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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퍼 룸에서의 마지막 밤 - 리버 피닉스, 그리고 그의 시대 할리우드
개빈 에드워즈 지음, 신윤진 옮김 / 호밀밭 / 202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리버 피닉스는 1970년 히피 부모의 첫째로 태어나 짧은 스물세 해를 살다 갔다. 우수에 젖은 반항아 같은 분위기와 아름다운 외모, 길지 않은 필모그래피, 약물 중독으로 인한 사망, 그리고 이제는 연기력으로 너무나 유명해진 그의 동생 호아킨 피닉스가 내가 알고 있는 리버 피닉스에 대한 전부였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가 얼마나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람이었는지, 세상을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고 싶은 열망과 선하디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리버 피닉스의 부모 존과 알린(훗날 '하트'로 개명) 보텀은 히피 무리들과 살아가다 신흥 종교 '칠드런 오브 갓'의 핵심 구성원이 되어 선교를 하기 위해 남쪽으로 파견되었다. 멕시코, 푸에르토리코, 베네수엘라에서 살며 리버의 동생들이 태어났는데, 이전부터 어려웠던 가족의 삶은 더욱 힘들어졌다고 한다. 아이들을 굶길 수 없었던 보텀 부부는 간증을 도왔던 아이들에게 찬송가를 부르며 공연하는 구걸을 시켰다고 한다.
어린 시절 리버의 이 사실에 대한 부분을 읽으면서 보텀 부부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개인에게 종교의 자유가 있기에 무엇을 믿든지 상관없긴 하지만, 종교로 인해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면 크게 잘못된 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자식을 굶주리게 만들면서까지 신앙에 매달려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거기다 아이들에게 구걸까지 시켰으니 더더욱 부정적으로만 보였다.
그러나 그들 부부는 자식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부모였다는 점이 조금은 의외였다. 부모의 사랑 덕분인지 리버와 동생들은 노래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그때부터 리버는 음악을 향한 열정을 품게 됐다. 리버 피닉스는 영화배우로만 알고 있었는데 어렸을 때 거리 공연으로 음악을 시작한 이후로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는 계기가 됐고, 세상을 떠나는 그날까지 기타를 손에 들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알레카스 애틱'이라는 밴드를 만들어 활발한 음악 활동을 했다고 한다.
베네수엘라에서 몇 년 동안 생활한 이후 존이 미국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들어 여섯 가족과 뱃속의 아이까지 모두 배에 올라 미국으로 향하게 됐다. 그 여행에서 리버는 선원들이 낚시를 해서 잡은 물고기를 못에 꽂는 걸 보고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 그 후 리버와 동생 레인, 호아킨은 고기를 먹고 싶지 않다고 부모에게 말했다고 한다. 완전 비건이 된 것이었다.
지구 환경을 위해서는 채식을 하는 게 좋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단백질을 먹지 않으면 배가 금방 꺼지는 타입이라 안타깝지만 고기를 끊을 수가 없다. 그런 면에서 보면 어린 리버와 동생들이 단호하게 채식을 선택한 게 놀랍기만 하다. 어렸을 때는 동물 복지나 환경 같은 것을 생각하기보다 자기 자신에게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고 결정하게 됐던 리버의 성향을 알 수 있었다.

이후 미국에 도착한 가족은 한동안 어려움이 이어졌지만, 리버가 연예계에 데뷔하면서부터 생활이 조금씩 나아졌다. 처음엔 광고를 위주로 찍었으나 TV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면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망작으로 평가받는 데뷔작보다 스티븐 킹의 소설을 영화화한 <스탠 바이 미>로 연기력을 알렸고, 이후 금세 성장해 아름다운 소년으로 할리우드에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그는 마약에 빠져들기 시작해 나중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자신이 마약에 중독됐다는 사실을 다른 이들이 알기 원하지 않았기에 필사적으로 숨겼고, 그런 와중에도 리버는 선한 성품을 잃지 않았다는 게 뭔가 아이러니했다.
그러다 동생 호아킨, 레인과 함께 바이퍼 룸에 방문했다가 누군가가 준 음료를 마시고 코카인 과잉반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죽음 이틀 전인 10월 29일 오후부터 31일 새벽 사망 선고가 내려지기까지의 과정이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는 걸 읽으며 겨우 두 편의 영화를 통해서 알고 있었을 뿐인 리버 피닉스의 마지막이 안타깝고 슬프게 다가왔다. 형제의 죽음을 지켜본 동생들, 가까웠던 사람들, 그리고 리버를 죽음에 이르게 한 이의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는 가족들까지 서글프게 만들었다. 이제 막 피어난 젊음이 제대로 만개하지 못하고 져버렸다는 사실이 더욱 안타깝게 했다.
리버가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책은 80~90년대 할리우드의 이야기도 함께 곁들였다. 리버와 함께 일했던 배우들이나 감독, 스태프, 그를 만나고 싶어 했던 이들, 그리고 그가 세상을 떠난 뒤 그의 빈자리를 채웠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현재에도 활발한 활동을 하는 에단 호크는 어렸을 적 리버와 함께 <컴퓨터 우주 탐험>을 촬영하며 가까워졌었다. 리버가 마지막으로 들른 장소인 '바이퍼 룸'이라는 클럽은 조니 뎁의 소유였고, 리버에게 제안이 갔던 영화 <토탈 이클립스>와 <바스켓볼 다이어리>는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듯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했다.
알게 모르게 마약을 남용하던 90년대가 아니었다면 리버 피닉스의 삶은 달라질 수 있었을까 싶다. 가족과 히피들을 부양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아니었다면 그의 삶은 또 달라질 수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한 사람의 짧은 인생, 길지 않은 기록이지만, 짧지만 강렬한 이미지로 인해 리버 피닉스는 불사조처럼 사람들의 마음에 오랫동안 살아있는 존재가 된 듯하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박수 소리와 극한의 고통 사이에, 그 농장과 바이퍼 룸 사이에, 페퍼민트와 헤로인 사이에 하나의 삶이, 리버 피닉스의 23년 세월이 존재한다. - P10
by. 마샤 플림튼 "리버는 이미 순교자가 되어 있었어요. 추락한 천사, 구세주의 상징이 되어 있었다니까요. 리버는 그냥 마음씨가 참 고운 소년, 어쩌다 보니 더럽게 재수 없게 죽었을 뿐 자신의 선한 의도를 어떻게 표현하는지도 몰랐던 평범한 소년이었을 뿐인데 말이에요. 난 리버의 죽음에서 위안을 얻고 싶지 않아요. 나는 그런 행태에, 리버를 아프게 만든 사람들한테, 리버한테 화를 내야 마땅하다고 생각해요." -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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