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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불꽃처럼 맞선 자들 - 새로운 세상을 꿈꾼 25명의 20세기 한국사
강부원 지음 / 믹스커피 / 2022년 5월
평점 :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이 유명하다. 그래서 때로는 승자가 패자의 역사의 기록하기도 해서 패자가 이뤄낸 것들이 폄하되기도 한다.
이 책은 그동안 자세히 알지 못했던 인물들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패자라고 하기엔 뭐 하지만 사회주의자라든지, 월북을 했다든지 등의 행적으로 인해 언급하는 것조차 금기시되던 인물들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 이름을 처음 들어봤을 정도로 생소한 인물들이 대부분이었다.

가장 먼저 소개된 이들은 세상에 맞서 싸운 여자들이었다. 여성이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바깥일이라 칭하는 직업을 가질 수 없었던 시절에 스스로의 삶을 쟁취하고자, 혹은 세상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이 있었다.
읽으면서 기억에 남았던 인물은 3·1 운동에 투신했던 기생 정칠성, 알려지지 않은 여성 독립운동가 남자현, 숨기기에 급급했던 위안부에 대해 최초로 증언한 김학순 할머님이었다.
독립운동가 남자현은 영화 <암살>의 주인공의 모티프가 된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녀가 얼마나 독립에 몰두했는지는 자세히 알지 못했는데, 이 책 덕분에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몇 번이고 손가락을 잘라내 혈서를 쓰는 것도 개의치 않아 할 정도로 독립을 위해서라면 제 몸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정칠성은 아름다운 용모와 뛰어난 재주를 가진 일패 기생이었으나 만세 운동에 참여한 이후 독립운동과 여성운동에 몰두했다. 시대를 앞선 행적이었으나 대중들은 그녀의 과거나 아름다운 외모만 들먹였다는 게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정칠성의 열정이 돋보였다.
1991년 8월 14일, 김학순 할머님이 위안부 참상에 대해 최초로 증언을 하게 되면서 일본 정부는 당황했고, 덕분에 이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까지 가져갈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뒤이어 다른 할머님들의 증언이 잇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30년이 넘도록 전쟁 당시의 위안부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게 개탄스럽다.
초등학교 다닐 적에 12월이 되면 구입을 했었던 크리스마스 씰은 조선 최초의 여의사 김점동을 기리기 위해 그녀를 아낀 스승 로제타 여사가 만든 것이라고 한다. 개화한 아버지 덕분에 김점동은 이화학당에 입학을 하게 됐고, 그곳에서 로제타 여사를 만나 그녀와 함께 뉴욕으로 갔다. 그녀는 열심히 공부를 해서 볼티모어 여자의과대학에 최연소 학생이자 최초의 한국인으로 입학했다고 한다. 하지만 남편을 결핵으로 떠나보내고, 조선으로 돌아온 후 그녀 역시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건 너무 안타까운 일이었다. 로제타 여사도 그런 마음을 담아 크리스마스 씰을 만들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한국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과 한국 영화의 개척자라 불리는 춘사 나운규, 쥘 베른의 SF를 최초로 번역한 신태악, 한국의 미켈란젤로라 불린 이쾌대 등 문화 분야에서 뛰어난 활동을 보였던 인물들이 있었다. 이들은 반짝 빛나던 순간이 지난 후 끝이 그리 좋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리고 영화로 알게 됐었던 박열, '한겨레'를 창간한 주역인 여성 언론인의 대모 조성숙, 세계 최초로 유행성출혈열 원인 바이러스를 발견한 이호왕 등 여러 분야 인물들의 업적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역사와 역사적 인물들에 대해 편향된 시선을 가지고 바라보기보다는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에 대해서는 마땅히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친일파에 대해서는 절대 그러고 싶지 않지만 말이다.
고난과 역경이 많았던 20세기를 살아가면서 세상에 맞선 자들의 이야기가 새로웠다. 몰랐던 인물들의 업적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책이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