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남당 사건수첩
정재한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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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프로파일러 남한준은 현재 잘나가는 박수무당으로 활약하고 있다. 신내림은커녕 신기라고 불리는 영험함 따위 전혀 없는 그가 용하다고 소문나 예약을 하지 않으면 만날 수가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일단 한준에게 점을 보려면 꼭 예약을 먼저 해야만 했다. 그건 고객의 개인 사정을 알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 흥신소 사장 수철이 예약 고객 정보를 통해 뒷조사를 했고, 한준의 여동생이자 천재 해커인 혜준이 능력에 맞게 정보를 캤다. 그렇게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눈썰미 좋은 한준이 고객 앞에서 그럴듯하게 쇼를 하는 것이었다.

늘 그렇듯 평범하게 복채를 강탈하며 지내던 한준은 어떤 사건으로 인해 '한귀'라는 별명을 가진 형사 한예은과 안면을 트게 되고, 일을 하다 보니 자꾸만 마주쳤다. 그렇게 한준과 예은 두 사람은 자신들이 목표로 하는 것이 같다는 걸 알게 되어 손을 잡는다.



전직 프로파일러였던 박수무당이라는 설정이 왠지 모를 유쾌함을 담고 있었다. 남한준이라는 캐릭터의 독특한 설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공수한 슈트를 입었으며 고급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즐기는 미식가였다. 그리고 몸 쓰는 일을 정말 못해서 수철과 혜준에게 종이 인형 취급을 받고 있었다. 이렇게 재미있는 설정만 있는 게 아니라 전직 프로파일러답게 사람이나 사건, 상황을 보는 눈이 기가 막혔다. 그래서 더욱 매력이 있는 캐릭터였다.
그에게 협력하는 수철과 혜준 또한 만만치 않은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누군가의 뒤를 쫓는 일에 탁월한 재능을 지닌 수철은 한준을 들쳐 업고 뛸 수 있을 정도로 신체적 능력이 좋았다. 거기에 약간 허술한 구석이 있는 게 매력이었다. 그리고 한준의 동생 혜준은 중학생 때 FBI의 기밀문서를 해킹했을 만큼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캐릭터였다. 오빠에게 하는 직설 화법은 통쾌함을 주기도 했다.

이렇게 색다른 캐릭터의 매력을 지닌 세 사람과 귀신이라는 별명이 붙은 형사 예은이 합세하게 되면서 평범한 수사의 범위를 넘어버렸다. 물론 처음에는 두 사람이 단번에 손을 잡진 않았고, 서로 다른 이유로 이 일에 엮이게 되었다. 예은은 실종된 18살 고등학생 강은혜가 다른 형사의 말처럼 단순 가출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한준은 국내 최고 그룹의 셋째 아들이자 엔터테인먼트 이사로 있는 박진상이 예약을 해오면서 그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서로 다른 지점에서 시작된 한준과 예은의 사건은 어느새 같은 지점에서 만나게 됐다. 처음엔 서로를 의심하고 견제하던 두 사람은 자신들이 무엇을 쫓고 있는지 어느 정도 알게 되면서 손을 잡기에 이르렀다. 사건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날 때마다 얼마나 더럽고 역겹던지 모른다. 심지어 그런 사건들은 책이나 영화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란 걸 익히 알고 있기에 더욱 끔찍했다.
한준과 예은이 함께 조사한 사건은 어느 정도 통쾌함을 안겨줬지만, 현실에서 일어나는 비슷한 사건들은 대부분 묻히기 마련이라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가볍게 읽기에 괜찮은 소설이었다. 프로파일러로 일하던 시절의 한준이 어땠는지 살짝 궁금해져서 프리퀄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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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그쪽도 사기죠. 신들린 척하면서 고객들 복채 강탈하잖아."
"사기라니, 말은 바로 합니다. 나는 인생 그나마 좋은 쪽으로 굴러가라고 도와주는 거예요. 프로이트밖에 들먹일 줄 모르는 심리 상담사들보다는 내가 낫지." - P362

"몸, 마음, 돈, 힘, 뭐든 다 잘만 쓰면 세상이 예쁘게 잘 굴러갈 텐데 말이죠. 그게 어려워서 이리 힘들게들 사는 거 같습니다." -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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