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이솝우화 - 삶의 자극제가 되는
최강록 지음 / 원앤원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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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우화는 아주 어릴 적에 동화책으로 읽었었던 기억이 가물가물하게 난다. 확실히 기억나는 이야기는 없지만, 대개 동물들이 주인공이었던 건 기억이 난다. 어릴 때 읽었을 테니 조금 순화된 버전이었을 것이고, 어린이가 읽기엔 나쁘지 않았을 듯하다.

이번에 읽게 된 책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이솝우화를 주제로 쓴 것이었다. 저자가 정신과 의사라는 점이 뭔가 특별하게 다가왔다.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다스리는 데에 도움을 주는 이가 이솝우화를 남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게 해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자와 당나귀와 여우> 이야기를 주제로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지 말하고 있었다. 잡은 먹이를 나누는데 당나귀가 공평하게 나눠갖자고 하자 사자가 당나귀를 잡아먹어버렸다. 그걸 보곤 여우는 자신의 몫으로 조금만 가지고 간 덕에 살아남았다.
이 이야기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보면 남의 불행을 보며 자신의 행복을 찾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심리학 용어인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에 대해 소개했다. 독일어로 '남의 불행을 봤을 때 기쁨을 느끼는 심리'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쌤통'과 비슷한 뉘앙스의 말처럼 느껴졌다.
샤덴프로이데와 관련된 실험을 하기도 했는데, 결과론적으로 행복은 마음에서 오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동물의 왕 사자와 친구가 된 당나귀와 여우가 우쭐함을 느꼈을 테지만 먹이로 인해 갈린 운명을 보며 행복은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지는 거라고 설득력 있게 설명했다. 샤덴프로이데는 건강한 행복이 아니니 자신의 내면에서 진짜 행복을 찾으라는 말이 참 좋았다.

너무나 잘 알려져서 익히 알고 있던 <양치기 소년>도 소개해 줬다. 거짓말을 하면 뇌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실험을 했는데, 실험 참가자들이 거짓말을 할 때마다 뇌의 편도체에서 변화가 감지됐다고 한다. 그런데 실험 참가자들이 거짓말을 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편도체의 활성도가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거짓말을 하면 할수록 쉬워진다는 의미라고 한다. 거짓말과 관련된 정신질환인 '공상허언증', '뮌하우젠증후군', '리플리증후군'도 소개하고 있었다.
세상엔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지만 진정한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서는 진실되게 살아야 한다. 당장은 손해 보는 것 같더라도 일단은 내 마음이 편안한 게 우선이니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놀라웠던 점은 <금도끼 은도끼> 이야기가 이솝우화였다는 것이다! 이솝우화에는 산신령이 아니라 헤르메스 신이 도끼를 찾아주는 이로 등장했다. 여태껏 우리나라 전래동화라고만 알고 있었기에 큰 충격이었다. 그리고 친구 두 사람이 함께 여행을 하다가 곰을 만나 한 명은 나무 위로, 한 명은 죽은 척했던 <곰과 나그네>라는 이야기와 나그네의 겉옷을 벗기는 내기를 했던 <북풍과 태양> 역시 이솝우화였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이솝우화를 통해 마음을 다스리고 평화를 느끼게 할 방법을 배운 것 같다. 삶의 지혜가 담긴 촌철살인의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는데, 저자의 해석 덕분에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모든 건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마음먹기에 달린 거죠. 부정적인 것만 보고 걱정거리를 떠올리면 걱정이 끊일 날이 없습니다. 그러나 긍정적인 걸 보고 좋은 걸 떠올리면 날마다 웃으며 편안하게 살 수 있습니다. 어차피 걱정해 봐야 해결이 되지도 않으니까요.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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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즈 앤 올
카미유 드 안젤리스 지음, 노진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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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런의 16살 생일 다음 날, 엄마가 떠났다. 엄마는 매런이 베이비시터 페니 윌슨을 먹은 걸 보고 보통의 아이와 다르다는 걸 깨달았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매런을 보살피며 키웠다. 물론 매런의 식인 본능이 갑작스레 나타나 일을 치른 후에는 순식간에 짐을 싸고 먼 곳으로 떠나야만 했지만, 엄마는 그래도 매런에게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이제는 지친 듯 매런에게 말도 없이 떠났다. 약간의 돈과 매런의 출생신고서만 남기고 말이다.

매런은 출생신고서를 보고 자신이 아기였을 때 떠난 아빠 프랜시스 이얼리를 찾아가기로 결심했다. 그전에 엄마가 조부모님에게 갔을 거라는 예감에 먼저 그곳에 들러보기로 한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홀로 여행을 떠난 매런은 난생처음으로 자신과 같은 존재들을 만난다.




엄마가 떠나기 전부터 매런은 예감했을 것이다. 엄마는 자신을 사랑하진 않지만 일단은 자기 아이를 향한 책임감 때문에 매런을 돌보고 있는 거라고 말이다. 매런이 또래 아이들을 먹고 난 후 엄마는 언제나처럼 빠르게 짐을 싸서 매런을 데리고 떠났어도 정작 매런이 듣고 싶어 하던 말은 절대 해주지 않았다. 그래도 널 사랑한다는 말 같은, 엄마의 마음을 알 수 있는 말 말이다. 아직 어린 매런은 그 사실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외면했다. 엄마마저 자신을 사랑해 주지 않는다는 걸 인정하면 세상에 매런은 정말로 혼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엄마가 떠났다. 마치 어느 순간부터 준비를 해왔던 것 마냥 16살 생일을 너무나 행복하고도 평범하게 보낸 뒤에 말도 없이 말이다. 그래서 매런은 화가 났지만, 한편으로는 엄마가 이해됐을 것이다. 자신이 평범하지 않은 아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매런은 마지막으로 함께 머물던 집을 떠나 엄마가 조부모님과 함께 있는 걸 보며 자신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면서 자신을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한 존재인 아빠를 찾아 떠나게 됐다.

그 여행에서 매런은 친절한 하먼 부인을 만나 맛있는 식사를 대접받았고 낮잠을 자라고 권유받은 뒤 일어났지만, 안타깝게도 하먼 부인은 자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다시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에 매런은 하먼 부인을 먹고 있는 설리 아저씨를 만나게 됐다. 매런이 태어나서 처음 만난 동족이었다. 설리가 매런에게 친절하게 대하며 자신에 대해 말하고 있었기에 매런은 의심하지 않았다. 자신과 함께 지내지 않겠냐는 설리의 제안에 우선 아빠를 만나야 한다며 떠나긴 했지만, 그녀에게 설리는 좋은 인상으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곤경에 처했던 매런은 마트에서 한 남자아이를 만나게 됐고, 외로움에 허덕이는 그애가 가까이 다가오자 본능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그 광경을 마트에서 스쳐 지나간 리가 보게 됐다. 리는 매런이 두 번째로 만난 식인자였고, 자신의 또래였다. 매런이 설리와는 달리 리와 동행하게 된 건 또래라는 점 때문도 있겠지만 외로워서 그랬을 것이다. 지금까지 매런은 항상 외로웠고 그로 인해 자신에게 다가오는 남자애들을 먹었다. 리는 또래이면서도 자신과 같은 식인자였기 때문에 매런은 조금이나마 안심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리와 동행하면서 그에 대해 점점 알아갔고, 매런은 아빠에게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출생신고서를 단서로 매런은 아빠의 부모님이 살던 집을 찾아가게 되지만, 아빠가 오래전부터 정신병원에서 지낸다는 사실과 아빠의 존재가 어디서부터 왔는지 알 수 없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그렇게 아빠가 입원한 병원에 찾아간 매런은 진실을 알게 됐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진실이 매런을 자유롭게 해주지 않았다.
동시에 리와의 관계 역시 달라져 매런은 다시금 혼자라는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매런에게 외로움이란 늘 곁을 지키는 존재와도 같아 그녀의 상황이 애처롭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없는 건 자신의 처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후 소설은 조금은 충격적인 결말로 향해 갔다. 아빠에 관해 알게 된 후 더 이상 놀랄 만한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설리와 마주했을 때 상상도 하지 못했던 진실이 드러나 긴장감을 줬다. 설리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건 예상했지만 그런 진실이 숨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설리가 처음 매런을 만났을 때 했던 말이 이렇게 연결되는구나 싶어서 소름이 돋았다.
다행히 매런은 위기를 벗어나 다시 리와 만나 함께 지내게 되면서 조금이나마 평범한 생활을 하게 되지만, 설리가 여전히 매런을 향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두 사람을 위협했고, 이후로는 끝이 정해져 있었다. 그 끝이 충격적이었던 건 매런이 이제는 자신의 본능을 인식하고 따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본즈 앤 올>은 몇 주 전에 영화로 먼저 접했었다. 그래서 원작이 궁금해져 읽게 됐는데, 큰 줄기는 같았지만 세부적인 면이 다르고 결말 또한 너무나 다르게 와닿았다. 소설은 본능과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영화를 먼저 본 입장에서는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날 밤에 나는 세상에 두 가지 허기가 있다는 걸 배웠다. 첫 번째 허기는 치즈버거와 초콜릿 우유로 채울 수 있지만 두 번째 허기는 내 안에서 때를 기다린다. 몇 달, 심지어는 몇 년이고 미룰 수 있어도 언젠가 난 거기에 굴복할 것이다. 마치 내 안에 거대한 구멍이 있고, 일단 그 구멍이 어떤 사람의 형태를 갖추면 오로지 그 사람만이 구멍을 채울 수 있는 듯했다. - P71

엄마는 내게 친절했다. 한 번도 ‘네가 저지른 끔찍한 짓‘이라거나 ‘괴물‘ 같은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엄마가 떠났다. 해 뜨기도 전에 일어나 몇 안되는 물건을 챙겨서 차를 몰고 가버렸다. 엄마는 이제 날 사랑하지 않는다. 설사 날 사랑한 적이 없다고 해도 엄마를 비난할 수 없었다. - P10

난 그저 리의 관심을 받고 싶었을 뿐이다. 영원히는 아닐지라도 그가 날 잡아먹는 7분 30초 동안이라도. - P223

‘사람은 누구나 외로워. 하지만 그저 외롭다는 이유로 무언가를 해서는 안 돼.‘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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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블론드 1~2 - 전2권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엄일녀 옮김 / 복복서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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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 진 베이커는 할머니 델라와 함께 살았었다. 노마 진의 어머니 글래디스는 가끔씩 그녀를 보러 왔고, 그럴 때면 노마 진은 긴장과 동시에 기쁜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 노마 진은 글래디스와 살게 되어 행복한 나날을 기대했지만, 글래디스는 좀처럼 감정을 통제할 수 없는 사람이었기에 노마 진 역시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
글래디스가 병원에 실려가게 되면서 노마 진의 인생은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렀다. 보육원에 맡겨졌던 노마 진은 조금 자라 위탁가정에 보내지면서 평범한 행복을 꿈꿨다. 하지만 모든 남자들이 노마 진을 좀처럼 가만히 놔두질 않았다. 그렇게 노마 진의 삶은 위탁모의 속행으로 16살에 첫 결혼을 하게 됐고, 이혼 역시 빠르게 이루어졌다.

노마 진이 여성 노동자로 잡지에 실린 이후, 그녀의 미모를 알아본 이들로 인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오게 됐다. 그렇게 노마 진은 자신의 이름이 아닌 '매릴린 먼로'로 짧고 굵은, 다사다난한 삶을 살아간다.




매릴린 먼로는 짧은 영화 인생, 그리고 너무나 짧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을 산 배우다. 금발의 아름다운 외모와 육감적인 몸매로 유명해진 그녀의 본명이 노마 진 베이커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할리우드의 배우들이 대체로 그렇듯 여러 번의 결혼과 이혼을 했다는 사실, 그리고 대통령과의 염문설이 있었고 죽음이 묘했다는 사실 또한 알았다.
그런데 그 외의 것들에 대해, 매릴린 먼로가 아닌 노마 진 베이커에 대해 아는 건 없었다. 이 소설은 어느 정도 사실을 바탕에 두고 픽션을 더한 노마 진 베이커의 삶에 대한 장대한 이야기였다.

아버지의 부재가 노마 진의 삶에 미친 영향은 아주 컸다. 또한 어머니의 정서적 불안감이 딸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어릴 적부터 예민하며 습관처럼 눈치를 보게 된 것 같았다. 그래도 그런 어머니가 곁에 있어줬다면 좋았겠지만, 아버지도 모자라 어머니까지 어린 노마 진의 삶에서 모습을 감추게 되면서 노마 진의 삶은 보육원과 위탁가정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태어나서 가장 먼저 만나는 일종의 사회인 가정에서부터 사랑받지 못했다는 감정이 쌓인 탓에 노마 진은 다른 이에게 사랑을 받으려고 애를 쓰는 듯 보였다. 그로 인해 위탁모의 이기적인 결정으로 버키와 16살에 결혼하게 됐다는 건 너무 안타까운 일이었다. 물론 함께일 때에는 좋았지만 그게 노마 진의 행복을 충족시켜주진 않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노마 진의 10대 삶은 버키와의 결혼 생활로 이어지다 잡지에 사진이 실리게 되면서 우리가 아는 매릴린 먼로의 이름에 서서히 다가서게 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자 배우가 세상에 알려지려면 성접대 따위는 필수였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당시에는 더 심했을 것이다. 갑작스럽고 수치스러운 치욕에도 불구하고 매릴린 먼로에게 또렷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건 분노할 만한 일이었다. 결국 그녀는 이제 막 이름이 알려지려고 할 때 가명으로 누드캘린더를 찍게 됐고, 후에 그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매릴린 먼로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진 이후에는 스캔들과 결혼생활들에 대해 이어졌고, 우리가 아는 그녀의 마지막으로 다가서고 있었다. 그때가 됐을 땐 생기 넘치는 아름다움을 뽐내는 블론드 배우가 아니라 속이 썩어 문드러졌는데도 웃어야만 하는 가련한 노마 진만 남아 있었다.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매릴린 먼로의 삶을 비극적으로 그려낸 소설이었다. 살아 있을 때보다 오히려 세상을 떠난 이후에 더욱 유명해진 배우, 금발 여배우를 떠올리라고 하면 영원토록 첫 번째로 손에 꼽힐 매릴린 먼로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비록 사실에 허구를 더했다고는 해도 어느 정도는 그녀의 삶이 투영되어 있기 때문인지 읽는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았다. 특히 소설이 후반으로 가면서는 매릴린의 정서적인 불안이 문장에 투영된 것 같아 읽는 게 버겁기까지 했다. 여러 모로 안타까웠다.

세상을 떠나고서도 잊히기는커녕 여전히 세기의 아이콘으로 남아 있는 배우 매릴린 먼로가 출연한 작품을 한 번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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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는 타고난 배우였어. 천재가 진짜로 있다면, 노마가 천재였지. 왜냐면 노마는 자기가 누군지 전혀 감도 못 잡았고, 그래서 제 속의 빈 공간을 채워야 했으니까. 출연할 때마다 자신의 영혼을 창조해야 했어. 다른 사람들은, 우리는 그냥 텅 비어 있어. 사실 모든 영혼은 비어 있을 거야, 그런데 노마는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이었지. 1권 - P687

그가 이날 찍은 ‘매릴린 먼로‘라고도 알려진 노마 진 베이커의 이 누드사진들은 역사상 가장 유명한, 아니 가장 악명 높은 누드 캘린더가 된다. 그에 대한 대가로 모델은 50달러를 벌고, 다른 이들은 수백만 달러를 벌게 된다. 남자들이. 1권 - P465

"‘매릴린‘은 이해할 필요도 없고 생각할 필요도 없어. 젠장, 안 해도 된다고. 매릴린은 존재하기만 하면 돼. 매릴린은 아찔한 절세미인이고 재능이 있고 아무도 그 감미로운 입에서 고통스럽고 은유로 가득한 헛소리가 나오길 바라지 않아." 1권 - P520

왜 사람들은 먼로를 사랑하지? 먼로의 삶은 발톱에 찢긴 비단처럼 갈가리 찢어졌는데 왜? 먼로의 삶은 박살난 창문처럼 산산조각났는데 왜? 2권 - P496

"매릴린을 별로 안 좋아해서요. 하지만 부르면 대답은 할 수 있어요. 이젠 그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를 부르는 이름이죠.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2권 - P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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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7 미키7
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배지혜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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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 행성 '니플하임'에서 '익스펜더블'로 일하는 미키는 그야말로 온갖 잡다한 일을 했다. 손이 필요한 곳은 어디든 가서 일을 했고, 대부분은 니플하임에 위협이 되는 생명체가 없는지 확인하는 일을 했다. 미키가 임무 수행 중에 죽어도 재생 탱크에서는 이전에 복제해둔 DNA를 통해 똑같은 미키를 만들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미키의 전 생애에 걸친 기억을 가지고 말이다. 물론 주기적으로 기억을 다운로드해야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여러 미키를 거쳐 현재의 미키7은 탐사 중에 크레바스에 빠졌다. 니플하임에 오기 전부터 친구였고 조종사인 베르토는 지형상 미키를 구하러 가기 어렵다고 했다. 그리고 미키3 시절부터 사귀는 나샤는 통신을 끊지 않고 어떻게든 미키를 구하려고 했지만, 그는 가망이 없다며 그녀에게 돔으로 돌아갈 것을 권했다.
미키7은 그곳에 가만히 있다 죽기보다는 그 깊은 곳, 동굴처럼 보이는 곳을 돌아다니다 크리퍼들에게 발견되면 죽겠거니 생각하며 발을 옮겼다. 그러다 보통의 크리퍼들보다 훨씬 큰 크리퍼가 나타나 이제 죽는구나 싶었을 때, 크리퍼가 동굴 바깥으로 미키를 데리고 나와 돔이 있는 곳에 풀어주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살아남게 된 미키7이 자신의 숙소에 도착했을 때, 이제 막 재생 탱크에서 나온 미키8을 마주하게 된다.



살기 어려워진 지구를 떠나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찾아 테라포밍하며 살아가는 인류가 소설의 주된 배경이었다. 몇 세기는 지난 듯한 배경이었기에 사람의 신체는 물론이고 기억까지 모두 똑같이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이 있었다. 그 기술로 익스펜더블에게 어려운 일을 맡기고선 일을 하다 죽어도 똑같이 다시 만들어 냈다. 죽었어도 살아나기를 몇 번이고 반복하는 익스펜더블은 대체로 범죄자들이 자원한다고 했다. 개척 행성에서는 꼭 필요한 임무였기에 자원하는 사람이 없으면 범죄자를 뽑아서라도 데리고 가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천대받기 일쑤인 그 일을 미키 반스가 자원했다. 그는 무시무시한 사람에게 갚을 빚이 있었지만 돈을 마련할 수가 없었기에 태어난 미드가르드를 떠나 니플하임의 익스펜더블로 자원하게 된 것이었다.
니플하임을 향해 가면서 우주선에 문제가 생겨 처음으로 죽어봤고, 미키2는 우주 바깥에서 헬멧을 벗어 자살했다. 그럼에도 미키3은 어김없이 만들어졌고, 니플하임에 도착해서는 사람들이 내리기 전에 여러 번 모르모트가 되어야 했다.

그렇게 미키7은 몇 번이고 죽고서, 그 죽음을 기억하며 살아왔다. 그리고선 이제 죽음을 앞두고 있는데 어쩌다 보니 살아남았다. 살았다는 기쁨도 잠시, 미키8을 마주하게 되면서 더욱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인원에 제한된 식량 문제도 있고, 과거에 이 무한 복제가 가능한 기술로 인해 행성 하나가 전쟁에 휘말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세븐과 에잇 둘 다 죽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고, 함께 지내는 것에 동의했기 때문에 돔 안의 사람들 모르게 둘은 살아가게 된다. 세븐과 에잇은 같은 사람이지만 전혀 다르게 보였다. 아무래도 삶에 대한 경험의 차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소설이 세븐의 입장에서 진행되었기에 에잇이 얄밉고 짜증 나는 구석이 있다는 게 공감이 됐다.

미키의 삶이 원래 여기저기서 치이는 것이었는지 이런 중대한 상황에서 여러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사령관 마샬에게 까이고 또 까였다. 거기다 크레바스에 자신을 버리고 갔던 친구 베르토는 거짓말을 해서 뭔가 의심스러운 구석이 느껴졌다. 이런 와중에 크리퍼들의 공격으로 경비대 여럿이 사망하는 등 온갖 사건이 벌어지고 또 벌어졌다.
미키가 두 명이라는 상황에 사건들까지 더해져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그러면서 당연히 다른 사람들이 미키7과 미키8의 존재를 알게 되는 절정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잘 마무리가 되었다. 마냥 정직하게만 사는 것보다는 때론 속임수도 써가며 살아야 목숨을 보전할 수 있었다. 지구가 아닌 개척 행성에서의 고된 삶이었으니 참작해야겠다.

이 소설은 출판이 되기도 전에 봉준호 감독님께 영화화 의뢰가 된 것으로 유명해졌다. 제작에 들어가 촬영을 마치고 내년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래서 궁금해져 읽어봤다.
책을 읽으면서 봉준호 감독님이 이 영화를 어떻게 연출할지 도무지 그려지질 않았다. 그동안의 감독님 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라 상상이 잘 안됐다. 오히려 리들리 스콧 감독이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연출이 더 어울릴 것 같은 내용의 책이었다. 두 감독 모두 비슷한 스타일의 영화를 연출한 적이 있어서 떠오른 것 같다.

책 내용은 무난한데 영화화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

지금 내가 죽고 나면, 재생 탱크에서 나올 또 다른 나는 없을 것이다. 다른 나는 이미 이곳에 있고, 외모는 똑같을지 모르지만, 에잇은 확실히 나를 잇는 존재가 아니다. - P59

"내가 화가 난 이유는 내 삶이 엉망진창이기 때문이야. 숙취에 시달리는 느낌으로 보존액이 덕지덕지 붙은 채로 잠에서 깰 때마다, 나한테 뭔가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는 건 아는데, 무슨 일이 왜 일어났는지, 그 일이 다시 일어나는 걸 막기 위해 뭘 할 수 있는지 기억이 안 나." - P116

"나는 미드가르드 시절의 미키 반스를 기억하고 그 미키 반스가 자란 집도 기억해. 그의 첫 키스도, 그가 마지막으로 엄마를 본 날도, 이 망할 탐사에 자원한 것도 기억나. 그 모든 것들을 한 사람이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인 것처럼 기억이 나. 그렇다고 내가 미키 반스라고 할 수 있을까?" -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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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남당 사건수첩
정재한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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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프로파일러 남한준은 현재 잘나가는 박수무당으로 활약하고 있다. 신내림은커녕 신기라고 불리는 영험함 따위 전혀 없는 그가 용하다고 소문나 예약을 하지 않으면 만날 수가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일단 한준에게 점을 보려면 꼭 예약을 먼저 해야만 했다. 그건 고객의 개인 사정을 알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 흥신소 사장 수철이 예약 고객 정보를 통해 뒷조사를 했고, 한준의 여동생이자 천재 해커인 혜준이 능력에 맞게 정보를 캤다. 그렇게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눈썰미 좋은 한준이 고객 앞에서 그럴듯하게 쇼를 하는 것이었다.

늘 그렇듯 평범하게 복채를 강탈하며 지내던 한준은 어떤 사건으로 인해 '한귀'라는 별명을 가진 형사 한예은과 안면을 트게 되고, 일을 하다 보니 자꾸만 마주쳤다. 그렇게 한준과 예은 두 사람은 자신들이 목표로 하는 것이 같다는 걸 알게 되어 손을 잡는다.



전직 프로파일러였던 박수무당이라는 설정이 왠지 모를 유쾌함을 담고 있었다. 남한준이라는 캐릭터의 독특한 설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공수한 슈트를 입었으며 고급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즐기는 미식가였다. 그리고 몸 쓰는 일을 정말 못해서 수철과 혜준에게 종이 인형 취급을 받고 있었다. 이렇게 재미있는 설정만 있는 게 아니라 전직 프로파일러답게 사람이나 사건, 상황을 보는 눈이 기가 막혔다. 그래서 더욱 매력이 있는 캐릭터였다.
그에게 협력하는 수철과 혜준 또한 만만치 않은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누군가의 뒤를 쫓는 일에 탁월한 재능을 지닌 수철은 한준을 들쳐 업고 뛸 수 있을 정도로 신체적 능력이 좋았다. 거기에 약간 허술한 구석이 있는 게 매력이었다. 그리고 한준의 동생 혜준은 중학생 때 FBI의 기밀문서를 해킹했을 만큼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캐릭터였다. 오빠에게 하는 직설 화법은 통쾌함을 주기도 했다.

이렇게 색다른 캐릭터의 매력을 지닌 세 사람과 귀신이라는 별명이 붙은 형사 예은이 합세하게 되면서 평범한 수사의 범위를 넘어버렸다. 물론 처음에는 두 사람이 단번에 손을 잡진 않았고, 서로 다른 이유로 이 일에 엮이게 되었다. 예은은 실종된 18살 고등학생 강은혜가 다른 형사의 말처럼 단순 가출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한준은 국내 최고 그룹의 셋째 아들이자 엔터테인먼트 이사로 있는 박진상이 예약을 해오면서 그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서로 다른 지점에서 시작된 한준과 예은의 사건은 어느새 같은 지점에서 만나게 됐다. 처음엔 서로를 의심하고 견제하던 두 사람은 자신들이 무엇을 쫓고 있는지 어느 정도 알게 되면서 손을 잡기에 이르렀다. 사건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날 때마다 얼마나 더럽고 역겹던지 모른다. 심지어 그런 사건들은 책이나 영화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란 걸 익히 알고 있기에 더욱 끔찍했다.
한준과 예은이 함께 조사한 사건은 어느 정도 통쾌함을 안겨줬지만, 현실에서 일어나는 비슷한 사건들은 대부분 묻히기 마련이라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가볍게 읽기에 괜찮은 소설이었다. 프로파일러로 일하던 시절의 한준이 어땠는지 살짝 궁금해져서 프리퀄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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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그쪽도 사기죠. 신들린 척하면서 고객들 복채 강탈하잖아."
"사기라니, 말은 바로 합니다. 나는 인생 그나마 좋은 쪽으로 굴러가라고 도와주는 거예요. 프로이트밖에 들먹일 줄 모르는 심리 상담사들보다는 내가 낫지." - P362

"몸, 마음, 돈, 힘, 뭐든 다 잘만 쓰면 세상이 예쁘게 잘 굴러갈 텐데 말이죠. 그게 어려워서 이리 힘들게들 사는 거 같습니다." -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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