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3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55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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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이 러시아 국경의 강을 넘어 군대를 밀고 들어왔다.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1세는 그 소식을 한 달이나 지나서야 알게 됐다. 결국 두 국가 사이에 전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안드레이 볼콘스키는 다시 전쟁터로 향했다. 가족들에게는 모스크바를 떠나라고 연락했는데, 그 사이에 볼콘스키 노공작이 사망해 집안을 책임져야 할 사람은 마리야 공작 영애뿐이었다. 영지의 농부들이 피난을 가는 마리야를 못 가게 막는 사건이 일어났을 때, 마침 근처를 지나던 니콜라이 로스토프가 그녀를 도와주게 된다. 마리야는 그 짧은 사이에 니콜라이에게 호감이 생기고, 니콜라이 역시 마리야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낀다.

 

전쟁이 터지자, 피에르는 경험도 없으면서 무작정 전장으로 향한다. 그 와중에 피에르의 아내 엘렌은 외국의 젊은 왕자와 나이 든 고관과 가까워져 재혼을 하기 위해 피에르에게 이혼을 해줄 것을 요청하는 편지를 빈 집에 보낸다.

 

아나톨 때문에 충격을 받은 나타샤는 병이 들어 쇠약해졌으나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조금씩 기력을 되찾아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프랑스군이 밀려온다는 소식에 로스토프가 사람들도 모스크바에서 떠나려고 준비를 하다가 다친 병사들에게 마차를 내어주게 되고, 그들 중 생명이 위중한 안드레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전쟁과 평화>의 제목에 걸맞게 "전쟁"이 터졌다. 이전까지는 싸우다가 협정을 맺기도 했는데, 나폴레옹이 무작정 밀고 들어왔으니 이건 전쟁 선포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3권에서는 인물들의 변화를 보여주기보다 전쟁에 대한 묘사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래서인지 재미 면에서는 조금 아쉬웠다.

 

전쟁이 난 후에 등장한 캐릭터들은 저마다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마리야는 워낙 베풀기를 좋아했던 성품이라 크게 변했다고 느껴지진 않았고 니콜라이는 많이 등장하지 않아 잘 모르겠다. 그들 외에 안드레이, 피에르, 나타샤는 전쟁으로 인해 조금은 달라졌다.

 

냉소적이었던 안드레이는 또다시 죽음의 위기를 맞이하게 됐다. 무슨 포탄 같은 게 날아왔는지 그는 쓰러져 곧장 야전병원으로 후송되었지만, 생사를 넘나들고 있었다. 이후에 피에르는 안드레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기도 했으니 엄청 위중한 상태였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 안드레이는 삶에 대한 열망과 애정이 피어났다. 가족들에다가 어린 아들, 약혼녀였던 나타샤가 있을 때도 그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던 그가 죽음을 눈앞에 느끼고서야 삶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되었는데, 죽었는지 살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어 걱정했다.

 

딱히 뭔가를 하지 않았던 피에르가 갑자기 참전하겠다고 결심하고 준비를 하기 시작했을 때, 괜찮을까 싶었다. 1권에서부터 피에르가 뚱뚱하다는 묘사가 매번 등장했고, 먹는 거나 술 마시는 걸 좋아하는 캐릭터라 몸을 쓰는 일에는 영 젬병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냥 운동을 시작하는 것도 아니고 전쟁터에 나간다니 더욱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역시나 몸을 쓰기는커녕 기본적인 전술조차 잘 몰라서 이해하도록 주변에서 설명을 해줘야 했다. 하지만 병사들이 좋은 사람들이었는지 귀찮을 수도 있었던 피에르를 재미있어하며 챙겨줬다. 전쟁에 대해 손톱만큼도 모르는데 다치지 않은 게 용했다.

이후 다시 모스크바로 돌아온 피에르는 1권에서는 그렇게 옹호하던 나폴레옹을 암살해야겠다는 사명을 가졌다. 그 후에는 한층 인간적인 면을 보이며 사람을 구하기 위해 용감하게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등의 행동을 했다. 하지만 그 사건 때문에 피에르는 프랑스 군에게 끌려가고 만다.

 

나타샤는 바람둥이에다 거짓말쟁이인 아나톨에게 속을만큼 순진무구한 소녀였는데, 회복을 하고 난 후에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모스크바를 떠나기 위해 짐을 싸던 와중에 다친 병사들이 영지에 들어오자 그들이 쉴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줬고, 아빠가 어렵게 구한 마차 몇 십 대에 실으려고 했던 귀중품보다는 다친 병사들이 마차에 탈 수 있게 짐 따위는 두고 가도 된다며 엄마와 아빠를 설득하는 새로운 면을 보였다. 자기 외면의 아름다움을 알고 자랑스러워하던 철부지 소녀가 내적인 아름다움까지 갖춘 멋진 아가씨로 거듭났다. 피에르만큼이나 놀라운 변화라고 볼 수 있었다.

거기다 안드레이까지 다시 만나게 됐으니 나타샤에게는 좋은 일만 남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타샤를 향한 마음이 깊어진 피에르는 여러 가지로 안 좋은 상황이긴 했지만 말이다.

 

<전쟁과 평화>의 대장정은 이제 한 권만 남겨뒀다.

아나톨은 죽었다고 했는데 정말로 죽었을까 싶다. 나쁜 놈이니 벌을 받아 마땅하지만 그래도 죽는 건 좀 다른 문제니까.

나타샤와 안드레이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혼자 남은 마리야와 많이 등장하지 않은 니콜라이, 보리스 등은 또 어떤 인생을 살게 될지 궁금하다. 무엇보다 프랑스군에게 잡혀간 피에르가 걱정된다.

‘연민, 우리를 사랑하는 형제들에 대한 사랑, 우리를 미워하는 자들에 대한 사랑, 원수에 대한 사랑, 그래, 하느님이 지상에서 전파하신 사랑, 마리야 공작 영애가 내게 가르쳐 준 사랑, 내가 이해하지 못한 사랑이야. 그것이 내가 삶과 이별하기를 아쉬워한 이유였군. 그것이 내가 살아남게 되면 따라야 할 길이었구나.‘ - P502.503

자신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모든 희생을 특별한 매력으로 생각하는지 굳이 이해하려 애쓰지도 않았다. 자신이 무엇을 위해 희생하려 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희생 자체가 새로운 기쁨일 뿐이었다. - P363

"내일 우리 앞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수십억 가지의 온갖 다양한 우연이야. 적이나 우리 가운데 어느 편이 달아나고 또 앞으로 달아날 것인가, 이쪽이 죽을 것인가 저쪽이 죽을 것인가, 우연은 그런 것들로 순식간에 결정될 거야." - P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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