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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광입니다만, 그림도 좋아합니다 - 영화가 불러낸 뜻밖의 명화 이야기
김현정 지음 / 라의눈 / 2021년 11월
평점 :
소설을 읽는 와중에 틈틈이 비소설을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도서관에 갈 때마다 비소설 분야 신착 코너를 둘러보곤 하는데, 최근에 갔다가 이 책의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다. 아무래도 영화를 좋아하다 못해 사랑하다 보니 자연스레 눈이 갈 수밖에 없었고, 근래에 미술 관련 책을 종종 읽었기 때문에 더욱 관심이 갔다. 좋아하는 분야인 영화와 조금씩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미술의 결합이라니 이거다 싶었다.
다행히 책에 소개된 영화 들 중 내가 본 작품들이 꽤 많은 편이었다. 그래서 봤던 영화들을 떠올리며 의미를 되새겨봤고, 함께 소개된 미술 작품을 감상했다.
홍콩 반환 역사를 배경으로 10년에 걸친 남녀의 사랑과 이별을 다룬 영화 <첨밀밀>을 앤디 워홀과 함께 소개한 게 첫 이야기였다. 팝 아트로 널리 이름을 알린 앤디 워홀의 작품을 본 적은 있으나 깊이 있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그가 슬로바키아 이민자의 아들이라고 말하며 미국의 대형 마트에서 본 상품들 덕분에 그의 예술 세계가 펼쳐졌다고 소개했다. '캠벨 수프 캔'은 여기저기서 종종 봤었으나 왜 이게 그렇게 유명한 건가 생각만 했을 뿐 이유를 찾아본 적이 없었다. 책에 간략하게 소개된 앤디 워홀의 가정사로 인해 그의 예술 세계가 단번에 이해가 됐다. 그러면서 <첨밀밀>의 이요와 여소군의 이야기를 조화롭게 꾸려내 영화가 새롭게 느껴졌다.
초등학생 양양이 카메라 너머로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인상적이었던 에드워드 양 감독의 <하나 그리고 둘>을 벨라스케스의 '시녀들'과 함께 소개했다. 카메라 너머의 시선과 그림으로 바라본 타인들의 모습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위안부 피해자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눈길>을 故 강덕경 할머니의 그림과 함께 소개했다. 그림에 담긴 할머님의 심경이 전달되어 괴롭게 느껴졌다. 이제는 세상을 떠나셨지만 아직까지 일본은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게 개탄스럽다.
영화 <아무르>를 에드바르 뭉크의 그림과 함께 보여줬는데, 여태껏 뭉크에 대해 알고 있던 건 '절규'뿐이라 소개한 그림을 보며 조금 놀라웠다.
영화와 그림에 대해 말하는 책에서 빠질 수 없던 작품은 <러빙 빈센트>였다. 고흐의 화풍으로 그린 유화를 영상화한 멋진 영화였는데, 고흐가 그린 종교화 중 하나라는 '나자로의 부활'을 함께 보여줬다. 여태껏 고흐의 작품은 밤과 거리 풍경, 가깝게 지낸 사람들 그리고 자연을 배경으로 한 그림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 덕분에 고흐가 몇 안 되지만 종교화도 그렸었다는 걸 알게 됐다. 책으로 접한 종교화들과는 달리 고흐의 화풍으로 그린 작품이라 왠지 더 신선하게 느껴졌다.
코폴라 감독의 <드라큘라>를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과 함께 보여준 게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드라큘라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그림이 뭔가 조화로웠다.
본 영화도 있지만 못 본 영화도 많다. 책을 읽고 함께 소개된 미술 작품을 보며 나중에 꼭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 영화가 몇 작품 생겼다. 영화를 본 후에 미술 작품을 다시 보면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