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신문사와 공장을 몇 개 가지고 있을 정도로 부자인 아버지 덕분에 좋은 가톨릭 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아버지란 작자는 그걸 생색내기를 좋아했다. 자신이 어렸을 때는 공부가 하고 싶어도 가난해서 하지를 못했다고 하면서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살면서 공부를 하면 당연히 1등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그런 사고방식은 다른 데에서도 드러났다. 학교나 성당에 기부금을 많이 내고 신부가 그걸 신도들 앞에서 대놓고 말하는 것을 흐뭇해했고, 크리스마스마다 가는 별장에 마을 사람들이 찾아오면 음식을 가져가게 하고 직접 돈을 주기도 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베푸는 모습이 너무 노골적이긴 했지만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거부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하지만 가톨릭 외의 이교도가 관련되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자신의 아버지가 다 쓰러져가는 집에서 가난하게 살고 먹는 것도 영 시원치 않은 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오래전 부족 생활에서부터 시작됐을 전통적인 것을 숭배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캄빌리와 자자에게도 할아버지 집에 가서 15분 이상 머물지 말고, 할아버지가 주는 그 어떤 음료, 음식을 먹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렇게 사는 걸 당연하게 여겼던 캄빌리가 고모의 집에서 고모의 아이들과 어울리며 고모 가족과 가까운 신부님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몸소 체험하면서 달라졌다. 그녀에게도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이후 아버지가 생각보다 더 끔찍한 인간이었다는 걸 알 수 있는 사건이 몇 차례 등장했다. 자식들을 벌주는데 그건 벌이 아닌 고문이었다. 그리고 병원에 실려갈 때까지 맞고 밟히기도 했으며, 어머니는 더 끔찍한 일을 겪었다. 모든 걸 하느님의 이름을 빌려서 하고 있다는 게 어이가 없었다. 아버지란 작자의 하느님은 그에게 그런 권한을 주지도 않았고 줄 수도 없었을 텐데 말이다. 신의 대리인인 양 행동하는 게 너무나 혐오스러웠다.

 

그리고 아버지의 모습은 시대를 특정하지 않은 나이지리아 사회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권을 잡은 독재자가 입맛에 맞지 않는 기사를 쓴 기자를 잡아가고, 폭탄을 소포로 보내고, 교수형에 처한 시신에 산성 용액을 뿌리고 매장했다는 건 실제로 나이지리아에서 일어났던 사건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아버지는 민주주의에 대한 기사를 싣는 기자를 보호해주고 사람들에게 베풀고 후원하는 등 대외적으로는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으나, 가정 내에서는 독재자나 다름없었다. 마치 외국에는 좋은 면을 보여주려고 하면서 내부적으론 곪아서 문드러진 사회의 축소판이라 느껴졌다.

 

이런 사회, 사람의 마지막은 언제나 정해져 있다는 게 당연했지만, 모두에게 좋은 결말은 아니라서 씁쓸하게 만들었다. 선택은 하나뿐이었고 그 방법 외에는 아버지란 사람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게 안타까웠다.

 

그렇게 해서 얻게 된 자유를 아직은 제대로 누리지도 못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조금씩 달라질 것 같다는 점에서 캄빌리와 오빠 자자, 어머니에게도 희망적인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캄빌리의 성장은 주변에서 먼저 시작되어 그녀 스스로 깨달아가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벗어난 이후에도 여전히 정신적인 성장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다른 성장 소설의 주인공들과 달랐다.

하지만 희귀한 보라색 히비스커스 꽃처럼 언젠가는 예쁘고 자유롭게 활짝 피울 인생을 살게 되지 않을까 싶다.

"네가 원하는 건 뭐든 할 수 있어, 캄빌리." - P290

"파파은누쿠는 이교도가 아니야, 캄빌리. 할아버지는 전통주의자란다." 이페오마 고모가 말했다.
나는 고모를 빤히 쳐다봤다. 이교도든 전통주의자든 무슨 상관인가? 파파은누쿠는 가톨릭이 아니었고, 그거면 충분했다. 할아버지는 신자가 아니었다. 할아버지는 영원한 지옥 불에서 고통받지 않도록 개종하라고 우리가 기도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 P107

"고학력자들,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떠나. 약자들을 남겨 두고 가지. 독재자들은 계속 군림해. 약자들이 저항하지 못하니까. 너는 이게 순환 고리란 걸 모르니? 대체 누가 이 고리를 끊겠어?" - P296

지금 내게 오빠의 반항은 이페오마 고모의 실험적인 보라색 히비스커스처럼 느껴졌다. 희귀하고 향기로우며 자유라는 함의를 품은. 쿠데타 이후에 정부 광장에서 녹색 잎을 흔들던 군중이 외친 것과는 다른 종류의 자유. 원하는 것이 될, 원하는 것을 할 자유.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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